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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3, 2012

[inspiration] Hard to find. Easy to love., 스톡홀름 마가신3 갤러리에서 만난 안드레아 지텔



'찾기는 어려워도 사랑에 빠지긴 쉬울거야'라고 조근조근 말해주는 작은 갤러리. 스웨덴 스톡홀름의 마가신3(Magasin3)의 첫 느낌입니다. 가이드 북에는 잘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로컬들에게 몇 번 추천을 받고 나서 스톡홀름 최북단으로 올라갔습니다. 사실 스톡홀름은 작은 도시라 최북단이라 해도 서울의 노원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홍대에서 종로 정도의 거리라고 보면 될까요.

특히 위 갤러리 소개 책자의 표지 이미지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마가신 갤러리가 저렇게 생겼다는 것인지, 주위 풍광인지, 도대체 뭘까하는 호기심을 가득 안은 채로 도착 했습니다. 기대가 컸는지 갤러리는 컨테이너 박스들이 여기 저기 놓인 부두 근처 커다란 건물 안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의 이미지는 당시 열리고 있던 전시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전시가 지금도 종종 생각나는,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전시 중 하나입니다. 설치 미술은 한 번 스쳐지나가기 마련인데, 안드레아 지텔(Andrea Zittel)이라는 미국 작가의 'Lay of My Land'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 작은 웨건이 품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하나의 인스톨레이션이 아니라 스토리로 기억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서 안드레아 지텔에 대해서 처음 알았지만, 그녀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티스트입니다.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고, 자기만족도 하며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줍니다. 또한 히틀러와 같은 대중 선동가는 아니지만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하나의 movement를 만듭니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방식의 하나로 놓아 둡니다. '아티스트는 선동가요, 예술작품은 프로파간다다'라는 말을 고요하게 실천합니다. 제게 과격한 급진주의는 맞지 않는지 오히려 이런 담담하고 귀여운 선동가들에게 단단히 마음을 빼앗기곤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웨건들은 안드레아 지텔이 하나의 리빙 시스템으로 만든 집이자 작업실 입니다. 컨셉에 맞는 최소한의 생필품을 전시해 두고 있고, 실제로 지텔은 이 웨건을 사막에 놓아두고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이 전시실에 중계되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 관심이 많은 아티스트로 보입니다.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그리고 사막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실험적 대안들을 연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뒷조사를 시작해야겠습니다.

마가신3 갤러리가 마음에 드는 점이 또 있습니다. 재미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1년 회원권이 매우 저렴하고, 작지만 알찬 도서관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다른 갤러리보다 한 발 앞서 있습니다. 'Lay of My Land' 전만 하더라도 저 웨건을 스톡홀름 근처에 전시해 두고 실제로 아티스트들이 살아보게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모양입니다. 스웨덴어로 된 블로그이지만 이 블로그에는 사막의 작업실 웨건에서 생활하는 아티스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곳에서의 생활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긴 모양입니다. 단지 전시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그럼으로 인해서 스톡홀름의 미술계가 다양해지고 활기넘치게 하는 이들의 기획에 절로 흥이나고, 동시에 부럽습니다. 






Jan 2, 2012

[inspiration] 러시아 미술, 이동파(Peredvizhniki)의 용기를 바라보기

Nationalmuseum, Stockholm, Sweden

여행자는 이렇게 분류할 수도 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오를 의지가 있는 여행자와 그렇지 않은 여행자. 20대까지만 해도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아름답기 그지없다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마무리하는 러시아 여행을 꿈꿨습니다. 소녀 감성으로 일주일쯤 머리를 못 감는 것 따위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죠. 네,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기차 여행의 로맨스와 러시아라는 미지에 대한 환상, 그리고 오지에서나 느낄 법한 극체험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제 경우에는 그 중 '러시아'에 대한 환상이 가장 컸습니다. 하얀 눈 위의 차가운 러시아 정교식 건축이 쿠바 거리의 뜨거운 원색 풍광보다 이국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에서는 영어권의 대도시가 목표였기에 러시아는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환상은 가득하고, 러시아 여행에 대한 가능성을 낮았기 때문에 스톡홀름 국립박물관에서 러시아 근대 미술전을 우연히 관람하고는 그것에 매료된 것은 당연했습니다. 러시아 미술의 '러' 자도 몰랐던 덕분에 그들이 담아낸 러시아 풍광에, 독특한 색채에, 묘하게 낯선 분위기에 넋을 놓고 두어 시간은 구경 또 구경했습니다. 

이 전시가 러시아 미술을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뭐라고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Peredvizhniki(이동파)'의 대표작들을 모아 놓은 전시(The Peredvizhniki – Pioneers of Russian Painting)였습니다. 러시아와 가까운 북유럽이었는데도 전시의 취지가 '러시아 국립미술관과의 특별한 만남으로 그 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러시아의 걸작들을 소개한다'는 것을 보니 활자로만 보아왔던 '냉전의 시대'가 실감이 납니다.

이동파는 러시아 왕립 미술학교 쯤에 해당하는 아카데미에 대항하여 만든 예술인 단체입니다. 18세기 후반부터 20세가 초까지 활동한 이들은 최초로 '리얼 러시아'를 작품화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인상파 화가들이 주목을 받고 있을 때, 러시아에서는 궁전을 나온 화가들이 서민들의 삶을 화폭에 닮아 도시를 돌며 전시를 합니다. 

The Volga Boatmen, 1870-73, Ilya Repin

이들의 스타일을 분류하자면 단순히 리얼리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 생계를 위해 짐을 끄는 노동자들을 그렸으니까요. 그렇지만 단지 리얼리즘의 계파 중 하나로 보기에는, 소비에트 공산혁명 정부에 의해 해체되기 전까지 그림을 왕국 밖으로 가지고 나와 시골 마을을 돌며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을 공유할 수 있게 하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온실을 뿌리치고 나와 선동가가 된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그럴 용기가 없는 우리는 그것을 바라보며 인정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스톡홀름에 계신 분들은 국립박물관에 들러보세요. 1월 22일까지는 보기 힘든 이 러시아 걸작들을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살인적인 물가의 도시라 가난한 여행객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박물관 지하의 카페테리아 뷔폐식 점심도 괜찮습니다. 비싼 값을 한달까요. 


+ 러시아 Peredvizhniki들의 작품 감상과 함께 큐레이터의 의도를 듣고 싶으신 분은 클릭해 보세요. 스웨덴어지만 영어 자막이 함께 있습니다. 이동파에 대한 설명은 이 블로그에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Dec 31, 2011

[culture] 제2의 '세븐'이 될 것 같은 데이비드 핀처의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트레일러



스웨덴 하면 뭐가 생각나시나요? 저는 복지국가, 볼보의 나라 정도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유럽에 머무는 동안 제가 스톡홀름에 간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티그 라르손(Steig Larsson)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그들에게 스웨덴과 스톡홀름은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소설가의 '밀레니엄 3부작'의 배경이 된 도시로 기억되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스톡홀름에는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 배경지 투어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 작가입니다. 비록 몇년 전에 '나는 일을 더 해야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3부작 중 특히 1부인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는 책만 엄청나게 팔린 것이 아니라 (해리포터와 비교될만한 숫자가 팔렸다네요) 2009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이 영화가 또 리메이크 된다고 합니다. 무려 데이비드 핀처에 의해서 말입니다!


'세븐'과 '파이트클럽' '패닉룸' 그리고 최근의 '소셜 네트워크'를 만든 그 감독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중학교 3학년 때에 본 '세븐'의 마지막 장면은 늘 잊혀지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핀처는 몇 안되는 스타일리스트이자 스토리텔러입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서는 영상, 음악, 대사 등등 모든 것이 기대됩니다.


혹시 <렛미인 Let me in>이라는 스웨덴 영화를 보셨다면, 스웨덴의 겨울이 얼마나 음산한 느낌일지 상상이 될 것입니다. 또한 주요 배경이 스톡홀름의 남쪽 섬인 쇠더말름(Sodermalm), 그러니까 그런지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티스트들의 지역이라니 범죄 영화로 이보다 더 적합한 시공간적 배경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스톡홀름의 카페에 관한 글을 정리하다가 Mellqvist Caffè Bar를 검색했는데, 우연히 이 카페가 스티그 라르손의 단골 카페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링크를 따라가다 저 위의 트레일러를 발견했습니다. 트레일러만 봐도 기대가 됩니다. 미국에서는 2011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예정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그럼 한국에서는 내년 초에 볼 수 있을까요? 



Dec 25, 2011

[culture]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2. 북유럽의 카페 문화와 라페 맘(Latte Mom)

Gildas Rum, Stockholm, Sweden




스웨덴에는 피카(fika)라는 말이 있습니다. 커피와 함께 파이나 페스트리같은 단 맛이 나는 간식거리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그들의 문화를 일컫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이 단어의 의미를 물어보면 선뜻 설명하지 못합니다. 에스키모에게는 눈(snow)을 의미하는 단어가 50개가 넘는다는데, 이렇게 어떤 A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어휘를 가지고 있느냐로 그 문화권에서 A의 중요성을 판단하곤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색에 대한 표현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하죠.


북유럽에서 커피라는 A의 중요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4.5잔의 커피를 마시고, 세계 1위의 커피 소비국인 핀란드는 스스로를 벌크(bulk) 커피 소비자라고 말합니다. 북유럽에서는 19세기부터 커피 문화가 급격히 발달했는데, 그것은 알콜 제조와 판매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해 지면서 그 대체재가 된 것이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북유럽의 커피 문화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Join the caffeine society' 'drinking coffee is a national hobby' 'Nordic coffee culture is all about socializing'과 같은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 북유럽 커피 어휘에 대한 글. 북유럽 커피 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블로그(Nordic Coffee Culture)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이 단어입니다. '라테 맘(Latte Mom)'. 육아 휴직 기간 동안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라테를 마시러 나온 엄마들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8~12개월의 유급 휴가를 즐기는 북유럽의 엄마들이 카페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유급 유가 휴직 기간이 3개월입니다.)


언니의 출산 후에 조카를 데리고 카페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유모차를 끌고 어딘가에 간다는 것 자체가 부담인 서울과 너무 대조적입니다. 서울에서는 엄마들이 시간이 있더라도 남편의 차가 없이 외출을 한다는 것은 노동에 가깝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상상도 못하죠. 하지만 북유럽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데 거의 제약이 없습니다. 심지어 헬싱키에서는 유모차를 끈 엄마들은 뒷문으로 탈수 있고 버스 요금도 무료입니다. 


북유럽의 라테맘이 부러운 이유는 단지 엄마가 되어서도 카페에 갈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 때문이 아니라, 사회 제도나 인프라가 라테맘을 존재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 북유에서 아이를 셋씩 낳는 이유에 대한 기사. 마냥 부럽지만,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으리라 여기겠습니다.















북유럽의 카페 문화를 접하며 또 하나 느낀 것은 카페 문화가 성숙기가 되면 어떻게 변할지에 관한 것입니다. 스톡홀름에 오래 산 친구에 의하면 스웨덴 사람들은 원래 커피를 좋아했지만 카페에 나가서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상업지구가 아니어도 동네 구석구석에 세련된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거지역 가운데에 있더라도 노인 부부, 게이 커플, 한 가족 전체가 나와 카페에서 피카를 즐기니까요. 

서울에도 10년 후 쯤에는 동네에도 하나 둘 카페가 들어설 것입니다. 카페에서 데이트하고, 수다떨고, 시험공부하던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로수길이나 삼청동까지 갈 여유가 없어져도 그 문화를 즐기고 싶은 욕구는 남아 있을테니 이를 알아 본 카페 주인들은 굳이 비싼 상업 지구가 아니더라도 수요가 있는 곳을 찾아 카페 문을 열겠죠.

아 참, 북유럽에는 스타벅스가 거의 없습니다. 북유럽을 통틀어 세 개쯤 있는 스타벅스는 주로 공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의 커피 전문 체인은 적어도 10년은 건재할 것입니다. 그 이후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이 도시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스타벅스, 카페베네, 탐앤탐스, 할리스, 커피빈 등은 다른 형태의 카페가 대체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북유럽 세 도시(덴마크 코펜하겐,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의 베스트 카페를 소개합니다.


코펜하겐, 커피 팩토리 Coffee Factory

코펜하겐에서는 많은 카페에 가 보지 못했지만, 가 본 곳 중 최고의 라테를 만들어 줍니다. 라테에 얹어주는 작게 자른 초콜릿 '조각'이 일품입니다. 시티 센터 근처에 위치해서 쇼핑이나 관광을 하다 들르기 좋습니다. 

Coffee Factory, Copenhagen, Denmark


코펜하겐, 로열 카페 Royal Cafe

로열 코펜하겐에서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음식도 꽤 괜찮습니다. 로열 카페에 대한 리뷰는 이 글로 대신합니다. 


Royal Cafe, Copenhagen, Denmark


스톡홀름, Mellqvist Caffè Bar

모노클에서 꼽은 스톡홀름 최고의 카페입니다. 맛이 최고라기 보다는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고 로컬들에게 사랑받는, 그리고 맛이 균일한 카페입니다. 사랑보다 신뢰를 얻은 카페랄까요. <A girl with dragon tatoo>의 작가로 유명한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도 단골이었다고 합니다.


Mellqvist Caffè Bar, Stockholm, Sweden


스톡홀름, 드롭커피 Drop Coffee (dropcoffee.se)

한 커피 리뷰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한 카페라 스톡홀름을 떠나기 마지막 날에 어렵게 찾아가 봤습니다. 이름처럼 드롭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로스팅도 직접해서 그들만의 맛이 있습니다. 라테가 조금 엷지만 '뭔가 달라'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드롭 커피가 있는 Mariatorget T-bana 역 주변에는 괜찮은 카페들이 꽤 있는데 다 못 가본 것이 아쉽습니다.
Drop Coffee, Stockholm, Sweden



스톡홀름, 코파카바나 Copacabana (kafecopacabana.com)



여행을 좋아하는 게이오빠들이 운영하는 동네 카페입니다. 스톡홀름은 여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남쪽 섬인 쇠더말름(Sodermalm)의 서쪽에 있습니다. 쇠더말음은 바와 카페, 갤러리들로 가득한 스톡홀름에서 최근 가장 핫한 지역입니다. 그 중에서도 코파카바나는 주거 지역에 위치해서 로컬들의 일상을 엿보기에 좋습니다. 물론 맛도 괜찮고요.




스톡홀름, 길다스럼 Gildas rum 



길다스럼은 쇠더말름 가장 중심부에 위치해서 근처의 갤러리나 독특한 숍들을 구경하다 들르기 좋습니다. 특히 배고픈 날에 가 보세요. 양 많은 라테와 맛좋은 샌드위치의 조화가 멋집니다.





헬싱키, Fleuriste (www.fleuriste.fi)



디자인 디스트릭트 내에서 가장 라테 맛이 좋은 카페입니다. 인심 좋은 주인 아주머니는 카페 안에 꽃집도 운영하시는데, 그래서인지 카페 장식도 매일 그 전날 팔다 남은 꽃으로 꾸며집니다. 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더 마음에 들어하실 겁니다.






헬싱키,  Villipuutarha (www.villipuutarha.fi)


뭔가 독특한 분위기를 찾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로컬 친구에게 추천 받았는데,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나 소외계층이 주로 살아서 외면 당하던 칼리오(Kalio)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에 최근에는 이 칼리오에 독특한 공간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헬싱키, Kaffa Roastery (www.kaffaroastery.fi)



로스팅 카페입니다. 여기에서는 커피 판매보다 로컬 카페들을 상대로 원두를 판매하거나 바리스타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테이크 아웃을 해 가거나 잠깐 앉아 있다 가기에 좋습니다. 대신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에는 바로 옆에 있는 Moko Cafe가 좋습니다. Kaffa Roastery에서 가져온 원두로 커피와 음식을 함께 제공합니다. 커피 한 잔 한 후에 인테리어 소품을 구경하다보면 두어시간은 훌쩍 가 있습니다.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2. 북유럽의 카페 문화와 라페 맘(latte mom)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3. 카페의 미래 고객, 에스프레소 긱스 or 컬처 버처



Nov 21, 2011

[brand] 이케아(IKEA)가 열심히 사는 법

지난 이케아(IKEA)에 대한 포스팅은 다소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니다보니 글로벌 브랜드 중 이케아만큼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인 브랜드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노력해서 찾지 않더라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브랜드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돈으로 퍼붓는 매체 광고가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려는 시도와 노력의 흔적들이 느껴집니다. 각 나라의 지사에서 낸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이것을 허락하고 관리하는 본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1. 쇼핑하기 싫어하는 아빠와 남자친구를 위한 시드니의 Mänland입니다.


이케아는 쇼핑하는 부모를 위해서 아이를 맡겨두는 공간인 Småland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만큼 엄마의 쇼핑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아빠입니다. 백화점에 가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며 쇼핑간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들을 목격하곤 합니다. 이런 아빠(남자)들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신세계백화점이나 이케아나 같은가 봅니다. 그래서 이케아는 남자들을 위한 놀이터를 임시적으로 운영해 보고 반응이 좋으면 전 매장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랍니다. 두달 전 쯤 기사에서 발견했으니 지금쯤이면 결과가 나왔겠네요.

관련 기사 링크

2. 스톡홀름의 한 쇼핑몰에 있던 낮잠 호텔입니다.

사진: www.springwise.com

베개 라인을 런칭했을 때였을까요? 2008년에 스톡홀름의 한 쇼핑몰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된 낮잠 호텔입니다. 쇼핑에 지친 고객들이 자신의 잠자는 스타일의 베개를 골라서 15분간 낮잠을 자고 갈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아래 동영상 링크를 따라 가 보시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볼 수 있습니다.

관련 유튜브 동영상

3. 코펜하겐에서는 많은 물건을 산 고객을 위해 자전거용 트레일러를 빌려줍니다.

사진: inhabitat.com
자전거가 일상인 코펜하겐에서는 이케아에 갈 때에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트렁크가 없는 자전거 고객을 위해서 덴마크 이케아에서는 산 물건을 편하게 집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트레일러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

4. 이케아 온라인 중고장터도 있었습니다.

이 케아 매장에 가면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사게 됩니다. 덕분에 처치곤란의 제품이 쌓이기도 하고, 얼마 전에 산 의자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디자인으로 다시 살까하는 충동도 생깁니다. 이런 고객을 위해 이케아는 이케아사랑(www.iloveikea.se)이라는 온라인 중고 사이트를 만들었었습니다. 고객들에게 더 쉽게 이케아 제품을 살 이유를 주었던 것이죠. 이 장터가 활성화 되면 중고 거래 때문에 실제 매출이 떨어지기보다, '별로면 중고 장터에 팔지 뭐' 혹은 '쓰다가 팔지 뭐'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기대했을 겁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랐는지 지금은 이 링크의 페이지가 열리지 않네요.


이케아, 참 열심이지 않나요?

[brand]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2. 아크네(Acne)



쿠플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된 계기는 마레 지구에서 스타일 좋은 파리지앵들이 이 브랜드의 백(천으로 된 쇼핑백)을 메고 다니는 것을 몇번 본 이후였습니다. 사실 런던에서도 쿠플스의 매장을 봤었지만 로고 타입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매장 안에는 들어갈 생각조차 안 하다가, 파리에 넘어와서야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아크네는 잡지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됐습니다. 디자이너인 친구가 이 잡지에 실린 사진들의 느낌이 너무 괜찮다며 추천을 해 준 것이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 였습니다.

아크네 그룹은 본래 1996년 광고/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프로모션용으로 만든 청바지가 히트를 치며 패션사업으로 진출을 하고 대성공을 이룹니다. 지금은 회사가 점점 커져서 광고회사인 Acne Advertising, 디자인 에이전시 Acne Art Department, 영상 프로덕션 Acne Production, 어린이 장난감 회사 Acne Jr, 아트 매거진 Acne Paper, 패션 브랜드 Acne Fashion & Denim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www.acne.se
shop.acnestudios.com


아크네 그룹의 광고 에이전시들 홈페이지에 가서 지난 광고를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들 스스로 independent and unique라는 형용사로 자신들을 설명하는만큼 북유럽에서 가장 창의적인 집단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장난감도 너무 귀여워서 조카를 위해 하나 사주고 싶은 충동이 일고, 아크네 페이퍼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아트 매거진입니다. 이 중 가장 제 관심을 끈 것은 아크네 페이퍼와 아크네 스튜디오(패션) 입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재미있게도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광고 전문가들이 만든 브랜드임에도 ATL이든 BTL이든 어떤 광고도 하지 않는 것이 전략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택한 방식은 어떤 매체에 어떤 이미지를 노출시킬것인가가 아닙니다. 매체를 고르지 않고 매체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아크네 페이퍼입니다. 하지만 이 잡지 어디에도 아크네의 광고는 없습니다. 단지 평균 이상의 판형에 평균 이상의 두께, 그리고 퀄리티를 앞세운 이 잡지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아크네의 아이덴티티로 가득합니다. 최고의 사진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수준 높은 컬럼니스트의 글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닮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자신들은 옷 장사치 혹은 광고쟁이가 아니라 '창작 집단'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이름을 단 잡지를 발행하곤 하지만 이만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잡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검색해 보니 한국의 몇 서점에도 아크네 페이퍼가 들어와 있군요. 무거워서 사올 생각도 못 했는데 여기에서도 구할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왜 아크네는 북유럽 최고의 광고 에이전시이면서 왜 스스로의 광고는 만들지 않을까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정하면서 창작집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고집하고 있을까요? 

요즘 시대에 가장 쿨한 사람들은 바로 아티스트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 세계 확고하고 스타일까지 좋은 아티스트만큼 매력적으로 보이는 집단이 또 있을까요? 진입장벽이 높으니 흠모할 만한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됩니다. 따라서 아티스트같은 브랜드로 인식된다면 모두가 꿈꾸는 쿨한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아크네처럼 그룹 전체가 자신을 창작집단이라고 정의내리고 그렇게 활동하지 못하더라도 많은 브랜드들이 간접적으로라도 아티스트들과 그 브랜드를 연결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G-Star RAW나 Dunhill의 광고, 그리고 스웨덴의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 진행한 크리에이터스 호텔의 경우에서도 이런 경향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아크네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브랜드는 모노클(monocle)입니다. 모노클은 매체 광고도 꽤 진행하지만 잡지를 광고의 도구로 활용하는 전략이 비슷합니다. 모노클은 아크네와 반대로 (브랜드를 메인에 두고 잡지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잡지를 메인으로 브랜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신을 창작집단으로 알리고 싶어하는 이 두 브랜드는 모두 디자인 에이전시와 잡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모노클과 아크네 페이퍼는 일반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잡지들과 달리 작고 큰 갤러리나 아트북 전문 서점에서도 발견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스톡홀름에서 magasin3라는 독특한 갤러리의 작은 도서관에서 몇 권 안 되는 잡지들 중 모노클과 아크네 페이퍼가 모두 놓여져 있는 것을 보고, 이건 우연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다른 도시의 많은 아트북 서점이나 갤러리 도서관에서 모노클 혹은 아크네 페이퍼를 봤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의 고리에 꿰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분명 두 브랜드는 잡지가 놓이는 공간을 관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유통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로 아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놓아둠으로써 '모노클, 아크네 = 예술을 좀 아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결국 쿨한 브랜드, 그래서 더 높은 값을 지불할만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가장 돈을 많이 그리고 잘 쓰는 소비자 군 중 하나인 '유사 디자이너 군'을 타겟으로 삼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예뻐서 용서한다"라는 말을 하며 지갑을 여는 소비자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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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2. 아크네(Acne)



Nov 6, 2011

[brand] 브랜드를 책으로 배웠어요 4. 방 짓는 가구, 이케아(IKEA)

한국에도 이케아(IKEA)가 들어온다 아니다로 시끄럽다 말다 하기를 몇년째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들어온다죠? 아직 찾아보지는 못했는데 누가 들여올 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그리고 가장 슬퍼할 기업 중 하나는 이랜드가 아닐까 합니다. 모던하우스로 시장을 키워놓자마자 공룡이 발걸음을 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또 모르죠, 시장이 더 커져서 함께 즐거워할 지도요.


이케아는 굳이 케이스 스터디로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 알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온라인을 통해서 이미 구매를 해본 사람들도 있을테고, 어학연수나 유학 등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모를리 없습니다. 그래도 간략한 정보를 위해 <이케아 (스웨덴 가구왕국의 상상초월 성공 스토리)>의 북 리뷰를 네이버에서 가져왔습니다.


"2005년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대 부호이자 20세기 최고의 기업가인 '잉바르 캄프라드'. 그는 17세에 설립한 이케아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낸 천부적인 사업가이다. 이케아는 32개국에 202개의 점포, 9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해마다 4억 5만 명이 이케아의 가구를 구매한다. 실용적인 디자인, 합리적인 구매, 제품의 완벽한 물류관리 등으로 세계 전역에서 성공하며 세계의 스타일을 주도하고 있는 이케아.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엄청난 성공으로 이끌었는가?"


이 리뷰가 설명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디자인, 구매(가격), 물류가 이케아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입니다. 디자이너들은 북유럽 감성이 녹아져 있는 색감과 패턴, 그리고 실용적인 디자인에 감탄하고,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조립을 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매장까지 가서 힘들여 사와야 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을 감내하게 할만한 저렴한 가격에 감탄하고, 비즈니스맨들은 이 가격을 가능하게 하는 완벽한 물류 시스템에 감탄합니다. 블루오션, 가치사슬 등 거의 모든 혁신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기에 수많은 경영대학원에서 사례연구로 다뤄졌습니다.


덕분에 경영학 수업 시간에서부터 브랜드 관련 기사를 쓰는 일을 하는 동안까지 월마트, 델 컴퓨터, 아마존 등과 함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브랜드입니다.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많은 정보만 축적되어가다보니 멜번에서 생애 처음 이케아 매장에 방문하면서도 이미 다녀와 본 듯한 착각에 태연했습니다. 




(사진 촬영이 금지였지만, 나쁜 의도는 없으니 최소한의 사진만 업로드합니다.)


매장은 어느 도시에서나 도심에서 꽤 떨어져 있고, 각기 컨셉이 다른 방에 적절한 가구와 소품들이 조화롭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감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맘에 드는 방을 골라 그 방의 모든 제품을 사도 될 만큼 각 방의 컨셉에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품질이 좋지는 않아 몇년 못 쓰고 다시 사야 하겠지만요. 눈에 찍어둔 제품은 코스트코같은 아래 창고에서 픽업을 해서 계산하면 됩니다. 한 번 들어가면 매장을 거의 다 돌고서야 계산대로 나올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져 있고, 나오고 나면 피곤했을 우릴 기다리는 1달러짜리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이케아의 매장 체험기는 책으로 배운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그랬을까요. 상상이 실제로는 이렇게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웠던 것은 스웨덴에서 카우치 서핑으로 만든 친구의 이케아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하나는 이케아와 관련된 스웨덴의 인테리어 문화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에 관한 논란입니다. 


멜번, 런던, 베를린 할 것 없이 젊은 친구들과 집을 함께 쓰거나 유학생의 방을 빌려 쓸 때에는 어김없이 '이케아로 만든 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거의 모든 가구와 소도구, 주방용품이 이케아 제품으로 이뤄진 방에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두 번째 카우치 서핑을 하던 집은 이상하게도 이케아 제품이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왜냐고 물어보자, 굳이 필요가 없기 때문이랍니다. 이케아는 필요없는 물건도 사게하는 곳이라며 요즘 스웨덴에서의 인테리어 열풍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30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아이 교육, 해외로 떠나는 여름 휴가, 그리고 카페 문화에 마치 게임을 하듯 시간과 돈을 쓰는 이들이 자신도 신기하다며 말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서는 이케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집안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철마다 집안 분위기를 바꿀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인테리어 디자인에 열광할 수 있게 하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이케아가 스웨덴의 대표 기업인 것은 말 한 것도 없으니, 이 브랜드의 창업자는 스웨덴에서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많은 스웨덴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존경받는 기업인인지요. "굉장한 부자지만 굉장히 검소하다"라는 예정된 대답 뒤에 이어진 "그런데 그가 나치주의자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은 저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이냐고 몇 번 물어 본 뒤 검색을 해 보니, 그는 독일계 스웨덴인이고 젊은 시절 나치를 후원했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젊은 시절의 치기였다고 인터뷰를 한다지만, 히틀러의 '히'자를 꺼내는 것에도 예민해지는 유럽에서 그런 과거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케아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구글에 ingvar kamprad를 치면 nazi가 함께 자동완성되는 것을 보고는 기분이 묘했습니다. 


현지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서 물을 때 어김없이 이야기하곤 하는 삼성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국의 대표 기업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건희 회장의 탈세 문제나 <삼성을 말하다>와 같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에 자랑스러워 할 수만은 없어 합니다. 그 친구 역시 제가 이케아에 대해서 물었을 때 같은 감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책으로만 배운 브랜드인 알디도, 버진도, 이케아도 삼성처럼 전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유명 기업이지만 감추고 싶은 혹은 떳떳하지 않은 공공연한 비밀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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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3, 2011

[culture] 영국인, 호주인, 덴마크인, 스웨덴인, 노르웨이인, 그리고 핀란드인 발견



"너희 나라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은 뭐야?" 이 질문은 새로운 문화권에 갔을 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에 좋고 또한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동시에 그 나라의 경쟁관계나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나라의 스테레오 타입도 함께 물어보곤 합니다.

런던에 사는 영국인 친구에게 호주인과 영국인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해서 물었을 때입니다.

"호주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은 뭐야?"
"(조심스럽게) 음... 남자들의 경우엔 시끄럽고, 서핑, 갈색 피부, 그리고 맥주랑 바베큐?"
"그럼 영국은?"
"우리야 늘 날씨에 대한 불만 투성이지. 그리고 줄서기?"

아래의 윔블던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항공 촬영 했다면 얼마나 반듯하고 차분하게 줄을 서는지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영국 사람들은 정말 줄을 잘 섭니다. 스스로도 잘 서는데 윔블던에는 수많은 스튜워드라고 불리는 스탭들이 줄서기를 도우며, 우리로 치면 대기번호를 Queue Card라는 이름으로 나눠주기고 하고, 함께 나눠준 작은 리플릿에는 윔블던에서 줄 서는 법에 대한 페이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영국인들의 줄서기에 대한 열정은 남다릅니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서 필요한, 줄을 섰다는 증거 자료, Queue Card
줄 잘 서는 만큼 기다리기도 잘 하는 영국인들
한 스튜어드, 그리고 밤샘의 흔적
드디어 입장!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유럽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입니다. 핀란드의 한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은 뭐야?"
"알콜릭에 말이 많지 않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 그리고 사우나?"
"그럼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이킹, 빨간머리, 그리고 스키?"
"스웨덴은 어때?"
"스웨덴은 좀 세련됐지. 그리고 거의 모든 남자가 게이야."
"하하하. 그런 마지막 덴마크 사람들은?"
"그들은 언제나 행복해."

우리는 북유럽 전체를 하나의 나라로 보며 바이킹의 후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는 미묘한 차이들로 서로를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바이킹의 후예는 노르웨이인들이랍니다. 지리적으로 보면 핀란드와 아이슬란드까지를 북유럽으로 보지만, 사실 핀란드는 문화적으로 북유럽 3국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언어가 우랄-알타이 어족이어서 스칸디나비안보다는 오히려 중앙아시아나 우리 한국과 그 기원이 같습니다. 심지어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들은 서로의 언어를 말할 줄은 몰라도 들으면 거의 이해할 만큼 비슷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 없습니다. 북유럽 사람들은 거의가 영어를 잘 하니까요. 

언어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들의 서로에 대한 침략의 역사를 살펴보면 또 다른 미묘한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덴마크와 스웨덴 왕국이 나머지 나라를 침략하면서 생긴 역사지만요. 그 중 가장 약국은 핀란드였습니다. 핀란드는 오랫동안 스웨덴의 지배를 받다가 최근에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독립한 지 1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러시아에 대한 감정보다 스웨덴에 대한 감정이 더 안 좋답니다. 그래서 스웨덴 대 핀란드의 아이스하키 경기(아이스하키가 가장 인기 있는 종목)가 있는 날이면 한일전를 방불케 한답니다. 

핀란드는 북유럽에서 유일한 공화국이기도 하고,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여서 굉장히 소박한 분위기입니다. 유일한 공화국이라는 말은 왕족 혹은 귀족이 없기에 계급 사회를 경험할 일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내고도 불만 없이 살아가는 것이겠죠. 덕분에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사회 구조가 만들어 졌습니다. 대부분 급속한 변화는 어딘가를 곪게 만듭니다. 하지만 핀란드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덜 곪은 이유는 (핀란드, 그리고 헬싱키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나라, 도시로 늘 선두에 있고, 대부분의 핀란드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가진 위기의식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가 이런말을 했었습니다. 미국이 얼마간 계속 세계 최고 자리에 있을텐데, 그 이유는 그들 스스로 언제든 자신들은 순식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국과는 참 대조적입니다. 국내 기업 중에 NHN도 그렇다고 하는데 지켜볼 일입니다. 아무튼 핀란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핀란드와 한국의 공통점으로 높은 교육열을 찾아 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 '우리는 가진 것 없는 나라'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핀란드나 우리는 지하자원도 선조들이 남긴 유산도 많지 않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느낀 실망은 우리가 사교육열에 가깝다면 이들은 공교육열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는 저를 또 한 번 놀라게 하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나라에서 특정 학과의 졸업생 비율을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저널리스트로 일 하고 있는 이 친구는 요즘 저널리즘을 전공한 졸업생들이 너무나 많아져서 이 시장의 경쟁이 과도하게 치열한데, 국가에서 졸업생 수를 조절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핀란드가 강력한 디자인 국가가 된 이유 중 하나도 국가 차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며 그 수를 늘이고 그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일할 수 있을 만한 일 자리도 동시에 관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우리도 하겠지만 얼마나 적극적이냐와 단지 졸업생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졸업 이후 취업까지 내다 본 다는 것이 다를 것 같습니다. 

스테레오 타입에서 시작된 대화는 흘러흘러 한국의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물어봤습니다. 

"그럼 너희 핀란드 사람들의 불만은 대체 뭐야?"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이겠지만 술이 비싼 것이랍니다. 술이 너무 비싸서 사람들은 배를 타고 에스토니아 탈린에 가서 보트카를 캐리어 가득 사오곤 한답니다. 밤이 길어 술이라도 마셔야 하는 핀란드의 겨울인데, 술이 너무 비싸니까요. 그래서 핀란드에서 알콜릭은 커다란 사회문제 중 하나입니다. 핀란드 사람들을 그려놓은 카툰에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 이유도 이 때문이었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스칸디나비안들의 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하나 소개해줬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Scandinavian and the World라는 이 사이트는 유럽사람들에게도 꽤 인기가 있나봅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인의 특성을 보여주는 카툰이 연재는데, 저로서는 서너번 읽고 아래 간단한 코멘트 까지 읽고, 때로는 구글의 도움일 받고서야 겨우 웃을 수 있는데, 이들은 후루룩 보고도 깔깔거리곤 합니다. 이들이 보는 미국인은 거만하고 언제나 신을 찾는 오버 액션형 인간, 핀란드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해도 다른 스칸디나비안들이 자신들을 놀린다고 생각하는 소심한 인간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culture] 거리에서 브랜드를 생각하다

S E O U L, B R A N D  V I E W 


며칠 전에 가로수길에 다녀왔습니다. 역시 서울은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쉴새 없이 무언가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뜨거운 도시입니다. '빨리빨리'가 우리의 약점이라 여겨지기도 하지만 커다란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변화의 여지가 크니까요.

가로수길에 새로 생긴 한 카페에서는 요즘의 대세가 뭔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각자가 가진 경험들을 쏟아 놓고 이야기 하다보니 어느새 괜찮은 카페의 컨셉이 하나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컨셉은 너무 괜찮아서 비밀일 정도로 모두가 동의했지만, 문제는 '어디에' 열어야 할 것인가 였습니다.

홍대, 가로수길, 삼청동, 이태원은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그 다음으로 효자동, 가회동, 유엔빌리지, 경리단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서판교까지 갔다가 다시 가로수길로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임대료'였습니다. 뜬다는 거리는 어김없이 임대료가 비싸고, 곧 뜰것 같은 거리는 곧 비싸질 것이고, 우리의 카페는 한 곳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데 과연 비싸지는 임대료를 감당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친구들이 합정으로 갈 것이냐 차라리 대전으로 갈까로 고민하는 사이 저는 혼자 '언제부터 이렇게 거리가, 동네가 브랜드화 되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브랜드화 되었다기 보다는 '이제는 거리를 브랜드라고 우겨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브랜드라는 말이 일상화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맞을것 같습니다. 가로수길, 경리단길, 서래마을. 각자가 가진 아이덴티티가 있고, 소비자들은 그 동네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값을 지불합니다.

브랜드(brand)라는 말은 옛날 옛적에 소와 같은 가축을 키우는 사람들이 자기 소유의 가축을 구분하기 위해 뜨겁게 달궈진 쇠로 소의 엉덩이 등에 찍은 마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디에나 브랜드라는 가져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지만 사실 브랜드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5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계의 구루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아커, 케빈 켈러, 장 노엘 캐퍼러 모두 브랜드 이론의 1세대이지만 아직도 정정 하십니다. 브랜드가 경영학에서 하나의 실제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브랜드라는 말이 처음에는 회사의 로고 정도로 받아들여 졌지만, 지금은 이렇게 어디에도 브랜드를 가져다 놓아도 어울리는 이유는 이것은 하나의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에게 유용한 관점이기에 상업적으로 비추어지기도 하지만 브랜드적 사고는 어쩌면 일상의 효율화를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창업을 할 때에도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 돈을 많이 벌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브랜드로 만들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면접을 볼 때에도 어떻게 하면 나를 브랜딩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동네 세탁소 아줌마에게도 나는 어떤 브랜드로 비춰질까를 생각해 보면 당연히 실보다 득이 많을 것입니다. 자칫 과하게 포장을 하면 사기꾼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브랜드의 핵심은 아이덴티티, 즉 자기 정체성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유니타스브랜드에서 배운 '자기다움으로 만드는 남과 다름'이라는 말이 가장 훌륭한 브랜드에 대한 정의가 아닐까 합니다. 



O T H E R  C I T E S,  O T H E R  T H O U G H T S


정신을 차리고 친구들의 수다에 다시 합류했는데 이번에는 UV의 신곡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이태원 프리덤' 중 "강남 사람 많아, 홍대 사람 많아, 신촌은 뭔가 부족해"를 흥얼거렸습니다. '역시 UV는 달라...'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입니다. UV를 아끼기에, 이들의 이 한 소절을 '거리 아이덴티티에 대한 풍자'라고 맘대로 해석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문득 거리 브랜드에는 뭔가 다른 역학관계가 함께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제 졸업 논문 주제가 '홍대 문화 정체성과 형성 과정'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2005년이었네요. 그때 논문을 같이 쓴 친구와 술파는 꽃집의 사장님, 빵의 대표님 등을 인터뷰하며 우리가 먹고 마시는 그 공간을 둘러싼 갈등과 고민을 주저리주저리 적어 놓았던 생각이 납니다. A+를 주신 서동진 선생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요? (네,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논문을 쓰면서도 나중에는 "뭐야, 결국 부동산 문제잖아"라고 결론 내렸던 기억입니다. 홍대라는 지역의 정체성이 만들어진 것도 임대료가 싼 지역을 찾아 아티스트들이 모여들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뿌리 내리게 했고, 덕분에 문화지구라 불리게 됐지만 그 흥미로운 곳에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려는 자본이 몰려들고, 임대료는 상승하고 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아티스트들은 또 다른 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홍대를 누가 문화지구라고 할까요, 최고의 상업지구겠지요. 그 경계가 더더더 넓어져서 이제는 홍대와 신촌, 그리고 합정을 구분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거리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부동산이라는 역학관계가 함꼐 돌아가고 있는 것은 비단 홍대나 삼청동, 가로수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멜번에서는 피츠로이(Fitzroy), 런던에서는 이스트 런던, 베를린에서는 프렌츠라우어(Prenzlauer), 스톡홀름에서는 쇠데르말름(södermalm)이 모두 같은 문제를 겪었거나 겪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는 과거 동독 시절 부촌이었던 프렌츨라우어가 지금은 여피족이나 돈 잘 버는 아티스트들의 주거 단지가 되면서 비싸지고, 베를린의 싸다는 물가를 듣고 찾아온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은 남쪽의 노이쾰른 쪽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임대료에 휘둘리는 삶을 참을 수 없자, 임대업자들을 대상으로 시위를 하도 한답니다. 베를린은 타헬레스(kunsthaus tacheles,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폐건물을 불법 점거해서 그곳에서 작업을 하며 예술의 성지가 된 곳, 그러나 지금은 관광지에 가까운)를 탄생시킨 정신을 가진 도시니 이런 적극적 활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멜번에서는 피츠로이의 브런즈윅(Brunswick st.), 스미스(Smith st.), 거트루드(Gertrude st.) 스트릿 부근이 그렇습니다. 피츠로이는 런던의 브릭레인(Brick lane)처럼 이민자들이 살던 동네에 아티스트들이 모여들면서 소규모의 갤러리나 독특한 바, 카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hot하다는 바나 카페들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임대료는 점점 상승하고 그 임대료를 감당할만한 부자들이 원주민(?)들을 몰아내는 전형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다보니 컨텐츠에 자신이 있는 곳들은 비싼 임대료를 일부러 감당하면서까지 그곳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쌩뚱맞은 곳에 둥지를 트는 경우도 많습니다. 멜번 최고의 라테를 맛보게 해 주었던 오마르앤더마벌러스커피버드(omar and the marvellous coffee bird)나 옥션룸(Action Room), 코인론드리(coin laundry) 모두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언제나 찾는 사람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멜번에 머무는 동안 하루는 피츠로이에서 놀다 왔다고 하자 하우스 메이트였던 멜번에서 오래 산 태국 친구가 유튜브 동영상을 하나 보여줬습니다. "그거 알아? 브런즈윅에도 페이크(fake)들이 많아"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브런즈윅에는 '브런즈윅 스타일'로 꾸며 놓고 오리지널, 그러니까 가난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정신세계를 담아 쿨 하게 만든 카페나 숍, 인척 하는 곳들이 많답니다. 그래야 클러스터 효과를 봐서 비싼 임대료에 대한 보상을 조금이나마 받을테니까요. 아래의 뮤직비디오의 일부는 그들을 비꼬고 있답니다.






최근 다시 이 영상을 보며 가사를 함께 봐도 100% 이해할 수 없는 걸 보니, 멜번 사람들의 일상을 모르고서는 이 뮤직비디오를 봐도 피식 웃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곡을 만든 The bedroom philosopher는 코미디언이자 저널리스트이자 풍자가입니다. 이 사람의 짧은 인터뷰를 찾아보니 미국 문화, 영국 문화에 쌓여 정작 호주다움을 못 찾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아쉬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세 번째 앨범은 멜번의 86번 트램 루트를 따라가며 얻은 영감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86번은 개발 붐이 불고 있는 도크랜드와 멜번CBD, 피츠로이를 지나 저 북쪽의 노스코트(Northcote)까지 가는 트램입니다. 다양한 이민자에서부터 비즈니스맨, 아티스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트램이니만큼 멜버니언들의 정체성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은 트램입니다. 하지만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아니라 자학 개그에 가깝습니다. 최근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이 생각났습니다. 덕분에 이 앨범은 멜번, 그리고 호주 사람들의 상당한 공감을 얻은 이 앨범은 2010년 멜번 코미디 페스티벌과 각종 호주 음악 어워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나 봅니다. 



거리가 가진 정체성으로 돈을 버는 임대업자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사람들을 웃게하고 동시에 생각하게 하는 아티스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