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조르바라는 카페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입니다. 아일랜드 조르바는 제주도에 있는 한 카페입니다. 현무암 바위 위나 저 의자들 중 하나에 앉아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하고 왔으면 좋았을텐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는지 일 주일 중 문을 닫는 날이라 빈 카페만 어슬렁거리다 왔습니다.
1~2년 전에만 해도 해안도로를 달리다 들러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테이블도 하나 없는 카페였다는데 이제는 테이블도 꽤 갖추고 음식도 파는 유명한 곳이 되었습니다. 현지인보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올레길을 걷는 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생애 두 번째 제주 여행에서 느낀 건 새삼스러운 이 섬의 아름다움만이 아닙니다. 어느새 제주, 서귀포시까지 파고 든 카페 문화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홍대, 가로수길, 삼청동을 넘어 부암동, 효자동, 경리단길까지인줄 알았던 카페들이 이제 동네로, 심지어 제주도에도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뿌리를 내린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금새 사라질 것같지가 않거든요. 카페 '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바리스타, 바리스타 양성 기관, 카페 주인을 꿈꾸는 사람들, 인테리어 사업자, 에스프레소 머신 생산자, 아프리카나 브라질의 커피 농장주들까지 관련된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습니다.
얼마전 읽은 기사에서는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이 10년 전에 비해서 엄청나게 늘었다며 커피 시장의 포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글쎄요. 그 기사의 걱정대로 거리의 수많은 커피 전문점 중 대부분이 과거의 조개구이집이나, 일본식 돈가스집, 찜닭집들 처럼 유행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말했듯 너무 많은 인력과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는 산업이고, 너무나 식상해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문화'라는 단어의 타이틀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이것은 서울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서구에서도 과거와 달리 단지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려 만든 라테나 카푸치노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드니나 런던, 스톡홀름에서도 커피 문화가 아닌 카페 문화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끼는 잡지 <모노클MONOCLE>에서는 얼마 전 '새로운 커피 세대 A new generation of coffee'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적인 카페 열풍과 도시별 대표 카페들을 소개했습니다.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카페입니다. 라테를 워낙 좋아하는데다, 여행자에게 서울에서보다 싼 값으로 맛있는 라테 한 잔에 두어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카페는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덕분에 매 도시에서 유명하다는 카페를 찾아 다니게 됐고, 자연스레 각 도시의 카페 문화를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시민들과 미디어, 주 정부가 하나가 되어 카페 문화에 열광하고 있는 호주의 멜번이나, 육아 휴직 동안에 유모차에 아이를 싣고 나와 라테를 즐기는 엄마를 뜻하는 라테맘들이 북적이는 스웨덴의 스톡홀름, 카페 문화의 원조인 파리에 생겨나고 있는 파리스럽지 않은 카페들. 도시마다의 그 도시의 문화를 기반으로 한 다른 특색의 카페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커피로 문화 읽기, 카페로 도시 읽기'. 어떤가요? 모든 도시를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잊어버리기 전에 각 도시에서의 기억을 끌어내어 진화 중인 커피와 카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 형식으로 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첫 도시이기도 했던, 호주의 멜번입니다.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2. 북유럽의 카페 문화와 라페 맘(latte mom)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3. 카페의 미래 고객, 에스프레소 긱스 or 컬처 버처
나중에(내년이 될지 5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혹시 카페를 준비하게 되면 후배한테 컨설팅 받아야겠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ReplyDelete보내길...
네 :) 얼마든지요!
ReplyDelete안녕하세요. 월간커피의 최미선 기자라고 합니다.
ReplyDelete커피와 문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워 댓글 남깁니다. 저희 잡지에 외고 관련 문의를 드리고 싶습니다.
010-9141-3829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