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1, 2011

[brand]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4P(Price, Place, Product, Promotion) 중 가격이나 유통 전략을 무시하고, 제품이나 프로모션으로만 보았을 때 한국에 들여오고 싶은 패션 브랜드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파리(프랑스) 브랜드 쿠플스(Kooples)이고 다른 하나는 스톡홀름(스웨덴) 브랜드 아크네(Acne)입니다. 이 둘은 제품과 브랜드 컨셉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프로모션 전략 중 특히 광고 전략이 멋집니다. 이들이 자신을 알리는 방식만 살펴봐도 얼마나 통합적 브랜딩을 능숙하게 실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쿠플스의 컨셉은 '커플(couple)'입니다. 브랜드의 하나부터 열까지 거의 '커플'이라는 아이디어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브랜드의 광고 모델들입니다. 예상하셨다시피 실제 모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커플들이 프로 모델 뺨치도록 아름다워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커플 맞아? 모델 고용해서 커플이라고 연기시킨 것 아냐?'라는 의심을 살 정도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런 의심을 품고 파리에서 쿠플스 매장의 문이 닳도록 들락거리다 결국 블랙진을 하나 사면서 점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지난번에 여기서 가져간 잡지를 보니까 이 모델들이 실제 커플이라고 써 있던데, 진짜야?"

"나도 진짜 커플들로 알고 있어. 본사에서 그렇게 말해주니까. 그런데 누가 알겠어? 때로는 나도 궁금한걸. 내가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이거야."



믿는 수밖에 없지만, 제 결론은 진짜 커플과 가상의 커플이 적절하게 섞여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 홈페이지(www.thekooples.com)에 가보면, 지금 첫 화면에 이번 시즌의 신상품을 입은 새로운 커플의 스토리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the kooples를 검색하면 지난 시즌에 광고 모델이었던 커플들의 스토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아름다워서 마음에 드는 커플은 초등학교때부터 알아서 9년이나 만났다는 'Jonas & Venus'입니다. 하지만 몇몇은 눈빛이나 자태를 보아하니 고용된 모델같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진짜 커플인지 아닌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구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브랜드의 컨셉은 커플(만남)입니다. 광고 모델이 서로 다른 두 인격체의 만남을 강조하고 있고, 디자인 컨셉도 프랑스와 런던의 만남, 모던과 빈티지의 만남이고, 프로모션 컨셉도 브랜드와 음악의 만남입니다. 때문에, 가짜 커플이라면 이 브랜드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에 거짓을 심어놓은 꼴이 되는 것입니다. 진정성 여부로 심각해지지 않더라도 진짜 커플인지 아닌지는 의미를 떠나 이 브랜드에게 중요합니다. 사실 가십을 즐기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참 영리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거 알아? 그런데 그들 진짤까?"라고 하며 입소문을 만들게 하고, 그럴수록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강해질테니까요.


광고와 광고 모델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유튜브에서 영상 광고들을 찾아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실제 커플들의 1분도 안 되는 인터뷰 영상이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상품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쿠플스를 입을만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 그들이 어디에서 만났고 어디에서 데이트를 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이는 곧 쿠플스 타겟들의 행동 반경이 됩니다. 또한 영상이 촬영된 거리는 홈페이지에서도 밝혔듯 이 브랜드 정체성의 한 부분입니다. '거기를 지나가다 스쳐 지나갈만한 멋진 커플들이 입는 옷'이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니까요. 


적은 비용(모델료)으로 만든 이 짧은 영상의 임팩트가 강한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나도 이들 커플처럼 멋드러지게 입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뿐만이 아니라, 이들의 대화 속에서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가 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꽉막힌 프랑스 브랜드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한 열린 태도는 모델 선정에서도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와 시드니 출신의 커플, 뉴저지와 베를린 출신의 커플, 그리고 게이 커플들이 불어가 아닌 영어로 인터뷰를 합니다. 


쿠플스의 홈페이지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잡지를 보면 이렇게 파리 안에만 머물지 않고 '파리 밖'으로 나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의 오리지널리티를 런던의 유서깊은 재단사의 거리인 *새빌 로(Savile Row)에서 가져오고,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의 한 명인 알렉산더 맥퀸을 상징하는 해골 문양을 주요 패턴이나 심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그렇습니다. 런던과 파리는 서로를 무시하는 동시에 질투하는 경쟁적인 관계에 주로 있었는데, 쿠플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런던을 끌고 들어와 자신을 프랑스-영국(Franco-British) 스타일이라고 말합니다. 


또 하나 광고를 보고 느낀 것은 파리지앵의 감각입니다. 호텔 코스테(hotel costes) 관련 포스팅에서도 이야기 했듯, 파리 사람들의 감각은 남다릅니다. 이 영상 광고의 촬영 방식을 살피거나 배경음악만 듣고 있어도 '감각 좋은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특히 음악은 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브랜드와 문화의 만남이 이것입니다. 쿠플스는 패션 브랜드 런칭과 동시에 같은 이름의 인디 뮤직 레이블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커플 뮤지션들의 음반 발매를 지원합니다. 아마도 이 영상의 배경음악 역시 이 레이블의 음악일 가능성이 크겠죠. 


광고만 살펴봐도 참 재밌는 브랜드 아닌가요? 실제 모델 커플, 런던과 파리라는 커플, 패션과 음악이라는 커플, 모던과 빈티지라는 커플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컨셉에 충실한 보기 드문 브랜드입니다. 




*새빌로
런던에는 특색있는 거리들이 많은데, 그 중 새빌로는 영국 신사들이 장인들에 의해 한땀 한땀 만들어지는 정장을 맞추러 가는 곳입니다. 이 거리에는 100년도 넘는 전통을 지닌 많은 수트 전문점이 있는데, 유명한 알렉산더 맥퀸은 이 거리의 한 숍에서 견습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현대식 남성복인 영국식 수트는 사실 프랑스에서 건너왔다는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한 영국의 브르조아 계층은 프랑스 지배층의 패션을 흠모했습니다. 그래서 기계화된 방직공장에서 프랑스 귀족들의 의상을 대량생산한 것이 수트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파리 브랜드 쿠플스는 런던의 새빌로에서 오리지널리티를 가져오고, 새빌로의 오리지널리티는 다시 프랑스로 가야 찾을 수 있습니다. 쿠플스는 알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여기 쿠플스와 관련된 좋은 기사를 찾았습니다. 뭔가 다르다 했더니, 어머니도 남다르고, 창업자인 세 형제의 전공도 남달랐습니다. 패션과 마케팅, 그리고 사회학의 만남이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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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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