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with label paris.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paris. Show all posts

Jan 27, 2012

[culture] 멜번, 런던, 파리의 공공 도서관 이야기


Melbourne State Library


아프리카의 투와레그 족에는 '한 명의 노인이 죽는 것은 하나의 도서관이 불 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한 귀로 흘려버리게 된 핵가족화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배울 지혜를 책에 의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책에 많은 빚을 지고 있지요.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뉴욕도서관 10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도서관의 디렉터는 한 인터뷰에서 도서관에 대하여 이런 말을 남긴적이 있습니다. "You walk inside and suddenly you feel anything is possible. And there are so many real treasures inside." 실제로 여행을 하다 지쳐갈 때 즈음에 도서관에 가서 사진집이든 여행책이든 잡지든 무엇이라도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고 있다 보면 어느새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요즘 한국의 도서관들은 책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공부할 자리를 맡으러 가는 독서실이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동시에, 사회의 자정작용을 믿는 제게 들려온 최근 파주 출판단지의 한 도서관 이야기는 반가웠습니다. 그 도서관은 도서관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의미로 부러 열람실 없는 도서관을 열었다고 합니다.

야구 구단 마케팅 팀에 계시는 선배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나라의 입시 정책과 노동 정책이 바뀌면 프로야구 시장은 완전히 변할거야." 이 둘이 바뀌면 비단 프로야구와 도서관뿐만 아니라 뭔들 안 바뀔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며 즐겨 찾았던 도서관들을 소개합니다. 도서관은 여행자에게 생각보다 유용하고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대부분 무료 와이파이가 지원되고 그 도시의 여행책자나 한국에서 찾을 수 없는 책들이 발견되가도 하며 왠지 로컬들의 일상을 엿보고 있는 기분도 듭니다. 여행이 지루해질 즈음이라면 도서관에 들러보세요.


멜번 주립 도서관 (Melbourne State Library)
멜번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중 문학의 도시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건너온 문학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곳이며 덕분에 초기부터 출판업이 번성했고, 시드니보다 '문학적'인 도시로 통합니다. 이 도시의 특색을 알지 않더라도 여행자로서 멜번에 간다면 멜번 주립 도서관은 들를만 한 곳입니다. 이 도시의 많은 젊은이를 만날 수 있고, 아무런 제지없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무료 전시나 공연도 종종 열리니 홈페이지나 도서관에 비치된 책자를 보고 그 날의 행사에 놀러가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무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1층 입구 맞은편 끝의 예술의 방은 사진집과 그림집을 마음껏 볼 수 있고, 3, 4층의 열람실은 고풍스러운 나무 책상과 의자에 앉아 우아하게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동서양을 막론하고 엎드려 자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또한 입구 왼쪽의 Mr. Tulk라는 카페는 커피와 음식이 무난하고 위치가 좋아 주말에는 거의 자리가 없으니 여유로운 시간대에 들러보세요. 

멜번 시립 도서관 (Melbourne City Library)
시립 도서관은 주립 도서관에 비하면 단독 건물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규모도 작지만 왠지 아담해서 또 다른 분위기를 냅니다. 그런데 시립 도서관에는 책을 보러 가기 보다는 약속 장소로 활용하거나 1층의 분위기 좋은 카페 저널(Journal)을 더 많이 이용했네요.

시드니 커스텀 하우스 (Sydney Custom House)
호주의 도서관들은 대부분 대중에게 오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다 쉬거나 책이나 잡지를 보기에 좋습니다. Circular Quay 근처 커스텀 하우스는 책도 책이지만 1층의 잡지와 신문 코너가 좋습니다. 호주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신문과 잡지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분위기도 좋달까요.

런던 대영 도서관 (British Library)
브리티스 라이브러리는 안타깝게도 여행자에게는 출입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영국 거주자 혹은 외국인 중에서도 조사의 목적이나 특별한 허가를 받은 사람에게만 오픈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찾은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많아서였지만) 1층 박물관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본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헤드폰을 끼고 성우가 그것을 읽어주는 것을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자상하고 때론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읽어 줍니다. 

이 도서관은 박물관에 가까운 도서관이어서인지 출입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모든 짐을 맡겨야 하고, 들고 갈 수 있는 문구류도 연필류로 제한되는가 하면, 사진 촬영도 금지고 등등 책을 잘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영 도서관을 제외한 공공 도서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어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에 좋습니다. 가방 검사를 하긴 하는데, 그것은 음식물 반입 때문입니다. 숙소 근처에 있던 켄징턴 공공 도서관에 종종 찾았는데 놀란 것은 그들도 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같이 도서관에 간다는 것입니다. 

파리 국립 도서관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파리 국립 도서관은 미테랑 도서관으로 더 유명합니다. 문화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미테랑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파리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베르시 공원에 들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La Cinematheque Francaise) 구경을 하고 작은 다리만 건너면 국립 도서관입니다. 

이화여대 ECC를 설계해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책을 네 권 세워놓은 형태로 지은 건축물 자체도 멋집니다. 이곳 역시 회원카드가 있어야 열람실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책을 보기에는 무리지만 워낙 건물이 웅장해서 건물 구경만 해도 흥미롭습니다. 카페테리아 정도는 이용할 수 있으니 현지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맛도 있습니다. 파리지앵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은 잘 상상이 안 갔는데 이 곳에 가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득한 것도 의외였습니다.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Dec 16, 2011

[trend] 런던 공공 자전거의 또 다른 이름, 보리스 바이크

(telegraph.co.uk)

2008년 영국의 한 '베스트 셀러브리티 헤어스타일' 투표에서 해리 왕자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인물이 있습니다. 이 사람의 트레이드마크인 헤어스타일에는 늘 funny(우스꽝스러운), mop(덥수룩한, 빗자루같은), unruly(고분고분하지 않은)와 같은 수식어가 붙습니다. 멋드러져서가 아니라 개성있어서 차지한 1위라는 말입니다. 이 영광의 주인공은 위 사진의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입니다. 보리스 존슨이 도대체 누구나고요? 바로 현재 런던의 시장입니다. 


바람결에 따라 만들어진것 같은 자유로운 머리스타일만 보아서는 보리스 시장님은 노동당 소속일 것같은데 의외로 보수당이었습니다. 또한 밀어붙이기에 능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템즈강 가운데에 또 하나의 공항을 추가 건설하려고 밀어 붙이는 시장을 욕하며 뜯어말리는 언론 보도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났는지 모르겠네요. 


보리스 시장의 불도저 정신은 사실 런던 공공 자전거 공유 정책의 대성공에서 탄력이 붙지 않았나 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여의도와 일산에서도 볼 수 있는 공공 자전거 말입니다. 런던의 그것은 Barclays Cycle Hire가 정식 명칭이지만, 보리스 바이크(Boris Bike)로 불릴 정도면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보리스 시장은 이 정책을 성공시키기도 했지만 실제로 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도 한답니다.


지난 5월, 3년만에 런던에 다시 들렀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파란 자전거, 바로 보리스 바이크였습니다. 처음에는 자전거에 바클레이스(Barclays)라고 쓰여져있는 것을 보고, Barclays가 자전거와 관련된 고어이거나 자전거를 발명한 사람의 이름 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통카드도 London Transport Card가 아니라 굴카드(Oyster Card)라고 부르는, 언어 사랑이 남다른 영국 사람들이니까요. 그렇지만  Barclays는 이 정책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은행의 이름일 뿐이었습니다.





성공적 정책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정류장이 런던 시내 구석구석에 위치해 있고, 관련 어플들도 개발되어서 어디에 몇 대가 이용 가능하고 어느 정류장에 몇 대의 주차공간이 남아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버스나 튜브를 타기에는 애매한 단거리 이동에, 실제 출퇴근에, 떨어져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나가기 위해, 그리고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할 때에도 유용합니다.


이 시스템은 여행자에게도 좋습니다. 교통비도 아낄 수 있고, 넓은 하이드 파크를 한 바퀴 돌기에도 좋고 노팅힐 구석구석을 돌아보기에도 좋습니다. 저는 런던에서는 타지 못하고 파리에서 많이 활용했습니다. 생김새도 시스템도 거의 같거든요. 파리의 자전거 공유 시스템인 벨리브(Velib)의 경우 30분 동안 정류소 간 이동은 무료라서 계획만 잘 세우면 종일 도시 구석구석을 무료로 다닐 수 있습니다. 타는 방법은 여기 쁘리티의 여행 플래닛에 가장 잘 설명이 되어 있으니 파리에서 자전거 타실 분은 참고하세요. 


+ 파리의 공공 자전거 벨리브(Velib) 이용법


보리스 바이크는 파란 색이라 눈에 잘 띄는데, 벨리브는 회색에 가까워서 처음 파리에 도착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내다보니 런더너만큼 많은 파리지앵들이 벨리브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공공 자전거의 색깔을 선정하는 것에도 문화 차이가 느껴집니다. 런던에서는 빨간 버스가 명물이지만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는 여전히 빨간색 간판을 제안하는 법규가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런던은 파란 자전거 또한 명물로 만들고 싶어하고, 파리는 공공 자전거도 전체적인 도시 미관을 해치면 안 된다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Velib

재미있는 것은 공공 자전거를 직접 경험한건 파리뿐이었지만 호주와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형태도 베를린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것을 보니, 누군가가 만든 후에 수출을 한 모양입니다. 



Paris
Melbourne
Dublin
Brussel
Berlin



베를린을 제외하고는 정말 거의 같지 않나요? 유럽의 주요 도시들을 휩쓸고 있는 이 정책의 오리지널리티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암스테르담인데, 코펜하겐에 가니 자신이 만든 시스템이라고 주장하고, 아래 에어 프랑스 매거진에서 발견한 기사에서는 보리스 시장더러 벨리브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한 모방꾼(copycat)이라고 말합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모양새가 되어, 카피캣에 불과한 보리스 시장이 영광을 다 차지하다보니 많은 유럽 도시들이 배가 아픈 모양입니다. 




LET NO ONE SAY that Paris is not bike-friendly. In recently years the city has added kilometers of bike lanes (yes!), introduced the Velib bikeshare system (yay!) and allowed bicycles to go both ways on many one-way streets (yikes!). Still, Parisian cyclists look at London with envy. Not because Lord Mayor Boris Johnson invented the bikeshare (he didn’t). Not because he acknowledge having copied it from us (he says we’re the copycats). But because we actually see him riding a “Boris Bike” himself, pedaling to work, risking limb if not life in heavy traffic, the wind giving him a plausible excuse for that untruly mop of hair. How about a two-wheeling mayor here?
- <Air France Madame>









Nov 21, 2011

[brand]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4P(Price, Place, Product, Promotion) 중 가격이나 유통 전략을 무시하고, 제품이나 프로모션으로만 보았을 때 한국에 들여오고 싶은 패션 브랜드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파리(프랑스) 브랜드 쿠플스(Kooples)이고 다른 하나는 스톡홀름(스웨덴) 브랜드 아크네(Acne)입니다. 이 둘은 제품과 브랜드 컨셉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프로모션 전략 중 특히 광고 전략이 멋집니다. 이들이 자신을 알리는 방식만 살펴봐도 얼마나 통합적 브랜딩을 능숙하게 실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쿠플스의 컨셉은 '커플(couple)'입니다. 브랜드의 하나부터 열까지 거의 '커플'이라는 아이디어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브랜드의 광고 모델들입니다. 예상하셨다시피 실제 모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커플들이 프로 모델 뺨치도록 아름다워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커플 맞아? 모델 고용해서 커플이라고 연기시킨 것 아냐?'라는 의심을 살 정도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런 의심을 품고 파리에서 쿠플스 매장의 문이 닳도록 들락거리다 결국 블랙진을 하나 사면서 점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지난번에 여기서 가져간 잡지를 보니까 이 모델들이 실제 커플이라고 써 있던데, 진짜야?"

"나도 진짜 커플들로 알고 있어. 본사에서 그렇게 말해주니까. 그런데 누가 알겠어? 때로는 나도 궁금한걸. 내가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이거야."



믿는 수밖에 없지만, 제 결론은 진짜 커플과 가상의 커플이 적절하게 섞여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 홈페이지(www.thekooples.com)에 가보면, 지금 첫 화면에 이번 시즌의 신상품을 입은 새로운 커플의 스토리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the kooples를 검색하면 지난 시즌에 광고 모델이었던 커플들의 스토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아름다워서 마음에 드는 커플은 초등학교때부터 알아서 9년이나 만났다는 'Jonas & Venus'입니다. 하지만 몇몇은 눈빛이나 자태를 보아하니 고용된 모델같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진짜 커플인지 아닌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구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브랜드의 컨셉은 커플(만남)입니다. 광고 모델이 서로 다른 두 인격체의 만남을 강조하고 있고, 디자인 컨셉도 프랑스와 런던의 만남, 모던과 빈티지의 만남이고, 프로모션 컨셉도 브랜드와 음악의 만남입니다. 때문에, 가짜 커플이라면 이 브랜드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에 거짓을 심어놓은 꼴이 되는 것입니다. 진정성 여부로 심각해지지 않더라도 진짜 커플인지 아닌지는 의미를 떠나 이 브랜드에게 중요합니다. 사실 가십을 즐기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참 영리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거 알아? 그런데 그들 진짤까?"라고 하며 입소문을 만들게 하고, 그럴수록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강해질테니까요.


광고와 광고 모델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유튜브에서 영상 광고들을 찾아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실제 커플들의 1분도 안 되는 인터뷰 영상이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상품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쿠플스를 입을만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 그들이 어디에서 만났고 어디에서 데이트를 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이는 곧 쿠플스 타겟들의 행동 반경이 됩니다. 또한 영상이 촬영된 거리는 홈페이지에서도 밝혔듯 이 브랜드 정체성의 한 부분입니다. '거기를 지나가다 스쳐 지나갈만한 멋진 커플들이 입는 옷'이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니까요. 


적은 비용(모델료)으로 만든 이 짧은 영상의 임팩트가 강한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나도 이들 커플처럼 멋드러지게 입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뿐만이 아니라, 이들의 대화 속에서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가 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꽉막힌 프랑스 브랜드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한 열린 태도는 모델 선정에서도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와 시드니 출신의 커플, 뉴저지와 베를린 출신의 커플, 그리고 게이 커플들이 불어가 아닌 영어로 인터뷰를 합니다. 


쿠플스의 홈페이지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잡지를 보면 이렇게 파리 안에만 머물지 않고 '파리 밖'으로 나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의 오리지널리티를 런던의 유서깊은 재단사의 거리인 *새빌 로(Savile Row)에서 가져오고,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의 한 명인 알렉산더 맥퀸을 상징하는 해골 문양을 주요 패턴이나 심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그렇습니다. 런던과 파리는 서로를 무시하는 동시에 질투하는 경쟁적인 관계에 주로 있었는데, 쿠플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런던을 끌고 들어와 자신을 프랑스-영국(Franco-British) 스타일이라고 말합니다. 


또 하나 광고를 보고 느낀 것은 파리지앵의 감각입니다. 호텔 코스테(hotel costes) 관련 포스팅에서도 이야기 했듯, 파리 사람들의 감각은 남다릅니다. 이 영상 광고의 촬영 방식을 살피거나 배경음악만 듣고 있어도 '감각 좋은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특히 음악은 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브랜드와 문화의 만남이 이것입니다. 쿠플스는 패션 브랜드 런칭과 동시에 같은 이름의 인디 뮤직 레이블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커플 뮤지션들의 음반 발매를 지원합니다. 아마도 이 영상의 배경음악 역시 이 레이블의 음악일 가능성이 크겠죠. 


광고만 살펴봐도 참 재밌는 브랜드 아닌가요? 실제 모델 커플, 런던과 파리라는 커플, 패션과 음악이라는 커플, 모던과 빈티지라는 커플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컨셉에 충실한 보기 드문 브랜드입니다. 




*새빌로
런던에는 특색있는 거리들이 많은데, 그 중 새빌로는 영국 신사들이 장인들에 의해 한땀 한땀 만들어지는 정장을 맞추러 가는 곳입니다. 이 거리에는 100년도 넘는 전통을 지닌 많은 수트 전문점이 있는데, 유명한 알렉산더 맥퀸은 이 거리의 한 숍에서 견습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현대식 남성복인 영국식 수트는 사실 프랑스에서 건너왔다는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한 영국의 브르조아 계층은 프랑스 지배층의 패션을 흠모했습니다. 그래서 기계화된 방직공장에서 프랑스 귀족들의 의상을 대량생산한 것이 수트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파리 브랜드 쿠플스는 런던의 새빌로에서 오리지널리티를 가져오고, 새빌로의 오리지널리티는 다시 프랑스로 가야 찾을 수 있습니다. 쿠플스는 알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여기 쿠플스와 관련된 좋은 기사를 찾았습니다. 뭔가 다르다 했더니, 어머니도 남다르고, 창업자인 세 형제의 전공도 남달랐습니다. 패션과 마케팅, 그리고 사회학의 만남이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Nov 5, 2011

[brand] 관광상품이 된 아베크롬비 앤 피치(Abercrombie & Fitch )의 파리 매장




파리에 얼마 전에 오픈한 아베크롬비 앤 피치(Abercrombie & Fitch ) 매장 입구입니다. 한국에는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하거나 몇 편집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그러나 이 브랜드는 제품보다 매장 자체가 이슈를 만들고 관심을 끕니다. 4년 전 런던 뉴본드스트릿 뒤에 있는 매장에 처음 들어 갔을 때, 대낮에 클럽에 온듯한 기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입구, 조명, 음악, 향기, 점원들 모두 충격적이었습니다. 굳이 끌어다 붙이자면 경험 마케팅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 매장도 멋지다지만, 여기 파리 매장만 할까요? 빨간색은 절대 쓸 수 없을 정도로 거리 외관 관리에 엄격해서 맥도널드 마저 빨간색 로고를 그대로 달아 놓을 수 없는 샹젤리제 거리에 생긴 매장은 어떨까 상상했었는데, 역시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대저택의 입구를 닮은 문 앞에는 어김없이 이 브랜드의 상징인 '옵빠들'이 입장하는 여성 고객들에게 눈을 맞추며 어서 오라고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비밀의 화원으로 통할 것 같은 입구를 걸어 들어가면 매장과 연결됩니다. 이때부터는 벨기에의 마그리트 뮤지엄만큼 엄격한 사진 촬영 금지 구역입니다.

런던에 머무는 동안 한 잡지에서 파리에 새로 생긴 아베크롬비 앤 피치 매장 소식을 듣기는 했었습니다. 무려 샹젤리제 거리에 생겼다기에 한 번 가 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파리에 도착해서는 그 생각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가 이 곳이 그 곳이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사람들이 엄청난 줄을 서고 있었거든요. 아베크롬비 앤 피치의 매장은 하나의 관광상품이 된 느낌입니다. 이 매장이 있는 도시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은 어김없이 자기도 모르게 물건을 살 뻔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잡지의 광고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점원들의 친절함에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경험담도 많습니다.



Paris
London

이 브랜드의 핵심은 바로 이 모델같은 점원들에 있었기에 한국에 정식 런칭할 일은 없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매장의 위치를 찾아보니 아시아에도 매장이 있었습니다. 불황에 장사 없나 봅니다. 그 행운(?)의 주인공은 일본 긴자와 싱가포르 입니다. (백인우월주의자 아니지만 오래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과연 동양인으로도 그 느낌을 유지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었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일본 매장에는 일본인과 외국인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서울에서 아베크롬비 앤 피치 매장이 생길 수 있을까요? 생긴다면 모델 학원 수강생들에게 또 다른 좋은 파트타임 잡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 브랜드를 벤치마킹한 후아유는 매출이 급감할까요?

Oct 13, 2011

[brand] 파리의 레몬에이드, 코스테 형제(Costes Brothers)의 코스테 월드



H O T E L  C O S T E S 

요즘에는 파리에 간다고 누가 호텔 코스테(Hotel Costes)의 바나 부다바(Buddha bar)에 가냐지만 그래도 전설이 된 바를 두 눈으로 확인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성지순례하듯 호텔 코스테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의 호텔 코스테는 청담동의 원스인어블루문처럼 이제 더이상 핫하지 않은 중년의 바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만든 코스테 형제(Jean-Louis Costes and Gilbert Costes)는 지금 어딘가에서 다른 무언가로 우릴 놀라킬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다녀와서 이들에 관한 기사 몇 개를 찾아 보고는 '보통이 아닐 것 같은' 이들에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프랑스어로 limonadiers, 즉 lemonade(레몬에이드)를 뜻하는 이 단어는 음료수 외에 '카페 주인'이라는 다른 의미로 통한다고 합니다. 슬랭이라고 하니 약간은 그들을 깔보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파리의 수많은 레몬에이드 중 90년대 등장해서 파리의 카페 문화를 한 번 들었다 놓은 이들이 바로 코스테 형제입니다. 이들이 만든 카페 스타일은 이제 파리의 카페 클리셰가 되었을 정도니까요.

이들은 단지 카페 주인이 아니라 규모로 보나 새로운 시도로 보나 성공의 정도로 보나, 전략가라 할만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자료에 의하면 파리에 그들이 소유하거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카페나 바, 레스토랑이 40여개에 이릅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레스토랑이나 바의 오픈은 여전히 뉴스거리인 것을 보면 적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호텔 코스테, 퐁피두 센터 옥상의 레스토랑 르 조르주(Le Georges), 몽테뉴 거리 가운데에 유명한 카페 라베뉴(L'avenue), 루브르 박물관 안의 카페 말리(Café Marly) 입니다. 저도 찾아보기 전까지는 이 유명한 카페들이 모두 그들의 것인지는 몰랐어서 알고는 꽤 놀랐습니다. 

이들은 비단 파리의 카페 문화만을 바꾼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문화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것도 과언이 아닐텐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음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의 호텔은 몰라도 이 호텔의 전속 DJ인 스테판 뽐뿌냑(Stephane Pompougnac)의 편집 앨범이자 이 호텔의 바에서 틀던 음악을 모아 놓은 앨범인 '호텔 코스테'는 알고 있습니다. 벌써 15번째 앨범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 흐름을 이끈 것이 부다바인지 호텔 코스테인지 모르겠으나, 이들이 자기 바의 이름을 단 앨범을 성공시킨 후에 전 세계적으로 라운지 음악이 유행한 것은 물론이고 많은 브랜드들이 그들의 이름을 단 편집 앨범을 냈습니다. 대부분은 프로모션으로 고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앨범이었지만 호텔 코스테나 부다바는 그 앨범 수익금만해도 엄청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400만 장 이상 팔렸다고 하니까요.


C O S T E S  B R O T H E R S 


코스테 형제는 '브랜드 확장'이라는 이론은 모를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미 벌써 예전부터 브랜드 확장을 실행에 옮겨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호텔 코스테로 만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음악 앨범에, 레스토랑에, 향수에, 꽃 가게에, 심지어 짐 가방에 옮겨 놓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한 이들이라지만, 2000년대 초반 그들이 한창 성공가도를 달릴 때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발견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예상대로 그들은 스스로를 미식가 혹은 커피 애호가, 디자인홀릭이 아니라 '장사꾼'이라 여긴다는 점입니다. 장사꾼이라는 말이 적당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마케팅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파리를 집어 삼킨 형제(The Brothers Who Ate Pari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억에 남은 한 대목은 이런 내용입니다. 


코스테 형제는 굉장한 음식 맛으로 사람들을 놀라킬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장 루이 코스테에 의하면 호텔 코스테 레스토랑의 요리는 (유명한 쉐프나 최신 트렌드의 음식이 아니라) 여성을 위해 디자인 된다. 그의 말처럼 모든 식사는 남성이 여성에게 "셰리, 오늘  저녁식사는 어디에서 하고 싶어?"라는 질문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복잡할 것 없이 단지 여성의 취향을 만족시키면 된다고 말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없는 파리는 다른 이야기를 가진 도시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동생인 질베르 코스테는 자신들이 관여하는 카페나 레스토랑의 운영은 철저히 개인에게 맡기지만 마케팅은 또 다른 문제라고 밝힙니다. 


이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구글을 뒤지다보니, 이들 덕분에 스타가 된 인물이 또 한 명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입니다. 처음 코스테 형제가 그에게 카페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길 때에는 그는 이름없는 디자이너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바라고 하면 그것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었을 정도인데 말입니다.

데이비드 린치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꾸미는 사람들을 보면 뒷조사가 시작되고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또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발견됩니다. 이들의 실타래는 꽤 길고 튼튼해서 풀어도 풀어도 무언가가 계속 따라나옵니다. 데이비드 린치, 코스테 형제 외에도 모노클의 테일러 브륄레, 한국에는 현대카드가 그렇습니다. 더 있을텐데 지금 떠오르질 않네요.





H O T E L C O S T E S . C O M




오늘은 호텔 코스테 홈페이지 첫 화면을 삼십분쯤 보고 있었습니다. 8가지 정도 버전의 화질도 별로인 동영상들입니다. 새로고침을 하면서 보면 랜덤으로 보여지는 영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8가지 버전 중, 몇 가지는 남성분들을 위한 서비스 버전으로 봐도 무색하니 열심히 새로고침을 눌러 보세요. 인간은 누구나 관음증 환자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날 정도로 우리 모두의 관음증을 자극하고 만족시키며, 동시에 자신들이 하는 일과 지향하는 바(스타일, 이미지, 컨셉)를 보여줍니다. 참 감각 좋고, 영리한, 장사 잘하는 형제입니다.








Oct 10, 2011

[brand] 고맙게 돈 쓰게 만드는 영리한 브랜드, 메르시(merci)

http://merci-merci.com/




스토리텔링 전략에 성공한 브랜드라고 한다면 아마도 고객들이 "너 그거 알아?"라며 친구에게 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너 그거 알아?"로 시작하려면 친구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여야 할테고, 기왕이면 깜짝 놀랄만한 그러니까 기존에 없던 이야기면 더 좋습니다. 게다가 반전까지 있다면 최고의 스토리텔링이겠죠. 


제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는 이렇게 스토리텔링에 성공한 파리의 컨셉 스토어 '메르시(Merci)'입니다. 제가 친구에게 말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이제 콜레트(Colette)의 시대는 끝났잖아. 콜레트 덕분에 컨셉 스토어라는 개념이 서울에서도 흔해졌지만, 이제 누가 파리 갔다고 콜레트 구경가겠니? 그런데 그거 알아? 마레에 요즘 괜찮은 컨셉 스토어가 하나 생겼대. 좀 찾기는 어려운데, 가면 이브생로랑이랑 스텔라맥카트니 같은 브랜드들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그 디자이너들이 메르시에만 싸게 공급하나봐. 퐁푸앙 알지? 헐리웃 셀러브리티들의 아이들이 입는다는 프랑스 아동복 있잖아. 그 브랜드 창업자 부부가 퐁푸앙을 팔아버리고 메르시를 런칭했대. 돈은 벌 만큼 벌었다는 건지 메르시에서 나는 수익금 100%를 기부한대. 그들이 퐁푸앙을 경영하면서 마다가스카르 아이들하고 미혼모들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지 알았다나? 그래서 그들이 학교를 다니고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데 쓰여진대. 그래서 이름이 '고마워(merci)'인가봐."


"정말?"


"아니..." 


사실 이름이 '메르시'인 이유는 그들의 프로젝트에 함께해 준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에게 '고맙다'고 말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메르시의 창업 정신에 동참한 많은 브랜드들이 메르시만을 위한 제품을 공급합니다. 물론 시중의 제품과 똑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팔면 상도에 어긋나는 일이니, 특별한 라인을 만드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디자이너들의 특별 라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타 편집 매장처럼 생활 소품부터 옷, 향수, 악세서리 등 없는게 없습니다. 그 중에는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도 있고 이름 모를 아티스트의 작품도 있고, 카렌다쉬 펜 같은 공산품도 있습니다. 


먼저 매장 입구와 안 사진입니다. 

















매장도 매장이지만, 메르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카페입니다. 주소를 들고 찾아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도 카페입니다. 문 사이로 난 두 개의 카페 사이로 들어가거나 오른쪽에 있는 북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매장으로 연결 됩니다.


어떻게 이 많은 중고 서적을 모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들이 빼곡합니다. 물론 불어 책이 대다수지만 사진집이나 그림집은 문제 없으니, 커피나 레몬에이드 한 잔 시켜 놓고 한 숨 돌리며 쉬기에 좋습니다. 물론 사람 구경도 빼 놓을 수 없구요.











실제로도 상당히 멋집니다. 그러나 메르시가 저와 친구들을, 그리고 많은 매체들을 놀라킨건 그들의 멋진 공간 구성(연출) 능력이나 엄청난 양의 중고 예술 서적이나, 카페의 맛있는 레몬에이드나, 혹은 30% 정도나 싼 이브생로랑의 자켓이 아닐 것입니다. 바로 수익금의 100% 기부라는 부분입니다. 


매출의 1%를 기부한다거나 페어 트레이드를 하고 있음을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붙여 놓고 장사를 하는 많은 기업들을 우습게 만드는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정말 단순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마음일까요? 아무리 관대한(generous) 브랜드가 트렌드라지만, 그리고 운영비가 얼마나 드는지는 의문이지만, 이런 극단적으로 관대한 브랜드를 보고 나니 왠지 의심이 듭니다.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기업이라고 말하지는 않는 이들의 속내가 몹시도 궁금하지만, 그래도 내가 쓰는 돈을 가치있게 다시 써 준다니, 덕분에 쇼핑에 대한 죄책감에 대한 핑곗거리를 만들어주니, 참으로 똑똑한 브랜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같아도 파리지앵들에게 사랑받는 향수를 다른 병에 담아서 더 싸게 판다면 메르시에서 그것을 살 것이고, 백화점이나 로드샵에도 있는 에이솝 클렌저를 메르시에서도 판다면 기왕이면 커피 한 잔 하러 갔다가 메르시에서 살 테니까요.

덕분에 메르시는 경쟁이 치열한 파리의 컨셉 스토어 중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베를린에 가면 '클럽'에 가 보라고 하듯, 파리에 가면 '컨셉 스토어'에 가 보라고 합니다. 로컬들의 추천이 아니더라도 최근에 나오는 여행책자들도 그렇습니다. 그 도시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니까요. chic, fashionable, trendy하다는 파리지앵인 만큼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안목에 자부심을 가지고 전 세계에서 자기 취향에 맞는 제품들을 모아 놓은 곳이 컨셉 스토어 입니다. paris concept store로 검색하니, 이렇게 줄줄 나오네요.

Paris – Auguste, 10 Rue St. Sabin, 75011 Paris
Paris – Colette, 213 Rue Saint-Honoré, 75001 Paris
Paris – Hotel Particulier, 15 Rue Léopold Bellan, 75002 Paris
Paris – Le 66, 66 Champ Elysées, 75008 Paris
Paris – L’Eclaireur, 10 Rue Herold, 75001 Paris
Paris – Merci, 111 Boulevard Beaumarchais, 75011 Paris
Paris – Spree, 16 Rue de la Vieuville – 75018 Paris



컨셉 스토어 카테고리에서도, 기업이라는 카테고리에서도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브랜드가 더 궁금해 져서 찾아보니, 이미 패션 비즈에서 인터뷰를 했었네요. 여기 링크가 있습니다.

쇼핑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 까지는 좀 거창한것 같지만, 참 똑똑한 브랜드임은 틀림없습니다. '엄친 브랜드'랄까요. 동시에 또 하나의 엄친 브랜드를 만든 이들이 생각납니다. 호텔 코스테로 유명한 코스테 형제말입니다. 코헨 부부와 코스테 형제, 이 둘이 돈을 버는 방식은 좀 다르지만 전 세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인 건 사실입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파리로 시장 조사를 떠나서 코엔 부부의 컨셉 스토어를 돌고 코스테 형제의 가장 쿨 하다는 카페나 바에 들르니까요. 







Aug 19, 2011

[culture] 바캉스의 도시, 8월의 파리와 파리 플라주(paris plages)

51 rue de Bercy, Paris, La Cinematheque Francaise

오늘의 허탕,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요즘 파리는 어딜 가나 50%의 확률이다. 갤러리든, 독특한 샵이든, 서점이든, 카페든, 레스토랑이든 할 것 없이 반은 문을 닫았다. 장 뤽 고다르가 "내가 배워할 모든 것은 시네마테크에서 배웠다"고 했다는, 그 시네마테크가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저기다. 영화학도가 되고 싶던 소녀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누벨바그의 현장에 가 본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는데, 문은 굳게 닫혀 있을 뿐이었다. 아래 보이는 이런 종이 한 장을 문에 걸어 둔 채. 그래도 스페인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했다는 건물 외관은 봤다(로 만족해야 하나?).

10 rue Hérold, Paris, L'eclaireu 
7 rue de Lille, Paris, L7


"언제부터 언제까지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 전부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이지만, 3주는 보통이다. 이게 모두 바캉스 때문이다. 문득 '8월의 파리는 파리지앵들은 모두 바캉스를 떠난 관광객의 도시다'라는 문장을 여행 책자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 떠올리면 뭐하랴, 이미 파리에서 동행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허탕녀'로 낙인 찍힌지 2주 째인걸.


+ 파리에서의 주요 허탕 리스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www.cinematheque.fr/fr/practical-information.html)
: 이런 문화공간을 찾는 이유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카페, 서점, 갤러리, 그리고 사람들을 보기 위해서다. 인기있는 갤러리나 극장, 도서관에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에는 그것을 즐길만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이든 그들을 만족시킬만한 퀼리티가 보장되곤 한다. 멜번 시티 라이브러리 내의 카페 저널(Journal)이나, 런던 바비칸 센터 내의 푸트코드, 더블린의 IFI(Irish Film Institute), 그리고 IMMA(Museum of Modern Art Ireland)의 카페가 생각난다. 그래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카페와 레스토랑, 전시공간과 도서관도 기대를 했으나 9월이 되어서야 직원들이 휴가에서 돌아온단다.
대신, 입구를 등지고 연결된 공원을 따라 가다 보면, 센느강을 건너는 보행자 전용 다리가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면  프랑스 국립 도서관(Bibliotheque national de France, BnF)이 나온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받은 상처는 이 도서관에서 모두 치유됐다. 저렴한 학생 식당과 괜찮은 자판기 커피, 무료 와이파이에, 이화여대 ECC를 설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설계한 건물 안에서의 산책, 그리고 공부하다 말고 나와서 수다떠는 파리지앵 구경까지. 리딩 룸에는 못 들어가지만, 파리에서 더운 날 피서를 즐기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다.


칼 라커펠트의 서점, L7 
: 이제 책은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된 모양이다. 이 서점을 알게 된 것도 H&M에서 발행하는 잡지에서 얼마전 'fashionable read'라는 제목으로 패션 브랜드와 책(서점)과의 관계를 다룬 흥미로운 기사를 본 직후다. 많은 브랜드들이 책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하나 둘 자기 이름을 단 서점에 욕심을 내고 있다. 뉴욕에는 마크 제이콥스의 북마크(Bookmarc)라는 서점이 생겼고, 런던의 루이비통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도 아트북 서점 Maison Librairie가 생겼다. 그리고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파리에도 샤넬의 칼 라커펠트가 자신의 스튜디오에 서점을 열었다. 물론 책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의지는 아닐테지만, 그들이 가진 '결핍'을 책에서 찾는게 또 하나의 트렌드인가 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 (www.henricartierbresson.org/index_en.htm)
: 르 코르뷔지에 재단에서 운영하는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집들에 다녀오고 난 후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몽파르나스 주변에는 이 외에도 사진 갤러리가 여럿 검색 된다. '결정적 순간'을 담은 대 스타의 사후는 고향에서 어떻게 재생산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몽파르나스 주변의 갤러리 탐사의 날을 잡았으나, 허탕.


에클레러 히든 샵 (www.leclaireur.com)
: 며칠 사이에 홈페이지가 리뉴얼 됐다. 직전의 홈페이지 구성이 아주 흥미로웠는데 말이다. 에클레러(L'eclaireur)는 콜레트(Colette)만큼 유명한 파리의 편집 매장이다. 콜레트와 다르게 파리에 여러개 매장이 있는데, 매장마다 컨셉과 목적이 다른 것 같다. 오페라와 레알(Les Halles) 사이 Herold 거리에 숨어 있는 이 매장은 간판도 달려있지 않아서 주소만 보고 찾아가야 했는데 결국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해 미련이 가득하다. 


유럽피안 포토 갤러리 (www.mep-fr.org)
: 카우치 서핑을 통해서 알게 된 파리의 사진작가 친구에게 가장 좋아하는 사진 갤러리를 알려달라고 했다. 생폴 역에서 마레 지구 바로 반대편에 있는 이 갤러리는 무척 괜찮다. 비록 전시는 볼 수 없었지만, 건물의 느낌이나 공간 구성, 리플릿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전시의 수준, 구경하고 나오는 파리 젊은이들의 미모(?)만 봐도 알 수 있다. 매주 수요일 6시 이후에 무료 입장이라고 알고 갔는데, 가보니 아니었으니 확인 후 가면 좋을 것 같다. 


Cafe Breizh (www.breizhcafe.com)
: 마레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쉬다가 옆 자리의 게이 친구들에게 추천 받은 카페. 요즘 유럽에서는 팔라펠과 파르페가 유행인데, 이 카페는 파르페로 유명하다고 한다. 많은 파르페 집 중 이 카페가 유명한 이유는 파르페의 본 고장인 파리에서 '일본식 파르페'를 팔기 때문. 몽생미셸과 일본에도 지점이 있다.


스웨덴 문화원 (www.si.se/English)
: 이곳 역시 마레 지구에 있는 문화 공간. 스웨덴을 알리는 전시와 음악 공연, 영화 상영 등이 수시로 열린다. 함께 운영되는 카페도 괜찮다는 소문이 있는데, 모든 가구가 스웨덴 브랜드 이케아로 꾸며졌다고 한다. 런던 이스트에도 이케아 비즈니스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모든 인테리어가 이케아 가구로 꾸며진 카페(crisis skylight cafe)가 있어서 비교해 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바캉스를 떠났다. 파란 문 앞에서 허망하게 바캉스 알림 글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우이 아니어서 위로가 됐다. 


11 rue Payenne, Paris, closed Swedish Cultural Center

8월에 파리에 머문 덕분에 그곳들의 멋진 대문들만 잔뜩 구경했지만, 그리고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쉬고 있는지도 확인했지만, 또 하나의 커다란 수확이 있다면 '파리 플라주(Paris Plages)'를 경험한 것이다. Plages는 영어로 Beach를 뜻한다. 우리말로 '파리 해변'인 이 여름 행사는 2002년부터 매년 세느강변에서 7월 8월 사이에 열린다.



고등학교 때에 불어반이긴 했지만 "메흐시 보끄, 파흐동, 실부쁠레, 오흐브와, 마담, 므슈" 정도에서 바닥나는 실력이다. 덕분에 거리에서 이 파리 플라주 광고판을 거의 매일 봤음에도 파리 플라주의 존재를 알기 전에는 이 광고판도 이방인인 내게 아름다운 파리의 배경 화면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것이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파리지앵들을 위한 센느 강변의 인공 비치라는 것을 알고는 시테섬 주변에 갈 때에는 파리의 스카이라인(이랄 것도 없지만)을 올려다 보기 보다는 강변을 내려보게 됐다.




2002년 새롭게 당선된 진보 성향의 파리 시장이 처음 계획한 파리 플라주는 대표적인 시민을 위한 정책으로 꼽힌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바캉스를 떠나는 파리에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인공 모래 사장을 만들고, 야자수를 심고, 선 베드를 무료로 빌려주고, 음악 공연 등의 행사도 마련한다. 10년 정도가 지난 이 정책은 인기가 높아 질수록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도심 속 인공 비치의 인기는 베를린,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브뤼셀 등 다른 유럽 도시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기사도 발견된다. 그렇다면 '서울 플라주'는 어떨까?

농담이다. 만약 정말 서울 플라주가 만들어진다면, 상당히 다른 컨셉이 필요할 거다. '도심 속의 인공 비치'라고 하면 무척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그리고 실제로 낭만적이지만, 파리 플라주가 10년의 역사를 향해 가며 규모가 더 커지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이 도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센느강이 역사적으로 파리 시민들의 레저를 담당하지 않았다면, 만약 파리가 일조량이 충분했다면, 그래서 태양을 쫓아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처럼 태양을 피하는 것이 바캉스의 의미였다면, 파리 플라주는 파리지앵들에게 도시의 경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혹은 어떤 이유라도 비난 받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해가 나는 날이면 어디든 누워 태닝을 하고 책을 보는 것이 일인 이 사람들에게 파리 플라주는 집 근처 공원에서도 즐길 수 있는 태양맞이를 센느강변에서 즐기며 해변이 없는 파리에서 해변에 바캉스 온 듯한 기분을 선물한다.



만약 한강에도 인공 비치가 생긴다면, 먼저 많은 파라솔을 먼저 준비해야 할거다. 3일 내내 태워도 빨갛게 변했다가 다시 하얘진다는 이들의 피부와 달리, (그래서 이렇게 종일 태양 아래 누워 있다가 피부암에 걸리나보다), 우리는 몇 시간만 태양에 노출되어 있어도 집에 돌아오면 감자를 붙여서 열을 식여야 하니까.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달라져야 할테지만, 그것들을 나열하는 것보다 무조건 따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도시에서 지내다 보니, 한 도시의 사람들이 그 도시를 즐기는 방법은 모두 다르고 그 방법은 그 도시의 문화와 환경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영국 사람들이 호주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을 '맥주 병을 한 손에 들고 공원에서 바비큐를 하는 모습'이라며 약간은 깔보듯 말하고, 호주 사람들은 영국인을 보고 '평소에는 수줍어 하다가 펍에 가면 욕이나 해대는 John Bull'이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은 호주인에게 바비큐와 영국인에게 펍의 의미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비롯되는 오해인것 같다.

그럼 우리는 서울을 어떻게 즐겨야 하지? 어느 도시보다 (도시의 외관뿐만 아니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의식도) 빠르게 변하는 서울이기에 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머문 도시와 비교해 봤을 때 서울만이 가지고 있는 건 뜬금없게도 '산'이라는 걸 발견했다. (물론 '밤'도 있지만, <Monocle>에서도 서울은 잠자지 않는 도시로 소개하지만, '밤의 문화'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으로 소화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기에 넘어간다.) 등산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서울 사람들, 그리고 근처에 산이 없어서 못할뿐 일부러 산으로 하이킹 가는 호주나 유럽 사람들을 떠올리면 뭔가 서울만의 바캉스 문화를 산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외국 친구들에게 다음 휴가 때는 한국에 놀러 오라고 하면서도, '정말 오면 어디에 데려가지?'를 고민하게 된다. 전국의 탬플 스테이, 지리산 종주 코스, 북한산 올레길, 제주도 올레길... 이것들은 중국이나 일본에 없는 것 같다.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