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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 2012

어느 도시의 화장실에서



화장실 벽은 낙서하기 좋은 곳이라는 사실 역시 만국 공통인가 봅니다. 한 도시의 화장실에서 위와 같은 낙서를 발견했습니다. 이들에게 인생은 6월과 7월, 그리고 8월이랍니다.

이 도시는 바로 핀란드의 헬싱키입니다. 여름철을 제외하곤 야외활동이 수월하지 않은 이들에게 6,7,8월은 기다려지는 계절입니다. 해만 나면 우르르 야외로 몰려 나가 일광을 즐기기 바쁩니다. 반면 우리에게 여름은 두려운 계절이지요.

여름이 옵니다. 네, 여름이요.




Dec 25, 2011

[culture]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2. 북유럽의 카페 문화와 라페 맘(Latte Mom)

Gildas Rum, Stockholm, Sweden




스웨덴에는 피카(fika)라는 말이 있습니다. 커피와 함께 파이나 페스트리같은 단 맛이 나는 간식거리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그들의 문화를 일컫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이 단어의 의미를 물어보면 선뜻 설명하지 못합니다. 에스키모에게는 눈(snow)을 의미하는 단어가 50개가 넘는다는데, 이렇게 어떤 A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어휘를 가지고 있느냐로 그 문화권에서 A의 중요성을 판단하곤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색에 대한 표현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하죠.


북유럽에서 커피라는 A의 중요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4.5잔의 커피를 마시고, 세계 1위의 커피 소비국인 핀란드는 스스로를 벌크(bulk) 커피 소비자라고 말합니다. 북유럽에서는 19세기부터 커피 문화가 급격히 발달했는데, 그것은 알콜 제조와 판매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해 지면서 그 대체재가 된 것이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북유럽의 커피 문화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Join the caffeine society' 'drinking coffee is a national hobby' 'Nordic coffee culture is all about socializing'과 같은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 북유럽 커피 어휘에 대한 글. 북유럽 커피 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블로그(Nordic Coffee Culture)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이 단어입니다. '라테 맘(Latte Mom)'. 육아 휴직 기간 동안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라테를 마시러 나온 엄마들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8~12개월의 유급 휴가를 즐기는 북유럽의 엄마들이 카페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유급 유가 휴직 기간이 3개월입니다.)


언니의 출산 후에 조카를 데리고 카페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유모차를 끌고 어딘가에 간다는 것 자체가 부담인 서울과 너무 대조적입니다. 서울에서는 엄마들이 시간이 있더라도 남편의 차가 없이 외출을 한다는 것은 노동에 가깝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상상도 못하죠. 하지만 북유럽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데 거의 제약이 없습니다. 심지어 헬싱키에서는 유모차를 끈 엄마들은 뒷문으로 탈수 있고 버스 요금도 무료입니다. 


북유럽의 라테맘이 부러운 이유는 단지 엄마가 되어서도 카페에 갈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 때문이 아니라, 사회 제도나 인프라가 라테맘을 존재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 북유에서 아이를 셋씩 낳는 이유에 대한 기사. 마냥 부럽지만,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으리라 여기겠습니다.















북유럽의 카페 문화를 접하며 또 하나 느낀 것은 카페 문화가 성숙기가 되면 어떻게 변할지에 관한 것입니다. 스톡홀름에 오래 산 친구에 의하면 스웨덴 사람들은 원래 커피를 좋아했지만 카페에 나가서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상업지구가 아니어도 동네 구석구석에 세련된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거지역 가운데에 있더라도 노인 부부, 게이 커플, 한 가족 전체가 나와 카페에서 피카를 즐기니까요. 

서울에도 10년 후 쯤에는 동네에도 하나 둘 카페가 들어설 것입니다. 카페에서 데이트하고, 수다떨고, 시험공부하던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가로수길이나 삼청동까지 갈 여유가 없어져도 그 문화를 즐기고 싶은 욕구는 남아 있을테니 이를 알아 본 카페 주인들은 굳이 비싼 상업 지구가 아니더라도 수요가 있는 곳을 찾아 카페 문을 열겠죠.

아 참, 북유럽에는 스타벅스가 거의 없습니다. 북유럽을 통틀어 세 개쯤 있는 스타벅스는 주로 공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의 커피 전문 체인은 적어도 10년은 건재할 것입니다. 그 이후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이 도시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스타벅스, 카페베네, 탐앤탐스, 할리스, 커피빈 등은 다른 형태의 카페가 대체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북유럽 세 도시(덴마크 코펜하겐,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의 베스트 카페를 소개합니다.


코펜하겐, 커피 팩토리 Coffee Factory

코펜하겐에서는 많은 카페에 가 보지 못했지만, 가 본 곳 중 최고의 라테를 만들어 줍니다. 라테에 얹어주는 작게 자른 초콜릿 '조각'이 일품입니다. 시티 센터 근처에 위치해서 쇼핑이나 관광을 하다 들르기 좋습니다. 

Coffee Factory, Copenhagen, Denmark


코펜하겐, 로열 카페 Royal Cafe

로열 코펜하겐에서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음식도 꽤 괜찮습니다. 로열 카페에 대한 리뷰는 이 글로 대신합니다


Royal Cafe, Copenhagen, Denmark


스톡홀름, Mellqvist Caffè Bar

모노클에서 꼽은 스톡홀름 최고의 카페입니다. 맛이 최고라기 보다는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고 로컬들에게 사랑받는, 그리고 맛이 균일한 카페입니다. 사랑보다 신뢰를 얻은 카페랄까요. <A girl with dragon tatoo>의 작가로 유명한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도 단골이었다고 합니다.


Mellqvist Caffè Bar, Stockholm, Sweden


스톡홀름, 드롭커피 Drop Coffee (dropcoffee.se)

한 커피 리뷰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한 카페라 스톡홀름을 떠나기 마지막 날에 어렵게 찾아가 봤습니다. 이름처럼 드롭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로스팅도 직접해서 그들만의 맛이 있습니다. 라테가 조금 엷지만 '뭔가 달라'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드롭 커피가 있는 Mariatorget T-bana 역 주변에는 괜찮은 카페들이 꽤 있는데 다 못 가본 것이 아쉽습니다.
Drop Coffee, Stockholm, Sweden



스톡홀름, 코파카바나 Copacabana (kafecopacabana.com)



여행을 좋아하는 게이오빠들이 운영하는 동네 카페입니다. 스톡홀름은 여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남쪽 섬인 쇠더말름(Sodermalm)의 서쪽에 있습니다. 쇠더말음은 바와 카페, 갤러리들로 가득한 스톡홀름에서 최근 가장 핫한 지역입니다. 그 중에서도 코파카바나는 주거 지역에 위치해서 로컬들의 일상을 엿보기에 좋습니다. 물론 맛도 괜찮고요.




스톡홀름, 길다스럼 Gildas rum 



길다스럼은 쇠더말름 가장 중심부에 위치해서 근처의 갤러리나 독특한 숍들을 구경하다 들르기 좋습니다. 특히 배고픈 날에 가 보세요. 양 많은 라테와 맛좋은 샌드위치의 조화가 멋집니다.





헬싱키, Fleuriste (www.fleuriste.fi)



디자인 디스트릭트 내에서 가장 라테 맛이 좋은 카페입니다. 인심 좋은 주인 아주머니는 카페 안에 꽃집도 운영하시는데, 그래서인지 카페 장식도 매일 그 전날 팔다 남은 꽃으로 꾸며집니다. 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더 마음에 들어하실 겁니다.






헬싱키,  Villipuutarha (www.villipuutarha.fi)


뭔가 독특한 분위기를 찾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로컬 친구에게 추천 받았는데,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나 소외계층이 주로 살아서 외면 당하던 칼리오(Kalio)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에 최근에는 이 칼리오에 독특한 공간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헬싱키, Kaffa Roastery (www.kaffaroastery.fi)



로스팅 카페입니다. 여기에서는 커피 판매보다 로컬 카페들을 상대로 원두를 판매하거나 바리스타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테이크 아웃을 해 가거나 잠깐 앉아 있다 가기에 좋습니다. 대신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에는 바로 옆에 있는 Moko Cafe가 좋습니다. Kaffa Roastery에서 가져온 원두로 커피와 음식을 함께 제공합니다. 커피 한 잔 한 후에 인테리어 소품을 구경하다보면 두어시간은 훌쩍 가 있습니다.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2. 북유럽의 카페 문화와 라페 맘(latte mom)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3. 카페의 미래 고객, 에스프레소 긱스 or 컬처 버처



Nov 3, 2011

[culture] 영국인, 호주인, 덴마크인, 스웨덴인, 노르웨이인, 그리고 핀란드인 발견



"너희 나라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은 뭐야?" 이 질문은 새로운 문화권에 갔을 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에 좋고 또한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동시에 그 나라의 경쟁관계나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나라의 스테레오 타입도 함께 물어보곤 합니다.

런던에 사는 영국인 친구에게 호주인과 영국인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해서 물었을 때입니다.

"호주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은 뭐야?"
"(조심스럽게) 음... 남자들의 경우엔 시끄럽고, 서핑, 갈색 피부, 그리고 맥주랑 바베큐?"
"그럼 영국은?"
"우리야 늘 날씨에 대한 불만 투성이지. 그리고 줄서기?"

아래의 윔블던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항공 촬영 했다면 얼마나 반듯하고 차분하게 줄을 서는지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영국 사람들은 정말 줄을 잘 섭니다. 스스로도 잘 서는데 윔블던에는 수많은 스튜워드라고 불리는 스탭들이 줄서기를 도우며, 우리로 치면 대기번호를 Queue Card라는 이름으로 나눠주기고 하고, 함께 나눠준 작은 리플릿에는 윔블던에서 줄 서는 법에 대한 페이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영국인들의 줄서기에 대한 열정은 남다릅니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서 필요한, 줄을 섰다는 증거 자료, Queue Card
줄 잘 서는 만큼 기다리기도 잘 하는 영국인들
한 스튜어드, 그리고 밤샘의 흔적
드디어 입장!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유럽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입니다. 핀란드의 한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은 뭐야?"
"알콜릭에 말이 많지 않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 그리고 사우나?"
"그럼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이킹, 빨간머리, 그리고 스키?"
"스웨덴은 어때?"
"스웨덴은 좀 세련됐지. 그리고 거의 모든 남자가 게이야."
"하하하. 그런 마지막 덴마크 사람들은?"
"그들은 언제나 행복해."

우리는 북유럽 전체를 하나의 나라로 보며 바이킹의 후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는 미묘한 차이들로 서로를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바이킹의 후예는 노르웨이인들이랍니다. 지리적으로 보면 핀란드와 아이슬란드까지를 북유럽으로 보지만, 사실 핀란드는 문화적으로 북유럽 3국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언어가 우랄-알타이 어족이어서 스칸디나비안보다는 오히려 중앙아시아나 우리 한국과 그 기원이 같습니다. 심지어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들은 서로의 언어를 말할 줄은 몰라도 들으면 거의 이해할 만큼 비슷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 없습니다. 북유럽 사람들은 거의가 영어를 잘 하니까요. 

언어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들의 서로에 대한 침략의 역사를 살펴보면 또 다른 미묘한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덴마크와 스웨덴 왕국이 나머지 나라를 침략하면서 생긴 역사지만요. 그 중 가장 약국은 핀란드였습니다. 핀란드는 오랫동안 스웨덴의 지배를 받다가 최근에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독립한 지 1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러시아에 대한 감정보다 스웨덴에 대한 감정이 더 안 좋답니다. 그래서 스웨덴 대 핀란드의 아이스하키 경기(아이스하키가 가장 인기 있는 종목)가 있는 날이면 한일전를 방불케 한답니다. 

핀란드는 북유럽에서 유일한 공화국이기도 하고,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여서 굉장히 소박한 분위기입니다. 유일한 공화국이라는 말은 왕족 혹은 귀족이 없기에 계급 사회를 경험할 일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내고도 불만 없이 살아가는 것이겠죠. 덕분에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사회 구조가 만들어 졌습니다. 대부분 급속한 변화는 어딘가를 곪게 만듭니다. 하지만 핀란드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덜 곪은 이유는 (핀란드, 그리고 헬싱키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나라, 도시로 늘 선두에 있고, 대부분의 핀란드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가진 위기의식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가 이런말을 했었습니다. 미국이 얼마간 계속 세계 최고 자리에 있을텐데, 그 이유는 그들 스스로 언제든 자신들은 순식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국과는 참 대조적입니다. 국내 기업 중에 NHN도 그렇다고 하는데 지켜볼 일입니다. 아무튼 핀란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핀란드와 한국의 공통점으로 높은 교육열을 찾아 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 '우리는 가진 것 없는 나라'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핀란드나 우리는 지하자원도 선조들이 남긴 유산도 많지 않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느낀 실망은 우리가 사교육열에 가깝다면 이들은 공교육열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는 저를 또 한 번 놀라게 하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나라에서 특정 학과의 졸업생 비율을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저널리스트로 일 하고 있는 이 친구는 요즘 저널리즘을 전공한 졸업생들이 너무나 많아져서 이 시장의 경쟁이 과도하게 치열한데, 국가에서 졸업생 수를 조절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핀란드가 강력한 디자인 국가가 된 이유 중 하나도 국가 차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며 그 수를 늘이고 그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일할 수 있을 만한 일 자리도 동시에 관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우리도 하겠지만 얼마나 적극적이냐와 단지 졸업생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졸업 이후 취업까지 내다 본 다는 것이 다를 것 같습니다. 

스테레오 타입에서 시작된 대화는 흘러흘러 한국의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물어봤습니다. 

"그럼 너희 핀란드 사람들의 불만은 대체 뭐야?"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이겠지만 술이 비싼 것이랍니다. 술이 너무 비싸서 사람들은 배를 타고 에스토니아 탈린에 가서 보트카를 캐리어 가득 사오곤 한답니다. 밤이 길어 술이라도 마셔야 하는 핀란드의 겨울인데, 술이 너무 비싸니까요. 그래서 핀란드에서 알콜릭은 커다란 사회문제 중 하나입니다. 핀란드 사람들을 그려놓은 카툰에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 이유도 이 때문이었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스칸디나비안들의 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하나 소개해줬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Scandinavian and the World라는 이 사이트는 유럽사람들에게도 꽤 인기가 있나봅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인의 특성을 보여주는 카툰이 연재는데, 저로서는 서너번 읽고 아래 간단한 코멘트 까지 읽고, 때로는 구글의 도움일 받고서야 겨우 웃을 수 있는데, 이들은 후루룩 보고도 깔깔거리곤 합니다. 이들이 보는 미국인은 거만하고 언제나 신을 찾는 오버 액션형 인간, 핀란드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해도 다른 스칸디나비안들이 자신들을 놀린다고 생각하는 소심한 인간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Oct 25, 2011

[culture] 핀란드 사람들은 자기 전에도 살미아끼(salmiakki)를 먹는다




다시 태어나면 식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도시에 가면 그 도시의 가로수를 유심히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식물학자 지망생의 눈으로 보건데, 호주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유칼립투스 나무, 핀란드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자작나무 입니다. 위의 사진은 유칼립투스 나무 입니다. 검트리(gum tree)로 더 잘 통하는 이 나무는 호주의 오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내 한복판, 골목 골목의 가로수로도 보입니다. 여러 종이 있다는데 나무껍질이 벗겨지는 종이 가장 멋집니다.

아래는 자작자무입니다. 자작나무의 묘는 자작나무 숲 가운데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하얗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들과 귀여운 잎들이 작은 바람도 이겨내지 못하고 서로 부비며 내는 소리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클림트와 실레의 풍경화에 자작나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이 나무가 보기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들어가서 작업을 하기에도 좋았기 때문일 겁니다. 런던의 테이트모던 앞 마당에 작은 자작나무 숲을 만들어 놓은 것 역시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이 나무에 대한 감사의 의미... 라고 하기엔 너무 멀리 나간 것 인정합니다.

지금 핀란드는 가을이라 자작나무도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Tate Modern, London



우리에게는 자일리톨 덕분에 유명세를 타게 된 자작나무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몇 가지 중 하나입니다. 핀란드에 들어오면서,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정말 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는지 말입니다. 역시나 아니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일리톨을 미국의 껌 회사로 알고 있었습니다. 자일리톨이 핀란드의 자작나무에서 추출되는 원료라는데 그것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핀란드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대신 어느 핀란드 가정집을 가더라도 맛 볼 수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 전통주라며 따라주는 보드카에서, 핀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라며 건네는 초콜렛과 젤리에서, 아침에 출근하며 입에 하나 넣고 가는 것을 너도 하나 먹어보라며 건네는 사탕에서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미아끼(salmiakki)라고 발음하는 이것은 사탕이나 과자, 초콜렛 혹은 보드카의 형태로 핀란드 사람들의 사랑을 뜨겁게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먹으면 입에서 불이 날듯 뜨겁고 짜서 늘 물 한 잔을 옆에 두고 먹곤 했습니다. 실제로 한 브랜드의 살미아끼 사탕의 봉지에는 타오르는 불이 그려져 있습니다.




살미아끼는 사실 핀란드만의 것은 아닙니다. 북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즐겨먹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코펜하겐에서 전통주라며 소개받고 마신 것도 살미아끼로 만든 보드카였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히 나뉘고,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맛이라고 하는데 마치 호주의 베지마이트(vegemite)와 영국의 마마이트(marmite)가 떠오릅니다. 한국에도 그런 맛의 음식이 있다면 무엇일지 생각 중입니다. 김치가 그럴까요?

핀란드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이것은 충치예방 효과는 없지만, 감기 예방 효과는 있다고 합니다. 롯데가 자일리톨이라는 원료에 스토리텔링을 잘 해서 1조 원대 시장을 들었다 놓았는데, 제약회사들이 살미아끼로 감기약 만들면 어떨까요? 핀란드는 식상하니 노르웨이를 끌고 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는 추운 나라니까요. 아니 꼭 제약 회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과 회사에서 감기 예방 과자나 초콜렛을 만드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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