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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11, 2012

[culture] 더샤드 시대의 개막

The Shard, London, 2011

지금은 저 빌딩의 끝이 뾰족하게 변신했다고 합니다. 더 샤드(The Shard)라는 이름의 렌조 피아노의 이 작품은 런던 올림픽을 기념하며 완공되었습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저렇게 공사중이었는데 말입니다. 시간 참 빠릅니다.

그러고 보면 거킨의 노먼 포스터 시대도 지났네요. 아무리 에로틱한 별명을 지녔다 하더라도, '유럽 최고 높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샤드를 이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강을 사이로 마주하고 있는 두 건물을 멀리서 보더라도 샤드가 먼저 눈에 띄일테죠.

어서 올림픽이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티비를 통해서나마 샤드의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을테고, 사실 그보다 개막식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예술감독 대니 보일, 음악감독에는 언더월드, 주제곡은 뮤즈. 이건 뭐, 거의 뮤직 페스티벌이죠.


Jun 26, 2012

[culture] 지는 도시의 뜨는 갤러리, 터너 컨템포러리(Turner Contemporary)

Margate, Turner Contemporary



다행입니다. 매일매일 캘린더에 그 날의 스케줄을 기록해 놓은 덕에 작년의 오늘에는 터너 컨템포러리(Turner Contemporary)에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야말로 발견입니다.

터너 컨템포러리. 뭔가 범상치 않음이 느껴지시나요? 예, 맞습니다. 영국의 국민화가이자 손꼽히는 풍경 화가인 윌리엄 터너의 이름을 딴 갤러리 입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는 터너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갤러리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터너의 작품을 보려거든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으로 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터너는 생전에 터너 컨템포러리가 위치한 마게이트라는 도시를 종종 방문했고, 이곳 해변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곤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따서 갤러리 이름을 짓고, 상징적으로 그의 작품을 한 작품(제가 방문했을 당시) 걸어 놓고 있었습니다.

작년 4월에 오픈했고, 계절마다 전시를 바꾸며, 영국의 갤러리답게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멤버십 혜택이 꽤 괜찮습니다.

단점이라면,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한 시간쯤 가야 도착하는 도시, 마게이트(Margate)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행기나 유로스타 등이 발달하기 전, 대륙과 통하는 대표 항구도시였던 마게이트는 이제, 뭐 하나 내 놓은것 없는 죽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물론, 터너 컨템포러리가 오픈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갤러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죽은 도시에 현대 갤러리를 오픈하며, 국민 화가의 이름을 빌려와 이름을 지은 것. 생김새도 분위기도 뭉뚱한 이 해변 도시에 유명 건축가와 함께 날카로운 외관의 건물을 짓고, 엣지있는 기획전을 벌이고 있는 것. 덕분에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런칭한지 1년도 안 되어 목표의 두배에 가까운 30만 명의 관객을 유치한 것.

게다가 작년에는 여왕을 방문하게 하고, 지금은 트레이시 에민의 기획전을 열고 있는 것.

도대체 누굴까요?

마게이트와 터너 컨템포러리에 관한 글은 밤새라도 쓸 수 있을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마을, 흥미로운 갤러리, 흥미로운 전시, 흥미로운 동행, 그래서 흥미로운 여행이었다는 주제로 장편 소설도 하나 쓸 수 있을 것 같고, 도시 브랜딩 사례연구 논문도 하나 쓸 수 있을 기세입니다. 그러나 아껴두고 싶네요.

런던에 계신 분이라면 브라이튼 해변이나 옥스포드만 다녀오지 마시고, 마게이트에도 한 번 들러보세요. 올드 타운에 새로운 가게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작년보다 더 놀거리가 많아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갤러리 구경을 하고 기차역에서 왔던 길을 따라 걷다보면 숨겨진 아름다운 해변에도 도착할 수 있습니다.

런던에 계신 분들이 새삼 부럽네요. 윔블던, 올림픽, 테이트 모던 데이만 허스트 전, 터너 컨템포러리 트레이시 에민 전, 사우스뱅크 위의 룸 포 런던... 즐기세요!

그나저나, 데미안 허스트 전은 예약해야만 갈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 본래 걷는 속도의 세 배쯤 되는 속도로 걷느라 제대로 된 사진이 많지 않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도시, 아름다운 갤러리 입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고 들르세요. 홈페이지 바로가기













Jun 24, 2012

[culture] 윔블던 테니스 대회







Wimbledon 2011


내일 25일, 올해의 윔블던이 시작됩니다. 올해에도 조코비치와 나달이 결승에서 만날까요? 영국 사람들은 그래도 열심히 머레이를 응원하겠죠? 하얀 유니폼만 허용하는 윔블던의 전통이 깨진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올해에는 다른색의 유니폼도 볼 수 있을까요?

윔블던에 가시려거든 열심히 예약을 하시고, 실패해서 현장 티켓을 구하시려거든 아침 일찍 도착해서 안내에 따라 얌전히 줄을 서야 합니다. 위 사진의 사람들처럼 여유를 가지고 하안참을 기다리다보면 공항에서처럼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이것이 마지막 관문입니다. 검색대를 지나면 윔블던 파크에 들어갈 수 있지요. 저는 입장까지 5시간쯤 기다렸습니다.

입장권이 20파운드였던가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파크에 들어가면 메인 3개 경기장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메인 경기도 언던에 앉아 중계되는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으니 나쁘지 않습니다. 아마도 더 싼 가격에 6시 이후에 입장 가능한 야간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작년에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윔블던 앱도 있네요. 관심있으신 분은 다운받아서 실시간으로 정보도 얻고 현장을 느끼실 수 있겠어요.

핌스 한 잔, 맥주 한 잔, 스트로베리 앤 크림 하나, 이렇게 먹고 노닥노닥하다 오고 싶네요.



+ 관련글: [culture] 영국인, 호주인, 덴마크인, 스웨덴인, 노르웨이인, 그리고 핀란드인 발견
+ 윔블던 홈페이지 바로가기




Jun 17, 2012

[photo] a day on earth

daytime drinking, Holborn, London


이 지구에서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때로는 인생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작년 이맘때 쯤, 대낮에 홀본의 펍에서 사무엘 스미스의 브라운 에일을 마시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여기에 있지 않겠죠?

그냥저냥 빈속에 맥주를 들이 붓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졸았던 기억은 있는데, 홀본 역 근처의 이 펍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요. 길가에 자리한 이 오래된 펍에서는 사무엘 스미스를 비롯한 영국 전통 맥주들을 괜찮은 가격에 맛볼 수 있습니다.












Mar 21, 2012

이 나라의 문지기(gate keeper)들을 응원하며




여행 중에 국제적으로 엄청난 사건들이 몇 있었는데, 3월의 일본 대지진, 5월에 빈 라덴 사망, 10월에 스티브 잡스 사망이 기억납니다. 그 중 5월 2일에는 시드니에서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온 매체가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커스텀 하우스에 가서 신문 보는게 일이던 저는 각 매체의 헤드라인을 흥미롭게 들여다 보았습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한 덕에 매체의 색(지향점)에 따른 헤드라인 뽑기와 그것에 미치는 데스크(나아가서 자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큰 사건이 있을 때 의도적으로 각 언론사의 제목 뽑기를 비교해서 본 적은 거의 없네요.

다행인지, 어쩐 일인지, 작년 5월 2일은 빈 라덴 덕에 신입생 시절 신문학 개론 시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위 사진은 시드니에 발행되는 주요 일간지 중 3개 표지입니다. 헤드라인의 단어들로만 보아도 어떤 신문이 가장 황색지에 가깝고 어느 신문이 정론지를 지향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접하는 첫 단어 중 게이트 키퍼(gate keeper)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자든 PD든 언론인들은 정보의 장에서 문지기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정보를 보고 문 안으로 들여 보낼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가려내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 문을 통과하는 정보가 '빈 라덴의 사망'이라면 그것에 '악마'라는 딱지를 붙일 지, 사실 그대로 '빈 라덴(이름)'이라는 딱지로 통과시킬 지도 그들의 몫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언론인들과 언론사 자체가 많아졌기에 그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보았을 때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각설하고 최근 MBC를 시작으로 한 언론 3사의 파업을 보며 느끼는 바, 그리고 저널리즘을 공부한 이로서 부끄러운 바가 많습니다. '파업 지지 선언'에 동참하는 것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주위에 <무한도전> 팬들에게 김태호 PD가 월급 많이 받으려고 편집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리고 싶습니다. 동시에 한국은 언론 의식에 있어 공인된 후진국이라는 사실도요.

런던에 머무는 동안 BBC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 정보를 얻곤 했는데, 우연히 South Korea를 입력했던 적이 있습니다. 국가 정보에서 언론사라 그런지 Media 카테고리로 한국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서 읽다가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세계언론자유지수를 근거로 평가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몇 나라들보다 자유도가 낮은 수준으로 쓰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위를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 내용은 사라졌네요. 업데이트가 자주 이루어지는 모양입니다.)

+ BBC South Korea profile

더불어 아직도 영국과 호주 뉴스에는 미디어 재벌 루퍼드 머독 비판 기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며 부러움을 느낍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미디어 그룹인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 사의 창업자인 머독은 호주 태생이지만 미국으로 귀화했습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셀 수 없는 정도의 영국, 미국, 호주 언론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의 영향력은 엄청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죠.

그와 관련된 최근 이슈 중에는 상속 문제와 해킹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기 재벌들과 다르지 않게 회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장과 그것을 반대하는 주주들, 그리고 시민들 간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결국 사장의 뜻대로 이루어졌지만 '언론사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조직'이라는 이유로 머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해킹 건은 여전히 진행중인 것 같은데, 뉴스 코퍼레이션 사가 여러 정치인과 유명인들의 전화를 해킹한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같으면 이 정도로 지독하게 물고 늘어질까 싶을 정도로 (제가 알기로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 사건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갑자기 경제 성장을 이룬 덕에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아직 얻지 못한 것도 많습니다. 그 중 국민들의 높은 사회 의식이라고 불리는 그것은 아직 얻지 못한 것입니다. 먹고 사는 고민에서 벗어난지 몇십년 되지 않았기에 우리보다 수십년 혹은 백년 이상 앞서 있는 서양의 나라들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우리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고민을 해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Mar 15, 2012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베이루트는 레바논의 수도입니다. 레바논이라는 나라가 중동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는지 지도를 보고도 단번에 찾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베이루트라니요. 참으로 낯설어서 베이루트에 떨어지게 되면 무얼 해야 할지 상상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있는 정보라면 대학 동기 중 레바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에게 들은, '베이루트에서는 수업을 듣고 있으면 학교 옆으로 탱크가 지나가고 폭탄이 터진다' 정도의 이야기 입니다. 종교, 정치, 역사 등 복잡한 이유들로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기 때문이겠죠.

이런 레바논에서도 부티크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전 <모노클>에서 LB와 961이라는 이름의 맥주 관련 기사를 읽고는 이 맥주뿐만 아니라 베이루트라는 도시도 궁금해졌습니다. 왠지 베이루트에 가면 올리브 나무로 담장이 만들어진 바에서 흙먼지로 지친 목과 코를 이 맥주로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했습니다.

비록 베이루트에는 가 보지 않았지만, 이 도시의 맥주 이야기는 최근 부티크 맥주의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합니다. 서울이나 부산, 담양이나 제주 등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작은 맥주 사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레바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래비티 브로잉(Gravity Brewing)의 창업자 Mazen Hajjar는 이 회사에서 나오는 두 가지 맥주, LB 맥주(Lebanon beer를 의미, lb는 레바논의 인터넷 도메인 코드)와 961 맥주(레바논의 국가번호)의 성공 동력을 세 가지로 말합니다. 브랜드 스토리(A good brand story), 디자인(Graphics and labels), 그리고 동료들(A loyal team)이 그것인데, 이 세 가지 요소는 작은 브랜드들이 성공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 스토리
"좋은 맥주를 만드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좋은 맥주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 말이죠. LB가 런칭한 2006년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레바논 기반의 무장 시아파 조직이자 합법적 정당) 간의 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모두가 이곳에서 도망가려 할 때, 우리는 숍을 열었습니다. 포격 속에서 우리의 첫번째 맥주가 탄생했죠."

- 디자인
"창업 이래로 우리는 보기 좋고 다양한, 특히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로컬 디자인 회사인 Drive Communication이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레바논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태양을 심볼화 한 것 역시 우리가 레바논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라는 것을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 동료
"처음 회사가 만들어질 때에 누구도 맥주 제조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모두가 100% 레바논 기반의 레바논 맥주를 만들겠다는 열정과 도전의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지요. 회사 운영방식 역시 굉장히 유연하고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Hajjar는 '작은 것이 좋다(small is good)'라는 철학과 '레바논 사람들에게 이전과 다른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은 양조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레바논 시장을 독점하던 하이네켄 그룹의 맥주인 Almaza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년 7백만 병을 생산하며(Almaza의 경우 6천만 병) 세계 16개 국으로 수출도 할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말 할 수 있겠죠?

LB 맥주의 성장에는 위 세 가지 외에도, '지역(Local)'이라는 키워드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 했듯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의 로컬화는 최근의 메가 트렌드이기도 하구요.

LB는 디자인 회사도 레바논 기반의 회사와 함께하고, 광고나 프로모션에도 글로벌 스타보다는 레바논 출신의 아티스트나 뮤지션과 협업을 합니다. 지금은 주요 원료인 홉(hop) 을 독일에서 수입해서 쓰지만 조만간 레바논에서 제배된 홉으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천연 재료를 사용해서 다 쓴 원료를 지역의 가축 사료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게 합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할뿐만 아니라 지역을 알리고, 지역의 경제(일자리)나 환경까지도 고려하는 것이지요.

이런 지역 기반 브랜드들의 지역에 주는 것도 있지만 받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도시(국가) 이름을 네이밍에 활용한 경우 도시(국가) 브랜딩과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칼스버그의 코펜하겐 맥주나, 위의 LB 맥주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도시의 혹은 나라의 아이덴티티를 적극 활용하는 예입니다. 코펜하겐의 경우에 워낙 오래된 역사와 단단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브랜드가 도시의 덕을 보는 경우지만, 반대로 레바논과 베이루트는 LB 맥주의 성공으로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지 않을까요? 저만해도 전쟁의 도시였던 베이루트에도 쿨한 이미지가 추가되었으니 말입니다.

맛이 궁금할 뿐입니다. 런던의 레바논 스트리트 푸드 전문점인 얄라얄라(Yalla Yalla)에서 마셔 본 Almaza의 맛을 떠올려보면, 그보다 나쁠 수는 없을 겁니다. 제가 마셔본 맥주 중에 가장 맛이 없는 맥주였거든요. 하이네켄 그룹에서 곧 Almaza를 되팔든, 투자를 해서 더 좋은 맥주를 만들든 해서 레바논에도 맛있는 맥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Almaza, Lebanon no.1 beer
Yalla Yalla, Lebanon street food restaurant, London


웬 남의 나라 걱정이냐구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도 레바논보다 조금 나은 정도지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좋은 사정의 나라는 아닙니다. 한국에도 어서 괜찮은 부티크 맥주 회사들이 하나 둘 생기고, 그 회사들이 도심에 직영 펍도 열어주길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이 개정되어야 하겠군요.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1맥주맛도 모르면서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2. 멜번 편, 스몰 브로어리와 모던펍의 만남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Mar 3, 2012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Meantime



Meantime beers and Dishoom pop-up store, London

런던의 부티크 맥주 회사로는 단연 민타임(Meantime)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얽힌 추억이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맛과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위트 넘치는 디자인 때문입니다. 

Dishoom이라는 인도 음식점에서 여름철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운영했던 사우스뱅크의 팝업스토어에서 처음 이 맥주를 발견했습니다. 사우스뱅크에 해변을 옮겨 놓았다는 소개글을 읽고 찾아 갔는데, 실체는 인공 해변이었습니다. 실망감이 적지 않았지만 그 실망감은 곧 메뉴판에 'London Lager'와 "Vienna Style Amber Lager'라고 적힌 맥주를 받아 들자마자 잊혀졌습니다.

라벨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라벨을 한참동안 들여보다 한 모금 마셨는데 기분 탓인지 '세상에 이런 맛이!'를 외치고는 친구와 각각 한 병 더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민타임은 런던에게 가까운, 그리니치 첨문대로 유명한 그리니치(Greenwich)를 베이스로 한 부티크 맥주 회사입니다. 마음에 들었던 비엔나 스타일의 엠버 라거는 런던의 아티스트 레이 리차드슨(Ray Richardson)이 1999년 이 회사가 처음 시작할 때에 그려준 것이라고 합니다. 

민타임은 스몰 브로어리다운 신선하고 다양하며 높은 질의 맥주를 만들어 왔고, 'Be local'을 실천하고 푸드마일(Food Miles)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근교에서 난 원료로 맥주를 제조 합니다. 음식 폐기물은 동물들의 식량으로 활용하고 플라스틱이나 병 등의 재활용에도 적극적입니다. 커피 맥주의 경우 영국 최초의 페어 트레이드 맥주로 기록되었고, 채식주의자들을 배려한 원료를 사용합니다. 

이런 부티크 맥주 회사라면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인디 자본주의의 성공적인 기업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런던을 기반으로 10년 이상 꾸준히 성공한 덕에 몇년 전 행사에는 보리스 런던 시장이 직접 참석했고,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통에 있어서도 테스코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지만 세인즈버리(Sainsbury)나 웨잇로즈(Waitrose)와는 협업도 하고 납품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예뻐서 용서한다'는 생각으로 알게 되었다가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게 된 후에 알면 알 수록 관심이 커지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민타임에서는 10 종 정도의 맥주를 생산하는데, 라거나 페일 에일, 필스너와 같은 대중적인 맥주 종류 외에도 밀 맥주나 초콜릿, 라즈베리 맛 등의 독특한 맥주도 생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커피 맥주를 마셔보고 싶었는데 번번히 실패했고, 마셔본 것 중에서는 초콜릿 맛 맥주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병 디자인도, 정말 초콜릿 맛이 나는 맥주 맛도, 그 두 맛의 어울림도 좋습니다.

호주의 부티크 맥주 회사 리틀 크리에이처스에서 운영하는 멜번의 다이닝 홀처럼, 민타임 역시 그리니치에 직영 펍을 운영합니다. 리틀 크리에이처스만큼 쿨한 느낌은 아니지만 근처에 계시거나 그리니치 천문대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슈퍼에서보다 다양한 민타임 맥주를 맛 볼 수 있습니다. 

+ 바로가기 : 민타임 홈페이지


민타임 맥주를 가장 흡족하게 즐긴 곳은 런던의 초콜릿 팩토리라는 문화 복합공간 입니다. 런치 메뉴로 있는 오픈 샌드위치와 민타임 런던 라거를 골랐는데 음식도 맛이 좋아서 조화가 훌륭했습니다. 배가 고파지네요.

샌드위치와 맥주만큼 괜찮은 조화는 스시와 맥주입니다. 특히 런던에 머무는 동안 가끔 사치로워지고 싶은 날에는 홀푸드에 들렀습니다. 연어 스시 세트를 하나 사서, 지하의 맥주 코너를 어슬렁거리며 마음에 드는 라벨 디자인의 맥주를 골라서 숙소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맥주나 와인을 고를 때, 무엇을 사야할지 고민이 되면 라벨 디자인으로 판단합니다. 라벨 디자인에 신경을 쓴 회사치고 맛이 별로인 맥주나 와인을 만드는 곳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잘 고를 것처럼 생긴 사람(?)이 고른 맥주나 와인을 따라 샀을 때에도 후회가 적었습니다.

한 가지 더, 홀푸드는 민타임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의 여러 부티크 맥주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테스코나 세인즈버리보다는 비싸지만 행사 상품이 많으니 자주 들르다보면 맛있는 맥주 세트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1. 맥주맛도 모르면서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2. 멜번 편, 스몰 브로어리와 모던펍의 만남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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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4, 2012

[culture] 삶은, 보통 이렇지 않다 - naked bike ride London 2011

"지구를 좀 아껴주자고요!"


아래 사진들을 보기에 앞서, 놀람 방지용 몇 마디를 적어 놓아야겠습니다. 만약 서울에서 시민들이 단체로 발가벗고 자전거 라이딩을 한다면 어떨까요? 적잖이 이슈가 되겠지만 당사자와 관련자들은 '고운' 시선을 기대하기보다는 '따갑거나 의심 가득한' 눈총을 감내해야 할 부분이 더 클 것입니다. 

우리와 '몸'과 '성'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문화권의 나라에서는 종종 이런 행사가 열립니다. 작년 런던에서 볼 수 있었던 Naked Bike Ride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알몸으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점령하는 이벤트는 그곳에서 역시 이슈지만, 우리처럼 '알몸' 그 자체에 그다지 크게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이 이벤트는 '더 깨끗하고 더 안전하고 우리의 몸에 더 가까워지는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로 기획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커다란 부분은 환경 보호에 대한 이슈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나 자전거에 지구 온난화나 에너지 문제 등과 관련된 문구들을 적어 놓고 시내 도로에서 라이딩을 합니다. naked를 지향하지만 'bare as you dare'가 모토인만큼 강제사항은 아니고 자신이 감당할 용기가 있을 정도만 벗고 참가하면 됩니다. 

환경단체의 멤버들뿐만 아니라, 단순한 재미나 호기심 때문에 옷을 벗는 사람도 있고,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이들도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왜 저 많은 사람들이 옷을 벗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며 그것이 환경보호나 자전거 도시에 대한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효과가 있는 셈이지요.

오래된 이 사진들을 꺼내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있었던 나꼼수 비키니 시위 관련 논란 때문입니다. 그것이 정치적적 색깔이나 도덕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차이, 그리고 충격 효과와 관련된 맥락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상식 밖에라고 여겨지는 장면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호기심을 갖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공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서 판단하기에 앞서 '왜'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살기 좋은 세상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Jan 27, 2012

[culture] 멜번, 런던, 파리의 공공 도서관 이야기


Melbourne State Library


아프리카의 투와레그 족에는 '한 명의 노인이 죽는 것은 하나의 도서관이 불 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한 귀로 흘려버리게 된 핵가족화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배울 지혜를 책에 의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책에 많은 빚을 지고 있지요.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뉴욕도서관 10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도서관의 디렉터는 한 인터뷰에서 도서관에 대하여 이런 말을 남긴적이 있습니다. "You walk inside and suddenly you feel anything is possible. And there are so many real treasures inside." 실제로 여행을 하다 지쳐갈 때 즈음에 도서관에 가서 사진집이든 여행책이든 잡지든 무엇이라도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고 있다 보면 어느새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요즘 한국의 도서관들은 책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공부할 자리를 맡으러 가는 독서실이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동시에, 사회의 자정작용을 믿는 제게 들려온 최근 파주 출판단지의 한 도서관 이야기는 반가웠습니다. 그 도서관은 도서관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의미로 부러 열람실 없는 도서관을 열었다고 합니다.

야구 구단 마케팅 팀에 계시는 선배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나라의 입시 정책과 노동 정책이 바뀌면 프로야구 시장은 완전히 변할거야." 이 둘이 바뀌면 비단 프로야구와 도서관뿐만 아니라 뭔들 안 바뀔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며 즐겨 찾았던 도서관들을 소개합니다. 도서관은 여행자에게 생각보다 유용하고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대부분 무료 와이파이가 지원되고 그 도시의 여행책자나 한국에서 찾을 수 없는 책들이 발견되가도 하며 왠지 로컬들의 일상을 엿보고 있는 기분도 듭니다. 여행이 지루해질 즈음이라면 도서관에 들러보세요.


멜번 주립 도서관 (Melbourne State Library)
멜번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중 문학의 도시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건너온 문학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곳이며 덕분에 초기부터 출판업이 번성했고, 시드니보다 '문학적'인 도시로 통합니다. 이 도시의 특색을 알지 않더라도 여행자로서 멜번에 간다면 멜번 주립 도서관은 들를만 한 곳입니다. 이 도시의 많은 젊은이를 만날 수 있고, 아무런 제지없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무료 전시나 공연도 종종 열리니 홈페이지나 도서관에 비치된 책자를 보고 그 날의 행사에 놀러가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무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1층 입구 맞은편 끝의 예술의 방은 사진집과 그림집을 마음껏 볼 수 있고, 3, 4층의 열람실은 고풍스러운 나무 책상과 의자에 앉아 우아하게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동서양을 막론하고 엎드려 자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또한 입구 왼쪽의 Mr. Tulk라는 카페는 커피와 음식이 무난하고 위치가 좋아 주말에는 거의 자리가 없으니 여유로운 시간대에 들러보세요. 

멜번 시립 도서관 (Melbourne City Library)
시립 도서관은 주립 도서관에 비하면 단독 건물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규모도 작지만 왠지 아담해서 또 다른 분위기를 냅니다. 그런데 시립 도서관에는 책을 보러 가기 보다는 약속 장소로 활용하거나 1층의 분위기 좋은 카페 저널(Journal)을 더 많이 이용했네요.

시드니 커스텀 하우스 (Sydney Custom House)
호주의 도서관들은 대부분 대중에게 오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다 쉬거나 책이나 잡지를 보기에 좋습니다. Circular Quay 근처 커스텀 하우스는 책도 책이지만 1층의 잡지와 신문 코너가 좋습니다. 호주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신문과 잡지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분위기도 좋달까요.

런던 대영 도서관 (British Library)
브리티스 라이브러리는 안타깝게도 여행자에게는 출입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영국 거주자 혹은 외국인 중에서도 조사의 목적이나 특별한 허가를 받은 사람에게만 오픈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찾은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많아서였지만) 1층 박물관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본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헤드폰을 끼고 성우가 그것을 읽어주는 것을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자상하고 때론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읽어 줍니다. 

이 도서관은 박물관에 가까운 도서관이어서인지 출입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모든 짐을 맡겨야 하고, 들고 갈 수 있는 문구류도 연필류로 제한되는가 하면, 사진 촬영도 금지고 등등 책을 잘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영 도서관을 제외한 공공 도서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어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에 좋습니다. 가방 검사를 하긴 하는데, 그것은 음식물 반입 때문입니다. 숙소 근처에 있던 켄징턴 공공 도서관에 종종 찾았는데 놀란 것은 그들도 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같이 도서관에 간다는 것입니다. 

파리 국립 도서관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파리 국립 도서관은 미테랑 도서관으로 더 유명합니다. 문화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미테랑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파리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베르시 공원에 들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La Cinematheque Francaise) 구경을 하고 작은 다리만 건너면 국립 도서관입니다. 

이화여대 ECC를 설계해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책을 네 권 세워놓은 형태로 지은 건축물 자체도 멋집니다. 이곳 역시 회원카드가 있어야 열람실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책을 보기에는 무리지만 워낙 건물이 웅장해서 건물 구경만 해도 흥미롭습니다. 카페테리아 정도는 이용할 수 있으니 현지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맛도 있습니다. 파리지앵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은 잘 상상이 안 갔는데 이 곳에 가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득한 것도 의외였습니다.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Jan 25, 2012

[culture] 태양을 피하지 않는 방법

LSE, London
Metropolitan, London 
Metropolitan, London
Commercial bar, London

이 사람들, 왜 이러는 걸까요? 

런던에서는 길을 걷다가 종종 이런 풍경을 마주하곤 합니다. 한 곳에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 있습니다. 주변은 한적하고 그 곳에서 파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 있기도 하고 바닥에 앉아 있기도 합니다. 런던정경대(LSE) 캠퍼스 안이든, 소호 한 가운데든, 외진 이스트 런던이든, 노팅힐같은 주택지의 골목 안이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곳들은 펍(pub) 입니다. 영국인들이 가장 수다스러워진다는 그곳 말입니다. <영국인 발견>이라는 책의 한 챕터는 영국인들의 펍 문화에 대해 재미있게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영국인에게 펍의 의미, 펍에서 술 사기 룰, 대화의 룰, 단골 손님 문화 등은 관광객이 꿰뚫어 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왜 이들은 펍 안에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나와서, 그것도 자리도 없이 서서 맥주를 마시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먹고 마셔야 대접받는다고 느끼는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영국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날씨' 때문이랍니다. 영국인은 그들 특징의 많은 부분을 날씨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저도 그 외의 답은 못 찾겠습니다. 대화의 시작도 늘 날씨 이야기입니다. <영국인 발견>에서도 아마 초반 챕터에 날씨와 영국인다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비, 으스스한 겨울과 봄 가을, 부족한 일조량 덕분에 이들은 '해 뜬 날'에 열광합니다. 영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프랑스, 독일, 북유럽의 국가들 모두 그렇습니다. 영국 잡지 <모노클>에서 한 도시를 소개할 때 '일 년 중 해 뜬 날'로 그 도시를 설명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여러 도시를 다니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새삼 '환경, 특히 기후'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의무교육과정 중 사회 교과서 첫머리에서 읽은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하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히 여기지만 단지 이 땅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누리고 있는 것들이 상당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래 사진사럼, 날씨 좋은 날이면 공원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이제 더이상 이국적이라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필요에 의한 것이겠죠. 최근 읽은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의 안정을 향한 우리의 열망에 대답하기 위해서 서양의 소비 사회는 지난 50년 동안 일광욕의 개념을 정립해 왔다'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