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6, 2011

[brand] 브랜드를 책으로 배웠어요 3. 리처드 브랜슨의 브랜드 왕국, 버진(Virgin) 그룹

스티브 잡스만큼 인물 자체가 주목을 받는 또 한 명의 경영자로는 버진(Virgin)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스티브 잡스, 영국에는 리처드 브랜슨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덕분에 일을 하는 동안 이 두 인물에 대한 텍스트는 지겹도록 많이 읽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에 별로 손이 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이렇지만 처음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 동영상이나, 리처드 브랜슨의 자서전을 읽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이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포스에 놀라고 또 놀랐었습니다. 런던에서 현지 친구들을 사귀자마자 물었던 질문이 버진 그룹과 리처드 브랜슨에 관한 것이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도착 전부터 버진 그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career 메뉴를 클릭해서 (가능여부는 고려해 보지도 않고) 지원하고 싶은 업무를 찾고 있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왠지 브랜슨 경을 위해서라면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버진 그룹과 관련된 대화 중 다음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버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버진? 글쎄, 나는 그다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어."
"많은 영국인들이 버진을 좋아하나?"
"음, 그럴꺼야."
"넌 어때?"
"버진은 독점하하려는 것 같아. 안 하는게 없잖아. 모바일, 인터넷, 기차 서비스, 짐도 운영하고, 또 뭐가 있지?"
"레코드, 항공?"
"응, 맞아. 속옷도 만들고, 바디용품도 만들었던 것 같아. 지금은 문 닫았지만 말야."
"속옷도 만든다고? 그건 몰랐어. 버진 아틀란틱은 어때? 고급스럽나?"
"아니, 그렇진 않다고 봐. 버진과 럭셔리는 좀 멀지 않을까? 그 바디용품은 정말 끔찍했고, 내가 십대였을 때를 생각해보면 버진은 naff했어."
"naff가 뭐야?"


naff라는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느라 한참을 보낸 후, 사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속어) 유행에 뒤진, 스타일 없는; 저속한; 쓸모없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애플과 동급으로 (저 혼자) 여기고 있어서인지 다소 충격적인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영국인 발견>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 단어를 또 발견했습니다. 이런것도 세렌디피티로 쳐주나요?


‘Naff’ is a better option, as it is a more ambiguous term, which can mean the same as ‘common’, but can also just mean ‘tacky’ or ‘in bad taste’. It has become a generic, all-purpose expression of disapproval/dislike: teenagers often use ‘naff’ more or less interchangeably with ‘uncool’ and ‘mainstream’, their favourite dire insults.


naff는 이 책에서 영국인의 계급 의식과 관련된 챕터 중,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를 통해서 계급을 간접적으로 알아 챌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naff라는 단어는 상류층이 흔히 쓰는 단어의 의미도 가지고 있고 노동계급이 쓰는 단어의 의미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신분을 숨기거나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한, 그래서 계급 불안에 시달리지 않기 위한 좋은 대안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저에게 중요한 것은 이 단어는 영국인들에게 시대에 뒤쳐지고, 쿨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지독하게 모욕적인 단어라는 것입니다.


이 친구가 전형적인 금발머리 세침떼기 스타일의 젊은 런더너이긴 했지만,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이 단어로 계급을 말했어야 하니 조금 더 가혹하게 표현하기는 했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버진 그룹과 리처드 브랜슨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단어였습니다. 이 대화 이후로 버진에 대한 환상도 많은 부분 사라졌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년 전 조사에 의하면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인물로 영국 여왕 다음으로 리처드 브랜슨이 꼽혔다고 합니다. 그의 브랜드 왕국이 때론 그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들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는 글에서 뿐만 아니라 그의 나라에서도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분명한가 봅니다. 


너무나 슬픈 이야기를 늘어 놓았더니, 버진에 대한 설명할 기운이 없습니다, 라기 보다는 귀찮아집니다. 호주에서 경험한 버진 블루에 대한 옛 글로 대신합니다.  


+ '사라진 이름 버진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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