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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3, 2012

[culture] 베를린 신 국립미술관의 몇 가지 관람 포인트



사진은 베를린의 신 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입니다. 베를린은 독일의 수도인만큼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술 작품은 시대별로 구 국립미술관, 신 국립미술관, 함부르그 반호프 현대미술관에 나뉘어져 전시됩니다. 신 국립박물관은 구 서독지역의 문화 지구인 컬처 포럼을 대표하는 갤러리로, 20세기 초중반의 모던 아트 컬렉션으로 유명합니다. 피카소, 르누아르, 고흐의 유명작품들도 있지만 이것들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것이니,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을 기대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키르히너(Ernst Ludwig Kirchner)의 포츠다머 플라츠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키르히너를 비롯한 독일 표현주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제가 생각하는 '독일스러운 이미지'와 무척 닮아 있어서 보고 또 보게 됩니다. 채도가 높은 컬러 톤에 대비도 강하고 이미지의 선들도 굵습니다. 동시에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는데, 직선의 날카로움이 아니라 곡선의 날카로움 입니다.


저만의 생각인지 다른 이들도 이런 이미지를 '독일스럽다'고 느끼는지 궁금해서 열심히 검색을 해 봤지만, 원래 궁금했던 답은 찾지 못하고 '독일인은 내륙이라 외부와 교류가 비교적 원만하지 않고, 일조량이 적은 날씨 탓에 실내에 머물며 사색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추가 정보만을 확인했습니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독일 출신의 많은 철학자들을 들고 있습니다. 키르히너도 이런 말을 한 것을 보니 내면을 향하는 민족성이 추상적인 이미지를 많이 그려내게 했다고 봐도 될듯 합니다. 


'라틴 인들은 대상에서 형식을 만들어 내지만 게르만 계 인간은 내면의 환상에서 형식을 만들어 낸다. 눈에 보이는 자연의 형체는 게르만 계 인간에게는 상징에 불과하다. 따라서 라틴계 민족은 현상 속에서 미를 인정하고, 게르만계 민족은 사물의 배후에 있는 미를 추구한다.' 


Ernst Ludwig Kirchner: Potsdamer Platz, 1914 
George Grosz: Stützen der Gesellschaft, 1926   

신 국립미술관에서 표현주의 작품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신 국립미술관 하면 생각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미스 반 데어로에, 초상화의 방, 그리고 나치입니다. 

신 국립미술관의 건물은 바우하우스의 교장이기도 했던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 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유리로 된 빛의 사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라는데, 흐린 날 지나가서였는지 이제는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건물이어서 그랬는지 눈에 띄지 않아 사진도 하나 남기지 못했습니다. 실내 사진만 몇 개 가지고 있는데, 아래 사진에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의자도 보입니다. 직사각형의 낮은 건물을 보고는 '쉽게 만들었군' 이라는 농담을 던지고 들어간 것은 오로지 무지 탓이었습니다. 바우하우스의 교장이자 건축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그가 설계한 동선을 따라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초상화이 방에 들어가 있게 됩니다.

초상화의 방. 이것이 정식 명칭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일층에는 주로 기획전이, 지하에는 상설전이 열리는데 하얀 벽의 지하 전시 실 중, 유일하게 빨간 벽의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곳에 들어가면 그 시대(20세기 초 중반)를 산 작가들이 그린 초상화가 모여져 있습니다. 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앉아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보고, 어떤 그림을 사람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지를 살펴보다가 방을 나가면서 누구의 그림인지 확인하고 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초상화를 위한 초상화 방은 아니고, 따로 걸기에 애매한 작품들을 모으다 보니 초상화가 꽤 되어서 모아놓은 느낌인데, 다행히도 보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공간입니다. 런던의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가 생각났습니다. 신기하게도 사람의 얼굴 그림은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 재미있습니다. 

신 국립미술관 실내의 미스 반 데어 로에 의자
초상화의 방



마지막으로, 키르히너나 그로츠, 딕스, 헤켈 등 표현주의 화가들의 그림 설명을 읽는데 유독 'Degenerate Art'라는 단어가 많이 보였습니다. 무얼까 궁금해서 돌아와서 찾아보니, 1937년에 히틀러에 의해 주도된 현대 미술 탄압과 관련된 단어였습니다. 나치는 '퇴폐예술전 (Degenerate Art Exhibition)'이라는 이름으로 독일의 30여개 도시에서 순회전을 했다고 합니다.


히틀러도 미대에 가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역시 역사적 선동가...'라고 감탄해 버렸습니다. 당시 독일 정부의 입장과 다른 그림들을 모아서 전시하며, '이것이 바로 퇴폐한 예술이다, 이들이 정부의 돈을 갉아 먹고 있다' 등의 선전 문구로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반감을 만들게 한 후, 그림을 모아 소각하거나 외국에 팔아서 예산을 벌었다고 합니다.


히틀러라는 희대의 캐릭터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아갈 때마다 놀라는 것은, 나도 만약 당시에 독일 국민이었다면을 떠올렸을 때, 어쩌면 나 역시 게르만 만세를 외치며 옆집의 유대인을 벌레보듯 바라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퇴폐미술전 시작 전에 히틀러는 무려 한 시간 동안 연설을 했으며, 전시장 벽에는 그림을 나치당 입맛에 맞게 재 분류해서 '독일 여성에 대한 모욕' '미술관의 거물들은 이런 작품을 독일 민족의 예술이라 부르는가?' 등의 제목을 달아 놓았다고 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 예술가들을 바로 수용소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들을 모아 대중에게 보여주고 설득한 후 그 예술가들을 탄압한 인물. 미술 전시조차 자신의 목적에 맞게 설계해서 선동할 줄 알았던 이 인물. 새삼 또 한 번 놀랐습니다.









Oct 10, 2011

[travel] 공짜 잠 자며 여행하기,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하세요




지금 저는 카우치 서퍼(couch surfer)입니다.


남의 집의 쇼파(couch)를 찾아 헤매는 떠돌이 여행자라는 말입니다. 카우치 서핑을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말에 한 여행 책자를 통해서 였습니다. 여행을 떠나오기 직전에 회원가입을 하고, 진정한 카우치 서퍼가 된 지는 이제 한 달도 채 안 됩니다. 서구권의 친구들은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는 것이 흔한 일인데, 우리에게는 덜 알려진것 같습니다. 카우치 서핑이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으니까요. 


+ 또 하나의 공짜 숙소, 스톡홀름의 크리에이터스 인(www.creatorsinn.com)은 자신들의 컨셉을 '카우치 서핑'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스웨덴 여행을 준비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포스팅도 참고하세요. 


카우치 서퍼가 되는 법은 간단합니다.


카우피 서핑(www.couchsurfing.org)이라는 사이트에 가입한 후, 여행 계획에 따라 도착할 도시에 사는 멤버에게 재워 줄 수 있느냐는 요청 메일을 보내고 답신이 오면 그 집에서 서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습니다. 대신 그 친구든 다른 카우치 서퍼가 한국에 여행을 오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일종의 상도로써) 어떤 식으로든 호의를 배푸는 일종의 여행자 커뮤니티입니다. 어떤 친구들은 하나의 프로젝트라고도 말합니다.


비슷한 사이트로 호스피탈리티 클럽(www.hospitalityclub.org)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입할 당시에는 카우치 서핑이 소액의 기부금을 내면 확인된 회원(verified member)으로 인정해 주는 한 단계 더 까다로운 절차가 있어서 카우치 서핑에 가입했습니다. 아무리 공짜라도 얼굴도 모르는 남의 집에 가서 잠을 자거나 잠을 재워주는 것은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보니, 제 신뢰도를 조금 더 높이고 저 또한 그런 확인된 회원들의 집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행 중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카우치 서퍼가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위 사진이 지금 제가 머물고 있는 집 입니다. 운이 좋아서 호텔 수준의 거실을 혼자서 쓰고 있습니다. 대부분 젊은 친구들의 플랏에 매트리스를 하나 깔고 자기 일수였는데 어쩌다 이번에는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단지 공짜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에 카우치 서핑을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로컬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자는 집, 먹는 밥, 출퇴근 모습, 주말 휴식 법 등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 나라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녁 식사로 서로의 전통 요리나 전통 술을 나눠 먹으며  음식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요즘 이 도시에서 유행인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 듣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언제든 이해가 안 되는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구글에 물어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카우치 서퍼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카우치 서퍼들은 이런 보이지 않는 배려를 CS 정신(Couch Surfer spirit)이라 부릅니다.


프로필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프로필을 성심성의껏 잘 쓰고, 상대의 프로필도 꼼꼼하게 읽으세요. 프로필을 정성스레 쓴 사람은 그만큼 카우치 서핑에 진지한 사람이니 믿을만 하다고 봐도 됩니다. 당연히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구요. 저 역시 처음에는 칸 채우기에 급급했다가 여러 사람들의 프로필을 읽어보고 여러 번의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실제로 만나보면 제 프로필을 보고 '재워줄만 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이 집에서 잘만 하군'이라고 생각한 친구들에게만 메일을 보냈습니다.


요청 메일이 두 번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 10월에 헬싱키 가는데 재워줄래?"라고만 메일을 보낸답니다. 정확한 날짜도 말하지 않고, 자기 소개도 하지 않고요. 저는 덴마크에서 거절 메일을 받거나 답신조차 없던 경우가 허다해서,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왜 그 나라에 가며 왜 너희 집에서 머물고 싶은지 구구절절 썼더니 회신률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덕분에 헬싱키에서는 거의 호스텔이나 호텔의 도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2~3일에 한 번씩 이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헬싱키 시내뿐만 아니라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제는 부천, 오늘은 삼청동, 내일은 분당에서 자는 기분입니다.


공짜는 없습니다.
단지 공짜 숙소만 원한다면 카우치 서핑을 권하지 않습니다. 물론 잠만 자고 가길 원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나중에 아시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그러니까 품앗이 개념의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작은 선물이든 한국식 저녁식사든 무엇이든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애국심과 거리가 먼 저조차도, 제 행동 하나로 이 친구들이 한국 전체를 판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아서 작은 것에도 항상 신경을 쓰게 됩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만드세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만들라고 카우치 서퍼들은 서로에게 조언합니다. 언제든 불안한 느낌이 들면 그곳을 떠나고, 무엇보다 프로필과 레퍼런스를 잘 챙겨 읽고, 그 집에 머물기 전 메일을 여러번 주고 받고 등등, 홈페이지의 가이드 라인도 꼼꼼하게 읽어야 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이 사이트가 유명해지다보니 단지 데이트를 원하는 친구들도 많이 가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성 친구의 집에서 머물게 될 경우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겠죠. 그런데 너무 걱정은 마세요. 제 경우에는 검색 조건을 여성 혹은 커플, 그리고 연령대도 좀 높게 설정해서 검색을 한 덕에 항상 맘씨 좋은 친구들을 만나 왔는데, 스웨덴에서 만난 타이완 친구는 한 명 빼고 모두 이성 친구의 집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물론 만족스럽게요.


좋은 레퍼런스를 쌓으세요.
그냥 여행 중에 만나서 차 한 잔이나, 파티 초대나, 맥주 한 잔을 했더라도 서로에게 레퍼런스를 남겨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일종의 신뢰도 역할을 하는데, 그 친구를 만나고 난 후 긍정적, 부정적 혹은 중립의 참고 멘트를 남깁니다. 이렇게 레퍼런스 기능이 있다보니, 이 사이트가 꽤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내가 실수하면 상대가 나에게 네거티브의 레퍼런스를 남길테니 최대한 예를 갖추게 됩니다. 그래서 프로필 다음으로 많이 읽는 것이 상대의 레퍼런스 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처음입니다. 아무런 레퍼런스가 없을 때에는 상대도 나를 덜 신뢰할테니 카우치 서핑이 어렵습니다. 그러니 초반에는 좋은 레퍼런스를 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영어를 잘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언어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제 경우는 메일에 이미 제 영어가 완벽하지 않음을 말 해 놓고, 부족한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할 만한 준비를 했습니다. 음식이 가장 좋은것 같습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먹으며, 먹은 그릇을 정리하며 꼭 말이 완벽히 통하지 않더라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백설에서 나온 불고기 양념이 전 세계 아시아 마트에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불고기, 샐러드, 계란말이, 약간의 김치가 늘 제 메뉴였는데 늘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호스트가 채식주의자일 경우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비빔밥이 좋다고 합니다.


Stockholm, Asa, Korean food, Bulgogi
Stockholm, Ann and Vilma, Swedish traditional snack, Chocolate ball
Helsinki, Mari, Ordinary dinner, Greek salad and meat pie
Helsinki, Taina, Ordinary breakfast



이 사이트가 언제까지 잘 유지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온 메일에 의하면 이 비영리조직이 어느 큰 회사에 팔린 모양입니다. 창업자인지 새로운 주인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메일이 왔는데, 기존의 CS와 달라질 건 없다고 말합니다. 언제나 사람이 모이면 자본이 탐을 내고, 그렇게 팔려간 것들은 본래 색깔을 잃어 왔습니다. 여기에도 자본이 들어왔으니 곧 무엇 하나라도 변하기 시작할테죠. 그러니 곧 여행갈 계획이 있다면 서둘러 카우치 서핑에 가입하세요. 






[brand] 스웨덴 브랜드 Elvine가 사는 법, 그리고 스톡홀름의 특별한 호텔(Creators Inn)

사진: www.creatorsinn.com


여행이 길어지면 유독 '공짜'에 예민해 집니다. 구글 창에 그 도시 이름과 'free'라는 키워드를 동시 입력하기는 예사입니다. 이 브랜드를 알게 된 것도 한 사이트를 구경하다가, '공짜 호텔'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여기 크리에이터스 인(www.creatorsinn.com)은 Elvine라는 패션 스웨덴 브랜드가 제공하는 호텔 인 호텔입니다. 이 브랜드가 기존 호텔의 방 몇개를 빌려서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그 방을 빌려줍니다. 스칸딕(Scandic hotel)도 그 중 하나의 호텔인데, 이 정도면 별 4~5개 될 것 같습니다. 그 숙박비는 파트너십에 의한 협찬인지 이 브랜드가 대신 지불해 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때의 '고객'이 중요하겠죠. 무엇보다 나도 그 '고객'에 해당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들이 말하기로는 스톡홀름을 방문하는 '크리에이터(creator)'에게 빌려주며, 그 크리에이터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고 말합니다. 또한 외국인일수록 우선순위가 높답니다.  

좀 둘러보니, 자신들을 홍보해 줄 영향력자를 크리에이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시대에 누군들 창작자가 아니겠습니까. 꼭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작곡을 하거나 하지 않아도, 이렇게 블로깅을 하는 것도 하나의 창작활동이니까요. 유명할수록,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뽑힐 확률이 높지 않나 합니다.

아쉽게도 2011년은 쉽니다. 그러니 내년, 2012년에 스톡홀름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이 호텔을 노려보세요. 신청서에 '내가 당신들에게 줄 수 있는 것'만 잘 노출시키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분명 아시아 시장도 노릴테고, 아시아에서 서울은 영향력있는 도시니까요.

이들이 재워주겠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또 앞선 고민이 듭니다. 만약 공짜로 묵고 나서 도리상 홍보 활동을 하려는데 이 브랜드가 별로면 어쩌죠? 그래서 또 홈페이지를 좀 열심히 들여다 봤습니다. 그냥 패션 브랜드군요. 

그런데 참 '열심히'인 브랜드구나 싶습니다. 스웨덴에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있습니다. 북유럽에서는 코펜하겐 패션위크가 가장 유명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패션 회사들은 스웨덴에 더 많지 않을까 합니다. H&M만 해도 스웨덴 회사고, H&M이 다른 이름으로 거느리고 있는 스핀오프 브랜드만 해도 Cheap Monday(진 브랜드), COS(고급 라인)가 있으니까요. 그러니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들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주목받기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이 경쟁에서 살아 남고자, Elvine라는 브랜드는 자신들의 스토리텔링에도 열심입니다. 자신들의 오리진을 찾기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 작은 소도시, 세계 2차 대전 등등 많은 요소들을 끌고 왔습니다. 그런데 뭐 큰 감흥이 없는 걸 보니, 이것 역시 요즘 브랜드들이 커뮤니케이션 트렌드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크리에이터스 인은 조금 신선한 소통 방법인것 같습니다.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살펴보아야겠지만, 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은 충분히 느껴집니다. 요즘 커뮤니케이션 트렌드 중 하나가 아티스트들을 끌어들이는 것인데, 이 트렌드에도 발을 담그고 있네요. 

얼마 전 소개한 리빙 아키텍처도 예약의 우선순위가 아티스트(저널리스트, 포토그래퍼 등) 였습니다. 이들의 활용가치가 높아진 시대라는 말이겠죠. 

아티스트가 되어야겠습니다. 제3의 결론으로 마무리 되네요.



Sep 28, 2011

[travel] Goodbye København! Tak!





Goodbye København! Tak!
안녕, 코펜하겐! 고마웠어!


코펜하겐 일정도 마쳤습니다. 이제 두 도시가 남았네요. 빨리 서울에 돌아 가서 청량고추 넣은 칼큼한 된장찌개와 상큼한 비빔국수, 그리고 등심구이를 먹고 싶습니다. 쌀이 먹고 싶어서 YAM YAM이라는 아시아 음식점에 가서 그린커리를 시켰는데, 맛이 없어서 집이 더 그리워졌습니다. 이제 환청이 들리기도 합니다. 가끔 한국말이 들리는 것 같아서 뒤를 돌아보면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없습니다.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이제 남은 두 나라에서는 대부분 카우치 서핑으로 만난 친구들 집에서 머물게 됩니다. 이틀에 한 번씩은 이사를 하면서 살아야 하니, 한 달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서울행이네요.


처음에 덴마크에 들어오면서는 덴마트의 여자들은 뚱한 바이킹의 후예들이라 불친절하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5만원은 기본이다 등등 겁먹을 만한 말을 많이 듣고 온지라 기대도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떠날 때가 되니 제가 머문 도시 중 가장 친절한 도시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덴마크 여자들이 불친절하다는 건 잘 웃지 않아서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만 도움을 청할 때마다 그 누구도 불친절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에서는 제가 가진 동전이 없어서 티켓을 못 사고 있자 자기 카드로 제 티킷을 사 준 친구도 있었고, 호스텔 바에서는 덴마크 전통 술을 먹고 싶다고 하자 한 샷 정도는 괜찮다며 무료로 주기도 하고, 야박하다는 맥도널드에서도 동전이 부족하자 괜찮다며 윙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묵은 호텔에서도 아침 포함이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원래는 아니라며 식사 티켓을 주기도 했습니다. 


쓰고보니 모두 돈과 관련되어 있네요. 부자 나라 사람들이라 인심이 후한건가요? (하하) 아무튼 또 한 가지 놀라운 건 무가지를 나눠주는 청소년이든,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든 할 것 없이 영어를 잘 한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가이드북이 필요 없었습니다. 궁금하면 지나가는 누구나 붙잡고 저건 뭐냐고 물어보면, 이 건물은 17세기에 배를 타던 사람들이 살던 곳으로...., 하며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러다 점심을 얻어먹기도 했었습니다. 


물가에 관해서는 노르웨이보다는 덜 하다고 하지만 베를린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모든게 비싸게 느껴집니다. 사실이기도 하구요. 한끼를 만원에 먹으면 기적에 가깝게 싸게 먹은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지하철 세 정거장 갈 돈이면 카페에서 라테 한 잔을 먹을 수 있습니다. 


다시 오고 싶지는 않지만 (별로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부러 다시 오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왠지 추억을 많이 만들고 가서인지 떠나려니 아쉽습니다. 




+ 참고로 위에 있는 사진만 보시면 코펜하겐 다 보신겁니다. :) 모든 코펜하겐 여행책자의 표지를 장식하는 운하랍니다. 








Sep 27, 2011

[brand] 로열 코펜하겐의 로열 카페(Royal Cafe)







덴마크를 대표하는 몇 가지. 레고, 안데르센,  덴마크식 다이어트(?), 그리고 빠지지 않는 것이 로열 코펜하겐(Royal Copenhagen)입니다. 덴마크 왕실용 자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역사가 200년도 넘은 그릇계의 명품으로 통합니다. 

그러고 보니 덴마크에는 유명한 브랜드가 참 많네요. 오디오계의 명품이라는 뱅앤 올룹슨, 안경계의 명품이라는 린드버그같은 회사뿐만 아니라, 에그 체어로 유명한 얀 야콥슨(Arne Jacobsen)이나 팬톤 체어의 베르너 펜톤(Verner Panton) 역시 명품 의자를 디자인한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가 '귀로만 듣던 걸 눈으로도 보고 몸으로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3년 동안 브랜드를 발견하고 관련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나니, 제 눈에 띄는 건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브랜드들입니다. 그래서 그런 브랜드 매장이 보이면 들어가서 한참을 노는게 일이 되었습니다. 

로열 코펜하겐 역시 (제 담당은 아니었지만) 다루었던 브랜드라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매장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들어갔습니다. 사실 제 관심사는 그릇보다는 카페에 있었습니다. 매장 옆에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커피만은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한 이번 여행에서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였습니다.

일할 당시에는 로열 카페가 로열 코펜하겐에서 운영하는 카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숙소에서 가까운 덕분에 요 몇일 다녀보니 완전히 로열 코펜하겐에서 운영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협업에 가깝다고 해얄것 같습니다. 카페에 대한 내용은 이미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잘 정리를 해 주신 덕분에, 링크로 대신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카페만 가는 건 예의가 아니니 매장에도 들렀습니다. 사진 촬영은 안 되지만, 이 매장은 관광지에 가깝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제품 컷은 최소화한다는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며, 아이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로열 코펜하겐 매장의 내부 모습

로열 코펜하겐의 매장은, 
총 세 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신상품 중심, 2층은 스테디셀러 중심, 3층은 기념품 중심인것 같습니다. 3층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둬서인지 크리스마스 소품과 아웃렛이 있어서, 여행객이 선물을 사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접시나 장식용 자기 하나 쯤은 그릇을 좋아하시는 어르신이나 친구들을 위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2만원으로는 사기 어려우니 정말 기념만 하고 싶은 분들은  작은 크리스마스 소품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브랜드의 이름만 알 때에는 정말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모두 금 테쯤은 두른, 제품만 파는 줄 알았는데 취재를 하며 제품 카탈로그를 보고서는 왠지 '코렐'스러운 느낌에 호감도가 떨어졌었습니다. 그런데 그 카탈로그는 정말 '판매'를 위한 것이었는지, 카탈로그에 있는 제품들은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이었습니다. 

'로열'스럽다고 느끼는 제품들은 역시나 '왕실에 들어갈만 하군'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고, 또 비쌌습니다. 0이 다섯개쯤 붙은 크로네였던것 같습니다. 1크로네가 200원이니, 접시 하나에 수백 만원대라고 할까요. 세트로 사면...

그래서 매장 구경은 마치고, 카페로 옮겨갔습니다. 호스텔에서도 잘 안 잡히는 와이파이도 잘 되고(비밀번호는 물어보세요), 제가 좋아하는 잡지 <모노클>도 있고, 커피도 맛있는 저에게는 코펜하겐 최고의 카페였습니다. 







이 카페에서는 몇 가지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주요 타겟이 코펜하겐의 시민들뿐 아니라 관광객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당연히 그릇은 로열 코펜하겐의 제품을 쓰고 인테리어 소품들 역시 얀 야콥슨의 의자 같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제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른 카페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영어 잡지가 많이 구비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메뉴 역시 영어가 함께 쓰여져 있고 'Danish'라고 강조한 메뉴도 여럿인걸 보아 관광객을 염두에 둔게 틀림없습니다.

전략은 성공적이어 보입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로열 코펜하겐에 들러서 구경을 하고 이 카페에 와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만 채워져 있으면 로컬들은 그곳을 기피하기 마련인데, 이 카페가 로컬들에게도 인기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스무시(Smushi)'라는 음식 때문입니다. 

스무시는 음식의 종류라고 할 수 있을텐데, 덴마크 사람들이 많이 먹는 오픈 샌드위치와 일본의 스시의 컨셉을 결합시킨 음식입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주로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치즈나 야채 등을 얹어 먹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포만감도 그렇고 오래된 음식이라는 이미지니까요. 게다가 요즘 덴마크에서는 동양적인 것이 유행이랍니다. 여기에서 착안해서 작은 딱딱한 빵 조각에 치즈를 올리고 그 위에 생선이나 고기를 예쁘게 쌓아 올려서 마치 조금 큰 스시처럼 만들었습니다. 

한 피스에 48 크로네, 그러니까 약 만원입니다. 세 피스를 먹으면 좀 싸고, 일요일에는 팔지 않습니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카푸치노 한 잔이 40 크로네이고, 편의점 샌드위치도 40 크로네 정도인 이 도시에서 이런 새로운 전통 음식을 두 피스 정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홍보를 하고 있네요.







어딜 가나 로컬들이 무얼 먹고 무엇 입고 있는지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제부터 계속 보이는 맥주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맥주처럼 생기지 않아서 맥주인 줄 몰랐는데, 메뉴를 보고서야 맥주인지 알았습니다. 디자인 숍에 가도 이 맥주 병이 디스플레이 소품으로 활용되고, 카페에 가도 이 맥주를 마시는 멋진 코펜하겐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 병을 시키고 맛을 보며 이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칼스버그에서 만드는 맥주였습니다. 칼스버그 역시 로열 코펜하겐처럼 로고에 왕관이 그려져 있습니다. 왕실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 이 맥주의 이름도 적지 않았네요. 무려 '코펜하겐'입니다. 뭔가 재미있는 스토리가 흘러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안 그래도 여행을 다니며 부티크 맥주 시장에 관심이 생겼는데, 조금 더 조사해서 이 코펜하겐과 함께 호주와 유럽 대륙의 맛있는 부티크 맥주를 소개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밖에서는 불꽃놀이를 하는 모양인데, 나가기에 너무 추운 밤이라 고민입니다. 사실은 친구가 없습니다. 이층 침대를 같이 쓰며 친해진 일본 친구는 하필 오늘 아침에 떠났네요. 누구 지금 코펜하겐에 없나요?  




[trend] Dunhill과 G-STAR RAW 광고의 주인공






잡지를 볼 때면 가장 첫 페이지부터 어떤 광고가 자리잡고 있나를 보게 됩니다. 과거의 직업병이 아직 남아 있나 봅니다. 로열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며 <모노클>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있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명품 광고가 줄을 잇는 것을 보니, 테일러 브뤼헤의 목적 달성이 코앞에 다다랐구나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는 <월페이퍼>의 비즈니스 버전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잡생각을 올려 놓고 잡지를 살피다가 던힐(dunhill) 광고에 잠시 멈췄습니다. 그리고 유럽 어딜가나 보이는 지스타로(G-STAR RAW)의 광고를 떠올렸습니다. 이 두 광고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두 광고 모두 스타가 아닌 '아티스트'를 모델로 광고 촬영을 했습니다. 모델이 어떤 아티스트임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던힐의 경우 그 인물의 짧은 인터뷰를 지면에 담고 있고 지스타의 경우에도 홈페이지나 지스타에서 발행하는 잡지를 보면 광고 모델의 철학을 광고 카피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요즘 브랜드들이 아티스트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아티스트와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은 칼 라거펠트가 H&M과 손잡은 이후에는 그 어떤 경우도 별로 놀랍지 않을만큼 익숙해졌고, 이제는 광고 모델로까지 초대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스타 보다는 싸고, 일반인 보다는 임팩트 있기 때문이라는 일차원적인 이유 이면에 무언가가 꿈틀대로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그들의 아이덴티티, 철학, 정신 등을 높이 사는 차월일 것 같습니다. 왠지 영혼 없어 보이는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자기 세계 확고하고 쿨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다 외모까지 괜찮은 아티스트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 '있어 보이는' 요즘이기 때문일까요?

아티스트가 스타 대접받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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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 2011

[travel] September Second, Michel Petrucciani and Belgium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곡, 미셸 페트루치아니(Michel Petrucciani)의 September Second. 이 곡을 9월 2일에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곤 했었는데, 2011년의 9월 2일에는 이 곡을 들으며 벨기에에 갑니다. 저가 항공이 아닌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은 이번 여행 중 처음이라 설레네요.

브뤼셀, 브뤼게, 앤트워프에 갔다가 운이 좋다면 암스테르담도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뜨고 있다는 앤트워프에 가서 쇼핑을 하면 좋겠지만, 왕립 예술학교 구경이나 하고 오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앤트워프는 오기 직전에 하고 있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3'에서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 출신이 있어서, 그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자막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 분이 추천을 하시더군요. 어떤 도시일지 궁금해집니다.

플랑드르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기대됩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는 플랑드르의 방이 있는데, 그 방에서 한참을 머물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들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진짜 플랑드르에 가서 그 느낌이 느낌뿐이었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아 참, 르네 마그리트도 벨기에 출신이더군요. 얼마 전까지 스페인 쪽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나저나 무정부 상태로 1년을 넘긴, 그래서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는 이 나라에 요즘 소매치기가 극성이랍니다. 부디 소매치기만 안 당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긴 여행(중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다녀와서 만나요.


+ 다녀와서는 미셸 페트루치아니의 영화를 봐야겠습니다.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일것 같지만요. 파리에 있을 때 광고를 여러번 봤는데, 베를린에서는 안 보이네요. 어딘가에서는 찾을 수 있겠죠? 아래는 September Second의 원곡과 라이브 영상 두 개 입니다. 인트로가 너무 좋습니다.








Sep 1, 2011

[travel] a room of my own in Berlin






"a woman must have money and a room of her own if she is to write fiction." - Virginia Woolf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충분한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기억나는 유일한 구절이다. 그런데 원문을 찾아보니 그 글은 fiction을 의미했네. 그리고 그 충분한 돈이란, 일년에 500파운드였다고 한다. 20세기 초반이었을테니 지금은 어느 정도 하려나?

지금 베를린의 방은 멜번, 시드니, 런던, 파리, 그 어느 때의 방보다 아늑하다. 비록 임대 아파트 6층 가장 구석진 플랏이지만 빛이 잘 들어서 늦잠 자기도 어렵고, 담쟁이덩쿨과 플라타너스가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준 덕분에 고립된 느낌도 덜하다. 가끔 새가 창문에 앉아서 창문을 쪼아 대기도 한다.

돈이 충분하진 않지만, 글을 쓰기 가장 좋은 방이다.

Aug 22, 2011

[travel] 새 도시에 도착한 장기 여행자를 위한 몇 가지

Tegel Airport in Berlin


여섯 번째 도시, 베를린에 도착했습니다.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뉴욕과 런던 대신 선택하는 도시라는 이 곳에서 한 달을 머물 예정입니다. 그런데 파리에서 이곳으로 넘어오면서 사전 조사는 커녕,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방법도 검색하지 않고 와 버렸습니다. 방을 빌려주기로 한 친구가 공항에 나오기로 한 덕분이지만, 여행이 길어 질수록 '준비'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네요.


좋게 생각하면 새 도시에 적응하는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해요. 저는 새 도시에 도착하면 먼저 이런 것들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여행 초반에 집중해서 신경을 써 놓으면, 무작정 발품을 팔지 않아도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어요.


1. 인포메이션 센터
가장 먼저 공항 인포메이션에 가서 그 도시의 지도를 얻습니다. 보통은 지도만 주지 않죠. 갖가지 여행 가이드 자료를 함께 받고 나면 든든합니다. 공항에서 숙소 가는 길에 그 자료를 훑어보면 이 도시의 커다란 모양새와 관광지는 대부분 파악 가능합니다. 어디에 관광객이 많고, 어디에 로컬들이 많을지 정도는 구분이 되기도 해요.


+ 멜번에는 페더레이션 스퀘어에 있는, 런던에서는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밀레니엄 브릿지 가는 길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좋습니다.


2.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숙소에 도착하며, 와이파이를 연결하죠. 적어도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과 유럽에서는 무료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이 굉장히 굉장히 드뭅니다. 아무튼 와이파이가 연결되면, 앱스토어에 접속해서 그 도시의 이름으로 어플리케이션을 검색합니다. 지도나 대중교통 맵, 간단한 여행 가이드 등을 받아 놓으면 유용해요.


+ 도시별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한 곳
- 멜번 : 공공 도서관(State Library, City Library), 맥도널드, 마켓레인(Marker Lane)을 비롯한 소수의 카페(패스워드 확인 후 가능)
- 런던 : 스타벅스(스타벅스 카드를 한 번만 사서 등록하면 언제나 무료), 애플스토어(아이폰 유저의 경우)
- 파리 : 맥도널드(로그인 페이지에서 D'accord 클릭 후 사용 가능)
- 베를린 : 스타벅스(로그인 페이지에서 connect 클릭 후 사용 가능), 소니 센터(로그인 페이지에서 두개 박스에 동의 체크 표시 후 사용 가능), 그외 불특정 다수의 지역


3. 트위터 업데이트
시간 여유가 생기면 트위터에 접속합니다. 역시 그 도시의 소식을 알려주는 트위터를 검색해요. 교통 소식, 날씨 소식, 파업 소식, 축제 소식, 맛집 소식, 파티 소식 등을 알려주는 고급 트위터 계정을 다섯 개 정도만 찾아 놓으면, 매일 '오늘 뭐하지!?'를 고민하거나, 일정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당황할 일이 줄어 듭니다. 게다가 이 트위터 계정을 찾다 보면 괜찮은 사이트나 블로그도 자연스레 발견됩니다. 그 사이트들을 북마크해 놓고, 틈틈히 들여다 보는 것도 재밌어요. 하지만 문제는 괜찮은 트위터 계정을 확보해 놓더라도 거리에서 인터넷을 쓸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아침에 나갈 때 업데이트 된 트윗들을 다운 받아 놓고, 나가는 길이나 버스, 지하철 안에서 그것들을 체크합니다.


+ 유용한 사이트


- 멜번 
thethousands.com.au/melbourne/ 월페이퍼 시티 가이드 멜번 편을 담당한, 스완스톤 거리의 유명한 타이 레스토랑 Cookie의 사장이기도 한, Barrie Barton가 이끄는 시티 가이드. 
www.broadsheet.com.au/ 멜번의 트렌드와 문화를 소개하고 이끄는 무가지. 멜번의 새로운 샵들을 발굴해서 알려주는 유용하고 흥미로운 사이트. 


- 런던 
now-here-this.timeout.com/ 너무도 유명한 시티 가이드 시리즈 타임아웃에서 운영하는, 타임아웃보다 빠르고 재미난 사이트. 참고로 런더너들은 타임아웃에 소개되면 '쿨하지 않은'으로 간주한다고 함.
londonist.com/ 잘은 활용하지 않았지만, 타임아웃만큼 많은 정보가 잘 정리된 사이트.


- 더블린 
www.culturefox.ie/ 홍보가 아주 열심히 되고 있는 사이트. 정부 기관의 펀드를 받은 덕분에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는 듯. 카테고리 별로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음. 무료 app도 함께 운영.
www.dnote.info/ 역시나 정부 기관의 도움이 있지만, 개인이 운영을 하고 있는 듯. 컬처폭스보다 Art에 초점이 맞추어진 사이트. 디노트(dnote)에서 만든 관광용 더블린 지도가 매우 유용함. 무료 app도 함께 운영.


- 파리 
www.60by80.com/paris/ 불어가 아닌 영어로 채워지는 파리 관련 사이트는 귀함. 발견한 영어 사이트 중 가장 쿨한 사이트
www.secretsofparis.com/ 사이트 이름에 낚여서 들어가서 디자인에 실망했지만, 정보는 가장 알참.
10daysinparisistheshit.tumblr.com/ 사진 구경만 해도 재미있는, 클럽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핫스팟 정보가 가득한 사이트.



4. 현지 서점/도서관
여행을 하면서 진짜 궁금한 것들은 대부분 책에서 찾게 됩니다. 이를테면, '왜 멜번 사람들은 카페 문화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왜 런던에는 직선 도로가 드물까?'하는 것들이요.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도시의 문화나 역사에 관한 책들을 뒤적이다 보면 그 답들을 만나곤 합니다. 꼭 어떤 책이 아니더라도, 론리 플래닛의 처음 몇 페이지(역사, 문화 등을 다룬)만 읽어도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또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를 보며 이 도시의 사람들이 어디에 열광하는지 상상해 보기도 하고, 월페이퍼 시티 가이드를 보며 이 도시에서 럭셔리 여행을 한다면 어디에 갈 수 있을까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발견한 아주 좋은 책이 있는데, <Free and Dirt-Cheap> 시리즈예요. 한 도시에서 '공짜이거나 더럽게 싼' 모든 것을 모아 놓았어요. 공짜 공연, 강습, 행사나 저렴한 숙소, 맛집 등의 정보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득합니다.


5. 현지 친구 사귀기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인을 친구로 두는 거예요. 궁금한 것들을 바로바로 물어 볼 수 있고, 그들이 그 도시를 즐기는 방법을 엿볼 수도 있으니까요. "네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데려가달라"는 한 마디면 인터넷이나 여행책에서 찾을 수 없는 멋진 곳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친구 사귀기가 쉽지가 않은 게 문제죠. 그렇지만 여행 시작하기 전에 약간의 준비를 하고 마음을 활짝 연 후에 이 사이트, 카우치 서핑(www.couchsurfing.org)을 활용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예요. 




그나저나 저도 시작을 해야 하는데, 영어권 국가를 벗어나고 나니 좀 막막합니다. 그래도 독일은 영어 사이트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프랑스처럼 영어 사이트로 들어가도 첫 페이지만 영어고 결국은 불어 사이트로 넘어가는 일은 드문 것 같네요. 


베를린에서 베를린 리포트 외에 현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영문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독어는 읽을 줄도 모릅니다. 





Aug 10, 2011

[inspiration] 2012년의 여름휴가 계획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보부셰입니다.
경기도의 무수한 팬션 홈페이지 사진들에 늘 속는 우리로서는 직접 가서 두 눈으로 확일할 때까지 홈페이지의 사진은 믿지 않는 습성이 있죠. 그래서 저 역시 저 위의 사진들이 실제로도 저렇게 아름다울까를 먼저 의심했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이곳에 다녀온 친구에 의하면 '정말' 이랍니다.
매년 이 아름다운 곳에서 디자인 회사 비트라(Vitra)와 파리의 현대 미술관이자 문화 복합 공간인 퐁피두 센터가 함께 인터네셔널 디자인 워크샵(Boisbuchet Summer Workshop)을 엽니다. 이 워크샵의 컨셉은 '휴가와 교육을 동시에'라는 군요. 친구의 참가담을 듣고 나니, 이곳에서라면 정말 알찬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직 휴가가 있을지도 모르는 내년의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는 친구는 내년에는 staff로 신청해서 한 달 간 머무르며 모든 워크샵을 공짜로 듣고, 매일 밤 전 세계의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할 생각이랍니다.
디자인 워크샵인 만큼 대부분 디자인 베이스를 가진 친구들이 많이 오는데, 워크샵 종류에 따라 저처럼 디자인 실무와 먼 사람들도 들을 만한 수업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의 프로그램 중에서 들을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살펴봤는데, 자연에서의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아이디어 수확법도 배우는 이런 워크샵도 재미있을 것 같고, 쉽지는 않겠지만 프라이탁 형제의 수업도 욕심이 납니다.
여기 보부쉐 디자인 워크샵의 또 다른 장점은 강사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내로라할만한 인물들이라는 겁니다. 프라이탁 형제는 물론이고, 이름만 말하면 알만한 유명 사진작가나 건축가들이 같이 수업도 듣고, 수업도 한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휴가 후보지는 여기입니다.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 옥상 끄트머리에 2012년에 완성될 호텔이자 설치미술 작품인 'A ROOM FOR LONDON'입니다. 9월 8일부터 1차 예약을 받는다는데 아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네요.
알랭 드 보통 아시죠?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요. 이 사람의 행보를 보면 참 재미납니다. '런던을 위한 하나의 방' 역시 그가 창립 멤버로 있는 '리빙 아키텍처'의 프로젝트입니다. 주로 런던 근교에 현대 건축물들을 짓더니, 내년에는 올림픽 시즌에 있을 런던 페스티벌의 하나로 런던 안으로 리빙 아키텍처가 들어오나 봅니다.
이 '방'은 알랭 드 보통이 만들고 싶었다는 호텔에 가까워진 호텔 같습니다. 최대 2인이 머물수 있는 이 방에는 작은 도서관도 하나 있다고 하네요. 전 회사에서 퇴사 전 마지막 특집을 준비하면서 알랭 드 보통과 서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는데, 그 인터뷰의 한 대목이 아래와 같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속하지 않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면, 어떤 사업을 하겠나? 그 비즈니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풍요롭고, 아름다우며 무엇보다 지적인 신 개념의 호텔 체인을 시작하고 싶다. 만약 한국에 이 사업을 나와 함께 하고 싶은 동업자가 있다면 alain@alaindebotton.com로 내게 연락해 달라. 
레저 호텔들은 우리의 몸이 원하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점점 깨달아가고 있다. 최고급의 침대 시트, 기능성 욕실,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 스파, 그 지역에서 나는 좋은 음식, 럭셔리 서비스 같이 (몸이 원하는) 최상의 것들은 지금도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의 요구인 ‘영혼’은 보통 무시된 채였다. ‘영혼’이라는 말은 낡은 구식의 단어 같지만 언제나 우리를 환기시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럭셔리 호텔들은 우리의 몸이 원하는 욕망을 한껏 채워주면서 미니골프, 일요신문, DVD 서비스, 지역 관광서비스 이상의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영혼을 위한 호텔’이라는 새로운 호텔을 제안한다.”
'영혼을 위한 호텔'을 말하기 이전에 그는 이미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고민을 해 왔고 그 결과물로 <행복의 건축>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그는 고민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을 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아가서 생각을 삶에 직접 구현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같습니다. 
리빙 아키텍처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하면, 이 사회적 기업은 더 많은 사람이 현대 건축물에서 잠자고 먹고 쉬며 영감을 얻고 더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건축가들에게 이런 의미있는 목적을 설명하고 런던 근교에 터를 찾아서 실험적인 건축물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저렴한 가격(가장 싸게는 1인당 1박에 20파운드네요. 유스호스텔 8인 도미토리 룸도 20파운드인데 말이죠)에 빌려줍니다.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주말이나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이요.
A ROOM FOR LONDON 외에도 리빙 아키턱처의 건축물들은 이렇습니다.












그리하야 저의 내년 휴가 계획은, 파리 인-런던 아웃으로 티켓팅을 해서, 파리에서 테제베를 타고 보부쉐로 간 다음 1주일 코스의 워크샵을 듣고, 이지젯을 타고 런던으로 날아가서 사우스뱅크 옥탑 보트 방에서 하룻밤 자고 서울로 오는 겁니다. '꿈의 여름 휴가'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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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쉐 인터네셔널 썸머 워크샵 http://www.boisbuche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