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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1, 2011

[brand]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2. 아크네(Acne)



쿠플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된 계기는 마레 지구에서 스타일 좋은 파리지앵들이 이 브랜드의 백(천으로 된 쇼핑백)을 메고 다니는 것을 몇번 본 이후였습니다. 사실 런던에서도 쿠플스의 매장을 봤었지만 로고 타입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매장 안에는 들어갈 생각조차 안 하다가, 파리에 넘어와서야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아크네는 잡지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됐습니다. 디자이너인 친구가 이 잡지에 실린 사진들의 느낌이 너무 괜찮다며 추천을 해 준 것이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 였습니다.

아크네 그룹은 본래 1996년 광고/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프로모션용으로 만든 청바지가 히트를 치며 패션사업으로 진출을 하고 대성공을 이룹니다. 지금은 회사가 점점 커져서 광고회사인 Acne Advertising, 디자인 에이전시 Acne Art Department, 영상 프로덕션 Acne Production, 어린이 장난감 회사 Acne Jr, 아트 매거진 Acne Paper, 패션 브랜드 Acne Fashion & Denim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www.acne.se
shop.acnestudios.com


아크네 그룹의 광고 에이전시들 홈페이지에 가서 지난 광고를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들 스스로 independent and unique라는 형용사로 자신들을 설명하는만큼 북유럽에서 가장 창의적인 집단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장난감도 너무 귀여워서 조카를 위해 하나 사주고 싶은 충동이 일고, 아크네 페이퍼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아트 매거진입니다. 이 중 가장 제 관심을 끈 것은 아크네 페이퍼와 아크네 스튜디오(패션) 입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재미있게도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광고 전문가들이 만든 브랜드임에도 ATL이든 BTL이든 어떤 광고도 하지 않는 것이 전략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택한 방식은 어떤 매체에 어떤 이미지를 노출시킬것인가가 아닙니다. 매체를 고르지 않고 매체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아크네 페이퍼입니다. 하지만 이 잡지 어디에도 아크네의 광고는 없습니다. 단지 평균 이상의 판형에 평균 이상의 두께, 그리고 퀄리티를 앞세운 이 잡지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아크네의 아이덴티티로 가득합니다. 최고의 사진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수준 높은 컬럼니스트의 글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닮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자신들은 옷 장사치 혹은 광고쟁이가 아니라 '창작 집단'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이름을 단 잡지를 발행하곤 하지만 이만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잡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검색해 보니 한국의 몇 서점에도 아크네 페이퍼가 들어와 있군요. 무거워서 사올 생각도 못 했는데 여기에서도 구할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왜 아크네는 북유럽 최고의 광고 에이전시이면서 왜 스스로의 광고는 만들지 않을까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정하면서 창작집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고집하고 있을까요? 

요즘 시대에 가장 쿨한 사람들은 바로 아티스트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 세계 확고하고 스타일까지 좋은 아티스트만큼 매력적으로 보이는 집단이 또 있을까요? 진입장벽이 높으니 흠모할 만한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됩니다. 따라서 아티스트같은 브랜드로 인식된다면 모두가 꿈꾸는 쿨한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아크네처럼 그룹 전체가 자신을 창작집단이라고 정의내리고 그렇게 활동하지 못하더라도 많은 브랜드들이 간접적으로라도 아티스트들과 그 브랜드를 연결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G-Star RAW나 Dunhill의 광고, 그리고 스웨덴의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 진행한 크리에이터스 호텔의 경우에서도 이런 경향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아크네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브랜드는 모노클(monocle)입니다. 모노클은 매체 광고도 꽤 진행하지만 잡지를 광고의 도구로 활용하는 전략이 비슷합니다. 모노클은 아크네와 반대로 (브랜드를 메인에 두고 잡지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잡지를 메인으로 브랜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신을 창작집단으로 알리고 싶어하는 이 두 브랜드는 모두 디자인 에이전시와 잡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모노클과 아크네 페이퍼는 일반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잡지들과 달리 작고 큰 갤러리나 아트북 전문 서점에서도 발견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스톡홀름에서 magasin3라는 독특한 갤러리의 작은 도서관에서 몇 권 안 되는 잡지들 중 모노클과 아크네 페이퍼가 모두 놓여져 있는 것을 보고, 이건 우연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다른 도시의 많은 아트북 서점이나 갤러리 도서관에서 모노클 혹은 아크네 페이퍼를 봤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의 고리에 꿰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분명 두 브랜드는 잡지가 놓이는 공간을 관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유통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로 아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놓아둠으로써 '모노클, 아크네 = 예술을 좀 아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결국 쿨한 브랜드, 그래서 더 높은 값을 지불할만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가장 돈을 많이 그리고 잘 쓰는 소비자 군 중 하나인 '유사 디자이너 군'을 타겟으로 삼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예뻐서 용서한다"라는 말을 하며 지갑을 여는 소비자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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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2. 아크네(Acne)



[brand]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4P(Price, Place, Product, Promotion) 중 가격이나 유통 전략을 무시하고, 제품이나 프로모션으로만 보았을 때 한국에 들여오고 싶은 패션 브랜드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파리(프랑스) 브랜드 쿠플스(Kooples)이고 다른 하나는 스톡홀름(스웨덴) 브랜드 아크네(Acne)입니다. 이 둘은 제품과 브랜드 컨셉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프로모션 전략 중 특히 광고 전략이 멋집니다. 이들이 자신을 알리는 방식만 살펴봐도 얼마나 통합적 브랜딩을 능숙하게 실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쿠플스의 컨셉은 '커플(couple)'입니다. 브랜드의 하나부터 열까지 거의 '커플'이라는 아이디어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브랜드의 광고 모델들입니다. 예상하셨다시피 실제 모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커플들이 프로 모델 뺨치도록 아름다워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커플 맞아? 모델 고용해서 커플이라고 연기시킨 것 아냐?'라는 의심을 살 정도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런 의심을 품고 파리에서 쿠플스 매장의 문이 닳도록 들락거리다 결국 블랙진을 하나 사면서 점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지난번에 여기서 가져간 잡지를 보니까 이 모델들이 실제 커플이라고 써 있던데, 진짜야?"

"나도 진짜 커플들로 알고 있어. 본사에서 그렇게 말해주니까. 그런데 누가 알겠어? 때로는 나도 궁금한걸. 내가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이거야."



믿는 수밖에 없지만, 제 결론은 진짜 커플과 가상의 커플이 적절하게 섞여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 홈페이지(www.thekooples.com)에 가보면, 지금 첫 화면에 이번 시즌의 신상품을 입은 새로운 커플의 스토리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the kooples를 검색하면 지난 시즌에 광고 모델이었던 커플들의 스토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아름다워서 마음에 드는 커플은 초등학교때부터 알아서 9년이나 만났다는 'Jonas & Venus'입니다. 하지만 몇몇은 눈빛이나 자태를 보아하니 고용된 모델같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진짜 커플인지 아닌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구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브랜드의 컨셉은 커플(만남)입니다. 광고 모델이 서로 다른 두 인격체의 만남을 강조하고 있고, 디자인 컨셉도 프랑스와 런던의 만남, 모던과 빈티지의 만남이고, 프로모션 컨셉도 브랜드와 음악의 만남입니다. 때문에, 가짜 커플이라면 이 브랜드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에 거짓을 심어놓은 꼴이 되는 것입니다. 진정성 여부로 심각해지지 않더라도 진짜 커플인지 아닌지는 의미를 떠나 이 브랜드에게 중요합니다. 사실 가십을 즐기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참 영리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거 알아? 그런데 그들 진짤까?"라고 하며 입소문을 만들게 하고, 그럴수록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강해질테니까요.


광고와 광고 모델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유튜브에서 영상 광고들을 찾아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실제 커플들의 1분도 안 되는 인터뷰 영상이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상품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쿠플스를 입을만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 그들이 어디에서 만났고 어디에서 데이트를 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이는 곧 쿠플스 타겟들의 행동 반경이 됩니다. 또한 영상이 촬영된 거리는 홈페이지에서도 밝혔듯 이 브랜드 정체성의 한 부분입니다. '거기를 지나가다 스쳐 지나갈만한 멋진 커플들이 입는 옷'이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니까요. 


적은 비용(모델료)으로 만든 이 짧은 영상의 임팩트가 강한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나도 이들 커플처럼 멋드러지게 입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뿐만이 아니라, 이들의 대화 속에서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가 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꽉막힌 프랑스 브랜드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한 열린 태도는 모델 선정에서도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와 시드니 출신의 커플, 뉴저지와 베를린 출신의 커플, 그리고 게이 커플들이 불어가 아닌 영어로 인터뷰를 합니다. 


쿠플스의 홈페이지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잡지를 보면 이렇게 파리 안에만 머물지 않고 '파리 밖'으로 나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의 오리지널리티를 런던의 유서깊은 재단사의 거리인 *새빌 로(Savile Row)에서 가져오고,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의 한 명인 알렉산더 맥퀸을 상징하는 해골 문양을 주요 패턴이나 심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그렇습니다. 런던과 파리는 서로를 무시하는 동시에 질투하는 경쟁적인 관계에 주로 있었는데, 쿠플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런던을 끌고 들어와 자신을 프랑스-영국(Franco-British) 스타일이라고 말합니다. 


또 하나 광고를 보고 느낀 것은 파리지앵의 감각입니다. 호텔 코스테(hotel costes) 관련 포스팅에서도 이야기 했듯, 파리 사람들의 감각은 남다릅니다. 이 영상 광고의 촬영 방식을 살피거나 배경음악만 듣고 있어도 '감각 좋은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특히 음악은 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브랜드와 문화의 만남이 이것입니다. 쿠플스는 패션 브랜드 런칭과 동시에 같은 이름의 인디 뮤직 레이블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커플 뮤지션들의 음반 발매를 지원합니다. 아마도 이 영상의 배경음악 역시 이 레이블의 음악일 가능성이 크겠죠. 


광고만 살펴봐도 참 재밌는 브랜드 아닌가요? 실제 모델 커플, 런던과 파리라는 커플, 패션과 음악이라는 커플, 모던과 빈티지라는 커플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컨셉에 충실한 보기 드문 브랜드입니다. 




*새빌로
런던에는 특색있는 거리들이 많은데, 그 중 새빌로는 영국 신사들이 장인들에 의해 한땀 한땀 만들어지는 정장을 맞추러 가는 곳입니다. 이 거리에는 100년도 넘는 전통을 지닌 많은 수트 전문점이 있는데, 유명한 알렉산더 맥퀸은 이 거리의 한 숍에서 견습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현대식 남성복인 영국식 수트는 사실 프랑스에서 건너왔다는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한 영국의 브르조아 계층은 프랑스 지배층의 패션을 흠모했습니다. 그래서 기계화된 방직공장에서 프랑스 귀족들의 의상을 대량생산한 것이 수트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파리 브랜드 쿠플스는 런던의 새빌로에서 오리지널리티를 가져오고, 새빌로의 오리지널리티는 다시 프랑스로 가야 찾을 수 있습니다. 쿠플스는 알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여기 쿠플스와 관련된 좋은 기사를 찾았습니다. 뭔가 다르다 했더니, 어머니도 남다르고, 창업자인 세 형제의 전공도 남달랐습니다. 패션과 마케팅, 그리고 사회학의 만남이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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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Sep 27, 2011

[trend] Dunhill과 G-STAR RAW 광고의 주인공






잡지를 볼 때면 가장 첫 페이지부터 어떤 광고가 자리잡고 있나를 보게 됩니다. 과거의 직업병이 아직 남아 있나 봅니다. 로열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며 <모노클>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있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명품 광고가 줄을 잇는 것을 보니, 테일러 브뤼헤의 목적 달성이 코앞에 다다랐구나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는 <월페이퍼>의 비즈니스 버전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잡생각을 올려 놓고 잡지를 살피다가 던힐(dunhill) 광고에 잠시 멈췄습니다. 그리고 유럽 어딜가나 보이는 지스타로(G-STAR RAW)의 광고를 떠올렸습니다. 이 두 광고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두 광고 모두 스타가 아닌 '아티스트'를 모델로 광고 촬영을 했습니다. 모델이 어떤 아티스트임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던힐의 경우 그 인물의 짧은 인터뷰를 지면에 담고 있고 지스타의 경우에도 홈페이지나 지스타에서 발행하는 잡지를 보면 광고 모델의 철학을 광고 카피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요즘 브랜드들이 아티스트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아티스트와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은 칼 라거펠트가 H&M과 손잡은 이후에는 그 어떤 경우도 별로 놀랍지 않을만큼 익숙해졌고, 이제는 광고 모델로까지 초대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스타 보다는 싸고, 일반인 보다는 임팩트 있기 때문이라는 일차원적인 이유 이면에 무언가가 꿈틀대로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그들의 아이덴티티, 철학, 정신 등을 높이 사는 차월일 것 같습니다. 왠지 영혼 없어 보이는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자기 세계 확고하고 쿨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다 외모까지 괜찮은 아티스트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 '있어 보이는' 요즘이기 때문일까요?

아티스트가 스타 대접받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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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6, 2011

[brand, inspiration] 프라이탁 레퍼런스(Freitag Reference)의 런칭 캠페인




(website: www.freitag-reference.com)


프라이탁이 작년에 런칭한 럭셔리 라인으로 추정되는 프라이탁 레퍼런스 웹페이지의 모습입니다. 프라이탁 홈페이지의 뉴스 메뉴만 천천히 살펴 봐도 이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데, (이 페이지는 마케터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는 페이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레퍼런스 라인 때에는 얼마나 신났을까 상상이 됩니다.


1년이나 지난 프로모션이었지만, 최근 프라이탁 매장에 갔다가 이들이 만든 신문을 보고는 뒷조사를 좀 해봤습니다. 


이 프로모션은 작년 9월 한 달 동안 이루어졌고, 매일 아침 8시에 팀들이 모여 킥오프 미팅을 하면서 그 날의 인터네셔널 신문들을 모아 놓고, 그들이 생각하기에 좋은 기사들을 고릅니다. 아마도 프라이탁이 지향하는 바와 관련된 기사들로 필터링 됐겠죠. 그리고 그 기사를 공유해서 사람들의 코멘트를 받습니다. 점심 때쯤 이 작업이 마무리 되면 5시까지는 데일리 레퍼런스(The Daily Reference)라는 이름으로 프린트 되어서 취리히의 여러 스팟에 뿌려집니다.


재미있는 건 이 신문이 발행되는 방식이 마치 하나의 퍼포먼스같다는 것입니다. 프라이탁 형제의 스튜디오에 9월 한 달간 1800년대 말에 만들어진 인쇄기를 들여다 놓고, (이 인쇄기는 납으로 된 활자판 하나하나를 손으로 옮겨서 문장을 완성한 후에 찍어내야 합니다), 신문 보이가 직접 거리에서 "신문이요"를 외치며 신문을 나눠줍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21세기 스위스에 19세기를 옮겨 놓은듯 말이죠. 


혹자는 오버스럽다고 말할만한 이런 행동들은 어디서 출발할까요? 일 때문에 경영서적을 읽으며 배운 것들이 많은데, 그 중 아직도 제가 늘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피터 드러커가 말한 '5 WHY'입니다. 무엇이든 5번 '왜'를 물어보면 그 본질에 가까워진다고 합니다. 


전 직장의 상사분 중 한 분은 아이 교육법으로도 이 '다섯 번의 왜'를 활용한다고 하십니다. "아빠, 나 저 장난감 사줘"라고 했을 때, "왜 갖고 싶은데?" "이게 왜 좋아보여? 아빠는 별론데" "그 친구는 그걸 왜 샀대?" 이런 식으로 (다그침이 아니라) 대화를 유도하다 보면 아이가 깨닫든 아이에게 설득 당하든 한답니다. 


아무튼 저는 프라이탁 형제와 대화를 할 수 없으니 혼자서 그 이유를 찾아 봤습니다. 첫번째 의문이었던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난 신문 발행 스타일은 하나의 컨셉이었던 것 같습니다. 


"Like hot meets cold, the new FREITAG REFERENCE line is the meltdown of neo and retro: on one hand inspired by horse messengers of the 1800s, on the other hand initiated and endorsed by contemporary journalists." 


1800년대 말을 타고 소식을 전하던 메신저들과 현대 저널리스트들이 만난 것처럼 네오(new)와 레스토 스타일을 믹스하겠다는 이 문장은 제품 컨셉 부분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컨셉은 비단 제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프라이탁 레퍼런스와 관련된 모든 활동에 흐릅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프로모션 도구 중 왜 신문을 골랐을까요? 그것도 출판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 그들이 직접 100년도 넘은 인쇄기를 스튜디오에 들여놓고 말이죠. 


"Since 1993 FREITAG has been manufacturing riding on wheels. With FREITAG REFERENCE, we turn to those messengers writing on paper. Messenger comes from message; and today the media are the horse that carries him."


메신저백 덕분에 탄생한 그들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메시지는 그 동안에 바퀴달린 무언가에 의해 옮겨졌는데, 이번에는 다른 말(메신저)에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 봅니다. 메신저는 메시지가 있을 때야 비로소 그들의 존재가치가 빛나는 거니까요. 데일리 레퍼런스를 봐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문장은 "The messenger is the messege"였습니다. 


5번까지 가기엔 힘이 드니, 마지막 '왜'와 대답을 찾았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미디어 중에 왜 신문'이었을까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미디어는 TV프로그램, 영화, 웹페이지 등등 많은데 말이죠. 이 대답을 찾고, '역시, 프라이탁!'했습니다. 


"More than 15 years after we started FREITAG, we finally know what we're about: cycles. We cycle to work. We cycle tarps. And we think in cycles. So our newspaper THE DAILY REFERENCE which we edited from 3th through 30th cycles content"


그들은 일을 시작한지 15년 째가 되어서야 자신들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합니다. 그건 바로 '사이클'이랍니다. 단지 재활용품을 활용하는것 뿐만 아니라 그들은 무언가를 계속 다시 돌아가게 연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메신저, 메시지, 자전거, 바퀴, 재활용품, 실과 바늘... 모두 사이클(순환, 재생, 다시)과 관련되어 있지 않나요? 


그래서 데일리 레퍼런스의 컨텐츠도 온전히 생산하는 게 아니라 '재' 생산합니다. 주요 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오려내서 그 기사에 자신들의 생각을 덧붙여서 재 발행하는 것이죠. 신문은 그 종이 자체를 재활용할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사이클'이라는 그들의 존재 이유와 닮아 있습니다. 


어떤가요? 프라이탁 대변인 같은가요? 그렇지만 브랜드를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을 하면서 느낀 건, 이렇게 여러번 "왜"를 물었을 때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브랜드는 몇 안 된다는 겁니다. 만약 제가 왜를 다섯 번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프레스 용 답변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저는 지갑을 열 의향이 있습니다. 프라이탁이나 탐스슈즈, 로모, 그리고 홍대의 더 페이머스 램같은 카페, 제이미 올리버 같은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생각이 명확한 브랜드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 데일리 레퍼런스는 홈페이지에서 pdf 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매장에서 실제 신문을 한 뭉치 얻어 왔는데, 베를린 떠나는 마지막날 기차 시간 앞두고 서둘러 찍느라 제대로 못 보여드려서 아쉽네요.


Main Picture와 그와 관련된 url을 서너개 골라 놓는 것이 주요 포맷
인테리어 소품이 된 베를린 플래그십 스토어의 데일리 레퍼런스








Sep 25, 2011

[brand] 쏘쿨 쏘핫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을 소개합니다




프라이탁(Freitag)을 알게 된 건 4년 전 쯤 입니다. 이제는 메신저백도 프라이탁 스타일(컬러풀한 & 비닐 소재로 만든)의 가방이 많이 보이지만, 당시 저에게는 이런 브랜드의 존재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버리는 트럭 덮개와 사고난 자동차의 안전벨트로, 그러니까 쓰레기로 가방을 만들어 판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이들의 본사는 컨테이너 박스라는 이야기를 알게 되고는 항상 주시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두었습니다.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를 쓴 브랜드 거부주의자 닐 부어만(Neil Boorman)같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 브랜드를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소모품인 가방을 이십 만원 이상 주고 사는 짓은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제외입니다. 





(사진: www.freitag.ch)




프라이탁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1993년에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프라이탁 형제(Markus and Daniel Freitag)가 만든 착하고 쿨하고 멋진 브랜드입니다. 

먼저 탐스 슈즈(TOMS SHOES)처럼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법니다. 탐스 슈즈가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사면 다른 한 켤레가 아프리카의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신선한 비즈니스 모델로 사람들을 놀라켰다면, 프라이탁은 남들이 버리는 처치곤란의 쓰레기를 가지고 멋진 가방을 만들어 냈습니다. 

주 재료는 타폴린(트럭을 덮는 방수용 천), 자동차의 안전벨트와 에어백, 자전거 타이어 안쪽의 고무입니다. 이 재료들은 폐기하는 데만도 비싼 돈이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라이탁에게 이 쓰레기는 귀한 원재료가 됩니다. 쉽게 말해 '재활용 브랜드'다, 라고 하면 된다는 걸 이렇게 구구절절 써 놓고서야 깨달았네요.

탐스와 프라이탁의 또 하나의 공통점 선한 목적을 가진 태생 이전에 쿨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스토리를 모르더라도 사고 싶게 생겼는데, 알고 나면 꼭 사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들이 하는 활동들을 지켜봐도 단지 '장사'만 하려는 것 같지 않아서 좋습니다. 에이전시에 돈을 주고 아이디어를 사는 브랜드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신제품 프로모션이나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보여줍니다. 특히 작년에 있었던 프라이탁 레퍼런스 런칭 프로모션은 과거에 신문방송학도여서 그랬는지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25일을 몇일 앞두고 직원들 한 명 한 명이 직접 카드를 써서 회원들에게 보내는 이벤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들은 이야기라 확인은 못했지만, 멋지지 않나요?

어떻게 이런 브랜드를 생각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조금 더 찾아 보았습니다. 프라이탁 형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리히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을 때, 그들은 고속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작은 플랏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근처에 폐기물 처리장이 있었는지 매일 무언가를 가득 실은 트럭이 그 고속도로를 지났는데, 일년 중에 평균 127일이 비가 오는 취리히이기에 대부분 컬러풀한 방수용 덮개로 덮힌 트럭들이었던 모양입니다. 

그걸 보고 문득 저걸로 가방을 만들어볼까? 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합니다. 취리히 사람들은, 특히 젊은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는데 비가 많이 오는 동네기 때문에 방수용 가방이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만들어 메다가 팔고 싶다는 샵들이 나타나자 시장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어 대성공을 이룹니다. 

수많은 미투(me too) 브랜드들이 창궐(?)함에도 불구하고 18년째 건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위에도 이미 말 했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아닐까요. 돈 때문에 시작한 브랜드는 돈 때문에 끝납니다. 성장의 지표를 매출로 보기 때문에 어느 순간 매출이 떨어지면 불안해 하고 리뉴얼을 고민하고, 새로운 광고 에이전시를 찾으며 전전긍긍하죠.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프라이탁은 자신들의 성장의 지표를 매출에서만 찾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무시할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적어도 매출이 떨어진다고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조바심 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프라이탁을 보면 카메라 브랜드 로모(LOMO)가 생각납니다. 로모의 활동들을 보면, 창업자들이 '잘 놀기 위해' 시작한 브랜드인 만큼, 로모그래퍼들을 어떻게 즐겁게 해줄까를 먼저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이전에 '우리가 어떻게 하면 로모그래퍼들이 한 번 더 웃길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것 같달까요. 그러고보니 로모도 1990년대 초에 시작되었네요. 이들의 20주년 행사는 어떨까요? 벌써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프라이탁의 광고컷 몇 장 소개합니다. 광고를 홈페이지나 매장 외에 다른 매체에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스위스 사람들로서 얼마나 퀄리티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이렇게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나 봅니다. 이들은 이 광고컷을 '광고'라고 말하지 않고, '새 제품의 성능 테스트를 하는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아래는 작년에 새로 런칭한 백팩이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줍니다.
(사진 : www.freitag.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