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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5, 2012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덴마크 브랜드 중 로고에 왕관이 그려져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로열 코펜하겐과 칼스버그(Carlsberg)가 대표적입니다. 이것은 왕실에 납품을 했던(하는) 브랜드임을 증명하는 즉, '왕실 인증' 마크라고 봐도 무관합니다.

코펜하겐에서 이런 브랜드들을 보며 참 부러웠습니다. 브랜딩하기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만의 고충이 없을리 만무하지만, 요즘 브랜드들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라도 갖고 싶어하는 '헤리티지와 오리지널리티, 히스토리와 스토리...' 등등의 단어를 이미 등에 업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특히 칼스버그는 세계 4위의 공룡 맥주 회사로 성장한 지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스버그의 '없을리 만무한' 고민 중 하나는, 맥주 시장 전반의 침체일 것입니다. 칼스버그 그룹에는 수많은 브랜드의 개별 브랜드가 있습니다. 덴마크 시장 1위에 빛나는 깔끔한 Tuborg Green도 있고 칼스버그의 클래식이자 알콜 도수 7도가 넘는 강한 맥주 엘리펀트도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편의점에서 맥주 코너에 가면 대부분이 칼스버그 그룹의 맥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맥주가 기네스이듯, 덴마크를 대표하는 맥주가 칼스버그임도 분명해 보입니다. 기네스는 아일랜드의 국민 맥주로 국가적 위기도 함께 견뎌 온 존경받는 기업의 타이틀까지 얻고 있는데, 칼스버그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칼스버그 그룹의 제품 포트폴리오 중, 코펜하겐(Copenhagen beer)이 있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디자인 숍이나 인테리어 소품 매장에 전시용으로 놓여져 있던 '코펜하겐'이라는 이름의 병을 처음 보았을 때, 특별 제작되었거나 디자인 용품 회사에서 만든 음료수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칼스버그에서 생산한 맥주였기 때문입니다.



+ 바로가기 : 칼스버그 홈페이지


게다가 코펜하겐 맥주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 맥주는 마치 부티크 맥주들이 사용하는 단어들로 자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그 지역 이름인 코펜하겐인 것도, 그래서 라벨에 코펜하겐의 위도인 북위 56도가 표시되어 있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Copen*hagen is a new beer. And it’s quite a different beer. If you haven’t had the pleasure yet: Be prepared for a chilling surprise. It’s extra-ordinarily refreshing. Crisp, easy and smooth. Without bitter aftertaste. Brewed with nothing but natural ingredients and cold filtered for purity. Copen*hagen is like an open invitation. Scandinavian minimalism. Being beautifully stylish and refreshingly approachable, it allows you to enjoy beer in a discerning, stylish and modern way


Daring in its sophistication Copen*hagen is refreshing to all your senses. From its very name, over the stylized hop leaf to the shape of the bottle it’s made to satisfy every taste- and style-conscious lovers of life. Copen*hagen is made with a little help from our friends. Like you – and the likes of you – who care about design, taste and quality. You told us what you were looking for: a crisp, delicate and refreshing beer that looks great.  Together we redefined beer itself, its idea, design and taste. Today we can enjoy what we have accomplished together:   Something refreshingly different.


Copen*hagen it is.

맥주는 '술(알콜)'이라고 생각해온 전통적인 남성 맥주 소비자들은 '스칸디나비안 미니멀리즘의 모던하고 스타일리시한 감각의 맛 좋고 품질 좋은 맥주'라는 이것을 허세 맥주나 게이 맥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패스트컴퍼니에서도 이 맥주를 두고 '세계 최초의 양성 맥주 (병)'이라고 했는데,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 관련기사 : Is This The World’s First Androgynous Beer Bottle?

실제로 많은 여성 고객들이 맥주를 마시지 않는 이유는, 마초의 이미지, 배부름, 칼로리 등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펜하겐은 칼스버그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맥주 소비자에서 제외되어 있는 '맥주 맛 자체와 스타일을 소비하는 여성(혹은 남성)' 소비자군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소비자군이 얼마나 넓을 지, 또 많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올해부터 시장을 유럽에서 아시아 등으로 넓힌다고 하니 기대는 해 보겠지만, 왠지 왕실 맥주의 실험작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맥주가 작은 부티크 맥주 기업의 것이 아니라 대자본와 글로벌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칼스버그의 것이기에 섣부른 판단은 조심스럽습니다.

음료수처럼 상큼한 청량감이 돋보이는 특색있는 맛, 예쁜 병 디자인, (아직은) 소량 생산, 지역색 등 부티크 맥주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모두 갖춘 코펜하겐. 성공여부를 떠나 다시 맛보고 싶군요. 샐러드나 스시, 그리고 로열 카페에서 맛 본 스무시처럼 무겁지 않은 음식들과 잘 어울립니다. 그나저나 평생 다시 그 맛을 볼 기회가 있을까요?


+ 관련 글 : [brand] 로열 코펜하겐의 로열 카페(Royal Cafe)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1. 맥주맛도 모르면서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2. 멜번 편, 스몰 브로어리와 모던펍의 만남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Sep 27, 2011

[brand] 로열 코펜하겐의 로열 카페(Royal Cafe)







덴마크를 대표하는 몇 가지. 레고, 안데르센,  덴마크식 다이어트(?), 그리고 빠지지 않는 것이 로열 코펜하겐(Royal Copenhagen)입니다. 덴마크 왕실용 자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역사가 200년도 넘은 그릇계의 명품으로 통합니다. 

그러고 보니 덴마크에는 유명한 브랜드가 참 많네요. 오디오계의 명품이라는 뱅앤 올룹슨, 안경계의 명품이라는 린드버그같은 회사뿐만 아니라, 에그 체어로 유명한 얀 야콥슨(Arne Jacobsen)이나 팬톤 체어의 베르너 펜톤(Verner Panton) 역시 명품 의자를 디자인한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가 '귀로만 듣던 걸 눈으로도 보고 몸으로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3년 동안 브랜드를 발견하고 관련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나니, 제 눈에 띄는 건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브랜드들입니다. 그래서 그런 브랜드 매장이 보이면 들어가서 한참을 노는게 일이 되었습니다. 

로열 코펜하겐 역시 (제 담당은 아니었지만) 다루었던 브랜드라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매장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들어갔습니다. 사실 제 관심사는 그릇보다는 카페에 있었습니다. 매장 옆에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커피만은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한 이번 여행에서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였습니다.

일할 당시에는 로열 카페가 로열 코펜하겐에서 운영하는 카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숙소에서 가까운 덕분에 요 몇일 다녀보니 완전히 로열 코펜하겐에서 운영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협업에 가깝다고 해얄것 같습니다. 카페에 대한 내용은 이미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잘 정리를 해 주신 덕분에, 링크로 대신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카페만 가는 건 예의가 아니니 매장에도 들렀습니다. 사진 촬영은 안 되지만, 이 매장은 관광지에 가깝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제품 컷은 최소화한다는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며, 아이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로열 코펜하겐 매장의 내부 모습

로열 코펜하겐의 매장은, 
총 세 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신상품 중심, 2층은 스테디셀러 중심, 3층은 기념품 중심인것 같습니다. 3층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둬서인지 크리스마스 소품과 아웃렛이 있어서, 여행객이 선물을 사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접시나 장식용 자기 하나 쯤은 그릇을 좋아하시는 어르신이나 친구들을 위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2만원으로는 사기 어려우니 정말 기념만 하고 싶은 분들은  작은 크리스마스 소품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브랜드의 이름만 알 때에는 정말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모두 금 테쯤은 두른, 제품만 파는 줄 알았는데 취재를 하며 제품 카탈로그를 보고서는 왠지 '코렐'스러운 느낌에 호감도가 떨어졌었습니다. 그런데 그 카탈로그는 정말 '판매'를 위한 것이었는지, 카탈로그에 있는 제품들은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이었습니다. 

'로열'스럽다고 느끼는 제품들은 역시나 '왕실에 들어갈만 하군'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고, 또 비쌌습니다. 0이 다섯개쯤 붙은 크로네였던것 같습니다. 1크로네가 200원이니, 접시 하나에 수백 만원대라고 할까요. 세트로 사면...

그래서 매장 구경은 마치고, 카페로 옮겨갔습니다. 호스텔에서도 잘 안 잡히는 와이파이도 잘 되고(비밀번호는 물어보세요), 제가 좋아하는 잡지 <모노클>도 있고, 커피도 맛있는 저에게는 코펜하겐 최고의 카페였습니다. 







이 카페에서는 몇 가지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주요 타겟이 코펜하겐의 시민들뿐 아니라 관광객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당연히 그릇은 로열 코펜하겐의 제품을 쓰고 인테리어 소품들 역시 얀 야콥슨의 의자 같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제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른 카페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영어 잡지가 많이 구비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메뉴 역시 영어가 함께 쓰여져 있고 'Danish'라고 강조한 메뉴도 여럿인걸 보아 관광객을 염두에 둔게 틀림없습니다.

전략은 성공적이어 보입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로열 코펜하겐에 들러서 구경을 하고 이 카페에 와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만 채워져 있으면 로컬들은 그곳을 기피하기 마련인데, 이 카페가 로컬들에게도 인기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스무시(Smushi)'라는 음식 때문입니다. 

스무시는 음식의 종류라고 할 수 있을텐데, 덴마크 사람들이 많이 먹는 오픈 샌드위치와 일본의 스시의 컨셉을 결합시킨 음식입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주로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치즈나 야채 등을 얹어 먹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포만감도 그렇고 오래된 음식이라는 이미지니까요. 게다가 요즘 덴마크에서는 동양적인 것이 유행이랍니다. 여기에서 착안해서 작은 딱딱한 빵 조각에 치즈를 올리고 그 위에 생선이나 고기를 예쁘게 쌓아 올려서 마치 조금 큰 스시처럼 만들었습니다. 

한 피스에 48 크로네, 그러니까 약 만원입니다. 세 피스를 먹으면 좀 싸고, 일요일에는 팔지 않습니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카푸치노 한 잔이 40 크로네이고, 편의점 샌드위치도 40 크로네 정도인 이 도시에서 이런 새로운 전통 음식을 두 피스 정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홍보를 하고 있네요.







어딜 가나 로컬들이 무얼 먹고 무엇 입고 있는지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제부터 계속 보이는 맥주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맥주처럼 생기지 않아서 맥주인 줄 몰랐는데, 메뉴를 보고서야 맥주인지 알았습니다. 디자인 숍에 가도 이 맥주 병이 디스플레이 소품으로 활용되고, 카페에 가도 이 맥주를 마시는 멋진 코펜하겐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 병을 시키고 맛을 보며 이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칼스버그에서 만드는 맥주였습니다. 칼스버그 역시 로열 코펜하겐처럼 로고에 왕관이 그려져 있습니다. 왕실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 이 맥주의 이름도 적지 않았네요. 무려 '코펜하겐'입니다. 뭔가 재미있는 스토리가 흘러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안 그래도 여행을 다니며 부티크 맥주 시장에 관심이 생겼는데, 조금 더 조사해서 이 코펜하겐과 함께 호주와 유럽 대륙의 맛있는 부티크 맥주를 소개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밖에서는 불꽃놀이를 하는 모양인데, 나가기에 너무 추운 밤이라 고민입니다. 사실은 친구가 없습니다. 이층 침대를 같이 쓰며 친해진 일본 친구는 하필 오늘 아침에 떠났네요. 누구 지금 코펜하겐에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