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6, 2011

[brand] 브랜드를 책으로 배웠어요 4. 방 짓는 가구, 이케아(IKEA)

한국에도 이케아(IKEA)가 들어온다 아니다로 시끄럽다 말다 하기를 몇년째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들어온다죠? 아직 찾아보지는 못했는데 누가 들여올 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그리고 가장 슬퍼할 기업 중 하나는 이랜드가 아닐까 합니다. 모던하우스로 시장을 키워놓자마자 공룡이 발걸음을 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또 모르죠, 시장이 더 커져서 함께 즐거워할 지도요.


이케아는 굳이 케이스 스터디로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 알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온라인을 통해서 이미 구매를 해본 사람들도 있을테고, 어학연수나 유학 등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모를리 없습니다. 그래도 간략한 정보를 위해 <이케아 (스웨덴 가구왕국의 상상초월 성공 스토리)>의 북 리뷰를 네이버에서 가져왔습니다.


"2005년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대 부호이자 20세기 최고의 기업가인 '잉바르 캄프라드'. 그는 17세에 설립한 이케아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낸 천부적인 사업가이다. 이케아는 32개국에 202개의 점포, 9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해마다 4억 5만 명이 이케아의 가구를 구매한다. 실용적인 디자인, 합리적인 구매, 제품의 완벽한 물류관리 등으로 세계 전역에서 성공하며 세계의 스타일을 주도하고 있는 이케아.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엄청난 성공으로 이끌었는가?"


이 리뷰가 설명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디자인, 구매(가격), 물류가 이케아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입니다. 디자이너들은 북유럽 감성이 녹아져 있는 색감과 패턴, 그리고 실용적인 디자인에 감탄하고,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조립을 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매장까지 가서 힘들여 사와야 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을 감내하게 할만한 저렴한 가격에 감탄하고, 비즈니스맨들은 이 가격을 가능하게 하는 완벽한 물류 시스템에 감탄합니다. 블루오션, 가치사슬 등 거의 모든 혁신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기에 수많은 경영대학원에서 사례연구로 다뤄졌습니다.


덕분에 경영학 수업 시간에서부터 브랜드 관련 기사를 쓰는 일을 하는 동안까지 월마트, 델 컴퓨터, 아마존 등과 함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브랜드입니다.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많은 정보만 축적되어가다보니 멜번에서 생애 처음 이케아 매장에 방문하면서도 이미 다녀와 본 듯한 착각에 태연했습니다. 




(사진 촬영이 금지였지만, 나쁜 의도는 없으니 최소한의 사진만 업로드합니다.)


매장은 어느 도시에서나 도심에서 꽤 떨어져 있고, 각기 컨셉이 다른 방에 적절한 가구와 소품들이 조화롭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감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맘에 드는 방을 골라 그 방의 모든 제품을 사도 될 만큼 각 방의 컨셉에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품질이 좋지는 않아 몇년 못 쓰고 다시 사야 하겠지만요. 눈에 찍어둔 제품은 코스트코같은 아래 창고에서 픽업을 해서 계산하면 됩니다. 한 번 들어가면 매장을 거의 다 돌고서야 계산대로 나올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져 있고, 나오고 나면 피곤했을 우릴 기다리는 1달러짜리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이케아의 매장 체험기는 책으로 배운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그랬을까요. 상상이 실제로는 이렇게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웠던 것은 스웨덴에서 카우치 서핑으로 만든 친구의 이케아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하나는 이케아와 관련된 스웨덴의 인테리어 문화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에 관한 논란입니다. 


멜번, 런던, 베를린 할 것 없이 젊은 친구들과 집을 함께 쓰거나 유학생의 방을 빌려 쓸 때에는 어김없이 '이케아로 만든 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거의 모든 가구와 소도구, 주방용품이 이케아 제품으로 이뤄진 방에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두 번째 카우치 서핑을 하던 집은 이상하게도 이케아 제품이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왜냐고 물어보자, 굳이 필요가 없기 때문이랍니다. 이케아는 필요없는 물건도 사게하는 곳이라며 요즘 스웨덴에서의 인테리어 열풍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30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아이 교육, 해외로 떠나는 여름 휴가, 그리고 카페 문화에 마치 게임을 하듯 시간과 돈을 쓰는 이들이 자신도 신기하다며 말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서는 이케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집안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철마다 집안 분위기를 바꿀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인테리어 디자인에 열광할 수 있게 하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이케아가 스웨덴의 대표 기업인 것은 말 한 것도 없으니, 이 브랜드의 창업자는 스웨덴에서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많은 스웨덴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존경받는 기업인인지요. "굉장한 부자지만 굉장히 검소하다"라는 예정된 대답 뒤에 이어진 "그런데 그가 나치주의자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은 저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이냐고 몇 번 물어 본 뒤 검색을 해 보니, 그는 독일계 스웨덴인이고 젊은 시절 나치를 후원했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젊은 시절의 치기였다고 인터뷰를 한다지만, 히틀러의 '히'자를 꺼내는 것에도 예민해지는 유럽에서 그런 과거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케아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구글에 ingvar kamprad를 치면 nazi가 함께 자동완성되는 것을 보고는 기분이 묘했습니다. 


현지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서 물을 때 어김없이 이야기하곤 하는 삼성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국의 대표 기업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건희 회장의 탈세 문제나 <삼성을 말하다>와 같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에 자랑스러워 할 수만은 없어 합니다. 그 친구 역시 제가 이케아에 대해서 물었을 때 같은 감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책으로만 배운 브랜드인 알디도, 버진도, 이케아도 삼성처럼 전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유명 기업이지만 감추고 싶은 혹은 떳떳하지 않은 공공연한 비밀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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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캬. 필요없는 물건도 사게 만든다는 것에 완전 절대 공감일세. 어쩜 그렇게 사게 만드는지 몰라...ㅡㅡ;;; 맨날 당해. 그리고 거기 음식 먹으러 가는 사람들도 있다. 스웨디시 밋볼...너무 맛있어...ㅋㅋㅋ 그것만 따로 냉동식품으로 살 수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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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스웨디시 밋볼은 못 먹어봤네. 아무튼 스웨디시인거 엄청 강조하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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