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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9, 2012

브랜드 단신 6.

1. 북바인더스디자인에서 'FIKA'라는 이름의 카페도 시작했군요. 스웨덴의 커피문화와 피카에 대해서 썼던 글이 떠올라 반가웠지만, 한국에 부는 북유럽 열풍이 단지 유행일지, 실용주의로의 방향 선회일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북유럽 스타일의 혹은 출신의 제품 가격을 본다면 후자일 가능성은 적겠지만 말입니다.

+ 관련글: [culture]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2. 북유럽의 카페 문화와 라페 맘(Latte Mom)


2. 알토대학(Aalto University)의 제주 분교 소식이 다시 들리네요. 기사는 2009년에 무산되었다는 보도만 있는데, 들리는 바에 의하면 재추진되는 모양입니다. 최근 모노클에서도 알토대학 광고가 자주 보여서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한국에 온다니, 북유럽 열풍을 타고 학교까지 오나보다 싶겠지만, 사실 요즘 핀란드라는 나라가 벌이는 국가적 차원의 마케팅을 보면 본받을만 합니다.

3. 매거진 B를 만드는 JOH에서 만든 밥집이라는 일호식(일호식당에서 '당'을 뺀)이 궁금하군요. 만나는 사람마다 이 식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이 식당의 흥미로운 인사 시스템에 대해서 말하고, 어떤 분은 이 식당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4. 일호식에서도 파는 것 같은데, 최근 일본 부티크 맥주로 패션지 위주로 소개되고 있는 히타치노 네스트를 드디어 마셔보았습니다. 신세계 백화점과 홈플러스 등에 판다기에 굳이 홈플러스까지 가서 사왔는데, 홍보 문구와 가격에 비해 맛은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패키지 디자인에 눈을 빼앗긴건 사실이지만, 맛을 보고 나니 예뻐도 용서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달까요.

+ 관련글: [trend] 부티크(boutique)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맛도 좋다

5. SSD 푸드마켓과 분스를 보며, 놀랐다기 보다는 신세계와 이마트, 그리고 정용진 회장은 어디까지 준비하고 있을까, 어느 브랜드까지 이미 작업을 해 놓았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데일스포드 오가닉, 딘앤델루카, 위의 히타치노 네스트까지 흥미로워진 브랜드를 찾다보면 이미 한국에서는 신세계가 유통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시에 정용진 회장 이후의 신세계를 보며, 씁쓸하지만 아래로부터의 변화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로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6. 스티키몬스터와 프레인이 함께 만들었다는 (프레인인지, 여준영 대표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합정동 공공장소 역시 궁금합니다. 이 아이디어 디자인 그룹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어떻게 꾸며 놓았을까요? 놀랄만 했으면... 하는 기대를 품고 가겠습니다. 아참 그 전에 이태원 꿀풀을 먼저 가 봐야하는데 말입니다.








Apr 2, 2012

[brand] 브랜드 단신

1. 홍대의 디자인 숍 마켓엠에서 한옥 레지던스를 오픈했답니다.



일본 브랜드인줄 알았던 마켓엠은 한국인이 운영한다고 하네요. 센스있는 소품과 가구들이 늘 마음에 들었는데 브랜드 확장도 적당히 놀랍고 왠지 모르게 수긍이 갑니다. 마켓엠이 운영하는 한옥 레지던스는 경복궁 근처에 위치하고 비수기 주중 15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됐습니다. 외국이나 다른 지역에서 친구들이 놀러오거나, 오래된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할 때에 하루쯤 묵어보고 싶습니다. 가끔은 서울 여행도 재미나니까요.

+ 마켓엠 한옥 레지던스 이용안내



2. 카페로 시작한 aA디자인뮤지엄이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를 파는 리빙숍을 오픈했습니다.



aA는 가구 콜렉터로 유명한 김명한 대표가 운영합니다. 처음부터 카페가 목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비싼 디자인 가구와 좋은 원목의 가구들을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들여 놓게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거의 10년 전에 부지를 사서 건물을 올리고 카페 나머지 공간을 창고 겸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도 모두 이 리빙숍을 오픈하기 위한 준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드디어 얼마 전 이야기로만 듣던 그 공간에 다녀왔고, 괜한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이미 인테리어 문화가 성숙한 멜번이나 스톡홀름, 코펜하겐의 리빙숍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명 디자인 의자를 서울에서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고, aA에서 직접 디자인한 좋은 원목 가구들은 얼른 결혼을 해서 신혼 집에 들여 놓고 싶어집니다. 가격도 품질과 디자인을 고려하면 저렴합니다. 코펜하겐에서 보았던 유명 디자인숍 HAY의 센스있는 패브릭 제품도 만날 수 있습니다.


3. 아베크롬비앤피치의 홀리스터(Hollister Co.)가 한국에 상륙한다고 합니다.



여의도에 위치한 IFC 서울(서울국제금융센터)에 8월쯤 오픈한다네요. 홀리스터는 아베크롬비앤피치의 서브 브랜드로 아베크롬비보다 약간 저렴합니다. 스톡홀름에서 본 매장 인테리어는 아베크롬비와 거의 비슷했는데, 과연 아베크롬비의 상징인 '언니오빠들' 역시 여의도에서 볼 수 있는 것일까요?


4. 탐스슈즈에서 '신발 없는 하루'를 진행합니다. 참 멋진 캠페인입니다. nhn에서 운영하는 '어둠 속의 대화'도 생각납니다.

+ 신발없는 하루 웹페이지
+ 어둠속의 대화 웹페이지


5. 메가박스에서는 오페라를 상영합니다.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2012년 작품들을 2D 혹은 3D로 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어려운 오페라라는 장르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영화를 보러 간다고 생각하면 3만원이 비싸지만 오페라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 3만원은 감사한 가격입니다.

Mar 26, 2012

[inspiration] 홍대 카페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변신 공간과 브랜딩에 대한 몇 가지

(image: www.anthracitecoffee.com)


저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무연탄)' 카페. 무한도전에도 나왔다죠? 역시 좋네요. 커피 맛도, 분위기도, 무엇보다 이들의 모토가요. '재활용, 자급자족, 자립' 이랍니다. 


카페에 대한 소개는 아래 글로 대신합니다.


+ [복합문화공간7] 폐공장 재활용, 당인리커피공장 ‘앤트러사이트'  

브랜드와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수백개가 존재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것이고,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마트에 가서 1+1 행사 때문에 보통 사던 우유를 사지 않고 A 우유를 산다면 A 우유는 저라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아서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겠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늘 B라는 우유를 산다면 그 우유는 브랜딩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랑을 하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 사람이 마냥 좋습니다. 물론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겠지만요. 그래서 브랜드 이론가 중 하나는 '브랜딩은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에 빠뜨리면 나를 선택하게 하려고 굳이 애를 쓰지 않더라도 나를 찾게 된다는 말이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브랜드는 소비자를 사랑에 빠뜨릴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언행일치입니다. 말한대로 행동하는 것이지요. 요즘 사람들은 기업에 대한 불신감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말한 기업의 미션, 철학대로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찍고, 프로모션을 하는 기업에게 쉽게 호감을 보입니다.

또 애플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애플이 Think Different하겠다고 말하고, 그에 따른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찍고 신제품 런칭 쇼를 하고 매장을 만들고 직원들을 훈련시켰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에 열광한 것입니다. 프라이탁도 '재활용'하겠다는 모토 아래에서 제품도 그렇게 만들고 작은 리플렛 하나까지에도 그 정신을 따르게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앤트러사이트는 브랜딩을 잘 해가고 있지 않나 합니다. '재활용, 자급자족, 자립'이라는 모토 아래에서 공간을 만들고, 커피를 볶고, 직원을 채용하고, 수익을 나누고, 또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기사를 읽어 보시면 알 것 같아요. 말한대로 행동하고 있기에 오늘 길이 차가 없다면 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이 북적입니다.

'지행합일' '언행일치'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하고 그것이 완벽하다면 성스러운 인간, 성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수많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업이 있다면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사실 이 카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에도 와핑 프로젝트(Wapping Project)같은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습니다. 공간 재활용은 요즘 공간 구성의 유행이기도 합니다. 수력 발전소를 개조해서 카페겸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는 런던의 와핑 프로젝트, 화력발전소였던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 맥주 양조장이었던 베를린의 문화 복합 공간 컬처 브로어리(Kulturbrauerei), 와인 창고가 변신한 파리의 베르시 공원(Bercy village), 자동차 공장을 개조한 파리의 시트로앵 공원(Park Andre Citroen), 원래는 도살장이었던 파리의 라 빌레트(La Villette) 등 해외 사례도 많이 소개되었죠.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단지 기존의 공장 공간을 재활용해서 변신했다는 공간 구성 컨셉에만이 아니라, 이 조직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심이 갔습니다. 와핑 프로젝트의 아류가 아닌 언행일치를 노력하는 곳 같습니다. '철학의 전략화'라는 말과 어울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홍대에 가면 당인리 발전소 근처로 가 보세요.







+



Mar 15, 2012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베이루트는 레바논의 수도입니다. 레바논이라는 나라가 중동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는지 지도를 보고도 단번에 찾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베이루트라니요. 참으로 낯설어서 베이루트에 떨어지게 되면 무얼 해야 할지 상상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있는 정보라면 대학 동기 중 레바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에게 들은, '베이루트에서는 수업을 듣고 있으면 학교 옆으로 탱크가 지나가고 폭탄이 터진다' 정도의 이야기 입니다. 종교, 정치, 역사 등 복잡한 이유들로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기 때문이겠죠.

이런 레바논에서도 부티크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전 <모노클>에서 LB와 961이라는 이름의 맥주 관련 기사를 읽고는 이 맥주뿐만 아니라 베이루트라는 도시도 궁금해졌습니다. 왠지 베이루트에 가면 올리브 나무로 담장이 만들어진 바에서 흙먼지로 지친 목과 코를 이 맥주로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했습니다.

비록 베이루트에는 가 보지 않았지만, 이 도시의 맥주 이야기는 최근 부티크 맥주의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합니다. 서울이나 부산, 담양이나 제주 등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작은 맥주 사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레바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래비티 브로잉(Gravity Brewing)의 창업자 Mazen Hajjar는 이 회사에서 나오는 두 가지 맥주, LB 맥주(Lebanon beer를 의미, lb는 레바논의 인터넷 도메인 코드)와 961 맥주(레바논의 국가번호)의 성공 동력을 세 가지로 말합니다. 브랜드 스토리(A good brand story), 디자인(Graphics and labels), 그리고 동료들(A loyal team)이 그것인데, 이 세 가지 요소는 작은 브랜드들이 성공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 스토리
"좋은 맥주를 만드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좋은 맥주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 말이죠. LB가 런칭한 2006년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레바논 기반의 무장 시아파 조직이자 합법적 정당) 간의 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모두가 이곳에서 도망가려 할 때, 우리는 숍을 열었습니다. 포격 속에서 우리의 첫번째 맥주가 탄생했죠."

- 디자인
"창업 이래로 우리는 보기 좋고 다양한, 특히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로컬 디자인 회사인 Drive Communication이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레바논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태양을 심볼화 한 것 역시 우리가 레바논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라는 것을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 동료
"처음 회사가 만들어질 때에 누구도 맥주 제조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모두가 100% 레바논 기반의 레바논 맥주를 만들겠다는 열정과 도전의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지요. 회사 운영방식 역시 굉장히 유연하고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Hajjar는 '작은 것이 좋다(small is good)'라는 철학과 '레바논 사람들에게 이전과 다른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은 양조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레바논 시장을 독점하던 하이네켄 그룹의 맥주인 Almaza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년 7백만 병을 생산하며(Almaza의 경우 6천만 병) 세계 16개 국으로 수출도 할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말 할 수 있겠죠?

LB 맥주의 성장에는 위 세 가지 외에도, '지역(Local)'이라는 키워드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 했듯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의 로컬화는 최근의 메가 트렌드이기도 하구요.

LB는 디자인 회사도 레바논 기반의 회사와 함께하고, 광고나 프로모션에도 글로벌 스타보다는 레바논 출신의 아티스트나 뮤지션과 협업을 합니다. 지금은 주요 원료인 홉(hop) 을 독일에서 수입해서 쓰지만 조만간 레바논에서 제배된 홉으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천연 재료를 사용해서 다 쓴 원료를 지역의 가축 사료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게 합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할뿐만 아니라 지역을 알리고, 지역의 경제(일자리)나 환경까지도 고려하는 것이지요.

이런 지역 기반 브랜드들의 지역에 주는 것도 있지만 받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도시(국가) 이름을 네이밍에 활용한 경우 도시(국가) 브랜딩과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칼스버그의 코펜하겐 맥주나, 위의 LB 맥주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도시의 혹은 나라의 아이덴티티를 적극 활용하는 예입니다. 코펜하겐의 경우에 워낙 오래된 역사와 단단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브랜드가 도시의 덕을 보는 경우지만, 반대로 레바논과 베이루트는 LB 맥주의 성공으로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지 않을까요? 저만해도 전쟁의 도시였던 베이루트에도 쿨한 이미지가 추가되었으니 말입니다.

맛이 궁금할 뿐입니다. 런던의 레바논 스트리트 푸드 전문점인 얄라얄라(Yalla Yalla)에서 마셔 본 Almaza의 맛을 떠올려보면, 그보다 나쁠 수는 없을 겁니다. 제가 마셔본 맥주 중에 가장 맛이 없는 맥주였거든요. 하이네켄 그룹에서 곧 Almaza를 되팔든, 투자를 해서 더 좋은 맥주를 만들든 해서 레바논에도 맛있는 맥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Almaza, Lebanon no.1 beer
Yalla Yalla, Lebanon street food restaurant, London


웬 남의 나라 걱정이냐구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도 레바논보다 조금 나은 정도지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좋은 사정의 나라는 아닙니다. 한국에도 어서 괜찮은 부티크 맥주 회사들이 하나 둘 생기고, 그 회사들이 도심에 직영 펍도 열어주길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이 개정되어야 하겠군요.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1맥주맛도 모르면서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2. 멜번 편, 스몰 브로어리와 모던펍의 만남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Mar 5, 2012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덴마크 브랜드 중 로고에 왕관이 그려져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로열 코펜하겐과 칼스버그(Carlsberg)가 대표적입니다. 이것은 왕실에 납품을 했던(하는) 브랜드임을 증명하는 즉, '왕실 인증' 마크라고 봐도 무관합니다.

코펜하겐에서 이런 브랜드들을 보며 참 부러웠습니다. 브랜딩하기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만의 고충이 없을리 만무하지만, 요즘 브랜드들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라도 갖고 싶어하는 '헤리티지와 오리지널리티, 히스토리와 스토리...' 등등의 단어를 이미 등에 업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특히 칼스버그는 세계 4위의 공룡 맥주 회사로 성장한 지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스버그의 '없을리 만무한' 고민 중 하나는, 맥주 시장 전반의 침체일 것입니다. 칼스버그 그룹에는 수많은 브랜드의 개별 브랜드가 있습니다. 덴마크 시장 1위에 빛나는 깔끔한 Tuborg Green도 있고 칼스버그의 클래식이자 알콜 도수 7도가 넘는 강한 맥주 엘리펀트도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편의점에서 맥주 코너에 가면 대부분이 칼스버그 그룹의 맥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맥주가 기네스이듯, 덴마크를 대표하는 맥주가 칼스버그임도 분명해 보입니다. 기네스는 아일랜드의 국민 맥주로 국가적 위기도 함께 견뎌 온 존경받는 기업의 타이틀까지 얻고 있는데, 칼스버그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칼스버그 그룹의 제품 포트폴리오 중, 코펜하겐(Copenhagen beer)이 있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디자인 숍이나 인테리어 소품 매장에 전시용으로 놓여져 있던 '코펜하겐'이라는 이름의 병을 처음 보았을 때, 특별 제작되었거나 디자인 용품 회사에서 만든 음료수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칼스버그에서 생산한 맥주였기 때문입니다.



+ 바로가기 : 칼스버그 홈페이지


게다가 코펜하겐 맥주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 맥주는 마치 부티크 맥주들이 사용하는 단어들로 자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그 지역 이름인 코펜하겐인 것도, 그래서 라벨에 코펜하겐의 위도인 북위 56도가 표시되어 있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Copen*hagen is a new beer. And it’s quite a different beer. If you haven’t had the pleasure yet: Be prepared for a chilling surprise. It’s extra-ordinarily refreshing. Crisp, easy and smooth. Without bitter aftertaste. Brewed with nothing but natural ingredients and cold filtered for purity. Copen*hagen is like an open invitation. Scandinavian minimalism. Being beautifully stylish and refreshingly approachable, it allows you to enjoy beer in a discerning, stylish and modern way


Daring in its sophistication Copen*hagen is refreshing to all your senses. From its very name, over the stylized hop leaf to the shape of the bottle it’s made to satisfy every taste- and style-conscious lovers of life. Copen*hagen is made with a little help from our friends. Like you – and the likes of you – who care about design, taste and quality. You told us what you were looking for: a crisp, delicate and refreshing beer that looks great.  Together we redefined beer itself, its idea, design and taste. Today we can enjoy what we have accomplished together:   Something refreshingly different.


Copen*hagen it is.

맥주는 '술(알콜)'이라고 생각해온 전통적인 남성 맥주 소비자들은 '스칸디나비안 미니멀리즘의 모던하고 스타일리시한 감각의 맛 좋고 품질 좋은 맥주'라는 이것을 허세 맥주나 게이 맥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패스트컴퍼니에서도 이 맥주를 두고 '세계 최초의 양성 맥주 (병)'이라고 했는데,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 관련기사 : Is This The World’s First Androgynous Beer Bottle?

실제로 많은 여성 고객들이 맥주를 마시지 않는 이유는, 마초의 이미지, 배부름, 칼로리 등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펜하겐은 칼스버그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맥주 소비자에서 제외되어 있는 '맥주 맛 자체와 스타일을 소비하는 여성(혹은 남성)' 소비자군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소비자군이 얼마나 넓을 지, 또 많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올해부터 시장을 유럽에서 아시아 등으로 넓힌다고 하니 기대는 해 보겠지만, 왠지 왕실 맥주의 실험작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맥주가 작은 부티크 맥주 기업의 것이 아니라 대자본와 글로벌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칼스버그의 것이기에 섣부른 판단은 조심스럽습니다.

음료수처럼 상큼한 청량감이 돋보이는 특색있는 맛, 예쁜 병 디자인, (아직은) 소량 생산, 지역색 등 부티크 맥주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모두 갖춘 코펜하겐. 성공여부를 떠나 다시 맛보고 싶군요. 샐러드나 스시, 그리고 로열 카페에서 맛 본 스무시처럼 무겁지 않은 음식들과 잘 어울립니다. 그나저나 평생 다시 그 맛을 볼 기회가 있을까요?


+ 관련 글 : [brand] 로열 코펜하겐의 로열 카페(Royal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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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0, 2012

[inspiration] 첼시에서 신발만 보기, 그리고 벵시몽(Bensimon)








20110525, Chelsea, London 

여행자는 생각보다 그리 낭만적이지도 자유롭지도 않습니다. 특히 도시 여행자는 더 그렇습니다. 하루 잘 곳, 먹을 것, 상점 폐점 시간, 내일 갈 갤러리 조사, 생존을 위한 현지인 친구 사귀기 등을 하다보면 내가 이 도시에 온 목적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사실 목적이랄 것도 없지만 하루살이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하루를 살다 잠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공백이 생기면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자리를 잡습니다. 커피를 한 잔 사와서 홀짝거리며 카메라 셔터를 기계처럼 눌러댑니다. 하나의 목표물을 정한 후에 말입니다. 이 방법은 전에 모시던 직장 대표님에게 배운 것인데, 신입 마케터 시절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돌며 사람들을 관찰했다고 합니다. 신발이든, 가방이든, 손에 들고 있는 무엇이든 하나만 정해서요.

이 날의 제 목표물은 신발이었습니다. 런던에서도 부자 동네인 첼시의 사치 갤러리 옆 쇼핑가의 벤치에 자리잡고 이 동네 사람들은 주로 어떤 신발을 신나 구경을 했습니다. 힐을 신고 다니는 이는 가뭄에 콩나듯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에 집중을 하면서 우리 문화와 비교도 하고 최근 트렌드에 대한 추측도 하다보면 생각 보다 꽤 생산적인 시간 때우기가 되곤 합니다. 그리고 의외의 수확을 거둘 때가 많습니다.

당시에는 수확을 거둔지도 몰랐는데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다 보니 벵시몽(Bensimon)의 사진이 찍혀 있네요. 아래 보이는 신발이 프랑스의 국민 운동화라는 벵시몽입니다. 벵시몽이 맞는 발음인것 같은데 주로 '벤시몽'으로 알려져 있는 모양입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많이들 신고 있고, 한국에서는 정재형을 비롯한 몇몇 스타들이 신으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컨버스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데 가격이 저렴하고 누구나 신을 수 있는 편한 신발입니다. 또한 컨버스도 그렇듯 이들의 브랜딩 활동이 눈에 띕니다. 역사로 보자면 100년 넘은 컨버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30여년 동안 이들이 성장해온 길을 보면 많은 브랜드가 참고할만 합니다.

이들의 브랜딩 이야기는 후에 이어 나가도록 하고, 오늘은 이들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벵시몽닷컴(www.bensimon.com/en)을 반년 정도만에 들렀는데, 또 바뀌어 있습니다. 이전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는데, 바뀐 메인 페이지도 벵시몽스럽습니다. 뭔가 오밀조밀 귀여운 이미지입니다.

왠지 모르게 프랑스 브랜드들의 홈페이지들은 마음에 듭니다. 이미 소개한 호텔 코스테(Hotel Costes)의 홈페이지처럼 감각적이고 첫 페이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가 하면 벵시몽의 경우 UX도 잘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다음 번에 벵시몽을 자세히 소개할 때는 오른쪽의 메뉴인 BOOK, ART&DESIGN, LIFESTYLE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미리 홈페이지에 들러 제품과 이들의 활동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것입니다.


+ 프랑스 브랜드 둘
1. 호텔코스테 : 홈페이지(www.hotelcostes.com), 관련 포스팅([brand] 파리의 레몬에이드, 코스테 형제(Costes Brothers)의 코스테 월드)
2. 메르시 : 홈페이지(merci-merci.com), 관련 포스팅([brand] 고맙게 돈 쓰게 만드는 영리한 브랜드, 메르시(merci))





Jan 18, 2012

[inspiration] London, The Regent Street Window Project 2011

London, Regent Street 

리젠트 스트릿은 런던의 얼굴인 중심 거리입니다. 벌써 작년이 됐군요. 작년 사진을 뒤적이다가 5월 사진들에서 리젠트 스트릿에 자리잡은 매장들 사진이 유독 많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 혹은 윈도우 디스플레이가 독특한 브랜드의 매장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하느라 길지도 않은 그 거리를 통과하는데 반나절은 걸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물론 처음이 그랬다는 것이고, 이후로도 들를 때마다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특히 아래 사진의 리바이스 매장에서 전설적인 501모델로 매장 입구에 하나의 전시물을 설치해 놓은 것을 보고, '나중에 brand commitment에 관한 글을 쓸 일이 있으면 사례로 써야겠군'하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입니다.

또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매장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지만, 세계지도로 만들어 놓은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보며 '네셔널지오그래피 사람들은 세계 지도를 열어 놓고 일반인이 흔히 가지 못하는 곳에 가서 그 곳의 기록을 남기는 일, 그러니까 지도를 통해서 세상을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이 역시 하나의 작품인 모양이군' 하고 상상해석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얼핏, 그때 보았던 regent street window project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서 조금 전에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이것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상상해석으로 포스팅 하나를 꾸며냈을지도 모릅니다.

2011년 5월은 RIBA(Royal Institute of British Architects)와 리젠트 스트릿 연합(Regent Street Association)이 협업하여 2010년에 이어 두번째 리젠트 스트릿 윈도우 프로젝트(Regent Street Windows Project)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RIBA의 건축가들과 리젠트 스트릿에 자리잡은 브랜드가 손을 잡고 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전시물을 함께 기획 전시한 것입니다. 아티스트들에게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브랜드에게는 신선한 방법으로 자사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입니다.

런던은 도시 정체성을 아트 런던(Art London)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단지 유명 갤러리나 작가들을 모셔오고 홍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아트 런던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이 공부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다른 도시보다 앞서 있습니다. 올림픽 특수가 있는 올해를 대비해서 트레이시 에민과 같은 유명 스타 아티스트와 신인 아티스트를 올림픽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가 하면, 스텔라 맥카트니에게도 올림픽 홍보 동영상 촬영을 맡겼습니다. 동시에 이런 아랫단의 작은 아트 프로젝트들이 계속 자라날 수 있는 토양도 만들어서 '한때의 아트 런던'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아마도 1990년대 말에 뮤지컬 산업을 육성하면서 '문화(창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에서 쌓인 노하우도 꽤 있을 것입니다. (예전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웨스트 엔드에는 새로운 뮤지컬이 올라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기대됩니다. 이번 런던 올림픽도, 그 이후에 런던이 얻게 될 '아트 런던'이라는 도시 정체성의 결과도 말입니다.


National Geographic
National Geographic
Macbook Air Window Display, Apple Store

Jan 16, 2012

[brand] 선정적인 미국 옷,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의 정체 4. 도브 차니






아메리칸어패럴의 광고컷입니다. Fashionable Basics, Sweatshop Free, Made in USA로 자신을 소개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Sexy 혹은 y를 뺀 그것입니다. 다행히 위 광고는 다른 광고에 비하여 배경 덕분에 이들이 지향하는 바를 조금 눈치챌 수 있습니다.


모델의 뒤로는 한 빌딩이 보이고, 엉덩이 사이로 보이는 글씨로 보아 이곳이 아메리칸어패럴의 공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빌딩 위에는 "LA를 합법화시키자(Legalize LA)"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아마도 당시 LA 근교의 수많은 Sweatshop을 비꼬고 자신의 공장에는 불법적인 노동 이슈가 없음을 밝히며 상대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일 것입니다.


LA 다운타운에 자리잡은 공장의 탑 배너는 이뿐만 아니라 "아메리칸어패럴은 하나의 산업 혁명이다(American Apparel in an Industrial Revolution)" 그리고 "이민 개혁운동 중!(Immigration Reform Now!)"과 같이 패션회사와 어울리지 않는 정치적 구호가 걸려있곤 합니다. 


위 이미지를 아메리칸어패럴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광고컷으로 고른 이유입니다. 창업자 도브 차니는 sexy와 politics를 적절히 브랜딩에 활용하는 영리한 경영자입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의 아이덴티티는 도브 차니와 꽤 밀접해 보입니다. 그와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보면 (그의 변태 행각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지만) 그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이런 사람이니 이런 브랜드를 20년이 넘도록 경영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4. Dov Charney

애플이나 탐스슈즈 등 일시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딩에 성공한 브랜드를 보면, 창업자의 철학이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반영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브랜드(경영자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큰)의 경우, 그 리더가 사라짐과 동시에 휘청하게 된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한 색깔을 내는데 이보다 더 좋은 전략(?)도 없습니다. 따라서 아메리칸어패럴을 알기 위해서는 도브 차니에 대해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의 홈페이지 도브차니닷컴(dovcharney.com)은 그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가족사에서부터 학창시절 영향을 준 선생님 이름과 수업 내용, 초기 사업에 영향을 준 친구들과 몬트리올의 유명한 베이글 이야기까지 소소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건축가인 아버지, 아티스트인 어머니,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 어린 시절에 다닌 대안 예술 학교의 영향으로 미적 감각을 키웠을테고, 유대인 집안이었던 것으로 보아 어린 시절부터 생존과 관련된 경제 관념에 눈을 뜨고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한 불어가 공용어인 캐나다 퀘백주의 몬트리올 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몬트리올과 뉴욕을 오가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그의 어머니는 그가 '경계와 국경'에 집착했다고 회상합니다. 


이런 사실의 나열에 지나지 않고 몇몇 이슈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 분명하게 밝히는가 하면, 넌지시 그의 성(性) 관념이나 이민 정책에 대한 입장을 읽는 이로 하여금 눈치채게 합니다. 유대인이자 독특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퀘백주 출신의 미국 이민자로서 밝히고 있는 민족주의나 보호무역주의 등에 대한 생각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그의 기행동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인간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가 개인 정체성에 (나아가서 브랜드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을 하던 차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장이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일 거라는 의심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어려서부터 성적 자유에 대한 아티클을 써 왔다고 적어 놓았지만, 어린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건으로 번번히 고소를 당하며 합의금으로 해결하거나 회계 장부상의 문제를 붉어지게 한 그가 미심쩍습니다. 그의 글을 읽고 있다보면 자칫 '이런 똑똑한 인물이 이런 짓을 한데에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거야'라는 생각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영리한 인물임은 틀림없습니다. 

사회적 기업, 기업의 윤리성이 대두되기 전에 그것으로 주목을 받고, 모두가 그 흐름에 주목하자 이번에는 '그것이 뭐 별거'라는 듯 다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서 기업을 더 키우고 있는 도브 차니, 지난 글에서 악동같은 창업자가 만든 악동같은 브랜드에 남겨둔 세 가지 의문에 이제 답을 시작합니다. 

1. 아메리칸어패럴은 Fashionable Basics를 만든다고 말하면서, 이 컨셉의 본질은 Basic이 아니라 Sexy입니다. 왜일까요?


이 브랜드는 무엇인든 대 놓고 하는 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린 섹시해요'라고 말하고 섹시를 컨셉으로 한다면 얼마나 촌스럽습니까. 그래서 패셔너블한 베이직 스타일이라고 말하지만 모두 그것이 섹시함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들 정치적인 문구를 브랜딩에 활동하기 시작하자 한 발 빼서 이민 정책이나 노동 문제로 자사 홍보를 하지 않은 이유도 같다고 봅니다. 남들이 다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동시에 남들이 안 하는 것 중에서 돈이 될만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마치 세스 고딘의 최근 저작 <이상한 놈들이 온다(대중의 죽음과 별종의 탄생)>에서 말하는 별종(별종 브랜드)이 바로 도브 차니와 아메리칸어패럴일 것입니다. 새로운 정상(별종)을 새로운 도덕으로 만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선정적인 광고에 대하여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이 별종 사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은 Youth Culture을 담고 있고, 그 중 Sex는 참 중요한 부분이다.” 이 한 마디로 아메리칸어패럴은 또 다시 보이는 것 이면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 브랜드로 포장 되었습니다. 단지 섹스가 아니라 유스컬처를 이해하는 브랜드가 된 것이지요. 명민한 별종입니다.

2. 하지만 최근 아메리칸어패럴은 1,500명의 불법 체류자를 해고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경영 악화는 가속화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도브 차니는 천사의 탈을 쓴 악덕 기업주였을까요?


이전 글에서 말했듯 아메리칸어패럴은 최상의 노동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며, 매년 5월 1일에 이민자 퍼레이드에 직원들이 참가하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 그 날을 휴일로 두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이민 정책에 관심이 많은 (그 역시) 이민자입니다. 그래서 최근 경영악화의 원인이기도 했던 1,500명 직원 해고와 1,000여명의 퇴직은 의외였습니다. 이 기업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는 이민자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추측할 수 있었는데, 도브 차니는 일관되게 이민자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대우해 주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니 부러 불법체류자를 고용할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시 정권부터 오바마 정권까지 변해 온 이민 정책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보니, 그 변화의 피해자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뀜에 따라 분명 더 나아지는 것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양도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한국 언론 상의 보도는 '불법체류자 고용'으로 났지만, 현지에서는 정부 정책과 관련되어 많은 언론이 이 브랜드를 헐뜯고 돕고 하며 시끄러웠던 모양입니다. 해고된 불법체류자들은 오바마 정권 이전에는 합법 체류자였던 것이지요.


3. 그는 왜 이민자이면서 Made in USA를 메인 슬로건으로 삼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었을까요? 심지어 이름도 '미국 옷'으로 지어가며 말입니다. 어떤 이는 아메리칸 드림을 파는 브랜드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그럴까요?


한 자료에 의하면, 그가 어려서부터 미국 문화의 열광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름도 '미국 옷'이라 짓고,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은 결국 아메리칸드림을 판다며 말이죠.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이것 역시 전략일 뿐입니다. 미국이라는 더 큰 시장에서 더 나은 사업 조건(이를테면 값싼 노동력과 넓은 부지, 사업자에게 더 유리한 정책)을 만들고, 더 많이 팔기 위한 전략. 왜냐하면 그는 고향인 몬트리올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밝히고 다니는가 하면, 캐나다의 한 잡지에서는 그를 자랑스러운 캐나다인으로 소개하며 아메리칸어패럴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캐내디언 해리티지'라고 꼽고 있기 때문입니다. 


등등으로 미뤄보아, 아메리칸어패럴은 도브 차니 개인의 역사, 철학, 정체성 등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지고 있고, 그가 없는 아메리칸어패럴이 벌써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극단의 도덕함과 극단의 부도덕함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지만 알아 갈수록 흥미롭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한 책에서 저자가 도브 차니를 만난 후 이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적어 놓은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많이 옮겨 적는 것이 괜찮지 않은 것은 알지만, 롭 워커가 쓴 노란색 표지의 <욕망의 코드>에서 가져왔으니 더 궁금하신 분은 책을 참고하세요. 따옴표 안은 도브 차니의 말,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저자인 롭 워커의 말 입니다.




“의류업계에서 노동력 착취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의류 제조업체들이 지나치게 로고의 힘에 의존한 나머지 품질에 신경을 쓰지 않고 저비용으로 아웃소싱함으로써 야기되는 제반 문제를 참고 있기 때문이다.”
(...)
차니가 스웨트엑스에서 얻은 산 교훈은 기업의 윤리적 관행 위주로만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소비자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윤리적 판매는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다. 말하자면 윤리적 판매는 기껏해야 틈새 전략에 불과했다. 아메리칸어패럴이 윤리적 판매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 그는 틈새시장이 아니라 한 세대 전체를 원했다. 요컨대 ‘젊음과 섹스였다. 
(...)
이 회사가 ‘반착취적 공장’ 상표 전략을 썼다면 이뤘을 성장보다 차니의 방식에 따라 훨씬 더 큰 브랜드가 되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팀버랜드나 메소드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칸어패럴은 윤리적 이미지를 구축하기보다는 윤리적 제품을 만드는 일에 더 신경을 쓴 모범적인 기업이다.
(...)
물론 가능한 널리 상품을 판매하는 일에도 신경을 썼다. 처음 차니와 이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는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을 꺼내어 열세 번째 법칙을 읽어주었다. 그 책에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말고 그들의 이기심에 호소하라”는 말이 있었다. 그는 책을 덮으며 “이게 바로 반착취 공장의 문제다. 자비와 감사를 구걸해 소비자들이 매장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할 수는 없다. 윤리적 제품이든 아니든, 뭔가를 팔고 싶다면 사람들의 관심에 호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Jan 13, 2012

[brand] 선정적인 미국 옷,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의 정체 1. 2. 3.


매달 하나의 브랜드 이야기로 꾸며지는 <매거진 B>의 이번 호 주인공은 일본의 캠핑 용품 브랜드 스노우 피크(snow peak) 입니다. 1호의 프라이탁, 2호의 뉴밸런스에 이어 스노우피크라니, 역시 다음 호가 기대됩니다. 프라이탁은 이미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소개했을만큼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뉴밸런스는 스티브 잡스의 신발이기도 하지요. 이번 스노우피크는 소문만 익히 듣고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해서 더욱 궁금합니다. 잡지 이야기는 이번 호를 보고 나서 자세히 이어 나가겠습니다. 


제목에서 이미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과 관련된 내용일 것임을 넌지시 이야기 하고는 <매거진 B>로 시작한 이유는 아메리칸어패럴 역시 브랜드 이야기로 한 권의 책은 충분히 만들고도 남을만큼 흥미진진한 브랜드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이 media-friendly는 아닌것 같아 걱정이기는 합니다만, 언젠가 <매거진 B>에서 아메리칸어패럴 이야기를 다뤄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겠지요. 


American Apparel, Paris 
American Apparel, Dublin


그럼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봅니다. 아마도 이 브랜드 역시 프라이탁만큼이나 긴 여정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게 aa로 불리는 두 개의 브랜드가 있습니다. 두 개 모두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하나는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이고 나머지 하나는 홍대의 카페이자 리빙숍 aA디자인뮤지엄입니다.


aA디자인뮤지엄이 오랫동안 준비한 리빙숍을 오픈했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으니, 다녀온 후에 이야기를 풀어 놓는 편이 낫겠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의 경우 대학 때부터 애용한 브랜드입니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티셔츠 브랜드로 시작해서 지금은 바지, 셔츠, 수영복 등 衣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팝니다. 저는 주로 이너웨어나 액세서리를 구입하게 되는데 레깅스든 양말이든 속옷이든 꽤 오랫동안 입게 됩니다. 남자분들의 경우 셔츠 퀄리티를 높게 평가합니다.

가끔 (경제적 여유가 없더라도)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홍대나 명동의 매장에 들릅니다. 새로나온 제품도 보고, 직원들의 스타일도 살피고, 쇼핑온 사람들도 힐끔거려 봅니다. 자사 제품으로 스타일링을 한 무표정한 직원들과 그들처럼 입고 있는 손님들, 공간을 채우고 있는 마네킨과 음악이 '참 아메리칸어패럴스럽'습니다.

혹자는 아메리칸 어패럴스럽다를 '야하다, 변태같다, 퇴폐적이다'라고 말합니다. 아니, 혹자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으로 수정하겠습니다. 실제로 선정성 논란도 많습니다. 그것의 호불호는 갈리지만 섹시함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저는 이 분명함이 좋습니다. '은근히'가 아니라 '대놓고' 섹시하며, 그 컨셉에 충실한 이 브랜드가 저는 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풀오버 광고컷 입니다. 그런데 시선은 내 목을 따듯하게 감싸줄 풀오버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비단 남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래의 광고컷은 란제리 광고니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티셔츠 광고 하나도 결코 기능에만 호소하지 않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의 홈페이지(www.americanapparel.net)에 가면 이들의 퇴폐적(?)인 광고를 맘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민정책이나 노동환경과 관견된 정치적 메시지가 발견되어도 놀라지 마십시오. 저도 그랬지만, 이 브랜드는 하나 하나 알아 갈수록 재미있는 사실들이 눈 앞으로 튀어 올라 깜짝 놀라게 합니다. 아메리칸어패럴 코리아가 적극적인 PR을 하지 않아서일까요? 


여하튼 홈페이지에서 말하는 자사의 아이덴티티 키워드 세 가지가 이 브랜드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Fashionable Basics, Sweatshop Free, Made in USA입니다. 종종 브랜드 아이덴티티(브랜드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성)와 브랜드 이미지(소비자가 생각하는 브랜드 정체성)의 괴리가 있는 브랜드가 있는데, 아메리칸어패럴은 그런 의미에서 그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하나 더, 창업자 도브 차니(Dov Charney)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1. Fashionable Basics

언젠가 온라인에서 '아메리칸어패럴의 옷을 입고 예쁜 엉덩이 컨테스트에 참여하세요'라는 프로모션을 봤습니다. 파리에 있는 동안은 'American Apparel Summer Camp'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세일 파티 광고도 봤습니다. 매장에 와서 술이나 진탕먹고 30% 세일하는 속옷도 사고, 술마신 김에 쇼핑이나 하자는 광고였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매장을 통해서밖에 이 브랜드 소식을 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품과 매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 정도로만 아메리칸어패럴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데,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보니 이 브랜드는 '정체가 뭐야?'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악동같은 브랜드였습니다. 

'패셔너블한 기본 아이템'을 지향하는 아메리칸어패럴은 옷에 로고를 새겨 넣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는 유니클로와 닮았습니다.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번에 하는 의류 제조업체를 이르는 말로, 디자인만 해서 생산은 아웃소싱을 하는 대부분의 의류 업체와 달리 초기 투자 비용은 상당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ZARA, H&M 등 대부분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라는 점, 컬러 베리에이션에 강점이 있다는 점, 가격 대비 퀄리티가 좋다는 점도 비슷하군요.

그렇지만 유니클로와 다른 점은 아메리칸어패럴에는 SEXY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입니다. '모두를 위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유니클로라면 아메리칸어패럴은 '패션의 완성은 몸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만듭니다. 물론 XXL의 옷도 생산되지만, 아메리칸어패럴의 XXL는 타 브랜드의 XL라고 보면 됩니다. 몸에 완전히 피트된 옷을 소화하고 있는 광고 모델들을 봐도 이들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광고 모델 이야기까지만 한다면, 아메리칸어패럴의 광고 모델들은 창업자이자 CEO 도브 차니와 동료들이 길거리 캐스팅을 한 일반인이거나 매장을 찾은 손님 중에 선발된 사람들입니다. 홈페이지에 직접 자기 사진을 보내서 선발되는 모델도 있고, 광고 모델 중 일부는 실제 포르노 모델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은 SEXY의 다른 말을 Fashionable Basic이라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2. Sweatshop Free

Gluten Free, Duty Free, Alcohol Free는 익숙합니다. 그런데 '스웻샵(Sweatshop)이 없다'는 Sweatshop Free는 뭘까요? Sweatshop이란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하여 원가를 낮추고 이익률을 높이는 일부 악덕기업, 특히 의류계에 만연한 노동착취를 비유하는 말입니다. 뜨겁게 돌아가는 기계에 둘러싸여 땀 흘려가며 종일 일하는데 (1990년대 기준) 한 시간에 1달러도 벌지 못하는 의류계 노동자들이 아메리칸어패럴에는 없습니다.

사실 이것이 처음 아메리칸어패럴을 유명하게 만든 슬로건입니다. 도브 차니는 아메리칸어패럴이 성장하던 초기 시절에 작은 예술 잡지에 '노동 착취 없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광고를 실었습니다. 하나 더, '사람들을 골탕먹이는 브랜드를 골탕먹이자'라는 광고도 있었다고 하는데, 원문이 뭐였는지는 검색이 안 됩니다. 

덕분에 아메리칸어패럴의 생산직 직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좋은 의류 생산직'으로 불리며(중국 노동자가 시간당 40 센트를 받을 때, LA의 직원들은 12달러를 받았습니다), 각종 휴가와 건강 관련 혜택, 무료 점심식사와 버스 패스 제공, (대부분 이주 노동자이기에) 무료 영어 강좌, 마사지 테라피, 무료 자전거 대여, 무료 주차 등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 공장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들고 줄을 섰다는 이야기가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 아메리칸어패럴은 1,500명의 불법 체류자를 해고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경영 악화는 가속화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도브 차니는 천사의 탈을 쓴 악덕 기업주였을까요?

3. Made In USA

아메리칸어패럴의 창업자에 관하여 한 때 '한국인'이라는 소문 아닌 소문이 있었습니다. 이 대단한 브랜드의 창업자가 한국계였으면 그렇게 금방 사라질 소문이 아닐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창업자가 아니라 초기 동업자였습니다. 

도브 차니가 LA에 아메리칸어패럴을 세울 당시, LA 대부분의 의류 공장은 한국인들 차지였다고 합니다. 그 중 명품 브랜드를 아웃소싱으로 생산하던 두 명의 한국인(Sam Lim, Sam Kim)이 도브 차니와 파트너가 되어 이 브랜드를 정식 런칭했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이 상장을 하고 더 큰 회사에 팔리면서 이 둘의 이름은 사라졌지만, 초기 공동 창업자가 한국인이었다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도브 차니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자신의 역사이자, 이 브랜드의 역사를 설명하며 한국인에 대한 기억을 적어 놓았습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자신이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했는데도 자신을 도와주었다며 한국인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한국인들은 단지 '성실함' 때문이 아니라 '정'이라는 한국인의 문화적 소양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입니다.

One of the earliest American Apparel ads highlighted this connection in a fun way
(출처: dovcharney.com)

여하튼, 이 챕터에서는 도브 차니 역시 미국인이 아니었는데 Made in USA를 강조하는 이 브랜드의 의아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다른 기업들이 모두 공장을 중국으로 옮길 때 우리는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에 사는 사람들을 고용해서 생산한다'고 자신을 알린 이 브랜드가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도브 차니는 캐나다인이었습니다. 그 역시 이민자였던 것입니다. 

그는 왜 이민자이면서 Made in USA를 메인 슬로건으로 삼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었을까요? 심지어 이름도 '미국 옷'으로 지어가며 말입니다. 어떤 이는 아메리칸 드림을 파는 브랜드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그럴까요?

4. and "Dov Charney"

Fashionable Basics, Sweatshop Free, Made in USA로 설명되는 이 브랜드에 마지막으로 창업자인 '도브 차니'를 넣은 이유는, 위 각 파트에서 제가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가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 대답을 다 하려면 잠을 못 잘것 같으니, 며칠 뒤로 미룹니다. 그래도 너무 궁금하신 분은 그의 홈페이지에 놀러가 보세요. 위 질문에 대한 대답과 함께 이 흥미진진한 인물의 정신세계, 그리고 무척이나 영리한 경영자의 보이지 않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Dov Charney on the cover of Pig, an Italian fashion magazine
(출처: dovcharney.com) 

공장에서 속옷만 입고 다니며 피팅을 직접하고, 직원 성폭행 관련 고소 건이 (드러난 것만) 이미 네 번째지만 천재 경영자 소리를 듣는 기이한 괴짜가 바로 도브 차니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독한 브랜드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합니다. 그는 이 브랜드의 최대 자산이자 최대 걸림돌이라는 말이 실감이 갑니다.




+ 이후 글 : 선정적인 미국 옷, 아메리칸어패럴의 정체 4. 도브 차니









Jan 12, 2012

[brand] 브랜드/브랜딩 관련 추천도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뒤돌아 보면 늘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놓지만 그 그림대로 걸어온 흔적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는 제 인생에 브랜드라는 단어가 꽤 비중있게 들어오리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반 브랜드주의자 나오미 클레인의 <노 로고(No Logo)>를 텍스트로 읽으며 공부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것이 그것(브랜드)입니다.

'좋은 영화 추천해 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며 살 줄 알았는데, '좋은 브랜드 책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더 많은 지금입니다. 10년 후에는 또 상상도 못할 질문을 받으며 살기를 기대하며, 브랜드/브랜딩 관련 추천 도서 목록 정리해 봅니다.


'브랜드가 대체 뭔데?' 하는 분들께
브랜드에 대한 정의는 너무나 많습니다. '로고는 아니다'에는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이 생명체같은 개념은 무성생식이라도 하듯 커지고 커졌습니다. 지금도 어떤 학자(혹은 전문가라 일컬어지는 브랜드 실무자자)는 또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더이상 데이비드 아커나 알 리스, 케빈 켈러의 책을 뒤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4D 브랜딩>
최근에는 유럽 출신의 작가들이 쓴 브랜드 서적들이 번역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형이상학적이려면 한없이 형이상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서 비즈니스 관점이 중심에 있는 미국의 책들보다 유럽의 책들이 깊이있어 보입니다. 이 책의 저자 토마스 가드는 스웨덴 출신입니다. 스웨덴이 은근히 브랜드 왕국인것 아시죠? 볼보, 아케아, H&M 모두 스웨덴 브랜드입니다. 이 책의 앞 부분은 브랜드의 개념, 뒷 부분은 자신이 정립한 4D 개념에 맞추어서 사례분석을 합니다. 앞 파트는 브랜드에 대한 (최근 경향의) 개념 정립에, 뒷 부분은 실무자들이 활용하기에 좋은 컨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긍정적 알파 컨슈머를 만드는, 유니크 브랜딩>
위의 <4D 브랜딩>이 가장 낫다고 생각하지만, 쉽고 빠르게 브랜드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이 책이 좋습니다. 유명한 강연자답게 (강연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옮겼는지) 한 챕터, 한 챕터가 아주 잘 읽힙니다. 마치 강연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직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대표님들, 다른 부서분들을 설득하기 위한 브랜드 담당자들에게 추천합니다.

<마켓 3.0>
2010년 브랜딩/마케팅 분야에서 최고로 주목 받은 책이 아닐까 합니다. 책의 내용보다는 무려 경영의 구루로 통하는 필립 코틀러가 썼기 때문입니다. 사실 책의 내용은 위의 두 책에서 이미 주장한 바와 중복됩니다. 그렇지만 '브랜드는 영혼이다'와 같은 류의 주장을 '돈을 벌기 위해 마케팅/브랜딩은 유용하다'와 같은 주장을 펼치던 필립 코틀러가 했다는 데에 모두 놀랐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과거를 부정한 것이니까요. 책은 쉽고 마케팅/브랜딩의 최근 경향을 이해하기 좋습니다.

그 외에는 <브랜드 하이재킹> <브랜드 챔피온> <전설이 되는 브랜드 만들기> 정도가 좋습니다. 

무엇이든 제대로 공부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라면
단연코 <뉴패러다임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추천합니다.
장 노엘 캐퍼러라는 세계 3대 브랜드 구루 중 한 분의 저서입니다. 요즘 브랜딩의 대세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개념을 최초로 주장하신 분이라 더 주목받고 있는것 같습니다. 여전히 열심히 개정판을 만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3대 구루 중 가장 브랜드에 대해 완전한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의, 그리고 제 전 직장의 취향이 반영된 판단입니다. 그렇지만 브랜드의 개념에서부터 어떻게 유통, 소비자 접점에까지 연결할 것인지에 대하여 아주 두꺼운 책에 열심히 정리해 놓으셨습니다. 무척 교과서스러운데, 실제로 많은 MBA의 교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꼭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경영에 대한 감을 잡고 싶으시다면,
<경영이란 무엇인가>도 명저지만, 게리 하멜만큼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시적인 사례까지 제시하는 학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의 <꿀벌과 게릴라>는 자칫 제목만 보아서는 편견을 갖기 쉽지만, 굉장히 깊이있으며 쉽게 쓰여진 책입니다. 물론 그 이후의 <경영의 미래>도 좋습니다. 경영학도로서 게리 하멜의 생각 자체가 좋은것 같기도 하군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참 훌륭한 책입니다. 입으로만 해도 되는 '기업 경영'에 대해서 누구도 정량적 자료를 가져다 놓고 '이 자료를 봐, 맞잖아'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바로는 짐 콜린스 연구팀을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그의 팀은 6,000여 개의 기업을 5년 동안 조사해서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대한 기업의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물론, 최근 그의 연구 결과가 드러맞지 않았다는 반론들이 많고, 그 역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도 냈지만, 꼭 그 결과대로 내 브랜드에 적용해 보아야지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책임은 분명합니다.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은 위 책과는 관련 없습니다. 원제도 다릅니다. 출판사의 짐 콜린스 효과를 보기 위한 작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렇지만 최근 경영자들에게 충분히 영감을 줄 만한 책입니다.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에서 기업 경영에 대한 고찰을 담았습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 번 돈을 좋은데 쓰고 싶은 기업인들에게 추천합니다. 대다수의 경영자들은 이럴 여유 없다며 싫어할 만한 책입니다.

케이스 스터디용을 찾으신다면,
브랜드 관점을 가진 경영자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면, 스티브 잡스나 리처드 브랜슨의 자서전이 좋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은 읽어보지 않은 터라 말하기 어렵지만 읽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을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물론 오역 논란은 차치하고요. 리처드 브랜슨의 경우 <비즈니스 발가벗기기>나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모두 쉽고 재미있고 영감을 받으며 읽을 수 있습니다.
이케아나 알디, 유니클로 관련 책도 케이스 스터디 용으로 좋습니다. 모두 소비재 브랜드이긴 하지만, 하나의 브랜드 풀 스토리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그중 알디의 경영 전략을 담은 <단순하게 경영하라>를 좋아합니다. 
한 브랜드에 대해서 10 페이지 내외의 케이스 스터디를 기대한다면 유니타스브랜드가 좋습니다. 물론 그 호의 주제에 맞게 편집되기 때문에 기사 방향이 읽는 이가 원하는 방향과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담고 있지 않나 합니다. 온라인에서 컨텐츠가 제공되지 않으니 홈페이지나 네이버의 책 정보에서 각 호의 목차를 살피며 케이스 스터디 용 브랜드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20호를 훌쩍 넘겼으니, 케이스 스터디만으로 200개 브랜드는 족히 담고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에 반감을 가진 분들이라면,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한 권이면 됩니다. 브랜드 중독자였다가 '브랜드 화형식'을 계기로 모든 브랜드와 차단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런던의 닐 부어맨 이야기입니다. 왜 사람들이 브랜드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감정적인 이유에서부터, 브랜드에 대한 어원 및 학자들의 정의 인용구도 얻을 수 있고, 우리에게 브랜드 없는 삶이란 어떨지도 보여줍니다. 닐 부어맨이 직접 말이죠. 아주 흥미로운 책입니다.
조금 더 관심 있는 분이라면 나오미 클레인의 <노 로고>를 추천합니다. 반 브랜드주의를 외친, 그리고 실천하고 있는 저자의 아주 오래된 책이고 아주 유명한 책이죠. 아마 한국에서는 절판된 것으로 압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최근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그녀의 후속작이 나왔더군요. 저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읽어보시고 어떤지 소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