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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1, 2011

[brand]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2. 아크네(Acne)



쿠플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된 계기는 마레 지구에서 스타일 좋은 파리지앵들이 이 브랜드의 백(천으로 된 쇼핑백)을 메고 다니는 것을 몇번 본 이후였습니다. 사실 런던에서도 쿠플스의 매장을 봤었지만 로고 타입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매장 안에는 들어갈 생각조차 안 하다가, 파리에 넘어와서야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아크네는 잡지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됐습니다. 디자이너인 친구가 이 잡지에 실린 사진들의 느낌이 너무 괜찮다며 추천을 해 준 것이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 였습니다.

아크네 그룹은 본래 1996년 광고/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프로모션용으로 만든 청바지가 히트를 치며 패션사업으로 진출을 하고 대성공을 이룹니다. 지금은 회사가 점점 커져서 광고회사인 Acne Advertising, 디자인 에이전시 Acne Art Department, 영상 프로덕션 Acne Production, 어린이 장난감 회사 Acne Jr, 아트 매거진 Acne Paper, 패션 브랜드 Acne Fashion & Denim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www.acne.se
shop.acnestudios.com


아크네 그룹의 광고 에이전시들 홈페이지에 가서 지난 광고를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들 스스로 independent and unique라는 형용사로 자신들을 설명하는만큼 북유럽에서 가장 창의적인 집단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장난감도 너무 귀여워서 조카를 위해 하나 사주고 싶은 충동이 일고, 아크네 페이퍼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아트 매거진입니다. 이 중 가장 제 관심을 끈 것은 아크네 페이퍼와 아크네 스튜디오(패션) 입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재미있게도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광고 전문가들이 만든 브랜드임에도 ATL이든 BTL이든 어떤 광고도 하지 않는 것이 전략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택한 방식은 어떤 매체에 어떤 이미지를 노출시킬것인가가 아닙니다. 매체를 고르지 않고 매체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아크네 페이퍼입니다. 하지만 이 잡지 어디에도 아크네의 광고는 없습니다. 단지 평균 이상의 판형에 평균 이상의 두께, 그리고 퀄리티를 앞세운 이 잡지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아크네의 아이덴티티로 가득합니다. 최고의 사진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수준 높은 컬럼니스트의 글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닮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자신들은 옷 장사치 혹은 광고쟁이가 아니라 '창작 집단'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이름을 단 잡지를 발행하곤 하지만 이만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잡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검색해 보니 한국의 몇 서점에도 아크네 페이퍼가 들어와 있군요. 무거워서 사올 생각도 못 했는데 여기에서도 구할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왜 아크네는 북유럽 최고의 광고 에이전시이면서 왜 스스로의 광고는 만들지 않을까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정하면서 창작집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고집하고 있을까요? 

요즘 시대에 가장 쿨한 사람들은 바로 아티스트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 세계 확고하고 스타일까지 좋은 아티스트만큼 매력적으로 보이는 집단이 또 있을까요? 진입장벽이 높으니 흠모할 만한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됩니다. 따라서 아티스트같은 브랜드로 인식된다면 모두가 꿈꾸는 쿨한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아크네처럼 그룹 전체가 자신을 창작집단이라고 정의내리고 그렇게 활동하지 못하더라도 많은 브랜드들이 간접적으로라도 아티스트들과 그 브랜드를 연결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G-Star RAW나 Dunhill의 광고, 그리고 스웨덴의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 진행한 크리에이터스 호텔의 경우에서도 이런 경향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아크네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브랜드는 모노클(monocle)입니다. 모노클은 매체 광고도 꽤 진행하지만 잡지를 광고의 도구로 활용하는 전략이 비슷합니다. 모노클은 아크네와 반대로 (브랜드를 메인에 두고 잡지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잡지를 메인으로 브랜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신을 창작집단으로 알리고 싶어하는 이 두 브랜드는 모두 디자인 에이전시와 잡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모노클과 아크네 페이퍼는 일반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잡지들과 달리 작고 큰 갤러리나 아트북 전문 서점에서도 발견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스톡홀름에서 magasin3라는 독특한 갤러리의 작은 도서관에서 몇 권 안 되는 잡지들 중 모노클과 아크네 페이퍼가 모두 놓여져 있는 것을 보고, 이건 우연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다른 도시의 많은 아트북 서점이나 갤러리 도서관에서 모노클 혹은 아크네 페이퍼를 봤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의 고리에 꿰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분명 두 브랜드는 잡지가 놓이는 공간을 관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유통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로 아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놓아둠으로써 '모노클, 아크네 = 예술을 좀 아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결국 쿨한 브랜드, 그래서 더 높은 값을 지불할만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가장 돈을 많이 그리고 잘 쓰는 소비자 군 중 하나인 '유사 디자이너 군'을 타겟으로 삼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예뻐서 용서한다"라는 말을 하며 지갑을 여는 소비자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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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2. 아크네(Acne)



Jun 20, 2011

[brand] 최고경영자를 위해 전 세계로 대신 출장을 떠나는 잡지, 모노클(monocle)







이상하게 계속 눈에 밟히거나 마주치게 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그다지 연결이 될 만한 고리가 없는데도 자꾸 인연이 닿게 됩니다.

지금 제게 <모노클(monocle)>이라는 잡지가 그렇습니다. 처음 모노클을 알게 된 건 작년입니다. 일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어떤 분이 저희 회사에서 만드는 잡지를 보고 마치 한국의 모노클 같다고 하시기에 도대체 무슨 잡지인가 하고 찾아 봤습니다. 한국에 수입이 되지 않았기에 어렵게 구한 한 권을 가지고 여러 명이 보다 별 감흥없이 내려 놓았던게 첫 기억입니다.

그리고 우연히 멜번의 카페에서 모노클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좋아하던 프라한 마켓에 있는 마켓 레인 커피(market lane coffee)에서 자신들을 소개한 호를 책꽂이에 놓아 두고 있었습니다. 런던에 도착해서는 머물로 있는 플랏 가장 윗 층에 사는 언니가 모노클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관심을 두고 있던 비틀즈 브랜드(저 혼자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비틀즈의 가족들과 관련된 브랜드를 비틀즈 브랜드라 부르고 있고, 언젠가 비틀즈 브랜드 족보를 한 번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또 모노클을 만나게 됐습니다.

제가 찾고 있던 건, 폴 메카트니의 딸인 스텔라 메카트니의 남편, 앨러스데어 윌리스(Alasdhair Willis)에 관해서 였습니다. 엘러스데어 윌리스가 런칭한 가구 브랜드 Established & Sons가 흥미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의 프로필을 살피던 중, 우연히 또 모노클이라는 이름을 마주했습니다. 앨러스데어 윌리스는 유명한 디자인 잡지 <월페이터(Wallpaper)>의 창립 멤버 중 하나였고, 그 창립 멤버 중 또 다른 한 명이 모노클의 편집장이자 발행인인 타일러 브륄레(Tyler Brûlé)였습니다. 

네, 복잡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이번에는 타일러 브륄레의 뒷조사가 시작됐고, 얼마 전에 있었던 현대카드 슈퍼토크 영상을 보고는 모노클이 좋아졌습니다. 모노클을 저희에게 소개해주신 분도 현대카드에 계신 분이었고, 현대카드는 최근 팝업 북 스토어에 모노클도 들여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둘의 관계가 좋은지 모노클에 가장 많이 소개되는 한국 브랜드 역시 현대카드입니다.

아무튼 여기 동영상 링크가 있습니다. 이 젊은 편집장이 어떤 생각으로 모노클을 런칭하고 운영하는 지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사실 이 뒷조사를 하기 전에, 메릴본을 쉬엄쉬엄 걷다가 모노클 런던 샵에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아담한 샵을 구경하다가, 같은 잡지를 어떤 사람의 사인이 있는 호라면 비싸게 팔기에 점원에게 이 사인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때 그 점원의 눈빛은 '어떻게 타일러 브륄레도 모르면서 모노클샵에 올 수가 있지?'라는 약간은 경멸에 가까운 그것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모노클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편집장 싸인이 있다고 비싸게 파는 책 따위는 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메릴본 하이스트릿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팬의 입장이 되고 나니, 어찌  BBC에서 일하다 전쟁터에 파견되어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을 못 쓰게 된, 그렇지만 저널리스트로서의 날카로운 감각은 무뎌지지 않아 그 감각에 비즈니스 감각을 더해 <월페이퍼>를 창간하고 대성공을 이룬 후, <월페이퍼>를 뉴스코퍼레이션에 넘기고 다시 <모노클>을 창간한, 게다가 잘 생긴 이 남자의 잡지를 보고 시큰둥 할 수 있겠습니까. 

(테일러 브륄레는 게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그가 게이 감성을 가졌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지 않나라는 완연한 팬의 감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진실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들이 말하는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 몹시 마음에 듭니다. 광고로부터의 독립성(어디까지를 독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을 지켜내고, 자신들이 직접 확인한 정보만을 싣는다고 합니다. 광고로부터의 독립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두번째 이야기는 이 잡지가 다루는 정보의 범위를 생각해 보면 좀처럼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의 주요 대도시(뉴욕, 런던, 파리, 도쿄, 상하이) 뿐만 아니라 아부다비, 방콕, 베이루트, 모스크바, 그리고 몰디브같이 지역적 한계로 혹은 언어의 한계로 좀처럼 쉽게 그 도시 소식을 알 수 없는 곳의 소식도 꾸준히 전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전 세계 구석구석에 직원이든 특파원이든 컨트리뷰터든 누군가가 모노클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런던 본사의 직원이 수백명도 아니고 서른명 남짓의 작은 규모라고 하는데, (이 서른 명이 모노클만을 위해서 일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어떻게 이 컨텐츠들이 매달 만들어지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취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기사는 어떻게 씌여지고, 편집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편집장은 컨텐츠에 어느 정도 관여를 하고, 매달의 주제는 어떻게 결정 될까요?

많은 의문을 품고 다시 모노클 샵에 가서 과월호를 두 권 샀습니다. 과월호가 더 비싸더군요. 정가가 5파운든이데 과월호는 무려 10파운드나 했습니다. 하지만 고운 포장지에 정성스레 포장을 해 줘서 마음이 좀 누그러 들었습니다. 마치 명품 가방이라도 파는 듯, 영수증도 모노클 로고가 그려진 영수증 용 케이스에 직접 손으로 써서 넣어 주더군요. 테일러 브륄레가 '럭셔리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는 게 사실인것 같습니다. 





두 권의 과월 호와 최근 호를 얻어서 읽다가 아주 잠깐 제 여행에 회의가 들었습니다. 모노클을 정기 구독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꼼꼼히 읽고 있었다면, 과연 이 돈을 들여 이 여행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지금 모노클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 토막의 기사로 읽는 것과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겠죠. 


자꾸 우연히 연결되는 이 잡지가 제 운명이 아닐까 해서, 편집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놓았습니다. 5년 안에 내가 무언가 이루어 놓을 테니 같이 일 하자고, 내가 한국의 컨트리뷰터가 되겠다고, 그리고 우선 3년 후에 인터뷰 요청 할테니 인터뷰 해 달라고요. 그런데 답장이 없습니다! 


이제 모노클이라는 잡지에 대한 소개를 할 차례인데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www.monocle.com/


참 성의없네요.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전 세계의 비즈니스와 문화, 특히 디자인에 관한 기사들을 싣고 있습니다. 온라인에 컨텐츠는 제공하지 않고, 철저히 회원을 중심으로 컨텐츠가 공유되는 것이 정책입니다. 정기구독료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같고, 하나의 잡지가 아니라 브랜드로 키울 욕심이 있는지 모노클이라는 라벨을 단 제품들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타겟은 전 세계의 최고경영자일것 같습니다. 그들 대신 출장을 가주는 컨셉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 구석구석의 짧막한 새로운 비즈니스(브랜드) 소식이 대부분입니다. 특집 기사들은 그들만의 관점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정리하곤 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적인 소식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기 좋은 잡지랄까요.


돌아가자마다 정기구독을 할 계획인데, 그 이유는 온라인 컨텐츠들이 탐나기 때문입니다. Programmes 메뉴에는 회원이 아니더라도, 공개되는 컨텐츠의 양과 질이 상당합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이라는 측면에서요. 특히 편집장과 편집자들끼리 수다를 떠는 오디오 컨텐츠(Monocle in Brumberg)가 공유되는데, 이것만 듣고 있어도 재미있는 주간지의 특집 기사를 읽고 있는 기분입니다. 


혹자는 모노클의 빤히 보이는 상업성을 보고 손가락질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무엇보다 저의 관심사와 딱 드러맞는 컨텐츠를 매달 쏟아내고 있다는 것에 이 잡지의 홍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