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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5, 2012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베이루트는 레바논의 수도입니다. 레바논이라는 나라가 중동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는지 지도를 보고도 단번에 찾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베이루트라니요. 참으로 낯설어서 베이루트에 떨어지게 되면 무얼 해야 할지 상상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있는 정보라면 대학 동기 중 레바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에게 들은, '베이루트에서는 수업을 듣고 있으면 학교 옆으로 탱크가 지나가고 폭탄이 터진다' 정도의 이야기 입니다. 종교, 정치, 역사 등 복잡한 이유들로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기 때문이겠죠.

이런 레바논에서도 부티크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전 <모노클>에서 LB와 961이라는 이름의 맥주 관련 기사를 읽고는 이 맥주뿐만 아니라 베이루트라는 도시도 궁금해졌습니다. 왠지 베이루트에 가면 올리브 나무로 담장이 만들어진 바에서 흙먼지로 지친 목과 코를 이 맥주로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했습니다.

비록 베이루트에는 가 보지 않았지만, 이 도시의 맥주 이야기는 최근 부티크 맥주의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합니다. 서울이나 부산, 담양이나 제주 등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작은 맥주 사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레바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래비티 브로잉(Gravity Brewing)의 창업자 Mazen Hajjar는 이 회사에서 나오는 두 가지 맥주, LB 맥주(Lebanon beer를 의미, lb는 레바논의 인터넷 도메인 코드)와 961 맥주(레바논의 국가번호)의 성공 동력을 세 가지로 말합니다. 브랜드 스토리(A good brand story), 디자인(Graphics and labels), 그리고 동료들(A loyal team)이 그것인데, 이 세 가지 요소는 작은 브랜드들이 성공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 스토리
"좋은 맥주를 만드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좋은 맥주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 말이죠. LB가 런칭한 2006년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레바논 기반의 무장 시아파 조직이자 합법적 정당) 간의 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모두가 이곳에서 도망가려 할 때, 우리는 숍을 열었습니다. 포격 속에서 우리의 첫번째 맥주가 탄생했죠."

- 디자인
"창업 이래로 우리는 보기 좋고 다양한, 특히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로컬 디자인 회사인 Drive Communication이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레바논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태양을 심볼화 한 것 역시 우리가 레바논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라는 것을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 동료
"처음 회사가 만들어질 때에 누구도 맥주 제조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모두가 100% 레바논 기반의 레바논 맥주를 만들겠다는 열정과 도전의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지요. 회사 운영방식 역시 굉장히 유연하고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Hajjar는 '작은 것이 좋다(small is good)'라는 철학과 '레바논 사람들에게 이전과 다른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은 양조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레바논 시장을 독점하던 하이네켄 그룹의 맥주인 Almaza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년 7백만 병을 생산하며(Almaza의 경우 6천만 병) 세계 16개 국으로 수출도 할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말 할 수 있겠죠?

LB 맥주의 성장에는 위 세 가지 외에도, '지역(Local)'이라는 키워드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 했듯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의 로컬화는 최근의 메가 트렌드이기도 하구요.

LB는 디자인 회사도 레바논 기반의 회사와 함께하고, 광고나 프로모션에도 글로벌 스타보다는 레바논 출신의 아티스트나 뮤지션과 협업을 합니다. 지금은 주요 원료인 홉(hop) 을 독일에서 수입해서 쓰지만 조만간 레바논에서 제배된 홉으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천연 재료를 사용해서 다 쓴 원료를 지역의 가축 사료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게 합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할뿐만 아니라 지역을 알리고, 지역의 경제(일자리)나 환경까지도 고려하는 것이지요.

이런 지역 기반 브랜드들의 지역에 주는 것도 있지만 받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도시(국가) 이름을 네이밍에 활용한 경우 도시(국가) 브랜딩과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칼스버그의 코펜하겐 맥주나, 위의 LB 맥주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도시의 혹은 나라의 아이덴티티를 적극 활용하는 예입니다. 코펜하겐의 경우에 워낙 오래된 역사와 단단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브랜드가 도시의 덕을 보는 경우지만, 반대로 레바논과 베이루트는 LB 맥주의 성공으로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지 않을까요? 저만해도 전쟁의 도시였던 베이루트에도 쿨한 이미지가 추가되었으니 말입니다.

맛이 궁금할 뿐입니다. 런던의 레바논 스트리트 푸드 전문점인 얄라얄라(Yalla Yalla)에서 마셔 본 Almaza의 맛을 떠올려보면, 그보다 나쁠 수는 없을 겁니다. 제가 마셔본 맥주 중에 가장 맛이 없는 맥주였거든요. 하이네켄 그룹에서 곧 Almaza를 되팔든, 투자를 해서 더 좋은 맥주를 만들든 해서 레바논에도 맛있는 맥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Almaza, Lebanon no.1 beer
Yalla Yalla, Lebanon street food restaurant, London


웬 남의 나라 걱정이냐구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도 레바논보다 조금 나은 정도지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좋은 사정의 나라는 아닙니다. 한국에도 어서 괜찮은 부티크 맥주 회사들이 하나 둘 생기고, 그 회사들이 도심에 직영 펍도 열어주길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이 개정되어야 하겠군요.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1맥주맛도 모르면서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2. 멜번 편, 스몰 브로어리와 모던펍의 만남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Nov 21, 2011

[brand]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2. 아크네(Acne)



쿠플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된 계기는 마레 지구에서 스타일 좋은 파리지앵들이 이 브랜드의 백(천으로 된 쇼핑백)을 메고 다니는 것을 몇번 본 이후였습니다. 사실 런던에서도 쿠플스의 매장을 봤었지만 로고 타입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매장 안에는 들어갈 생각조차 안 하다가, 파리에 넘어와서야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아크네는 잡지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됐습니다. 디자이너인 친구가 이 잡지에 실린 사진들의 느낌이 너무 괜찮다며 추천을 해 준 것이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 였습니다.

아크네 그룹은 본래 1996년 광고/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프로모션용으로 만든 청바지가 히트를 치며 패션사업으로 진출을 하고 대성공을 이룹니다. 지금은 회사가 점점 커져서 광고회사인 Acne Advertising, 디자인 에이전시 Acne Art Department, 영상 프로덕션 Acne Production, 어린이 장난감 회사 Acne Jr, 아트 매거진 Acne Paper, 패션 브랜드 Acne Fashion & Denim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www.acne.se
shop.acnestudios.com


아크네 그룹의 광고 에이전시들 홈페이지에 가서 지난 광고를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들 스스로 independent and unique라는 형용사로 자신들을 설명하는만큼 북유럽에서 가장 창의적인 집단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장난감도 너무 귀여워서 조카를 위해 하나 사주고 싶은 충동이 일고, 아크네 페이퍼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아트 매거진입니다. 이 중 가장 제 관심을 끈 것은 아크네 페이퍼와 아크네 스튜디오(패션) 입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재미있게도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광고 전문가들이 만든 브랜드임에도 ATL이든 BTL이든 어떤 광고도 하지 않는 것이 전략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택한 방식은 어떤 매체에 어떤 이미지를 노출시킬것인가가 아닙니다. 매체를 고르지 않고 매체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아크네 페이퍼입니다. 하지만 이 잡지 어디에도 아크네의 광고는 없습니다. 단지 평균 이상의 판형에 평균 이상의 두께, 그리고 퀄리티를 앞세운 이 잡지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아크네의 아이덴티티로 가득합니다. 최고의 사진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수준 높은 컬럼니스트의 글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닮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자신들은 옷 장사치 혹은 광고쟁이가 아니라 '창작 집단'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이름을 단 잡지를 발행하곤 하지만 이만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잡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검색해 보니 한국의 몇 서점에도 아크네 페이퍼가 들어와 있군요. 무거워서 사올 생각도 못 했는데 여기에서도 구할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왜 아크네는 북유럽 최고의 광고 에이전시이면서 왜 스스로의 광고는 만들지 않을까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정하면서 창작집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고집하고 있을까요? 

요즘 시대에 가장 쿨한 사람들은 바로 아티스트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 세계 확고하고 스타일까지 좋은 아티스트만큼 매력적으로 보이는 집단이 또 있을까요? 진입장벽이 높으니 흠모할 만한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됩니다. 따라서 아티스트같은 브랜드로 인식된다면 모두가 꿈꾸는 쿨한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아크네처럼 그룹 전체가 자신을 창작집단이라고 정의내리고 그렇게 활동하지 못하더라도 많은 브랜드들이 간접적으로라도 아티스트들과 그 브랜드를 연결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G-Star RAW나 Dunhill의 광고, 그리고 스웨덴의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 진행한 크리에이터스 호텔의 경우에서도 이런 경향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아크네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브랜드는 모노클(monocle)입니다. 모노클은 매체 광고도 꽤 진행하지만 잡지를 광고의 도구로 활용하는 전략이 비슷합니다. 모노클은 아크네와 반대로 (브랜드를 메인에 두고 잡지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잡지를 메인으로 브랜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신을 창작집단으로 알리고 싶어하는 이 두 브랜드는 모두 디자인 에이전시와 잡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모노클과 아크네 페이퍼는 일반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잡지들과 달리 작고 큰 갤러리나 아트북 전문 서점에서도 발견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스톡홀름에서 magasin3라는 독특한 갤러리의 작은 도서관에서 몇 권 안 되는 잡지들 중 모노클과 아크네 페이퍼가 모두 놓여져 있는 것을 보고, 이건 우연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다른 도시의 많은 아트북 서점이나 갤러리 도서관에서 모노클 혹은 아크네 페이퍼를 봤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의 고리에 꿰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분명 두 브랜드는 잡지가 놓이는 공간을 관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유통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로 아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놓아둠으로써 '모노클, 아크네 = 예술을 좀 아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결국 쿨한 브랜드, 그래서 더 높은 값을 지불할만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가장 돈을 많이 그리고 잘 쓰는 소비자 군 중 하나인 '유사 디자이너 군'을 타겟으로 삼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예뻐서 용서한다"라는 말을 하며 지갑을 여는 소비자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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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2. 아크네(Acne)



Sep 27, 2011

[brand] 로열 코펜하겐의 로열 카페(Royal Cafe)







덴마크를 대표하는 몇 가지. 레고, 안데르센,  덴마크식 다이어트(?), 그리고 빠지지 않는 것이 로열 코펜하겐(Royal Copenhagen)입니다. 덴마크 왕실용 자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역사가 200년도 넘은 그릇계의 명품으로 통합니다. 

그러고 보니 덴마크에는 유명한 브랜드가 참 많네요. 오디오계의 명품이라는 뱅앤 올룹슨, 안경계의 명품이라는 린드버그같은 회사뿐만 아니라, 에그 체어로 유명한 얀 야콥슨(Arne Jacobsen)이나 팬톤 체어의 베르너 펜톤(Verner Panton) 역시 명품 의자를 디자인한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가 '귀로만 듣던 걸 눈으로도 보고 몸으로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3년 동안 브랜드를 발견하고 관련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나니, 제 눈에 띄는 건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브랜드들입니다. 그래서 그런 브랜드 매장이 보이면 들어가서 한참을 노는게 일이 되었습니다. 

로열 코펜하겐 역시 (제 담당은 아니었지만) 다루었던 브랜드라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매장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들어갔습니다. 사실 제 관심사는 그릇보다는 카페에 있었습니다. 매장 옆에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커피만은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한 이번 여행에서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였습니다.

일할 당시에는 로열 카페가 로열 코펜하겐에서 운영하는 카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숙소에서 가까운 덕분에 요 몇일 다녀보니 완전히 로열 코펜하겐에서 운영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협업에 가깝다고 해얄것 같습니다. 카페에 대한 내용은 이미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잘 정리를 해 주신 덕분에, 링크로 대신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카페만 가는 건 예의가 아니니 매장에도 들렀습니다. 사진 촬영은 안 되지만, 이 매장은 관광지에 가깝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제품 컷은 최소화한다는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며, 아이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로열 코펜하겐 매장의 내부 모습

로열 코펜하겐의 매장은, 
총 세 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신상품 중심, 2층은 스테디셀러 중심, 3층은 기념품 중심인것 같습니다. 3층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둬서인지 크리스마스 소품과 아웃렛이 있어서, 여행객이 선물을 사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접시나 장식용 자기 하나 쯤은 그릇을 좋아하시는 어르신이나 친구들을 위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2만원으로는 사기 어려우니 정말 기념만 하고 싶은 분들은  작은 크리스마스 소품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브랜드의 이름만 알 때에는 정말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모두 금 테쯤은 두른, 제품만 파는 줄 알았는데 취재를 하며 제품 카탈로그를 보고서는 왠지 '코렐'스러운 느낌에 호감도가 떨어졌었습니다. 그런데 그 카탈로그는 정말 '판매'를 위한 것이었는지, 카탈로그에 있는 제품들은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이었습니다. 

'로열'스럽다고 느끼는 제품들은 역시나 '왕실에 들어갈만 하군'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고, 또 비쌌습니다. 0이 다섯개쯤 붙은 크로네였던것 같습니다. 1크로네가 200원이니, 접시 하나에 수백 만원대라고 할까요. 세트로 사면...

그래서 매장 구경은 마치고, 카페로 옮겨갔습니다. 호스텔에서도 잘 안 잡히는 와이파이도 잘 되고(비밀번호는 물어보세요), 제가 좋아하는 잡지 <모노클>도 있고, 커피도 맛있는 저에게는 코펜하겐 최고의 카페였습니다. 







이 카페에서는 몇 가지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주요 타겟이 코펜하겐의 시민들뿐 아니라 관광객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당연히 그릇은 로열 코펜하겐의 제품을 쓰고 인테리어 소품들 역시 얀 야콥슨의 의자 같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제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른 카페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영어 잡지가 많이 구비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메뉴 역시 영어가 함께 쓰여져 있고 'Danish'라고 강조한 메뉴도 여럿인걸 보아 관광객을 염두에 둔게 틀림없습니다.

전략은 성공적이어 보입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로열 코펜하겐에 들러서 구경을 하고 이 카페에 와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만 채워져 있으면 로컬들은 그곳을 기피하기 마련인데, 이 카페가 로컬들에게도 인기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스무시(Smushi)'라는 음식 때문입니다. 

스무시는 음식의 종류라고 할 수 있을텐데, 덴마크 사람들이 많이 먹는 오픈 샌드위치와 일본의 스시의 컨셉을 결합시킨 음식입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주로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치즈나 야채 등을 얹어 먹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포만감도 그렇고 오래된 음식이라는 이미지니까요. 게다가 요즘 덴마크에서는 동양적인 것이 유행이랍니다. 여기에서 착안해서 작은 딱딱한 빵 조각에 치즈를 올리고 그 위에 생선이나 고기를 예쁘게 쌓아 올려서 마치 조금 큰 스시처럼 만들었습니다. 

한 피스에 48 크로네, 그러니까 약 만원입니다. 세 피스를 먹으면 좀 싸고, 일요일에는 팔지 않습니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카푸치노 한 잔이 40 크로네이고, 편의점 샌드위치도 40 크로네 정도인 이 도시에서 이런 새로운 전통 음식을 두 피스 정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홍보를 하고 있네요.







어딜 가나 로컬들이 무얼 먹고 무엇 입고 있는지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제부터 계속 보이는 맥주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맥주처럼 생기지 않아서 맥주인 줄 몰랐는데, 메뉴를 보고서야 맥주인지 알았습니다. 디자인 숍에 가도 이 맥주 병이 디스플레이 소품으로 활용되고, 카페에 가도 이 맥주를 마시는 멋진 코펜하겐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 병을 시키고 맛을 보며 이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칼스버그에서 만드는 맥주였습니다. 칼스버그 역시 로열 코펜하겐처럼 로고에 왕관이 그려져 있습니다. 왕실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 이 맥주의 이름도 적지 않았네요. 무려 '코펜하겐'입니다. 뭔가 재미있는 스토리가 흘러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안 그래도 여행을 다니며 부티크 맥주 시장에 관심이 생겼는데, 조금 더 조사해서 이 코펜하겐과 함께 호주와 유럽 대륙의 맛있는 부티크 맥주를 소개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밖에서는 불꽃놀이를 하는 모양인데, 나가기에 너무 추운 밤이라 고민입니다. 사실은 친구가 없습니다. 이층 침대를 같이 쓰며 친해진 일본 친구는 하필 오늘 아침에 떠났네요. 누구 지금 코펜하겐에 없나요?  




[trend] Dunhill과 G-STAR RAW 광고의 주인공






잡지를 볼 때면 가장 첫 페이지부터 어떤 광고가 자리잡고 있나를 보게 됩니다. 과거의 직업병이 아직 남아 있나 봅니다. 로열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며 <모노클>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있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명품 광고가 줄을 잇는 것을 보니, 테일러 브뤼헤의 목적 달성이 코앞에 다다랐구나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는 <월페이퍼>의 비즈니스 버전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잡생각을 올려 놓고 잡지를 살피다가 던힐(dunhill) 광고에 잠시 멈췄습니다. 그리고 유럽 어딜가나 보이는 지스타로(G-STAR RAW)의 광고를 떠올렸습니다. 이 두 광고의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두 광고 모두 스타가 아닌 '아티스트'를 모델로 광고 촬영을 했습니다. 모델이 어떤 아티스트임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던힐의 경우 그 인물의 짧은 인터뷰를 지면에 담고 있고 지스타의 경우에도 홈페이지나 지스타에서 발행하는 잡지를 보면 광고 모델의 철학을 광고 카피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요즘 브랜드들이 아티스트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아티스트와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은 칼 라거펠트가 H&M과 손잡은 이후에는 그 어떤 경우도 별로 놀랍지 않을만큼 익숙해졌고, 이제는 광고 모델로까지 초대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스타 보다는 싸고, 일반인 보다는 임팩트 있기 때문이라는 일차원적인 이유 이면에 무언가가 꿈틀대로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그들의 아이덴티티, 철학, 정신 등을 높이 사는 차월일 것 같습니다. 왠지 영혼 없어 보이는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자기 세계 확고하고 쿨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다 외모까지 괜찮은 아티스트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이 '있어 보이는' 요즘이기 때문일까요?

아티스트가 스타 대접받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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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0, 2011

[brand] 최고경영자를 위해 전 세계로 대신 출장을 떠나는 잡지, 모노클(monocle)







이상하게 계속 눈에 밟히거나 마주치게 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그다지 연결이 될 만한 고리가 없는데도 자꾸 인연이 닿게 됩니다.

지금 제게 <모노클(monocle)>이라는 잡지가 그렇습니다. 처음 모노클을 알게 된 건 작년입니다. 일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어떤 분이 저희 회사에서 만드는 잡지를 보고 마치 한국의 모노클 같다고 하시기에 도대체 무슨 잡지인가 하고 찾아 봤습니다. 한국에 수입이 되지 않았기에 어렵게 구한 한 권을 가지고 여러 명이 보다 별 감흥없이 내려 놓았던게 첫 기억입니다.

그리고 우연히 멜번의 카페에서 모노클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좋아하던 프라한 마켓에 있는 마켓 레인 커피(market lane coffee)에서 자신들을 소개한 호를 책꽂이에 놓아 두고 있었습니다. 런던에 도착해서는 머물로 있는 플랏 가장 윗 층에 사는 언니가 모노클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관심을 두고 있던 비틀즈 브랜드(저 혼자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비틀즈의 가족들과 관련된 브랜드를 비틀즈 브랜드라 부르고 있고, 언젠가 비틀즈 브랜드 족보를 한 번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또 모노클을 만나게 됐습니다.

제가 찾고 있던 건, 폴 메카트니의 딸인 스텔라 메카트니의 남편, 앨러스데어 윌리스(Alasdhair Willis)에 관해서 였습니다. 엘러스데어 윌리스가 런칭한 가구 브랜드 Established & Sons가 흥미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의 프로필을 살피던 중, 우연히 또 모노클이라는 이름을 마주했습니다. 앨러스데어 윌리스는 유명한 디자인 잡지 <월페이터(Wallpaper)>의 창립 멤버 중 하나였고, 그 창립 멤버 중 또 다른 한 명이 모노클의 편집장이자 발행인인 타일러 브륄레(Tyler Brûlé)였습니다. 

네, 복잡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된 이상 이번에는 타일러 브륄레의 뒷조사가 시작됐고, 얼마 전에 있었던 현대카드 슈퍼토크 영상을 보고는 모노클이 좋아졌습니다. 모노클을 저희에게 소개해주신 분도 현대카드에 계신 분이었고, 현대카드는 최근 팝업 북 스토어에 모노클도 들여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둘의 관계가 좋은지 모노클에 가장 많이 소개되는 한국 브랜드 역시 현대카드입니다.

아무튼 여기 동영상 링크가 있습니다. 이 젊은 편집장이 어떤 생각으로 모노클을 런칭하고 운영하는 지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사실 이 뒷조사를 하기 전에, 메릴본을 쉬엄쉬엄 걷다가 모노클 런던 샵에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아담한 샵을 구경하다가, 같은 잡지를 어떤 사람의 사인이 있는 호라면 비싸게 팔기에 점원에게 이 사인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때 그 점원의 눈빛은 '어떻게 타일러 브륄레도 모르면서 모노클샵에 올 수가 있지?'라는 약간은 경멸에 가까운 그것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모노클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편집장 싸인이 있다고 비싸게 파는 책 따위는 사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메릴본 하이스트릿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팬의 입장이 되고 나니, 어찌  BBC에서 일하다 전쟁터에 파견되어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을 못 쓰게 된, 그렇지만 저널리스트로서의 날카로운 감각은 무뎌지지 않아 그 감각에 비즈니스 감각을 더해 <월페이퍼>를 창간하고 대성공을 이룬 후, <월페이퍼>를 뉴스코퍼레이션에 넘기고 다시 <모노클>을 창간한, 게다가 잘 생긴 이 남자의 잡지를 보고 시큰둥 할 수 있겠습니까. 

(테일러 브륄레는 게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그가 게이 감성을 가졌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지 않나라는 완연한 팬의 감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진실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들이 말하는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 몹시 마음에 듭니다. 광고로부터의 독립성(어디까지를 독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을 지켜내고, 자신들이 직접 확인한 정보만을 싣는다고 합니다. 광고로부터의 독립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두번째 이야기는 이 잡지가 다루는 정보의 범위를 생각해 보면 좀처럼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의 주요 대도시(뉴욕, 런던, 파리, 도쿄, 상하이) 뿐만 아니라 아부다비, 방콕, 베이루트, 모스크바, 그리고 몰디브같이 지역적 한계로 혹은 언어의 한계로 좀처럼 쉽게 그 도시 소식을 알 수 없는 곳의 소식도 꾸준히 전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전 세계 구석구석에 직원이든 특파원이든 컨트리뷰터든 누군가가 모노클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런던 본사의 직원이 수백명도 아니고 서른명 남짓의 작은 규모라고 하는데, (이 서른 명이 모노클만을 위해서 일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어떻게 이 컨텐츠들이 매달 만들어지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취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기사는 어떻게 씌여지고, 편집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편집장은 컨텐츠에 어느 정도 관여를 하고, 매달의 주제는 어떻게 결정 될까요?

많은 의문을 품고 다시 모노클 샵에 가서 과월호를 두 권 샀습니다. 과월호가 더 비싸더군요. 정가가 5파운든이데 과월호는 무려 10파운드나 했습니다. 하지만 고운 포장지에 정성스레 포장을 해 줘서 마음이 좀 누그러 들었습니다. 마치 명품 가방이라도 파는 듯, 영수증도 모노클 로고가 그려진 영수증 용 케이스에 직접 손으로 써서 넣어 주더군요. 테일러 브륄레가 '럭셔리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는 게 사실인것 같습니다. 





두 권의 과월 호와 최근 호를 얻어서 읽다가 아주 잠깐 제 여행에 회의가 들었습니다. 모노클을 정기 구독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꼼꼼히 읽고 있었다면, 과연 이 돈을 들여 이 여행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지금 모노클에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 토막의 기사로 읽는 것과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겠죠. 


자꾸 우연히 연결되는 이 잡지가 제 운명이 아닐까 해서, 편집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놓았습니다. 5년 안에 내가 무언가 이루어 놓을 테니 같이 일 하자고, 내가 한국의 컨트리뷰터가 되겠다고, 그리고 우선 3년 후에 인터뷰 요청 할테니 인터뷰 해 달라고요. 그런데 답장이 없습니다! 


이제 모노클이라는 잡지에 대한 소개를 할 차례인데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www.monocle.com/


참 성의없네요.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전 세계의 비즈니스와 문화, 특히 디자인에 관한 기사들을 싣고 있습니다. 온라인에 컨텐츠는 제공하지 않고, 철저히 회원을 중심으로 컨텐츠가 공유되는 것이 정책입니다. 정기구독료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같고, 하나의 잡지가 아니라 브랜드로 키울 욕심이 있는지 모노클이라는 라벨을 단 제품들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타겟은 전 세계의 최고경영자일것 같습니다. 그들 대신 출장을 가주는 컨셉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 구석구석의 짧막한 새로운 비즈니스(브랜드) 소식이 대부분입니다. 특집 기사들은 그들만의 관점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정리하곤 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적인 소식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기 좋은 잡지랄까요.


돌아가자마다 정기구독을 할 계획인데, 그 이유는 온라인 컨텐츠들이 탐나기 때문입니다. Programmes 메뉴에는 회원이 아니더라도, 공개되는 컨텐츠의 양과 질이 상당합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이라는 측면에서요. 특히 편집장과 편집자들끼리 수다를 떠는 오디오 컨텐츠(Monocle in Brumberg)가 공유되는데, 이것만 듣고 있어도 재미있는 주간지의 특집 기사를 읽고 있는 기분입니다. 


혹자는 모노클의 빤히 보이는 상업성을 보고 손가락질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무엇보다 저의 관심사와 딱 드러맞는 컨텐츠를 매달 쏟아내고 있다는 것에 이 잡지의 홍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