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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6, 2012

[inspiration] 홍대 카페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변신 공간과 브랜딩에 대한 몇 가지

(image: www.anthracitecoffee.com)


저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무연탄)' 카페. 무한도전에도 나왔다죠? 역시 좋네요. 커피 맛도, 분위기도, 무엇보다 이들의 모토가요. '재활용, 자급자족, 자립' 이랍니다. 


카페에 대한 소개는 아래 글로 대신합니다.


+ [복합문화공간7] 폐공장 재활용, 당인리커피공장 ‘앤트러사이트'  

브랜드와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수백개가 존재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것이고,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마트에 가서 1+1 행사 때문에 보통 사던 우유를 사지 않고 A 우유를 산다면 A 우유는 저라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아서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겠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늘 B라는 우유를 산다면 그 우유는 브랜딩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랑을 하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 사람이 마냥 좋습니다. 물론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겠지만요. 그래서 브랜드 이론가 중 하나는 '브랜딩은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에 빠뜨리면 나를 선택하게 하려고 굳이 애를 쓰지 않더라도 나를 찾게 된다는 말이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브랜드는 소비자를 사랑에 빠뜨릴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언행일치입니다. 말한대로 행동하는 것이지요. 요즘 사람들은 기업에 대한 불신감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말한 기업의 미션, 철학대로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찍고, 프로모션을 하는 기업에게 쉽게 호감을 보입니다.

또 애플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애플이 Think Different하겠다고 말하고, 그에 따른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찍고 신제품 런칭 쇼를 하고 매장을 만들고 직원들을 훈련시켰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에 열광한 것입니다. 프라이탁도 '재활용'하겠다는 모토 아래에서 제품도 그렇게 만들고 작은 리플렛 하나까지에도 그 정신을 따르게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앤트러사이트는 브랜딩을 잘 해가고 있지 않나 합니다. '재활용, 자급자족, 자립'이라는 모토 아래에서 공간을 만들고, 커피를 볶고, 직원을 채용하고, 수익을 나누고, 또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기사를 읽어 보시면 알 것 같아요. 말한대로 행동하고 있기에 오늘 길이 차가 없다면 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이 북적입니다.

'지행합일' '언행일치'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하고 그것이 완벽하다면 성스러운 인간, 성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수많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업이 있다면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사실 이 카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에도 와핑 프로젝트(Wapping Project)같은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습니다. 공간 재활용은 요즘 공간 구성의 유행이기도 합니다. 수력 발전소를 개조해서 카페겸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는 런던의 와핑 프로젝트, 화력발전소였던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 맥주 양조장이었던 베를린의 문화 복합 공간 컬처 브로어리(Kulturbrauerei), 와인 창고가 변신한 파리의 베르시 공원(Bercy village), 자동차 공장을 개조한 파리의 시트로앵 공원(Park Andre Citroen), 원래는 도살장이었던 파리의 라 빌레트(La Villette) 등 해외 사례도 많이 소개되었죠.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단지 기존의 공장 공간을 재활용해서 변신했다는 공간 구성 컨셉에만이 아니라, 이 조직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심이 갔습니다. 와핑 프로젝트의 아류가 아닌 언행일치를 노력하는 곳 같습니다. '철학의 전략화'라는 말과 어울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홍대에 가면 당인리 발전소 근처로 가 보세요.







+



Mar 15, 2012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베이루트는 레바논의 수도입니다. 레바논이라는 나라가 중동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는지 지도를 보고도 단번에 찾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베이루트라니요. 참으로 낯설어서 베이루트에 떨어지게 되면 무얼 해야 할지 상상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있는 정보라면 대학 동기 중 레바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에게 들은, '베이루트에서는 수업을 듣고 있으면 학교 옆으로 탱크가 지나가고 폭탄이 터진다' 정도의 이야기 입니다. 종교, 정치, 역사 등 복잡한 이유들로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기 때문이겠죠.

이런 레바논에서도 부티크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전 <모노클>에서 LB와 961이라는 이름의 맥주 관련 기사를 읽고는 이 맥주뿐만 아니라 베이루트라는 도시도 궁금해졌습니다. 왠지 베이루트에 가면 올리브 나무로 담장이 만들어진 바에서 흙먼지로 지친 목과 코를 이 맥주로 위로해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했습니다.

비록 베이루트에는 가 보지 않았지만, 이 도시의 맥주 이야기는 최근 부티크 맥주의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합니다. 서울이나 부산, 담양이나 제주 등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작은 맥주 사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레바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래비티 브로잉(Gravity Brewing)의 창업자 Mazen Hajjar는 이 회사에서 나오는 두 가지 맥주, LB 맥주(Lebanon beer를 의미, lb는 레바논의 인터넷 도메인 코드)와 961 맥주(레바논의 국가번호)의 성공 동력을 세 가지로 말합니다. 브랜드 스토리(A good brand story), 디자인(Graphics and labels), 그리고 동료들(A loyal team)이 그것인데, 이 세 가지 요소는 작은 브랜드들이 성공하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 스토리
"좋은 맥주를 만드는 것,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좋은 맥주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 말이죠. LB가 런칭한 2006년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레바논 기반의 무장 시아파 조직이자 합법적 정당) 간의 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모두가 이곳에서 도망가려 할 때, 우리는 숍을 열었습니다. 포격 속에서 우리의 첫번째 맥주가 탄생했죠."

- 디자인
"창업 이래로 우리는 보기 좋고 다양한, 특히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로컬 디자인 회사인 Drive Communication이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레바논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태양을 심볼화 한 것 역시 우리가 레바논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라는 것을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 동료
"처음 회사가 만들어질 때에 누구도 맥주 제조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모두가 100% 레바논 기반의 레바논 맥주를 만들겠다는 열정과 도전의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지요. 회사 운영방식 역시 굉장히 유연하고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Hajjar는 '작은 것이 좋다(small is good)'라는 철학과 '레바논 사람들에게 이전과 다른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은 양조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레바논 시장을 독점하던 하이네켄 그룹의 맥주인 Almaza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년 7백만 병을 생산하며(Almaza의 경우 6천만 병) 세계 16개 국으로 수출도 할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말 할 수 있겠죠?

LB 맥주의 성장에는 위 세 가지 외에도, '지역(Local)'이라는 키워드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 했듯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의 로컬화는 최근의 메가 트렌드이기도 하구요.

LB는 디자인 회사도 레바논 기반의 회사와 함께하고, 광고나 프로모션에도 글로벌 스타보다는 레바논 출신의 아티스트나 뮤지션과 협업을 합니다. 지금은 주요 원료인 홉(hop) 을 독일에서 수입해서 쓰지만 조만간 레바논에서 제배된 홉으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물론 천연 재료를 사용해서 다 쓴 원료를 지역의 가축 사료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게 합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할뿐만 아니라 지역을 알리고, 지역의 경제(일자리)나 환경까지도 고려하는 것이지요.

이런 지역 기반 브랜드들의 지역에 주는 것도 있지만 받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도시(국가) 이름을 네이밍에 활용한 경우 도시(국가) 브랜딩과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칼스버그의 코펜하겐 맥주나, 위의 LB 맥주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도시의 혹은 나라의 아이덴티티를 적극 활용하는 예입니다. 코펜하겐의 경우에 워낙 오래된 역사와 단단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브랜드가 도시의 덕을 보는 경우지만, 반대로 레바논과 베이루트는 LB 맥주의 성공으로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지 않을까요? 저만해도 전쟁의 도시였던 베이루트에도 쿨한 이미지가 추가되었으니 말입니다.

맛이 궁금할 뿐입니다. 런던의 레바논 스트리트 푸드 전문점인 얄라얄라(Yalla Yalla)에서 마셔 본 Almaza의 맛을 떠올려보면, 그보다 나쁠 수는 없을 겁니다. 제가 마셔본 맥주 중에 가장 맛이 없는 맥주였거든요. 하이네켄 그룹에서 곧 Almaza를 되팔든, 투자를 해서 더 좋은 맥주를 만들든 해서 레바논에도 맛있는 맥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Almaza, Lebanon no.1 beer
Yalla Yalla, Lebanon street food restaurant, London


웬 남의 나라 걱정이냐구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도 레바논보다 조금 나은 정도지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좋은 사정의 나라는 아닙니다. 한국에도 어서 괜찮은 부티크 맥주 회사들이 하나 둘 생기고, 그 회사들이 도심에 직영 펍도 열어주길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이 개정되어야 하겠군요.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1맥주맛도 모르면서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2. 멜번 편, 스몰 브로어리와 모던펍의 만남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Mar 5, 2012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덴마크 브랜드 중 로고에 왕관이 그려져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로열 코펜하겐과 칼스버그(Carlsberg)가 대표적입니다. 이것은 왕실에 납품을 했던(하는) 브랜드임을 증명하는 즉, '왕실 인증' 마크라고 봐도 무관합니다.

코펜하겐에서 이런 브랜드들을 보며 참 부러웠습니다. 브랜딩하기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만의 고충이 없을리 만무하지만, 요즘 브랜드들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라도 갖고 싶어하는 '헤리티지와 오리지널리티, 히스토리와 스토리...' 등등의 단어를 이미 등에 업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특히 칼스버그는 세계 4위의 공룡 맥주 회사로 성장한 지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스버그의 '없을리 만무한' 고민 중 하나는, 맥주 시장 전반의 침체일 것입니다. 칼스버그 그룹에는 수많은 브랜드의 개별 브랜드가 있습니다. 덴마크 시장 1위에 빛나는 깔끔한 Tuborg Green도 있고 칼스버그의 클래식이자 알콜 도수 7도가 넘는 강한 맥주 엘리펀트도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편의점에서 맥주 코너에 가면 대부분이 칼스버그 그룹의 맥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맥주가 기네스이듯, 덴마크를 대표하는 맥주가 칼스버그임도 분명해 보입니다. 기네스는 아일랜드의 국민 맥주로 국가적 위기도 함께 견뎌 온 존경받는 기업의 타이틀까지 얻고 있는데, 칼스버그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칼스버그 그룹의 제품 포트폴리오 중, 코펜하겐(Copenhagen beer)이 있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디자인 숍이나 인테리어 소품 매장에 전시용으로 놓여져 있던 '코펜하겐'이라는 이름의 병을 처음 보았을 때, 특별 제작되었거나 디자인 용품 회사에서 만든 음료수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칼스버그에서 생산한 맥주였기 때문입니다.



+ 바로가기 : 칼스버그 홈페이지


게다가 코펜하겐 맥주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 맥주는 마치 부티크 맥주들이 사용하는 단어들로 자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그 지역 이름인 코펜하겐인 것도, 그래서 라벨에 코펜하겐의 위도인 북위 56도가 표시되어 있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Copen*hagen is a new beer. And it’s quite a different beer. If you haven’t had the pleasure yet: Be prepared for a chilling surprise. It’s extra-ordinarily refreshing. Crisp, easy and smooth. Without bitter aftertaste. Brewed with nothing but natural ingredients and cold filtered for purity. Copen*hagen is like an open invitation. Scandinavian minimalism. Being beautifully stylish and refreshingly approachable, it allows you to enjoy beer in a discerning, stylish and modern way


Daring in its sophistication Copen*hagen is refreshing to all your senses. From its very name, over the stylized hop leaf to the shape of the bottle it’s made to satisfy every taste- and style-conscious lovers of life. Copen*hagen is made with a little help from our friends. Like you – and the likes of you – who care about design, taste and quality. You told us what you were looking for: a crisp, delicate and refreshing beer that looks great.  Together we redefined beer itself, its idea, design and taste. Today we can enjoy what we have accomplished together:   Something refreshingly different.


Copen*hagen it is.

맥주는 '술(알콜)'이라고 생각해온 전통적인 남성 맥주 소비자들은 '스칸디나비안 미니멀리즘의 모던하고 스타일리시한 감각의 맛 좋고 품질 좋은 맥주'라는 이것을 허세 맥주나 게이 맥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패스트컴퍼니에서도 이 맥주를 두고 '세계 최초의 양성 맥주 (병)'이라고 했는데,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 관련기사 : Is This The World’s First Androgynous Beer Bottle?

실제로 많은 여성 고객들이 맥주를 마시지 않는 이유는, 마초의 이미지, 배부름, 칼로리 등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펜하겐은 칼스버그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맥주 소비자에서 제외되어 있는 '맥주 맛 자체와 스타일을 소비하는 여성(혹은 남성)' 소비자군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소비자군이 얼마나 넓을 지, 또 많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올해부터 시장을 유럽에서 아시아 등으로 넓힌다고 하니 기대는 해 보겠지만, 왠지 왕실 맥주의 실험작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맥주가 작은 부티크 맥주 기업의 것이 아니라 대자본와 글로벌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칼스버그의 것이기에 섣부른 판단은 조심스럽습니다.

음료수처럼 상큼한 청량감이 돋보이는 특색있는 맛, 예쁜 병 디자인, (아직은) 소량 생산, 지역색 등 부티크 맥주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모두 갖춘 코펜하겐. 성공여부를 떠나 다시 맛보고 싶군요. 샐러드나 스시, 그리고 로열 카페에서 맛 본 스무시처럼 무겁지 않은 음식들과 잘 어울립니다. 그나저나 평생 다시 그 맛을 볼 기회가 있을까요?


+ 관련 글 : [brand] 로열 코펜하겐의 로열 카페(Royal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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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3, 2012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Meantime



Meantime beers and Dishoom pop-up store, London

런던의 부티크 맥주 회사로는 단연 민타임(Meantime)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얽힌 추억이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맛과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위트 넘치는 디자인 때문입니다. 

Dishoom이라는 인도 음식점에서 여름철 동안에만 일시적으로 운영했던 사우스뱅크의 팝업스토어에서 처음 이 맥주를 발견했습니다. 사우스뱅크에 해변을 옮겨 놓았다는 소개글을 읽고 찾아 갔는데, 실체는 인공 해변이었습니다. 실망감이 적지 않았지만 그 실망감은 곧 메뉴판에 'London Lager'와 "Vienna Style Amber Lager'라고 적힌 맥주를 받아 들자마자 잊혀졌습니다.

라벨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라벨을 한참동안 들여보다 한 모금 마셨는데 기분 탓인지 '세상에 이런 맛이!'를 외치고는 친구와 각각 한 병 더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민타임은 런던에게 가까운, 그리니치 첨문대로 유명한 그리니치(Greenwich)를 베이스로 한 부티크 맥주 회사입니다. 마음에 들었던 비엔나 스타일의 엠버 라거는 런던의 아티스트 레이 리차드슨(Ray Richardson)이 1999년 이 회사가 처음 시작할 때에 그려준 것이라고 합니다. 

민타임은 스몰 브로어리다운 신선하고 다양하며 높은 질의 맥주를 만들어 왔고, 'Be local'을 실천하고 푸드마일(Food Miles)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근교에서 난 원료로 맥주를 제조 합니다. 음식 폐기물은 동물들의 식량으로 활용하고 플라스틱이나 병 등의 재활용에도 적극적입니다. 커피 맥주의 경우 영국 최초의 페어 트레이드 맥주로 기록되었고, 채식주의자들을 배려한 원료를 사용합니다. 

이런 부티크 맥주 회사라면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인디 자본주의의 성공적인 기업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런던을 기반으로 10년 이상 꾸준히 성공한 덕에 몇년 전 행사에는 보리스 런던 시장이 직접 참석했고,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통에 있어서도 테스코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지만 세인즈버리(Sainsbury)나 웨잇로즈(Waitrose)와는 협업도 하고 납품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예뻐서 용서한다'는 생각으로 알게 되었다가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게 된 후에 알면 알 수록 관심이 커지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민타임에서는 10 종 정도의 맥주를 생산하는데, 라거나 페일 에일, 필스너와 같은 대중적인 맥주 종류 외에도 밀 맥주나 초콜릿, 라즈베리 맛 등의 독특한 맥주도 생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커피 맥주를 마셔보고 싶었는데 번번히 실패했고, 마셔본 것 중에서는 초콜릿 맛 맥주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병 디자인도, 정말 초콜릿 맛이 나는 맥주 맛도, 그 두 맛의 어울림도 좋습니다.

호주의 부티크 맥주 회사 리틀 크리에이처스에서 운영하는 멜번의 다이닝 홀처럼, 민타임 역시 그리니치에 직영 펍을 운영합니다. 리틀 크리에이처스만큼 쿨한 느낌은 아니지만 근처에 계시거나 그리니치 천문대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슈퍼에서보다 다양한 민타임 맥주를 맛 볼 수 있습니다. 

+ 바로가기 : 민타임 홈페이지


민타임 맥주를 가장 흡족하게 즐긴 곳은 런던의 초콜릿 팩토리라는 문화 복합공간 입니다. 런치 메뉴로 있는 오픈 샌드위치와 민타임 런던 라거를 골랐는데 음식도 맛이 좋아서 조화가 훌륭했습니다. 배가 고파지네요.

샌드위치와 맥주만큼 괜찮은 조화는 스시와 맥주입니다. 특히 런던에 머무는 동안 가끔 사치로워지고 싶은 날에는 홀푸드에 들렀습니다. 연어 스시 세트를 하나 사서, 지하의 맥주 코너를 어슬렁거리며 마음에 드는 라벨 디자인의 맥주를 골라서 숙소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맥주나 와인을 고를 때, 무엇을 사야할지 고민이 되면 라벨 디자인으로 판단합니다. 라벨 디자인에 신경을 쓴 회사치고 맛이 별로인 맥주나 와인을 만드는 곳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잘 고를 것처럼 생긴 사람(?)이 고른 맥주나 와인을 따라 샀을 때에도 후회가 적었습니다.

한 가지 더, 홀푸드는 민타임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의 여러 부티크 맥주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테스코나 세인즈버리보다는 비싸지만 행사 상품이 많으니 자주 들르다보면 맛있는 맥주 세트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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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2. 멜번 편, 스몰 브로어리와 모던펍의 만남





부티크 맥주에 '본격'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멜번의 핫 플레이스라는 브런즈윅 스트릿(Brunswick st.)의 이곳, Little Creatures Dining Hall 때문입니다. '요 귀엽고 작은 피조물'이라는 이름의 부티크 맥주 회사, 리틀 크리에이처스에서 나온 에일 맥주는 이미 맛을 본 후였습니다. 그렇지만 양조장의 느낌을 살린 다이닝 홀에서 생맥주와 함께 도톰한 감자튀김을 아이올리 소스에 찍어 먹지 않았다면 부티크 맥주 회사들의 홈페이지까지 방문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카스나 하이트에서도 이런 직영 펍을 운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장 투어나 대학생 대상 행사들은 잘 운영되고 있는 것 같은데 간단히 홈페이지를 둘러본 바로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대형 맥주 제조사와 스몰 브로어리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리틀 크리에이처스와 같은 작은 회사들에서 영감을 받을만한 것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리틀 크리에이처스의 다이닝 홀은 이 회사의 플레그십 스토어 역할을 하는 모던 펍입니다. 호주에서도 가장 문화적인 도시로 꼽히는 멜번에, 멜번에서도 가장 쿨한 지역으로 꼽히는 피츠로이에 자리잡은 이곳에서는 리틀 크리에이처스의 여러 종류의 맥주와 어울리는 간단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그곳의 분위기나 공간 구성, 점원들과 손님들의 느낌에서 이 브랜드를 경험하게 됩니다. 보통은 작은 브로어리들이 브로어리에 체험관 개념의 펍을 운영하는 것 같지만 이렇게 도심에 직영 펍을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호주에는, 특히 멜번에 속해있는 빅토리아 주에는 와이너리가 많은데 와이너리 투어를 하다가 우연히 하얀 토끼(White Rabbit) 사의 부티크 맥주 양조장을 발견하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시음도 하고 샵 구경도 했는데, 기사를 찾다보니 이런 작은 브로어리들을 정부 차원에서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며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페 트렌드를 이야기하면도서 느꼈지만 호주는 자국(혹은 개별 도시)의 정체성을 다지고, 국민들의 놀거리를 지원하고, 나아가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에도 국가 정부와 주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을 참 구석구석에 뻗치고 있습니다.

아무튼, 작은 브로어리들의 직영 펍은 괜찮은 유통 전략이기도 합니다. 사실 주류 시장은 유통 전쟁입니다. 더 많은 술집에 우리 술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느냐 마느냐가 매출을 상당부분 좌지우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작은 브로어리들이 주류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기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도 못 됩니다. 그 시장에 발도 들여놓기 힘들죠. 따라서 이런 직영 펍에 투자하는 것이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를 높이고, 푸시 마케팅이 어려운 시장에 풀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White Rabbit Brewery, Victoria


사진은 멜번에서 즐겨 마시던 두 종류의 부티크 맥주 입니다. James Squire에서 나온 골든 에일과 Little Creatures의 페일 에일입니다. 이 두 맥주 회사는 맛있는 맥주도 만들지만 홈페이지도 들러볼만 합니다. James Squire은 그들의 스토리텔링이, Little Creatures는 브랜드 심볼과 홈페이지 디자인이 탐납니다.



호주는 영미권에서 짧은 역사와 범죄자 선조를 둔 덕에 문화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호주에 머무는 동안 이들이 얼마나 그 조상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 자신의 문화에 자신감을 가지고 알리려 노력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티크 맥주들 또한 '오지(Aussie, 호주) 커피 스타일'이 자리잡은 것처럼 '오지 맥주'로 그 색깔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실제로 호주 맥주들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사탕 수수를 원료로 하여 독특한 맛을 낸다고 하니 유럽의 오래된 맥주 회사들과 경쟁할 만한 차별점으로 내세우는건 어떨까요. 오리지널리티를 브랜드 자산으로 가지고 올 수 없다면, 일단은 품질(특별한 맛)과 트렌드(부티크 맥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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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trend]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1. 맥주 맛도 모르면서

MEANTIME Brewing Company, London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마시는 것들 중에서는 라테와 맥주가 그것입니다. 라테에 대해서는 카페 트렌드 이야기를 하며 할만큼 한 것 같으니 오늘은 맥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관련 글 : [culture]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맥주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고, 맥주 좋아하기로 유명한 영국에서는 오래된 펍들이 망해간다고 하는데 어쩐 일인지 제 주변에는 맥주 애호가들 뿐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 동안 그 친구들과 맛있는 맥주들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각 도시의 대표 맥주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작은 양조장(brewery)에서 공수해 온 신선하고 풍미가 엄청난 맥주들 혼자 즐겨야 했으니 말입니다.

특히 호주에 머무는 동안 부티크 맥주들에 길들여지고 난 후,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그 도시의 부티크 맥주들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부티크(boutique)'라는 이 단어가 마음에 들어서 부티크 맥주라고 부르는 것일뿐, 특별하게 다른 것은 아닙니다. 개인이 제조하는 하우스 맥주보다는 규모가 크고, 하이네켄이나 칼스버그, 맥스만큼은 아닌 작은 양조장에서 소규모로 생산, 유통하는 맥주들을 말합니다.

이 단어에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최근의 트렌드 키워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검색창에 이 단어를 입력해 보면 개인 숍의 이름에서부터 한 산업군을 아우르는데까지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boutique는 본래 프랑스어로 shop을 의미합니다. 주로 패션 산업에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디자인 의류를 전시 및 판매하는 곳을 일컬어 말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이 단어가 '다소 비싸고 작지만 독립적이고 개성있는'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는 형용사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부티크 호텔'이 유행을 한 이후에 가속이 붙지 않았나 합니다.

맥주 시장에 부티크라는 단어를 끌고 들어온 것은 호주 사람들 같습니다. 호주에 머무는 동안 이 단어에 익숙해 졌고, 검색을 해 보니 boutique beer를 down under(오스트레일리아를 일컫는) beer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다른 영어권에서는 이를 small brewery beer, microbrewery beer, craft beer가 대신합니다. 어쨌든 이 맥주들은 조금 더 비싸고, 더 맛있고, 더 재미있습니다.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판매가가 더 높고, 유통이나 광고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크지 않으니 더 많이 남을테고 자연스레 뛰어드는 사업자도 많아지고 있지 않나 합니다. 이런 부티크 맥주 시장의 활황을 보고 혹자는 맥주 르네상스라고 칭합니다. '영원한 사양산업이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다시금 그 말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 부티크 맥주 시장 관련 기사Heady times for boutique beer

또한 부티크 맥주들의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면 (믿거나 말거나지만) '맥주에 대한 헌신'이라는 표현이 많이 보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맥주 사업을 했다기 보다는, 맥주가 좋아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요즘은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기업은 꼭 성장해야 할까?' 성장은 끝이 없다는 것이 딜레마지만, 많은 기업들이 다음 해 목표를 '올해 보다 더 많은 매출'로 정하지만 않아도 이 세상의 수많은 문제들이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 월가에서 벌어진 점령 운동(Occupy Wall Street)도 같은 생각의 흐름에서 읽힙니다. 미국에서 상위 1% 자본가들이 벌이는 탐욕에 대한 반대 시위였으니까요. 한국에도 상륙했다는 이 운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사실 신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논쟁은 오래되었고 지금은 그 대안들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있는 시기로 보입니다. 최근 본 기사 중에는 '인디 자본주의(indie Capitalism)'라고 이름 붙여서 정리한 아래 기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 관련기사 : 4 Reasons Why The Future Of Capitalism Is Homegrown, Small Scale, And Independent

같은 맥락에서 보면 부티크 맥주 시장도 이러한 인디 자본주의, 깨어있는 자본주의에서의 기업의 행태이며, 더 작아지고(small, independent) 지역화되고(local) 있는 소비 경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시 부티크 맥주로 돌아가서, 여러모로 부티크 맥주 시장이 커지고 한국에서도 이런 작은 브로어리들이 자리잡길 바라며 멜번, 런던, 코펜하겐 등에서 만난 부티크 맥주 회사들을 소개합니다. 맥주 맛도 모르면서, 라고 말하곤 하는 분들에게 기쁘지만 슬픈 글이 되겠군요.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1. 맥주맛도 모르면서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2. 멜번 편, 스몰 브로어리와 모던펍의 만남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Dec 29, 2011

[trend] 어느날 갑자기, 뱅쇼(Vin chaud)가 찾아왔다

 Vin chaud at General Doctor


최근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어딜가나 '뱅쇼'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 겨울의 유행 아이템이 분명합니다. 며칠 사이에 트위터에서, 카페베네에서, 홍대 제너럴닥터에서,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도 이 단어를 마주하고는 '왜 갑자기'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뱅쇼(Vin chaud), 영미권에서는 멀드 와인(Mulled wine), 독일에서는 글뤼바인(Glühwein)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따듯한 와인입니다. 그런데 보일드 와인(Boiled wine)이 아닌 이유는 그냥 끓이는 것이 아니라 향신료와 과일, 꿀이나 설탕 등을 함께 넣어서 끓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영어로 mull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없는 단어죠. (제게는 멀드 와인이나 글뤼바인이 더 익숙하지만 서울에서는 어느새 뱅쇼로 통일 되었으니, 저도 대세를 따릅니다.)

오랜 기간도 아닌데, 서울을 떠나 있다가 돌아왔을 때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 중 하나가 (식음료계만 보자면) 국수집과 뱅쇼의 등장이었습니다. 작년만 해도 국수는 나가 사 먹기 아까운 것이었는데 어느새 국수 전문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늘어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것도 한 철이겠죠.

뱅쇼의 경우, '도대체 갑자기 왜'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한 드라마에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뿐만 아니라 무려 카페베네에서도 뱅쇼 메뉴가 있습니다. 혹시 싸이더스에서 제작한 드라마였을까, 하는 의심도 듭니다.

놀랍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온갖 카페에서 샹그리아를 팔더니 이제 뱅쇼입니다. 역시 서울은 경쟁력있는 도시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할 수 있는 도시는 전 세계에서 서울이 유일합니다.

뱅쇼는 유럽에서는 오래된 술(?) 입니다. 겨울에 감기 예방을 위해서 마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슈퍼에 가면 끓이기만 하면 되는 인스턴트(?) 뱅쇼도 있고, 레드 와인에 넣어서 끓이도록 나온 뱅쇼 킷(kit)도 있습니다. 계피와 말린 과일 등이 한 묶음 묶여 있답니다.

멜번에 있는 동안 이 뱅쇼를 마시며 긴 밤을 보냈던 때를 추억하며 직접 제조해 보기로 했습니다. 홍대의 제닥이나 살롱드팩토리에 가도 마실 수 있지만 한 잔에 5~6천원 주고 마시기엔 아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래서 마트에서 5천원 짜리 와인을 한 병 사서 집에 있는 시나몬 스틱을 반 잘라 넣고, 오렌지와 사과를 잘라 넣고, 설탕을 넣은 후 20분 정도 약한 불에 졸였습니다. 집안 가득 시나몬 향이 퍼지기에 기대를 가득하고 머그 잔에 담에 왔습니다.

homemade

맛은...

남동생이 코를 킁킁대며 나와서는 뭐냐기에 설명을 해 줬더니 'ㄲㄲ'한다며 나가다 말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맛을 보더니 'ㅌㅌ'하고 다시 나갔습니다. 연습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Dec 28, 2011

[culture]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3. 카페의 미래 고객, 에스프레소 긱스 or 컬처 버처

만약 카페를 준비하고 있다면 이 두 고객 군을 염두에 두세요. 에스프레소 긱스(espresso geeks)와 컬처 버처(culture vulture)가 그들입니다. 에스프레소 긱스는 '커피 맛'에 집중하는 사람들이고, 컬처 버처는 '놀거리'에 집중하는 이들입니다. 커피 맛이 아주 훌륭하거나, 커피 맛은 썩 괜찮지 않아도 고객들에게 특별한 컨텐츠를 줄 수 있는 카페라면 살아남을 것입니다. 커피든 컨텐츠든 둘 중 하나에 자신 있으면 카페를 연다고 해도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카페나 할까'하는 생각은 접어주세요.


참 여러 도시의 카페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다시 방문하게 되는 카페는 몇 없었습니다. 그 카페들의 공통점은 저만 다시 찾는 것이 아니라 로컬들에게도 사랑받는다는 곳이라는 점, 그리고 커피 맛이 좋거나 가면 재미있는 곳이거나 이렇게 둘 중 하나는 만족시키는 곳이었습니다. 카페 문화가 먼저 발달한 도시들의 카페 트렌드를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카페들도 이 두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합니다.


에스프레소 긱스들이 좋아하는 카페는 자체 블렌딩을 가지고 있고, 무슨무슨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리스타들이 바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커피가 좋아서 조용히 동네를 지키며 커피를 내리는 맘씨 좋은 주인장들이 있습니다. 이런 카페들은 소리소문없이 유명해져서 커피 애호가들의 단골 카페가 됩니다.


컬처 버처들에게 인기있는 카페는 재미있습니다. 커피 + 알파(컨텐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알파에는 픽시(fixie)도 있고, 식료품(농장)도 있고, 공간(박물관이나 갤러리)도 있고, 브랜드도 있습니다. 알파의 경쟁력이 클 수록, 그 공간은 카페라기 보다는 '알파도 있는데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불립니다. 이 카테고리의 카페들은 굳이 에스프레소 긱들이 좋아하는 카페와 경쟁하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설픈 알파는 주인에게도 고객에게도 괴로운 일입니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한 분야의 알파에 대한 전문가가 카페를 낸 경우에 성공합니다.


이번에는 도시별로 에스프레소 긱스와 컬처 버처에게 인기 있는 베스트 카페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맛 좋은 카페보다는 자신만의 컨텐츠(알파)를 가진 카페들을 소개하는데 집중해야겠습니다. 맛이야 변할 수 있고, 여기에서는 확인 불가능하니까요.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알파가 있는지 소개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도시별로 소개하다보면 꽤 길어지겠군요. 카페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링크가 걸리지 않은 카페는 홈페이지가 없거나 찾지 못한 것이니, 궁금하신 분은 구글링을 해 보세요.




Cafes for espresso geeks around Australia and Europe

Melbourne, Australia


옥션룸(Auction Room)과 코인론드리(Coin laundry)는 맛과 멋이 있는 멜번 최고 카페입니다. 그새 맛이 변치 않았길 바랍니다.

Sydney, Australia
: 시드니에서는 단연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 Roasters)입니다. 유명해진지 꽤 오래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번을 찾아도 커피도 음식도 최고입니다. 서울에도 있는 폴바셋(Paul Bassett)도 좋습니다. 단, 카페가 아니라 그의 블렌딩으로 만들어주는 키오스크 카페입니다. 

London, UK
: 런던에서는 먼모스(Monmouth)죠. 코벤트 가든점이든, 버로 마켓점이든 줄을 서지 않고 먹기 어렵습니다. 먼모스는 고객들에게도 사랑받지만 이 카페 출신의 바리스타들은 멜번이든 런던의 다른 카페든으로 이들의 커피 노하우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Berlin, German
: 모노클(Monocle)이 강력 추천한 보난자(Bonanza)나,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라는 더블아이(Double eyes)도 가 봤지만, 미테에 있는 더 반(The barn)이 커피 맛은 가장 훌륭했습니다. 고소하고 쓰지도 않고 풍미가 멋진 라테를 마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골목에 들어서면 커피향이 솔솔 풍겨서 카페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Stockholm, Sweden
: 스웨덴 스톡홀름의 커피들은 대부분 평균 이상이었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드롭커피(Drop Coffee)를 꼽겠습니다. 이유는 이전 편 '라페 맘' 이야기에서도 했으니 생략합니다.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Melbourne 

호주 멜번에서의 재미있는 카페 공간으로는 리틀 뮬(the Little mule)과 저널(the Journal), 맥네이션(mag nation), 그리고 컬러랩(the Color lab)이 떠오릅니다. 

Little mule
Little Mule

Coffee + Fixie
리틀 뮬의 알파는 픽시 바이크입니다. 그래서 공간도 넓직하고 카페 안쪽에는 픽시용 부품을 팔기도 하고, 자전거 수리도 해 주는 모양입니다. 이런 바이크 카페는 런던, 파리, 베를린에서도 발견됩니다. 카페와 자전거는 누가 뭐래도 지금 가장 핫 한 아이템이니까요.

Coffee + Library
저널은 멜번 시티 라이브러리 안에 있는 카페입니다. 멜번은 문학의 도시답게 작은 시내에 빅토리아 주정부 도서관과 멜번 시 도서관, 이렇게 공공 도서관이 두 개나 있는데 둘 모두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즐길거리가 상당합니다. 또한 두 도서관 모두 카페를 가지고 있는데 저는 시티 도서관의 저널 카페가 더 좋습니다. 저널의 알파는 책입니다. 커피를 마시러도 가지만 도서관에 갔다가 커피도 한 잔 하는 곳이죠.

Coffee + Colour contents
컬러랩은 컬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파는 곳입니다. 프라한에서 알마데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이 곳은 마치 리빙 컨셉스토어 같습니다. 인테리어 소도구나 식료품, 컬러나 음식 관련된 책도 팔고, 강연회나 워크샵도 엽니다. 그리고 뒤뜰에서 커피를 파는데 맛도 좋습니다. 

Coffee + Magazine
맥네이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잡지를 파는 곳입니다. 아마 잡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들르게 되는 곳일 겁니다. 멜번뿐만 아니라 시드니에도 있는데, 모든 지점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지점에서 커피도 함께 팝니다. 커피 한 잔을 사서 맘에 드는 잡지를 골라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서 잡지를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시드니 셔리힐(Surry hills)에 있는 지점이 가장 멋진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Coffee + Atelier
마지막으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간판도 없이 건물의 2층에 숨어 있는 가죽 공장 컨셉의 카페가 기억납니다. 마치 신사동에 있던 (지금도 있나요?) 아틀리에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합니다. 카페 테이블을 둘러싸고 가죽으로 작업을 해서 관련 제품을 만드는 개인 작업실이 서너개 있거든요. 실제로 가죽으로 작업하는 아티스트를 지원하면서 카페도 겸하는 곳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왠지 '단지 컨셉'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설프게 '알파'를 찾거나 일부러 만들면 고객들은 '뭔가 이상한데'하고 느끼게 마련입니다. 커피라도 맛있었다면 또 찾고 싶었을텐데, 그것도 아니라 아쉬웠습니다.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London

런던에는 커피 맛이 좋은 카페는 많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카페들은 굉장합니다. 역시 컨텐츠가 풍부한 도시답습니다. 하나하나 모두 소개하면 좋을테지만 쓰다 지치고 읽다 지칠까봐 대표적인 몇 개만 소개합니다.

Daylesford Organic Cafe

Urban Physic Garden

The book club


Coffee + Farm
데일스포드 오가닉(Daylesford organic)은 노팅힐 포토벨로 로드 근처의 멋진 카페입니다. 데일스포드 가의 패밀리 비즈니스로 시작했고, 실제로 그들의 농장에서 난 음식과 식재료만을 팝니다. 물론 유기농인데다 패키지 디자인도 예뻐서 구경이나 할까 하고 들어가서는 커피도 한 잔 하고, 밥도 먹고, 나오는 길에 계란이라도 한 묶음 사 오게 됩니다. 레귤러 중에는 콜드플레이의 멤버도 있다고 하고, 주말이면 늘 귀족스러운 분들이 고상하게 식사를 하고 있어서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지만 매장 구석구석을 살피면 단지 이들이 돈이 많은 카페가 아니라 얼마나 이 공간을 채우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을 썼는지에 감탄하게 됩니다. 위 사진의 'Dog Parking' 사인을 보고 흐믓한 웃음을 지으며 들어갔다가 구석구석을 살피고 지하 화장실에 갔다가 데일스포트 농장 견학 광고 문구를 보고 컨텐츠로 승부하는 카페의 모범사례로 소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광고 문구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홈페이지 주소를 검색하는 동안 지금 방금 알게 된 사실인데, 한국에도 신세계에서 들여와서 들어와 있네요. 새삼 신세계의 브랜드에 대한 야욕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Coffee + Book
아이들러스 아카데미(adler's academy)는 동네 산책을 하다 'cafe+book shop'이라고 쓰여진 것을 보고 들어갔습니다. '게으름뱅이,빈둥대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이 북카페의 정체는 알고보니 <The Idler>라는 잡지사였습니다. 매주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검색하면 나올만한 인사들의 소규모 강연이나 토론회, 작은 오픈 파티 프로그램이 있는 리플릿이 놓여있기에 신기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가끔 가서 책을 보거나 동네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커피를 마시곤 했습니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스쿨오브라이프나 홍대의 살롱드팩토리를 떠올리게 하는 곳입니다. 이제는 말 안 해도 눈치채시겠지만 이 카페의 알파는 '책' 그리고 '지적 호기심'입니다.

Coffee + Movement
테이트모던 근처의 어반 피직 가득(Urban physic garden)의 알파는 피직(physic, 자연 약초)입니다. 도심에 날 것에 가까운 정원을 만들어 놓고 그 곳에서 워크샵도 하고 공연도 하고 간단히 마실 것도 팝니다. 사실 이 카페의 알파는 무브먼트(movement, 운동, 움직임)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무브먼트로서의 카페는 이스트런던의 스카이라이트 카페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Coffee + Something Cultural
런던에는 공간 자체가 컨텐츠인 곳도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와핑 프로젝트(The wapping project)가 아닐까 합니다. 음료가 다소 비싼 감은 있지만 수력 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든 공간인만큼 공간 자체가 주는 아우라가 엄청납니다. 전시 기획 자체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라 특별합니다. 특색있는 공간으로는 런던을 떠나기 직전 이스트 런던에서 핫한 카페로 떠올랐던 더북클럽(The book club)이 있는데 와핑 프로젝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가서 탁구도 치고, 당구도 치고, 저녁에는 파티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는 재미난 카페입니다. 마지막으로 올드스트릿의 사이클 카페 look mum no hands!(뭐라고 한글로 옮겨 써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도 좋습니다. 컨텐츠 면에서 가장 충실한 사이클 카페가 아닐까 합니다.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Paris

Coffee + Concept store
카페 문화의 오리진은 사실 파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새로운 카페 문화에서 파리는 뒤처져 있습니다. 아직 파리에서의 카페는 플라네어(flaneur, 산책하는 사람)가 되어 아름다운 도시를 거닐다 잠깐 앉아 쉬며 에스프레소 한 잔을 하는 그런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알파를 가지고 문을 여는 젊은 카페들이 늘고 있을테지만 제가 소개하고 싶은 곳은 여기 메르시(Merci)에서 운영하는 카페뿐입니다. 스웨덴 문화원의 카페도 맛도 좋고 컨텐츠도 좋다는데 저는 못 가봤네요.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Berlin

Bravo Cafe


Coffee + Contemporary art
베를린 역시 재미난 공간이 많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가장 많을텐데 다 찾아보지 못하고 와서 아쉬운 구석도 남아 있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카페는 컨템포러리 아트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쿤스트베르트(KW) 안에 있는 카페 브라보(Cafe bravo)입니다. KW의 전시를 구경하고 차 한 잔 하기도 좋지만, 저는 카페가 들어선 공간 자체가 마음에 듭니다. 독일식 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집을 ㄷ자 형태로 만들고 그 안에 호프(hof)라고 부르는 안 마당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를린에서는 골목만 잘 살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통해 나 있는 문을 잘 살펴야 합니다. 힐끔 거렸을 때 '뭔가' 느껴지면 문을 통해 들어가 호프를 확인해 봅니다. 대부분 공용 공간이기 때문에 굉장히 프라이빗한 곳이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갔을 때 신기한 공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카페 브라보는 이런 호프 안에 자리잡은 카페라 아늑하고 '이것이 독일식 건축이구나'...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일스러움을 느끼기에 좋습니다. 

또한 베를린에서는 컬처브로어리 안에 자리잡은 에스프레소 랩이나 컨셉스토어 부(VOO) 옆의 작은 카페도 좋습니다. 에스프레소 랩은 그것이 속한 건물 전체(문화공간)가 컨텐츠이고, 부는 '쇼핑'이겠죠.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Copenhagen

Coffee + Brand
코펜하겐에서는 로열 코펜하겐의 로열카페(Royal cafe)로 충분합니다. 커피 맛도 좋고, 브랜드에서 만든 카페라고 보기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식자재와 가구 등)를 너무나 잘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떤 브랜드에서 카페를 만든다고 하면 로열카페를 벤치마킹해도 좋을 것입니다. 물론 이태원의 mmmg 카페도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Stockholm

Magasin 3 Gallery Cafe




Coffee + Gallery
스톡홀름은 북유럽 최대 도시답게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풍족합니다. 멋진 갤러리들이 운영하는 카페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제대로 읽는 것이 맞을까요. 마가신 3(Magasin 3) 갤러리는 트램을 타고 종점까지 가야 찾을 수 있지만 그들의 홍보 문구(Hard to fine. Easy to love)처럼 한 번 가고 나면 그 매력이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시도 훌륭하지만 카페도, 그 옆의 작은 도서관도 아름답습니다. 물론 라테 맛도 좋습니다. 양도 많아서 라테 한 잔과 캐롯 케익 한 조각이면 간단한 식사로도 가능합니다. 

또 하나는 스톡홀름의 사진 갤러리 포토그래피스카(Fotografiska) 가장 윗층의 카페입니다. 그냥 그 카페를 그대로 시내 어딘가에 옮겨 놓아도 손색이 없을만큼의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사진'이라는 컨텐츠와 '전망'이라는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포토그라피스카는 스톡홀름에서 북유럽의 사진 문화의 수준을 올리겠다고 작정을 하고 만든 갤러리라 전시들이 굉장합니다. 과거의 전시들도, 앞으로 계획된 전시들도 사진에 조금 관심이 있다면 알 만한 작가들의 기획전이 줄을 잇습니다. 이렇게 흡족한 사진전을 보고 바다와 스톡홀름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좋은 전망에서의 커피 한 잔... 그립습니다.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Helsinki



Kruuvi


Coffee + Commercial Center
헬싱키는 사실 북유럽에서 문화 후진국입니다. 오랫동안 스웨덴과 러시아에 지배를 받아왔거든요. 그리고 민족성도 소박해서 소비 문화가 발달한지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커피를 사 마실 정도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도 최근의 젊은이들은 카페를 즐기고 있고, 특히 디자인 디스트릭트가 개발되면서 그 곳을 중심으로 많은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숍 등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소비 중심지가 생겼다는 말이지요. 이런 헬싱키에서 눈에 띈 것은 Kruuvi라는 쇼핑센터였습니다. '끄루우비'라고 읽어야 하겠죠? 
시티 센터에 생긴지 얼마 안 된 이곳은 지금 헬싱키에서 가장 핫한 공간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합 쇼핑몰인데, 타임스퀘어같이 무조건 크고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헬싱키답지 않게 뭔가 시크합니다. 지하에는 유기농 슈퍼마켓이 있고, 1~2층은 패션 매장들과 몇 카페, 그리고 가장 윗층은 갤러리와 공연장이 있습니다. 특히 입구에 생긴 팝업 카페가 눈길을 끄는데, 아마도 지하의 유기농 슈퍼마켓에서 파는 유기농 커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맛도 좋은데다 카페 컨셉이 '농업'이라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농기구와 나무 탁자와 의자,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이 카페는 현지인들에게도 신선한지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지나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민망할 지경이었습니다. 이 복합 공간과 카페의 만남은 지금 헬싱키 컬처 버처들에게 최근 가장 흥미로운 곳이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거나 카페 문화에 대한 글들을 마무리 지었는데, 무언가 아쉽습니다. 막무가내로 나열해 놓고 보니, 참 불친절한 글이 따로 없다는 생각에 읽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2. 북유럽의 카페 문화와 라페 맘(latte mom)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3. 카페의 미래 고객, 에스프레소 긱스 or 컬처 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