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6, 2011

[brand] 브랜드를 책으로 배웠어요 2. 저렴하게 경영하라, 알디(ALDI)






(알디(ALDI)는 독일의) 알브레히트 형제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시작한 구멍가게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소매상으로 거듭났다. 이들 형제는 <포브스> 선정, 세계 3위의 부자가 되었고 단순함이라는 경영원칙을 내세우며 오늘날의 성공신화를 창출하였던 것이다. 초저가할인매장 체인인 '알디'의 성공은 기업 성공에 머물지 않고 이른바 '알디화'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일종의 사회적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단순하게 경영하라 (알디 마케팅의 황금률)>의 교보문고 북리뷰에서 카피해 왔습니다. 알디는 몇 마케팅 서적에서 케이스로 간단히 다뤄진 것을 보고 알게 된 후, 알디에서 임원을 지냈던 저자가 쓴 이 책을 읽고 감명, 감복했었습니다. 책만 읽어서는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브랜드가 있을수 없습니다.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하는 완벽한 전략에, 엄청난 매출, 그리고 고객만족으로 이어지는 브랜드로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기사에 참고하기 위해 읽은 책이었지만 굉장히 잘 구성되어 있고, 쉽게 쓰여졌고, 무엇보다 촌철살인에 가까운 문장들이 엄청나게 쏟아지기에 누군가가 경영 사례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늘 꼽는 책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독일에 가면 꼭 방문해보리라 다짐했었습니다. 글로 읽은 전략들이 눈으로 보면 어떨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첫 번째 알디를 발견했습니다. 호주 멜번의 프라한 마켓 옆이었습니다. 이 알디가 그 알디임을 확인하고 친구를 먼저 보낸 후 떨리는 마음으로 매장 안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약간 긴장했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물건과 가격, 인테리어, 직원들, 매장 안의 소비자들을 살피는 동안 뭔가 내가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해외 브랜드'라고 하면 모두 세련되고 멋진 외관에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질 것 같은데, 알디의 첫 느낌은 뭔가 많은 것들이 생략된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선반도, 조명도, 직원도, 굳이 필요 없는 비용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생략되어 있었습니다. 짠돌이 형제의 기업인만큼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싼 가격의 상품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제품의 박스가 선반을 대신하고, 조명도 한톤 어둡고, 음악이나 방송은 있을리 없고, 무표정한 직원들도 몇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전략에 충실한 모습이었겠지만 왠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돌아와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싸지만 잘 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멜번을 떠나 시드니에서도 알디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드니에서 오래 산 친구는 몇몇 제품을 살 때에는 꼭 알디에 간다고 합니다. 그 가격에 그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은 알디 뿐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알디에 대한 결론은 본토인 독일에 가서 내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를린의 한 알디 매장입니다. 모든 제품이 PB 상품이며(제가 찾은 Private label이 아닌 제품은 누텔라가 유일했습니다), 몹시 저렴한 가격과 불필요한 것은 모두 생략한 인테리어는 멜번이나 시드니 매장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이라면 독일 내에서의 평판과 경쟁구도입니다.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독일에서 유학중인 방 주인에게 알디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유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되도록이면 알디 대신 리들(Lidl)에 가라며, 알디에서 사면 안 되는 제품까지 일러주었습니다. 알디는 싸지만 때때로 상하거나 제대로되지 않은 상품들이 놓여져 있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말해준 리들이 바로 알디의 가장 큰 경쟁 상대입니다. 리들 역시 알디만큼 몹시 저렴한 PB상품을 파는 디스카운트 체인 스토어이지만 알디에 비해 인심은 덜 잃은 모양입니다. 베를린이나 알디와 리들이 동시에 진출해 있는 북유럽에서도 알디보다 리들의 매장이 더 눈에 많이 보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멜번의 첫 알디에서 느낀 그 기분이 살아났습니다. smart한 브랜드일 것이라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왠지모르게 depressed 되어 나왔던 날이었습니다. 저녁 찬거리를 사며 활기차야 할 곳에서 왠지 모를 우울함을 느꼈던 것은 단지 조명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하게 경영하라'가 아니라 '저렴하게 경영하라'가 되다보니 '싼' 가격이 우선이 되어 고객들의 안전과 즐거움도 생략시켜버렸나 봅니다. 


물론 이 책이 실제로 쓰여질 당시에는 알디가 독일의 노동자계급의 일상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그것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였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친구만의 경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설사 그것이 단 한 번이었다 하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품으로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했고, 경쟁사에 의해 시장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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