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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6, 2012

[brand] 선정적인 미국 옷,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의 정체 4. 도브 차니






아메리칸어패럴의 광고컷입니다. Fashionable Basics, Sweatshop Free, Made in USA로 자신을 소개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Sexy 혹은 y를 뺀 그것입니다. 다행히 위 광고는 다른 광고에 비하여 배경 덕분에 이들이 지향하는 바를 조금 눈치챌 수 있습니다.


모델의 뒤로는 한 빌딩이 보이고, 엉덩이 사이로 보이는 글씨로 보아 이곳이 아메리칸어패럴의 공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빌딩 위에는 "LA를 합법화시키자(Legalize LA)"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아마도 당시 LA 근교의 수많은 Sweatshop을 비꼬고 자신의 공장에는 불법적인 노동 이슈가 없음을 밝히며 상대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일 것입니다.


LA 다운타운에 자리잡은 공장의 탑 배너는 이뿐만 아니라 "아메리칸어패럴은 하나의 산업 혁명이다(American Apparel in an Industrial Revolution)" 그리고 "이민 개혁운동 중!(Immigration Reform Now!)"과 같이 패션회사와 어울리지 않는 정치적 구호가 걸려있곤 합니다. 


위 이미지를 아메리칸어패럴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광고컷으로 고른 이유입니다. 창업자 도브 차니는 sexy와 politics를 적절히 브랜딩에 활용하는 영리한 경영자입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의 아이덴티티는 도브 차니와 꽤 밀접해 보입니다. 그와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보면 (그의 변태 행각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지만) 그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이런 사람이니 이런 브랜드를 20년이 넘도록 경영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4. Dov Charney

애플이나 탐스슈즈 등 일시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딩에 성공한 브랜드를 보면, 창업자의 철학이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반영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브랜드(경영자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큰)의 경우, 그 리더가 사라짐과 동시에 휘청하게 된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한 색깔을 내는데 이보다 더 좋은 전략(?)도 없습니다. 따라서 아메리칸어패럴을 알기 위해서는 도브 차니에 대해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의 홈페이지 도브차니닷컴(dovcharney.com)은 그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가족사에서부터 학창시절 영향을 준 선생님 이름과 수업 내용, 초기 사업에 영향을 준 친구들과 몬트리올의 유명한 베이글 이야기까지 소소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건축가인 아버지, 아티스트인 어머니,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 어린 시절에 다닌 대안 예술 학교의 영향으로 미적 감각을 키웠을테고, 유대인 집안이었던 것으로 보아 어린 시절부터 생존과 관련된 경제 관념에 눈을 뜨고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한 불어가 공용어인 캐나다 퀘백주의 몬트리올 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몬트리올과 뉴욕을 오가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그의 어머니는 그가 '경계와 국경'에 집착했다고 회상합니다. 


이런 사실의 나열에 지나지 않고 몇몇 이슈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 분명하게 밝히는가 하면, 넌지시 그의 성(性) 관념이나 이민 정책에 대한 입장을 읽는 이로 하여금 눈치채게 합니다. 유대인이자 독특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퀘백주 출신의 미국 이민자로서 밝히고 있는 민족주의나 보호무역주의 등에 대한 생각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그의 기행동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인간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가 개인 정체성에 (나아가서 브랜드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을 하던 차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장이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일 거라는 의심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어려서부터 성적 자유에 대한 아티클을 써 왔다고 적어 놓았지만, 어린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건으로 번번히 고소를 당하며 합의금으로 해결하거나 회계 장부상의 문제를 붉어지게 한 그가 미심쩍습니다. 그의 글을 읽고 있다보면 자칫 '이런 똑똑한 인물이 이런 짓을 한데에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거야'라는 생각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영리한 인물임은 틀림없습니다. 

사회적 기업, 기업의 윤리성이 대두되기 전에 그것으로 주목을 받고, 모두가 그 흐름에 주목하자 이번에는 '그것이 뭐 별거'라는 듯 다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서 기업을 더 키우고 있는 도브 차니, 지난 글에서 악동같은 창업자가 만든 악동같은 브랜드에 남겨둔 세 가지 의문에 이제 답을 시작합니다. 

1. 아메리칸어패럴은 Fashionable Basics를 만든다고 말하면서, 이 컨셉의 본질은 Basic이 아니라 Sexy입니다. 왜일까요?


이 브랜드는 무엇인든 대 놓고 하는 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린 섹시해요'라고 말하고 섹시를 컨셉으로 한다면 얼마나 촌스럽습니까. 그래서 패셔너블한 베이직 스타일이라고 말하지만 모두 그것이 섹시함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들 정치적인 문구를 브랜딩에 활동하기 시작하자 한 발 빼서 이민 정책이나 노동 문제로 자사 홍보를 하지 않은 이유도 같다고 봅니다. 남들이 다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동시에 남들이 안 하는 것 중에서 돈이 될만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마치 세스 고딘의 최근 저작 <이상한 놈들이 온다(대중의 죽음과 별종의 탄생)>에서 말하는 별종(별종 브랜드)이 바로 도브 차니와 아메리칸어패럴일 것입니다. 새로운 정상(별종)을 새로운 도덕으로 만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선정적인 광고에 대하여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이 별종 사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은 Youth Culture을 담고 있고, 그 중 Sex는 참 중요한 부분이다.” 이 한 마디로 아메리칸어패럴은 또 다시 보이는 것 이면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 브랜드로 포장 되었습니다. 단지 섹스가 아니라 유스컬처를 이해하는 브랜드가 된 것이지요. 명민한 별종입니다.

2. 하지만 최근 아메리칸어패럴은 1,500명의 불법 체류자를 해고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경영 악화는 가속화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도브 차니는 천사의 탈을 쓴 악덕 기업주였을까요?


이전 글에서 말했듯 아메리칸어패럴은 최상의 노동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며, 매년 5월 1일에 이민자 퍼레이드에 직원들이 참가하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 그 날을 휴일로 두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이민 정책에 관심이 많은 (그 역시) 이민자입니다. 그래서 최근 경영악화의 원인이기도 했던 1,500명 직원 해고와 1,000여명의 퇴직은 의외였습니다. 이 기업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는 이민자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추측할 수 있었는데, 도브 차니는 일관되게 이민자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 대우해 주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니 부러 불법체류자를 고용할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시 정권부터 오바마 정권까지 변해 온 이민 정책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보니, 그 변화의 피해자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뀜에 따라 분명 더 나아지는 것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양도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한국 언론 상의 보도는 '불법체류자 고용'으로 났지만, 현지에서는 정부 정책과 관련되어 많은 언론이 이 브랜드를 헐뜯고 돕고 하며 시끄러웠던 모양입니다. 해고된 불법체류자들은 오바마 정권 이전에는 합법 체류자였던 것이지요.


3. 그는 왜 이민자이면서 Made in USA를 메인 슬로건으로 삼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었을까요? 심지어 이름도 '미국 옷'으로 지어가며 말입니다. 어떤 이는 아메리칸 드림을 파는 브랜드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그럴까요?


한 자료에 의하면, 그가 어려서부터 미국 문화의 열광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름도 '미국 옷'이라 짓고,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은 결국 아메리칸드림을 판다며 말이죠.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이것 역시 전략일 뿐입니다. 미국이라는 더 큰 시장에서 더 나은 사업 조건(이를테면 값싼 노동력과 넓은 부지, 사업자에게 더 유리한 정책)을 만들고, 더 많이 팔기 위한 전략. 왜냐하면 그는 고향인 몬트리올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밝히고 다니는가 하면, 캐나다의 한 잡지에서는 그를 자랑스러운 캐나다인으로 소개하며 아메리칸어패럴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캐내디언 해리티지'라고 꼽고 있기 때문입니다. 


등등으로 미뤄보아, 아메리칸어패럴은 도브 차니 개인의 역사, 철학, 정체성 등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지고 있고, 그가 없는 아메리칸어패럴이 벌써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극단의 도덕함과 극단의 부도덕함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지만 알아 갈수록 흥미롭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한 책에서 저자가 도브 차니를 만난 후 이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적어 놓은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많이 옮겨 적는 것이 괜찮지 않은 것은 알지만, 롭 워커가 쓴 노란색 표지의 <욕망의 코드>에서 가져왔으니 더 궁금하신 분은 책을 참고하세요. 따옴표 안은 도브 차니의 말,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저자인 롭 워커의 말 입니다.




“의류업계에서 노동력 착취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의류 제조업체들이 지나치게 로고의 힘에 의존한 나머지 품질에 신경을 쓰지 않고 저비용으로 아웃소싱함으로써 야기되는 제반 문제를 참고 있기 때문이다.”
(...)
차니가 스웨트엑스에서 얻은 산 교훈은 기업의 윤리적 관행 위주로만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소비자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윤리적 판매는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다. 말하자면 윤리적 판매는 기껏해야 틈새 전략에 불과했다. 아메리칸어패럴이 윤리적 판매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 그는 틈새시장이 아니라 한 세대 전체를 원했다. 요컨대 ‘젊음과 섹스였다. 
(...)
이 회사가 ‘반착취적 공장’ 상표 전략을 썼다면 이뤘을 성장보다 차니의 방식에 따라 훨씬 더 큰 브랜드가 되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팀버랜드나 메소드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칸어패럴은 윤리적 이미지를 구축하기보다는 윤리적 제품을 만드는 일에 더 신경을 쓴 모범적인 기업이다.
(...)
물론 가능한 널리 상품을 판매하는 일에도 신경을 썼다. 처음 차니와 이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는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을 꺼내어 열세 번째 법칙을 읽어주었다. 그 책에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말고 그들의 이기심에 호소하라”는 말이 있었다. 그는 책을 덮으며 “이게 바로 반착취 공장의 문제다. 자비와 감사를 구걸해 소비자들이 매장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할 수는 없다. 윤리적 제품이든 아니든, 뭔가를 팔고 싶다면 사람들의 관심에 호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Jan 13, 2012

[brand] 선정적인 미국 옷,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의 정체 1. 2. 3.


매달 하나의 브랜드 이야기로 꾸며지는 <매거진 B>의 이번 호 주인공은 일본의 캠핑 용품 브랜드 스노우 피크(snow peak) 입니다. 1호의 프라이탁, 2호의 뉴밸런스에 이어 스노우피크라니, 역시 다음 호가 기대됩니다. 프라이탁은 이미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소개했을만큼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뉴밸런스는 스티브 잡스의 신발이기도 하지요. 이번 스노우피크는 소문만 익히 듣고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해서 더욱 궁금합니다. 잡지 이야기는 이번 호를 보고 나서 자세히 이어 나가겠습니다. 


제목에서 이미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과 관련된 내용일 것임을 넌지시 이야기 하고는 <매거진 B>로 시작한 이유는 아메리칸어패럴 역시 브랜드 이야기로 한 권의 책은 충분히 만들고도 남을만큼 흥미진진한 브랜드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이 media-friendly는 아닌것 같아 걱정이기는 합니다만, 언젠가 <매거진 B>에서 아메리칸어패럴 이야기를 다뤄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겠지요. 


American Apparel, Paris 
American Apparel, Dublin


그럼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봅니다. 아마도 이 브랜드 역시 프라이탁만큼이나 긴 여정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게 aa로 불리는 두 개의 브랜드가 있습니다. 두 개 모두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하나는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이고 나머지 하나는 홍대의 카페이자 리빙숍 aA디자인뮤지엄입니다.


aA디자인뮤지엄이 오랫동안 준비한 리빙숍을 오픈했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으니, 다녀온 후에 이야기를 풀어 놓는 편이 낫겠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의 경우 대학 때부터 애용한 브랜드입니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티셔츠 브랜드로 시작해서 지금은 바지, 셔츠, 수영복 등 衣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팝니다. 저는 주로 이너웨어나 액세서리를 구입하게 되는데 레깅스든 양말이든 속옷이든 꽤 오랫동안 입게 됩니다. 남자분들의 경우 셔츠 퀄리티를 높게 평가합니다.

가끔 (경제적 여유가 없더라도)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홍대나 명동의 매장에 들릅니다. 새로나온 제품도 보고, 직원들의 스타일도 살피고, 쇼핑온 사람들도 힐끔거려 봅니다. 자사 제품으로 스타일링을 한 무표정한 직원들과 그들처럼 입고 있는 손님들, 공간을 채우고 있는 마네킨과 음악이 '참 아메리칸어패럴스럽'습니다.

혹자는 아메리칸 어패럴스럽다를 '야하다, 변태같다, 퇴폐적이다'라고 말합니다. 아니, 혹자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으로 수정하겠습니다. 실제로 선정성 논란도 많습니다. 그것의 호불호는 갈리지만 섹시함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저는 이 분명함이 좋습니다. '은근히'가 아니라 '대놓고' 섹시하며, 그 컨셉에 충실한 이 브랜드가 저는 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풀오버 광고컷 입니다. 그런데 시선은 내 목을 따듯하게 감싸줄 풀오버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비단 남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래의 광고컷은 란제리 광고니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티셔츠 광고 하나도 결코 기능에만 호소하지 않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의 홈페이지(www.americanapparel.net)에 가면 이들의 퇴폐적(?)인 광고를 맘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민정책이나 노동환경과 관견된 정치적 메시지가 발견되어도 놀라지 마십시오. 저도 그랬지만, 이 브랜드는 하나 하나 알아 갈수록 재미있는 사실들이 눈 앞으로 튀어 올라 깜짝 놀라게 합니다. 아메리칸어패럴 코리아가 적극적인 PR을 하지 않아서일까요? 


여하튼 홈페이지에서 말하는 자사의 아이덴티티 키워드 세 가지가 이 브랜드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Fashionable Basics, Sweatshop Free, Made in USA입니다. 종종 브랜드 아이덴티티(브랜드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성)와 브랜드 이미지(소비자가 생각하는 브랜드 정체성)의 괴리가 있는 브랜드가 있는데, 아메리칸어패럴은 그런 의미에서 그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하나 더, 창업자 도브 차니(Dov Charney)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1. Fashionable Basics

언젠가 온라인에서 '아메리칸어패럴의 옷을 입고 예쁜 엉덩이 컨테스트에 참여하세요'라는 프로모션을 봤습니다. 파리에 있는 동안은 'American Apparel Summer Camp'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세일 파티 광고도 봤습니다. 매장에 와서 술이나 진탕먹고 30% 세일하는 속옷도 사고, 술마신 김에 쇼핑이나 하자는 광고였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매장을 통해서밖에 이 브랜드 소식을 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품과 매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 정도로만 아메리칸어패럴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데,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보니 이 브랜드는 '정체가 뭐야?'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악동같은 브랜드였습니다. 

'패셔너블한 기본 아이템'을 지향하는 아메리칸어패럴은 옷에 로고를 새겨 넣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는 유니클로와 닮았습니다.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번에 하는 의류 제조업체를 이르는 말로, 디자인만 해서 생산은 아웃소싱을 하는 대부분의 의류 업체와 달리 초기 투자 비용은 상당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ZARA, H&M 등 대부분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라는 점, 컬러 베리에이션에 강점이 있다는 점, 가격 대비 퀄리티가 좋다는 점도 비슷하군요.

그렇지만 유니클로와 다른 점은 아메리칸어패럴에는 SEXY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입니다. '모두를 위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유니클로라면 아메리칸어패럴은 '패션의 완성은 몸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만듭니다. 물론 XXL의 옷도 생산되지만, 아메리칸어패럴의 XXL는 타 브랜드의 XL라고 보면 됩니다. 몸에 완전히 피트된 옷을 소화하고 있는 광고 모델들을 봐도 이들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광고 모델 이야기까지만 한다면, 아메리칸어패럴의 광고 모델들은 창업자이자 CEO 도브 차니와 동료들이 길거리 캐스팅을 한 일반인이거나 매장을 찾은 손님 중에 선발된 사람들입니다. 홈페이지에 직접 자기 사진을 보내서 선발되는 모델도 있고, 광고 모델 중 일부는 실제 포르노 모델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은 SEXY의 다른 말을 Fashionable Basic이라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2. Sweatshop Free

Gluten Free, Duty Free, Alcohol Free는 익숙합니다. 그런데 '스웻샵(Sweatshop)이 없다'는 Sweatshop Free는 뭘까요? Sweatshop이란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하여 원가를 낮추고 이익률을 높이는 일부 악덕기업, 특히 의류계에 만연한 노동착취를 비유하는 말입니다. 뜨겁게 돌아가는 기계에 둘러싸여 땀 흘려가며 종일 일하는데 (1990년대 기준) 한 시간에 1달러도 벌지 못하는 의류계 노동자들이 아메리칸어패럴에는 없습니다.

사실 이것이 처음 아메리칸어패럴을 유명하게 만든 슬로건입니다. 도브 차니는 아메리칸어패럴이 성장하던 초기 시절에 작은 예술 잡지에 '노동 착취 없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광고를 실었습니다. 하나 더, '사람들을 골탕먹이는 브랜드를 골탕먹이자'라는 광고도 있었다고 하는데, 원문이 뭐였는지는 검색이 안 됩니다. 

덕분에 아메리칸어패럴의 생산직 직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좋은 의류 생산직'으로 불리며(중국 노동자가 시간당 40 센트를 받을 때, LA의 직원들은 12달러를 받았습니다), 각종 휴가와 건강 관련 혜택, 무료 점심식사와 버스 패스 제공, (대부분 이주 노동자이기에) 무료 영어 강좌, 마사지 테라피, 무료 자전거 대여, 무료 주차 등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 공장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들고 줄을 섰다는 이야기가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 아메리칸어패럴은 1,500명의 불법 체류자를 해고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경영 악화는 가속화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도브 차니는 천사의 탈을 쓴 악덕 기업주였을까요?

3. Made In USA

아메리칸어패럴의 창업자에 관하여 한 때 '한국인'이라는 소문 아닌 소문이 있었습니다. 이 대단한 브랜드의 창업자가 한국계였으면 그렇게 금방 사라질 소문이 아닐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창업자가 아니라 초기 동업자였습니다. 

도브 차니가 LA에 아메리칸어패럴을 세울 당시, LA 대부분의 의류 공장은 한국인들 차지였다고 합니다. 그 중 명품 브랜드를 아웃소싱으로 생산하던 두 명의 한국인(Sam Lim, Sam Kim)이 도브 차니와 파트너가 되어 이 브랜드를 정식 런칭했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이 상장을 하고 더 큰 회사에 팔리면서 이 둘의 이름은 사라졌지만, 초기 공동 창업자가 한국인이었다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도브 차니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자신의 역사이자, 이 브랜드의 역사를 설명하며 한국인에 대한 기억을 적어 놓았습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자신이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했는데도 자신을 도와주었다며 한국인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한국인들은 단지 '성실함' 때문이 아니라 '정'이라는 한국인의 문화적 소양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입니다.

One of the earliest American Apparel ads highlighted this connection in a fun way
(출처: dovcharney.com)

여하튼, 이 챕터에서는 도브 차니 역시 미국인이 아니었는데 Made in USA를 강조하는 이 브랜드의 의아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다른 기업들이 모두 공장을 중국으로 옮길 때 우리는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에 사는 사람들을 고용해서 생산한다'고 자신을 알린 이 브랜드가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도브 차니는 캐나다인이었습니다. 그 역시 이민자였던 것입니다. 

그는 왜 이민자이면서 Made in USA를 메인 슬로건으로 삼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었을까요? 심지어 이름도 '미국 옷'으로 지어가며 말입니다. 어떤 이는 아메리칸 드림을 파는 브랜드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그럴까요?

4. and "Dov Charney"

Fashionable Basics, Sweatshop Free, Made in USA로 설명되는 이 브랜드에 마지막으로 창업자인 '도브 차니'를 넣은 이유는, 위 각 파트에서 제가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가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 대답을 다 하려면 잠을 못 잘것 같으니, 며칠 뒤로 미룹니다. 그래도 너무 궁금하신 분은 그의 홈페이지에 놀러가 보세요. 위 질문에 대한 대답과 함께 이 흥미진진한 인물의 정신세계, 그리고 무척이나 영리한 경영자의 보이지 않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Dov Charney on the cover of Pig, an Italian fashion magazine
(출처: dovcharney.com) 

공장에서 속옷만 입고 다니며 피팅을 직접하고, 직원 성폭행 관련 고소 건이 (드러난 것만) 이미 네 번째지만 천재 경영자 소리를 듣는 기이한 괴짜가 바로 도브 차니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독한 브랜드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합니다. 그는 이 브랜드의 최대 자산이자 최대 걸림돌이라는 말이 실감이 갑니다.




+ 이후 글 : 선정적인 미국 옷, 아메리칸어패럴의 정체 4. 도브 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