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with label urban life.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urban life. Show all posts

Dec 28, 2011

[culture]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3. 카페의 미래 고객, 에스프레소 긱스 or 컬처 버처

만약 카페를 준비하고 있다면 이 두 고객 군을 염두에 두세요. 에스프레소 긱스(espresso geeks)와 컬처 버처(culture vulture)가 그들입니다. 에스프레소 긱스는 '커피 맛'에 집중하는 사람들이고, 컬처 버처는 '놀거리'에 집중하는 이들입니다. 커피 맛이 아주 훌륭하거나, 커피 맛은 썩 괜찮지 않아도 고객들에게 특별한 컨텐츠를 줄 수 있는 카페라면 살아남을 것입니다. 커피든 컨텐츠든 둘 중 하나에 자신 있으면 카페를 연다고 해도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카페나 할까'하는 생각은 접어주세요.


참 여러 도시의 카페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다시 방문하게 되는 카페는 몇 없었습니다. 그 카페들의 공통점은 저만 다시 찾는 것이 아니라 로컬들에게도 사랑받는다는 곳이라는 점, 그리고 커피 맛이 좋거나 가면 재미있는 곳이거나 이렇게 둘 중 하나는 만족시키는 곳이었습니다. 카페 문화가 먼저 발달한 도시들의 카페 트렌드를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카페들도 이 두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합니다.


에스프레소 긱스들이 좋아하는 카페는 자체 블렌딩을 가지고 있고, 무슨무슨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리스타들이 바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커피가 좋아서 조용히 동네를 지키며 커피를 내리는 맘씨 좋은 주인장들이 있습니다. 이런 카페들은 소리소문없이 유명해져서 커피 애호가들의 단골 카페가 됩니다.


컬처 버처들에게 인기있는 카페는 재미있습니다. 커피 + 알파(컨텐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알파에는 픽시(fixie)도 있고, 식료품(농장)도 있고, 공간(박물관이나 갤러리)도 있고, 브랜드도 있습니다. 알파의 경쟁력이 클 수록, 그 공간은 카페라기 보다는 '알파도 있는데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불립니다. 이 카테고리의 카페들은 굳이 에스프레소 긱들이 좋아하는 카페와 경쟁하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설픈 알파는 주인에게도 고객에게도 괴로운 일입니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한 분야의 알파에 대한 전문가가 카페를 낸 경우에 성공합니다.


이번에는 도시별로 에스프레소 긱스와 컬처 버처에게 인기 있는 베스트 카페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맛 좋은 카페보다는 자신만의 컨텐츠(알파)를 가진 카페들을 소개하는데 집중해야겠습니다. 맛이야 변할 수 있고, 여기에서는 확인 불가능하니까요.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알파가 있는지 소개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도시별로 소개하다보면 꽤 길어지겠군요. 카페 이름을 클릭하면 해당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링크가 걸리지 않은 카페는 홈페이지가 없거나 찾지 못한 것이니, 궁금하신 분은 구글링을 해 보세요.




Cafes for espresso geeks around Australia and Europe

Melbourne, Australia


옥션룸(Auction Room)과 코인론드리(Coin laundry)는 맛과 멋이 있는 멜번 최고 카페입니다. 그새 맛이 변치 않았길 바랍니다.

Sydney, Australia
: 시드니에서는 단연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 Roasters)입니다. 유명해진지 꽤 오래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번을 찾아도 커피도 음식도 최고입니다. 서울에도 있는 폴바셋(Paul Bassett)도 좋습니다. 단, 카페가 아니라 그의 블렌딩으로 만들어주는 키오스크 카페입니다. 

London, UK
: 런던에서는 먼모스(Monmouth)죠. 코벤트 가든점이든, 버로 마켓점이든 줄을 서지 않고 먹기 어렵습니다. 먼모스는 고객들에게도 사랑받지만 이 카페 출신의 바리스타들은 멜번이든 런던의 다른 카페든으로 이들의 커피 노하우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Berlin, German
: 모노클(Monocle)이 강력 추천한 보난자(Bonanza)나,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라는 더블아이(Double eyes)도 가 봤지만, 미테에 있는 더 반(The barn)이 커피 맛은 가장 훌륭했습니다. 고소하고 쓰지도 않고 풍미가 멋진 라테를 마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골목에 들어서면 커피향이 솔솔 풍겨서 카페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Stockholm, Sweden
: 스웨덴 스톡홀름의 커피들은 대부분 평균 이상이었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드롭커피(Drop Coffee)를 꼽겠습니다. 이유는 이전 편 '라페 맘' 이야기에서도 했으니 생략합니다.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Melbourne 

호주 멜번에서의 재미있는 카페 공간으로는 리틀 뮬(the Little mule)과 저널(the Journal), 맥네이션(mag nation), 그리고 컬러랩(the Color lab)이 떠오릅니다. 

Little mule
Little Mule

Coffee + Fixie
리틀 뮬의 알파는 픽시 바이크입니다. 그래서 공간도 넓직하고 카페 안쪽에는 픽시용 부품을 팔기도 하고, 자전거 수리도 해 주는 모양입니다. 이런 바이크 카페는 런던, 파리, 베를린에서도 발견됩니다. 카페와 자전거는 누가 뭐래도 지금 가장 핫 한 아이템이니까요.

Coffee + Library
저널은 멜번 시티 라이브러리 안에 있는 카페입니다. 멜번은 문학의 도시답게 작은 시내에 빅토리아 주정부 도서관과 멜번 시 도서관, 이렇게 공공 도서관이 두 개나 있는데 둘 모두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즐길거리가 상당합니다. 또한 두 도서관 모두 카페를 가지고 있는데 저는 시티 도서관의 저널 카페가 더 좋습니다. 저널의 알파는 책입니다. 커피를 마시러도 가지만 도서관에 갔다가 커피도 한 잔 하는 곳이죠.

Coffee + Colour contents
컬러랩은 컬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파는 곳입니다. 프라한에서 알마데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이 곳은 마치 리빙 컨셉스토어 같습니다. 인테리어 소도구나 식료품, 컬러나 음식 관련된 책도 팔고, 강연회나 워크샵도 엽니다. 그리고 뒤뜰에서 커피를 파는데 맛도 좋습니다. 

Coffee + Magazine
맥네이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잡지를 파는 곳입니다. 아마 잡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들르게 되는 곳일 겁니다. 멜번뿐만 아니라 시드니에도 있는데, 모든 지점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지점에서 커피도 함께 팝니다. 커피 한 잔을 사서 맘에 드는 잡지를 골라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서 잡지를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시드니 셔리힐(Surry hills)에 있는 지점이 가장 멋진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Coffee + Atelier
마지막으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간판도 없이 건물의 2층에 숨어 있는 가죽 공장 컨셉의 카페가 기억납니다. 마치 신사동에 있던 (지금도 있나요?) 아틀리에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합니다. 카페 테이블을 둘러싸고 가죽으로 작업을 해서 관련 제품을 만드는 개인 작업실이 서너개 있거든요. 실제로 가죽으로 작업하는 아티스트를 지원하면서 카페도 겸하는 곳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왠지 '단지 컨셉'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설프게 '알파'를 찾거나 일부러 만들면 고객들은 '뭔가 이상한데'하고 느끼게 마련입니다. 커피라도 맛있었다면 또 찾고 싶었을텐데, 그것도 아니라 아쉬웠습니다.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London

런던에는 커피 맛이 좋은 카페는 많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카페들은 굉장합니다. 역시 컨텐츠가 풍부한 도시답습니다. 하나하나 모두 소개하면 좋을테지만 쓰다 지치고 읽다 지칠까봐 대표적인 몇 개만 소개합니다.

Daylesford Organic Cafe

Urban Physic Garden

The book club


Coffee + Farm
데일스포드 오가닉(Daylesford organic)은 노팅힐 포토벨로 로드 근처의 멋진 카페입니다. 데일스포드 가의 패밀리 비즈니스로 시작했고, 실제로 그들의 농장에서 난 음식과 식재료만을 팝니다. 물론 유기농인데다 패키지 디자인도 예뻐서 구경이나 할까 하고 들어가서는 커피도 한 잔 하고, 밥도 먹고, 나오는 길에 계란이라도 한 묶음 사 오게 됩니다. 레귤러 중에는 콜드플레이의 멤버도 있다고 하고, 주말이면 늘 귀족스러운 분들이 고상하게 식사를 하고 있어서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지만 매장 구석구석을 살피면 단지 이들이 돈이 많은 카페가 아니라 얼마나 이 공간을 채우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을 썼는지에 감탄하게 됩니다. 위 사진의 'Dog Parking' 사인을 보고 흐믓한 웃음을 지으며 들어갔다가 구석구석을 살피고 지하 화장실에 갔다가 데일스포트 농장 견학 광고 문구를 보고 컨텐츠로 승부하는 카페의 모범사례로 소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광고 문구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홈페이지 주소를 검색하는 동안 지금 방금 알게 된 사실인데, 한국에도 신세계에서 들여와서 들어와 있네요. 새삼 신세계의 브랜드에 대한 야욕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Coffee + Book
아이들러스 아카데미(adler's academy)는 동네 산책을 하다 'cafe+book shop'이라고 쓰여진 것을 보고 들어갔습니다. '게으름뱅이,빈둥대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이 북카페의 정체는 알고보니 <The Idler>라는 잡지사였습니다. 매주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검색하면 나올만한 인사들의 소규모 강연이나 토론회, 작은 오픈 파티 프로그램이 있는 리플릿이 놓여있기에 신기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가끔 가서 책을 보거나 동네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커피를 마시곤 했습니다. 마치 알랭 드 보통의 스쿨오브라이프나 홍대의 살롱드팩토리를 떠올리게 하는 곳입니다. 이제는 말 안 해도 눈치채시겠지만 이 카페의 알파는 '책' 그리고 '지적 호기심'입니다.

Coffee + Movement
테이트모던 근처의 어반 피직 가득(Urban physic garden)의 알파는 피직(physic, 자연 약초)입니다. 도심에 날 것에 가까운 정원을 만들어 놓고 그 곳에서 워크샵도 하고 공연도 하고 간단히 마실 것도 팝니다. 사실 이 카페의 알파는 무브먼트(movement, 운동, 움직임)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무브먼트로서의 카페는 이스트런던의 스카이라이트 카페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Coffee + Something Cultural
런던에는 공간 자체가 컨텐츠인 곳도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와핑 프로젝트(The wapping project)가 아닐까 합니다. 음료가 다소 비싼 감은 있지만 수력 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든 공간인만큼 공간 자체가 주는 아우라가 엄청납니다. 전시 기획 자체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라 특별합니다. 특색있는 공간으로는 런던을 떠나기 직전 이스트 런던에서 핫한 카페로 떠올랐던 더북클럽(The book club)이 있는데 와핑 프로젝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가서 탁구도 치고, 당구도 치고, 저녁에는 파티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는 재미난 카페입니다. 마지막으로 올드스트릿의 사이클 카페 look mum no hands!(뭐라고 한글로 옮겨 써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도 좋습니다. 컨텐츠 면에서 가장 충실한 사이클 카페가 아닐까 합니다.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Paris

Coffee + Concept store
카페 문화의 오리진은 사실 파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새로운 카페 문화에서 파리는 뒤처져 있습니다. 아직 파리에서의 카페는 플라네어(flaneur, 산책하는 사람)가 되어 아름다운 도시를 거닐다 잠깐 앉아 쉬며 에스프레소 한 잔을 하는 그런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알파를 가지고 문을 여는 젊은 카페들이 늘고 있을테지만 제가 소개하고 싶은 곳은 여기 메르시(Merci)에서 운영하는 카페뿐입니다. 스웨덴 문화원의 카페도 맛도 좋고 컨텐츠도 좋다는데 저는 못 가봤네요.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Berlin

Bravo Cafe


Coffee + Contemporary art
베를린 역시 재미난 공간이 많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가장 많을텐데 다 찾아보지 못하고 와서 아쉬운 구석도 남아 있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카페는 컨템포러리 아트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쿤스트베르트(KW) 안에 있는 카페 브라보(Cafe bravo)입니다. KW의 전시를 구경하고 차 한 잔 하기도 좋지만, 저는 카페가 들어선 공간 자체가 마음에 듭니다. 독일식 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집을 ㄷ자 형태로 만들고 그 안에 호프(hof)라고 부르는 안 마당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를린에서는 골목만 잘 살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통해 나 있는 문을 잘 살펴야 합니다. 힐끔 거렸을 때 '뭔가' 느껴지면 문을 통해 들어가 호프를 확인해 봅니다. 대부분 공용 공간이기 때문에 굉장히 프라이빗한 곳이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갔을 때 신기한 공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카페 브라보는 이런 호프 안에 자리잡은 카페라 아늑하고 '이것이 독일식 건축이구나'...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일스러움을 느끼기에 좋습니다. 

또한 베를린에서는 컬처브로어리 안에 자리잡은 에스프레소 랩이나 컨셉스토어 부(VOO) 옆의 작은 카페도 좋습니다. 에스프레소 랩은 그것이 속한 건물 전체(문화공간)가 컨텐츠이고, 부는 '쇼핑'이겠죠.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Copenhagen

Coffee + Brand
코펜하겐에서는 로열 코펜하겐의 로열카페(Royal cafe)로 충분합니다. 커피 맛도 좋고, 브랜드에서 만든 카페라고 보기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식자재와 가구 등)를 너무나 잘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떤 브랜드에서 카페를 만든다고 하면 로열카페를 벤치마킹해도 좋을 것입니다. 물론 이태원의 mmmg 카페도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Stockholm

Magasin 3 Gallery Cafe




Coffee + Gallery
스톡홀름은 북유럽 최대 도시답게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풍족합니다. 멋진 갤러리들이 운영하는 카페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제대로 읽는 것이 맞을까요. 마가신 3(Magasin 3) 갤러리는 트램을 타고 종점까지 가야 찾을 수 있지만 그들의 홍보 문구(Hard to fine. Easy to love)처럼 한 번 가고 나면 그 매력이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시도 훌륭하지만 카페도, 그 옆의 작은 도서관도 아름답습니다. 물론 라테 맛도 좋습니다. 양도 많아서 라테 한 잔과 캐롯 케익 한 조각이면 간단한 식사로도 가능합니다. 

또 하나는 스톡홀름의 사진 갤러리 포토그래피스카(Fotografiska) 가장 윗층의 카페입니다. 그냥 그 카페를 그대로 시내 어딘가에 옮겨 놓아도 손색이 없을만큼의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사진'이라는 컨텐츠와 '전망'이라는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포토그라피스카는 스톡홀름에서 북유럽의 사진 문화의 수준을 올리겠다고 작정을 하고 만든 갤러리라 전시들이 굉장합니다. 과거의 전시들도, 앞으로 계획된 전시들도 사진에 조금 관심이 있다면 알 만한 작가들의 기획전이 줄을 잇습니다. 이렇게 흡족한 사진전을 보고 바다와 스톡홀름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좋은 전망에서의 커피 한 잔... 그립습니다.

Cafes for culture vulture in Helsinki



Kruuvi


Coffee + Commercial Center
헬싱키는 사실 북유럽에서 문화 후진국입니다. 오랫동안 스웨덴과 러시아에 지배를 받아왔거든요. 그리고 민족성도 소박해서 소비 문화가 발달한지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커피를 사 마실 정도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도 최근의 젊은이들은 카페를 즐기고 있고, 특히 디자인 디스트릭트가 개발되면서 그 곳을 중심으로 많은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숍 등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소비 중심지가 생겼다는 말이지요. 이런 헬싱키에서 눈에 띈 것은 Kruuvi라는 쇼핑센터였습니다. '끄루우비'라고 읽어야 하겠죠? 
시티 센터에 생긴지 얼마 안 된 이곳은 지금 헬싱키에서 가장 핫한 공간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합 쇼핑몰인데, 타임스퀘어같이 무조건 크고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헬싱키답지 않게 뭔가 시크합니다. 지하에는 유기농 슈퍼마켓이 있고, 1~2층은 패션 매장들과 몇 카페, 그리고 가장 윗층은 갤러리와 공연장이 있습니다. 특히 입구에 생긴 팝업 카페가 눈길을 끄는데, 아마도 지하의 유기농 슈퍼마켓에서 파는 유기농 커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맛도 좋은데다 카페 컨셉이 '농업'이라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농기구와 나무 탁자와 의자,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이 카페는 현지인들에게도 신선한지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지나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민망할 지경이었습니다. 이 복합 공간과 카페의 만남은 지금 헬싱키 컬처 버처들에게 최근 가장 흥미로운 곳이지 않을까 합니다. 



어쨌거나 카페 문화에 대한 글들을 마무리 지었는데, 무언가 아쉽습니다. 막무가내로 나열해 놓고 보니, 참 불친절한 글이 따로 없다는 생각에 읽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2. 북유럽의 카페 문화와 라페 맘(latte mom)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3. 카페의 미래 고객, 에스프레소 긱스 or 컬처 버처





Dec 25, 2011

[culture]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1. 오지(Aussie) 카페 문화의 자존심, 멜번(Melbourne)




전형적인 오지(Aussie, 호주 사람) 스타일의 라테 잔입니다. 멜번에 처음 도착해서 카페에 들어가 라테를 시켰는데 커피를 저 유리잔에 담아 주기에 사실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서울에서는 물이나 담아 줄만한 컵에, 그것도 이케아에서 1달러는 줬을까 싶은 잔에 커피를 담아주니 말입니다.


그런데 10주 동안 호주에 머물며 저 잔에 라테를 홀짝이던 것에 익숙해져서인지 간사하게도 라테는 저 잔과 가장 궁합이 잘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만약 만약 만약에 카페를 열면 이케아에 가서 저 잔을 잔뜩 산 후, 한 손으로 들고 마셔도 뜨겁지 않을 온도의 부드러운 라테를 만들어 팔겠습니다. 식사를 한 후에 후식으로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홀짝이기 좋은 양입니다. 카페 이름이 오지 카페여도 나쁘지 않네요.


또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오늘 하려던 이야기는 오지 카페 문화입니다. 요즘 오지(호주)와 키위(뉴질랜드)가 카페 문화의 중에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5년 전에는 론리 플래닛이 멜번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무얼 하라고 권했을까요? 요즘 론리 플래닛은 멜번에 가면 좁은 골목 골목을 헤매며 발견되는 카페에서 커피를 홀짝이라고 합니다. 몇년 전만 해도 블럭마다 자리하고 있던 스타벅스가 멜번에 4개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멜버니언들의 로컬 카페에 대한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말해줍니다.


그나저나 오지 스타일의 커피가 뭔지 궁금하실 것 같네요. 특별한 맛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이들의 커피와 카페에 대한 새로운 태도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시민들은 커피 맛 자체에 대해서 까다로워졌고, 커피맛 뿐만 아니라 카페의 인테리어나 음식도 평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 주인들은 자신만의 블렌딩으로 직접 로스팅을 하고 괜찮은 바리스타를 키워내는가 하면 카페 홍보에도 열을 올립니다.


서울과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시는 분의 목소리가 벌써 들립니다. 카페의 생김새는 서울과 거의 같습니다. 서울의 카페들이 일본 스타일에 가깝기는 하지만 인테리어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많이 다릅니다. 먼저 오전 11시에 열어서 자정 근처에 문을 닫는 서울의 카페들과 달리, 이 동네에서는 아침 7~8시에 문을 열어서 오후 4~6시면 문을 닫습니다. 카페가 서울에서처럼 친구를 만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출근하며 커피 한 잔을 하고, 식사하며 신문을 보는 곳이었다는 의미 입니다. 그래서 커피 문화와 카페 문화가 동시에 시작된 서울과 달리, 커피가 생활의 일부였던 멜번을 포함한 서구에서의 새로운 커피 문화는 그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혁명이라고도 말하는 새로운 카페 문화는 멜번과 시드니에서는 5년 정도, 북유럽에서는 20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멜번이 이렇게 빨리 카페 문화의 중심부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번 여행의 첫 도시가 멜번이었기에 그때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돌아보니 즐기는 데 관심이 많은 이 도시의 젊은이들, 시민들을 위해 돈 쓸 준비가 되어 있는 부자 주정부, 지역이 살아야 자신도 사는 지역 매체들의 합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동물은 호주인이라는 농담도 있는데, 멜번에 갔을 때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일할 때는 나무늘보만큼 게으를지 모르는 이 사람들이 놀 때에는 열심히라는 겁니다. 빅토리아주 홈페이지에 가면 거의 매주 축제가 열리는 것을 알 수 있고, 거의 모든 축제에는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Melbourne Coffee Review라는 스마트폰 어플의 공도 큽니다. 멜번의 커피 마니아들은 이 어플로 새로 생긴 카페를 알아보고 최근 가장 별점이 좋은 카페에 찾아다니는 놀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Coffee Guide Melbourne이라는 카페 리뷰 책자도 있습니다. 이제 5번째 에디션을 발간한 이 책에서 별 5개를 받은 카페는 한 해 동안 그 영광을 누립니다. 빅토리아주 대표 일간지인 Age와 멜번의 문화 무가지라고 할 수 있는 Broadsheet 역시 멜번의 카페 문화에 대한 기사나 카페 리뷰를 꾸준히 생산하며 멜번을 커피 시티로 키우고 있습니다.


북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자신의 카페를 오픈하겠다고 시장 조사를 나온 어린 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런 분들이 이 친구만은 아닐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께 저는 북유럽보다는 멜번을 추천합니다. 성숙기에 접어든 북유럽보다는 성장기인 이 시장에서 보고 배울게 더 많을테니까요. 무엇보다 더 생기 넘칩니다. 정말 멜번에 카페 트렌드 시장 조사를 가실 분께는 멜번 커피 리뷰 어플이 가장 유용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지 커피에 대한 기사 하나와 멜번을 대표하는 몇 카페를 소개합니다.


런던에 머무는 동안 이 기사(Aussie Rules in London)를 보고 올드 스트릿에 생겼다는 세인트 알리(St. Ali)를 찾아간 이유는 커피 맛도 커피 맛이지만 유리 잔에 담긴 고소하고 부드러운 라테가 그리워서였습니다. 세인트 알리는 멜번에서 오지 스타일의 카페 트렌드를 이끄는 성공적인 카페 중 하나입니다. 아쉽게도 런던의 세인트 알리는 머그잔에 라테를 담아줬지만 그리고 커피 맛보다 사업 확장에 관심이 더 많이 보이지만, 멜번 출신도 아닌 제가 런던까지 진출한 이들이 괜히 대견했습니다.  



마켓 래인 커피 Market Lane Coffee (www.marketlane.com.au)




사우스 야라에 위치한 프라한 마켓 한쪽 귀퉁이에 있습니다. 멜번에서 처음 방문한 카페고, 한국인 바리스타도 있고, 와이파이도 가능하고, 공간도 마음에 들어서 가장 자주 갔었네요. 그 독특한 블렌딩의 맛은 사라졌지만 고객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흥미로운 행사도 자주 기획합니다. 무엇보다 모노클이 늘 멜번의 대표 카페로 꼽는 카페고요. 이 역시 모노클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마켓레인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런던 최고의 카페인 몬머스(www.monmouthcoffee.co.uk)의 로스팅 견습생이었다고 하네요. 결국 또 뿌리는 영국이었다니 씁쓸합니다.


옥션룸 Action Room(www.auctionroomscafe.com.au)






노스 멜번에 자리잡은 옥션룸은 실제로 과거에 경매장이었다고 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말입니다. 임대료 비싼 시티를 벗어나서 다소 위험하고 가난한 동네에 이런 시크한 카페를 낸 것은 자신감 때문이 분명합니다. 커피 맛도 음식 맛도 바리스타도 모이는 손님도 최고입니다.


코인론더리 Coin Laundry




아... 코인론더리... 감탄사를 먼저 뱉지 않을 수 없을만큼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멜번에서 2년을 산 친구 덕분에 카페 투어는 거의 친구를 따라 다녔는데, 이 카페는 머물던 집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직접 발견했다고 볼 수 있기에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릅니다. 항상 새벽부터 문을 닫는 시간까지 북적여서 처음에는 부자 동네 사람들이라 동전 세탁소에 세탁물을 맡겨 놓고 커피 한 잔씩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마터면 빨래감을 가져갈 뻔 했는데 호기심에 문닫은 카페 안을 들여다 보고서야 카페인 줄 알았습니다. 홈페이지도 없는 이 카페는 제가 멜번을 떠나기 직전에 가장 핫한 카페였습니다. 커피맛도 수준 이상, 음식 맛도 수준 이상, 무엇보다 알마데일이라는 한적한 동네게 자리잡고 있어서 좋습니다.


Omar and the Marvellous Coffee Bird(www.omars.com.au)






이름이 너무 길어서 외우기도 힘든 이 카페는 맛으로는 멜번 최고였습니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찾아 갔기 때문에 이미 그 처음 맛이 변했을 수도 있습니다. 단단한 의지가 있는 주인이 아니고서야 첫 열정을 똑같이 유지하기는 힘드니 말입니다.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사우스 야라 한참 남쪽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1. 오지(Aussie) 카페 문화의 자존심, 멜번(Melbourne)

Dec 16, 2011

[trend] 런던 공공 자전거의 또 다른 이름, 보리스 바이크

(telegraph.co.uk)

2008년 영국의 한 '베스트 셀러브리티 헤어스타일' 투표에서 해리 왕자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인물이 있습니다. 이 사람의 트레이드마크인 헤어스타일에는 늘 funny(우스꽝스러운), mop(덥수룩한, 빗자루같은), unruly(고분고분하지 않은)와 같은 수식어가 붙습니다. 멋드러져서가 아니라 개성있어서 차지한 1위라는 말입니다. 이 영광의 주인공은 위 사진의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입니다. 보리스 존슨이 도대체 누구나고요? 바로 현재 런던의 시장입니다. 


바람결에 따라 만들어진것 같은 자유로운 머리스타일만 보아서는 보리스 시장님은 노동당 소속일 것같은데 의외로 보수당이었습니다. 또한 밀어붙이기에 능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템즈강 가운데에 또 하나의 공항을 추가 건설하려고 밀어 붙이는 시장을 욕하며 뜯어말리는 언론 보도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났는지 모르겠네요. 


보리스 시장의 불도저 정신은 사실 런던 공공 자전거 공유 정책의 대성공에서 탄력이 붙지 않았나 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여의도와 일산에서도 볼 수 있는 공공 자전거 말입니다. 런던의 그것은 Barclays Cycle Hire가 정식 명칭이지만, 보리스 바이크(Boris Bike)로 불릴 정도면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보리스 시장은 이 정책을 성공시키기도 했지만 실제로 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도 한답니다.


지난 5월, 3년만에 런던에 다시 들렀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파란 자전거, 바로 보리스 바이크였습니다. 처음에는 자전거에 바클레이스(Barclays)라고 쓰여져있는 것을 보고, Barclays가 자전거와 관련된 고어이거나 자전거를 발명한 사람의 이름 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통카드도 London Transport Card가 아니라 굴카드(Oyster Card)라고 부르는, 언어 사랑이 남다른 영국 사람들이니까요. 그렇지만  Barclays는 이 정책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은행의 이름일 뿐이었습니다.





성공적 정책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정류장이 런던 시내 구석구석에 위치해 있고, 관련 어플들도 개발되어서 어디에 몇 대가 이용 가능하고 어느 정류장에 몇 대의 주차공간이 남아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버스나 튜브를 타기에는 애매한 단거리 이동에, 실제 출퇴근에, 떨어져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나가기 위해, 그리고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할 때에도 유용합니다.


이 시스템은 여행자에게도 좋습니다. 교통비도 아낄 수 있고, 넓은 하이드 파크를 한 바퀴 돌기에도 좋고 노팅힐 구석구석을 돌아보기에도 좋습니다. 저는 런던에서는 타지 못하고 파리에서 많이 활용했습니다. 생김새도 시스템도 거의 같거든요. 파리의 자전거 공유 시스템인 벨리브(Velib)의 경우 30분 동안 정류소 간 이동은 무료라서 계획만 잘 세우면 종일 도시 구석구석을 무료로 다닐 수 있습니다. 타는 방법은 여기 쁘리티의 여행 플래닛에 가장 잘 설명이 되어 있으니 파리에서 자전거 타실 분은 참고하세요. 


+ 파리의 공공 자전거 벨리브(Velib) 이용법


보리스 바이크는 파란 색이라 눈에 잘 띄는데, 벨리브는 회색에 가까워서 처음 파리에 도착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내다보니 런더너만큼 많은 파리지앵들이 벨리브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공공 자전거의 색깔을 선정하는 것에도 문화 차이가 느껴집니다. 런던에서는 빨간 버스가 명물이지만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는 여전히 빨간색 간판을 제안하는 법규가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런던은 파란 자전거 또한 명물로 만들고 싶어하고, 파리는 공공 자전거도 전체적인 도시 미관을 해치면 안 된다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Velib

재미있는 것은 공공 자전거를 직접 경험한건 파리뿐이었지만 호주와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형태도 베를린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것을 보니, 누군가가 만든 후에 수출을 한 모양입니다. 



Paris
Melbourne
Dublin
Brussel
Berlin



베를린을 제외하고는 정말 거의 같지 않나요? 유럽의 주요 도시들을 휩쓸고 있는 이 정책의 오리지널리티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암스테르담인데, 코펜하겐에 가니 자신이 만든 시스템이라고 주장하고, 아래 에어 프랑스 매거진에서 발견한 기사에서는 보리스 시장더러 벨리브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한 모방꾼(copycat)이라고 말합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모양새가 되어, 카피캣에 불과한 보리스 시장이 영광을 다 차지하다보니 많은 유럽 도시들이 배가 아픈 모양입니다. 




LET NO ONE SAY that Paris is not bike-friendly. In recently years the city has added kilometers of bike lanes (yes!), introduced the Velib bikeshare system (yay!) and allowed bicycles to go both ways on many one-way streets (yikes!). Still, Parisian cyclists look at London with envy. Not because Lord Mayor Boris Johnson invented the bikeshare (he didn’t). Not because he acknowledge having copied it from us (he says we’re the copycats). But because we actually see him riding a “Boris Bike” himself, pedaling to work, risking limb if not life in heavy traffic, the wind giving him a plausible excuse for that untruly mop of hair. How about a two-wheeling mayor here?
- <Air France Madame>









Nov 13, 2011

[culture] 자전거가 대접받는 도시, 코펜하겐


자전거 주차(?)난에 시달리는 코펜하겐
어디로 눈을 돌려도 차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 
레고 매장의 레고로 만든 자전거와 코펜하게너


90, 1994, 1210000, 10, 20...

코펜하겐 사람들의 90%가 자신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덴마크 코미디언인 야콥 호가드(Jacob Haugaard)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자전거도로의 확대를 공약으로 삼은 이후에 코펜하겐의 자전거 도로는 급속도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코펜하겐 사람들은 자전거로 매일 총 1,210,000km를 이동한다.
시 당국은 매 시간 자전거 도로를 늘이고 있고, 이는 20%의 사이클리스트를 증가시키면서, 10%의 자동차 사용량을 줄어들게 하고 있다. 

- visitcopenhagen.com



지금 유럽 대륙은 자전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라는 식상한 표현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그만큼 어느 도시를 가나 자전거가 정책의 중심에, 그리고 트렌드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런던과 파리는 경쟁적으로 공공 자전거 시스템 구축에 열심이고, 베를린과 같은 도시는 본래 자전거가 일상인 도시였습니다. 자전거 중에서도 기어가 없는 심플한 자전거로 유명한 픽시(fixed bike)는 트렌드 리더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고, 이들을 고객으로 노리는 바이크 카페가 여러 도시에서 유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도시를 제치고 가장 자전거가 대접받는 도시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덴마크의 코펜하겐입니다. 암스테르담은 제 경유지에 없었기에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누구나 이렇게 두 도시를 꼽습니다. 

오늘은 사진 정리를 하다 코펜하겐에서 찍은 사진의 3분의 1은 자전거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른 도시와 다른, 이 도시만의 특징적인 것이라 눈에 들어 오는 것들의 대부분이 자전거와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수 자체가 어마어마하고, 자전거를 위한 도시의 배려들이 눈에 띕니다. 비단 자전거 도로의 비율 뿐만 아니라, 만약 거리 공사를 하면 임시 보행자 도로와 함께 임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가 하면, 지하철 입구, 지하철 안, 공원도로, 상점 안 등에 자전거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인지 없는지에 대한 명시가 분명히 되어 있습니다. 이 도시에서 자전거가 일상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상상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안타깝게도 자전거 도시의 피해자는 대중교통인듯 합니다.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인지 버스와 지하철은 무료 와이파이를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버스 레인만큼 넓은 자전거 도로
무료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코펜하겐의 버스와 지하철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전거 스톨
지하철 안의 자전거 주차장

자전거는 석유 석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가 찾아지지 않은 지금, 그리고 지구가 점점 병들어 가고 있는 지금, 그리고 지구의 건강 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몹시 높아진 지금, 이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괜찮은 대안입니다. 그래서 많은 도시들이 정책적으로 자전거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한창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런던과 파리, 브뤼셀과 뮌헨이 자전거 도시로 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하더라도 코펜하겐(그리고 암스테르담)을 따라올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지형적인 이유입니다. 시 당국이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고 자전거 보급에 힘쓴다 하더라도 본래 도로 사정이 좋지 않거나, 언덕이 많은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쉽사리 그것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출근하다 혹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힘을 다 빼버리면 되려 손해니까요. 코펜하겐이 진정한 자전거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도시의 평평한 지형의 영향도 큽니다. 관광객인 저도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를 빌려서 다녔지만, 스톡홀름에서는 일찌감치 포기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주요 스팟을 다니며, 힘들면 앉아 음료수를 홀짝이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과 그들이 타고 있는 자전거를 구경하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자전거를 볼 수 있고, 굳이 시내 중심 쇼핑가에 가지 않아도 짧은 시간에 이 도시에서 유행하는 신발, 가방, 옷 스타일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약속 장소로 이동을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제 기억에는 코펜하겐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가장 세련된 감각을 자랑했던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탄 멋쟁이들을 구경하고만 있어도 시간이 어떻게 가나 모를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바로 위 사진에서처럼 손을 드는 사람들을 보고 저에게 인사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위 사진은 욕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보통은 "안녕"이라고 할 때처럼 손을 올립니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쩔 줄 몰라 했었죠. 그런데 이것은 안전을 위해 우회전을 하겠다는 사인입니다. 코펜하겐 시에서는 "Raise your hand" "Love your brain" "Hold the line" "Ring ring ring"의 네 가지로 도로에서의 안전수칙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방향을 바꿀 때에는 손을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동선을 알리고, 헬맷 쓰기를 권장하고, 반드시 올바른 방향의 자전거 도로에서 타고, 갑작스런 방향 변경이나 경고, 혹은 감사의 의미로 벨을 울려야 합니다. 

도시화가 하나의 메가 트렌드인 지금, 코펜하겐은 (물론 인구가 적은 이유도 있지만) 혼잡통행료를 징수하지 않고도 도심의 교통 혼잡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이 이렇게 대표 자전거 도시의 영광을 안은 것은 위에서 말했듯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책자에서 읽은 이 문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모노클>이 아닐까 합니다. 

"코펜하겐(덴마크)이 미래 도시 경쟁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이 도시의 젊은이들 때문이다.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천부적인 장사꾼인) 덴마크인들은 에코 시티가 장기적으로 그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을 알고 있다. 이 도시의 젊은이들이 자전거와 유기농 농산물에 열광하는 이유다."

지금은 코펜하게너들이 자전거를 대접해 주고 있지만, 수년 후에는 자전거가 이 도시 사람들을 대접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