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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6, 2012

[inspiration] 홍대 카페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변신 공간과 브랜딩에 대한 몇 가지

(image: www.anthracitecoffee.com)


저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무연탄)' 카페. 무한도전에도 나왔다죠? 역시 좋네요. 커피 맛도, 분위기도, 무엇보다 이들의 모토가요. '재활용, 자급자족, 자립' 이랍니다. 


카페에 대한 소개는 아래 글로 대신합니다.


+ [복합문화공간7] 폐공장 재활용, 당인리커피공장 ‘앤트러사이트'  

브랜드와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수백개가 존재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것이고,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마트에 가서 1+1 행사 때문에 보통 사던 우유를 사지 않고 A 우유를 산다면 A 우유는 저라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아서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겠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늘 B라는 우유를 산다면 그 우유는 브랜딩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랑을 하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 사람이 마냥 좋습니다. 물론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겠지만요. 그래서 브랜드 이론가 중 하나는 '브랜딩은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에 빠뜨리면 나를 선택하게 하려고 굳이 애를 쓰지 않더라도 나를 찾게 된다는 말이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브랜드는 소비자를 사랑에 빠뜨릴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언행일치입니다. 말한대로 행동하는 것이지요. 요즘 사람들은 기업에 대한 불신감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말한 기업의 미션, 철학대로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찍고, 프로모션을 하는 기업에게 쉽게 호감을 보입니다.

또 애플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애플이 Think Different하겠다고 말하고, 그에 따른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찍고 신제품 런칭 쇼를 하고 매장을 만들고 직원들을 훈련시켰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에 열광한 것입니다. 프라이탁도 '재활용'하겠다는 모토 아래에서 제품도 그렇게 만들고 작은 리플렛 하나까지에도 그 정신을 따르게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앤트러사이트는 브랜딩을 잘 해가고 있지 않나 합니다. '재활용, 자급자족, 자립'이라는 모토 아래에서 공간을 만들고, 커피를 볶고, 직원을 채용하고, 수익을 나누고, 또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기사를 읽어 보시면 알 것 같아요. 말한대로 행동하고 있기에 오늘 길이 차가 없다면 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이 북적입니다.

'지행합일' '언행일치'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하고 그것이 완벽하다면 성스러운 인간, 성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수많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업이 있다면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사실 이 카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에도 와핑 프로젝트(Wapping Project)같은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습니다. 공간 재활용은 요즘 공간 구성의 유행이기도 합니다. 수력 발전소를 개조해서 카페겸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는 런던의 와핑 프로젝트, 화력발전소였던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 맥주 양조장이었던 베를린의 문화 복합 공간 컬처 브로어리(Kulturbrauerei), 와인 창고가 변신한 파리의 베르시 공원(Bercy village), 자동차 공장을 개조한 파리의 시트로앵 공원(Park Andre Citroen), 원래는 도살장이었던 파리의 라 빌레트(La Villette) 등 해외 사례도 많이 소개되었죠.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단지 기존의 공장 공간을 재활용해서 변신했다는 공간 구성 컨셉에만이 아니라, 이 조직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심이 갔습니다. 와핑 프로젝트의 아류가 아닌 언행일치를 노력하는 곳 같습니다. '철학의 전략화'라는 말과 어울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홍대에 가면 당인리 발전소 근처로 가 보세요.







+



Mar 21, 2012

[inspiration] 베를린 프란츠라우어의 바, 본침머(wohnzimmer)










wohnzimmer, Berlin


사진으로 다시 보니 햇살 가득한 행복이 가득한 집의 거실같지만, 사실은 찌든 담배 냄새가 인상적이었던 베를린의 바. 대낮에 가서 전세 낸 듯 쉬다 왔는데 다시 가게 되면 자정 무렵게 가렵니다.

+ www.wohnzimmer-bar.de

이 나라의 문지기(gate keeper)들을 응원하며




여행 중에 국제적으로 엄청난 사건들이 몇 있었는데, 3월의 일본 대지진, 5월에 빈 라덴 사망, 10월에 스티브 잡스 사망이 기억납니다. 그 중 5월 2일에는 시드니에서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온 매체가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커스텀 하우스에 가서 신문 보는게 일이던 저는 각 매체의 헤드라인을 흥미롭게 들여다 보았습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한 덕에 매체의 색(지향점)에 따른 헤드라인 뽑기와 그것에 미치는 데스크(나아가서 자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큰 사건이 있을 때 의도적으로 각 언론사의 제목 뽑기를 비교해서 본 적은 거의 없네요.

다행인지, 어쩐 일인지, 작년 5월 2일은 빈 라덴 덕에 신입생 시절 신문학 개론 시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위 사진은 시드니에 발행되는 주요 일간지 중 3개 표지입니다. 헤드라인의 단어들로만 보아도 어떤 신문이 가장 황색지에 가깝고 어느 신문이 정론지를 지향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접하는 첫 단어 중 게이트 키퍼(gate keeper)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자든 PD든 언론인들은 정보의 장에서 문지기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정보를 보고 문 안으로 들여 보낼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가려내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에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 문을 통과하는 정보가 '빈 라덴의 사망'이라면 그것에 '악마'라는 딱지를 붙일 지, 사실 그대로 '빈 라덴(이름)'이라는 딱지로 통과시킬 지도 그들의 몫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언론인들과 언론사 자체가 많아졌기에 그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보았을 때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각설하고 최근 MBC를 시작으로 한 언론 3사의 파업을 보며 느끼는 바, 그리고 저널리즘을 공부한 이로서 부끄러운 바가 많습니다. '파업 지지 선언'에 동참하는 것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주위에 <무한도전> 팬들에게 김태호 PD가 월급 많이 받으려고 편집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리고 싶습니다. 동시에 한국은 언론 의식에 있어 공인된 후진국이라는 사실도요.

런던에 머무는 동안 BBC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 정보를 얻곤 했는데, 우연히 South Korea를 입력했던 적이 있습니다. 국가 정보에서 언론사라 그런지 Media 카테고리로 한국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서 읽다가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세계언론자유지수를 근거로 평가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몇 나라들보다 자유도가 낮은 수준으로 쓰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위를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 내용은 사라졌네요. 업데이트가 자주 이루어지는 모양입니다.)

+ BBC South Korea profile

더불어 아직도 영국과 호주 뉴스에는 미디어 재벌 루퍼드 머독 비판 기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며 부러움을 느낍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미디어 그룹인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 사의 창업자인 머독은 호주 태생이지만 미국으로 귀화했습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셀 수 없는 정도의 영국, 미국, 호주 언론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의 영향력은 엄청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죠.

그와 관련된 최근 이슈 중에는 상속 문제와 해킹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기 재벌들과 다르지 않게 회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장과 그것을 반대하는 주주들, 그리고 시민들 간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결국 사장의 뜻대로 이루어졌지만 '언론사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조직'이라는 이유로 머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해킹 건은 여전히 진행중인 것 같은데, 뉴스 코퍼레이션 사가 여러 정치인과 유명인들의 전화를 해킹한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같으면 이 정도로 지독하게 물고 늘어질까 싶을 정도로 (제가 알기로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 사건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갑자기 경제 성장을 이룬 덕에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아직 얻지 못한 것도 많습니다. 그 중 국민들의 높은 사회 의식이라고 불리는 그것은 아직 얻지 못한 것입니다. 먹고 사는 고민에서 벗어난지 몇십년 되지 않았기에 우리보다 수십년 혹은 백년 이상 앞서 있는 서양의 나라들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우리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고민을 해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Feb 4, 2012

[culture] 삶은, 보통 이렇지 않다 - naked bike ride London 2011

"지구를 좀 아껴주자고요!"


아래 사진들을 보기에 앞서, 놀람 방지용 몇 마디를 적어 놓아야겠습니다. 만약 서울에서 시민들이 단체로 발가벗고 자전거 라이딩을 한다면 어떨까요? 적잖이 이슈가 되겠지만 당사자와 관련자들은 '고운' 시선을 기대하기보다는 '따갑거나 의심 가득한' 눈총을 감내해야 할 부분이 더 클 것입니다. 

우리와 '몸'과 '성'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문화권의 나라에서는 종종 이런 행사가 열립니다. 작년 런던에서 볼 수 있었던 Naked Bike Ride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알몸으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점령하는 이벤트는 그곳에서 역시 이슈지만, 우리처럼 '알몸' 그 자체에 그다지 크게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이 이벤트는 '더 깨끗하고 더 안전하고 우리의 몸에 더 가까워지는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로 기획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커다란 부분은 환경 보호에 대한 이슈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나 자전거에 지구 온난화나 에너지 문제 등과 관련된 문구들을 적어 놓고 시내 도로에서 라이딩을 합니다. naked를 지향하지만 'bare as you dare'가 모토인만큼 강제사항은 아니고 자신이 감당할 용기가 있을 정도만 벗고 참가하면 됩니다. 

환경단체의 멤버들뿐만 아니라, 단순한 재미나 호기심 때문에 옷을 벗는 사람도 있고,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이들도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왜 저 많은 사람들이 옷을 벗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며 그것이 환경보호나 자전거 도시에 대한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효과가 있는 셈이지요.

오래된 이 사진들을 꺼내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있었던 나꼼수 비키니 시위 관련 논란 때문입니다. 그것이 정치적적 색깔이나 도덕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차이, 그리고 충격 효과와 관련된 맥락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상식 밖에라고 여겨지는 장면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호기심을 갖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공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서 판단하기에 앞서 '왜'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살기 좋은 세상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Jan 27, 2012

[culture] 멜번, 런던, 파리의 공공 도서관 이야기


Melbourne State Library


아프리카의 투와레그 족에는 '한 명의 노인이 죽는 것은 하나의 도서관이 불 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한 귀로 흘려버리게 된 핵가족화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배울 지혜를 책에 의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책에 많은 빚을 지고 있지요.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뉴욕도서관 10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도서관의 디렉터는 한 인터뷰에서 도서관에 대하여 이런 말을 남긴적이 있습니다. "You walk inside and suddenly you feel anything is possible. And there are so many real treasures inside." 실제로 여행을 하다 지쳐갈 때 즈음에 도서관에 가서 사진집이든 여행책이든 잡지든 무엇이라도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고 있다 보면 어느새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요즘 한국의 도서관들은 책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공부할 자리를 맡으러 가는 독서실이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동시에, 사회의 자정작용을 믿는 제게 들려온 최근 파주 출판단지의 한 도서관 이야기는 반가웠습니다. 그 도서관은 도서관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의미로 부러 열람실 없는 도서관을 열었다고 합니다.

야구 구단 마케팅 팀에 계시는 선배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나라의 입시 정책과 노동 정책이 바뀌면 프로야구 시장은 완전히 변할거야." 이 둘이 바뀌면 비단 프로야구와 도서관뿐만 아니라 뭔들 안 바뀔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며 즐겨 찾았던 도서관들을 소개합니다. 도서관은 여행자에게 생각보다 유용하고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대부분 무료 와이파이가 지원되고 그 도시의 여행책자나 한국에서 찾을 수 없는 책들이 발견되가도 하며 왠지 로컬들의 일상을 엿보고 있는 기분도 듭니다. 여행이 지루해질 즈음이라면 도서관에 들러보세요.


멜번 주립 도서관 (Melbourne State Library)
멜번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중 문학의 도시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건너온 문학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곳이며 덕분에 초기부터 출판업이 번성했고, 시드니보다 '문학적'인 도시로 통합니다. 이 도시의 특색을 알지 않더라도 여행자로서 멜번에 간다면 멜번 주립 도서관은 들를만 한 곳입니다. 이 도시의 많은 젊은이를 만날 수 있고, 아무런 제지없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무료 전시나 공연도 종종 열리니 홈페이지나 도서관에 비치된 책자를 보고 그 날의 행사에 놀러가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무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1층 입구 맞은편 끝의 예술의 방은 사진집과 그림집을 마음껏 볼 수 있고, 3, 4층의 열람실은 고풍스러운 나무 책상과 의자에 앉아 우아하게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동서양을 막론하고 엎드려 자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또한 입구 왼쪽의 Mr. Tulk라는 카페는 커피와 음식이 무난하고 위치가 좋아 주말에는 거의 자리가 없으니 여유로운 시간대에 들러보세요. 

멜번 시립 도서관 (Melbourne City Library)
시립 도서관은 주립 도서관에 비하면 단독 건물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규모도 작지만 왠지 아담해서 또 다른 분위기를 냅니다. 그런데 시립 도서관에는 책을 보러 가기 보다는 약속 장소로 활용하거나 1층의 분위기 좋은 카페 저널(Journal)을 더 많이 이용했네요.

시드니 커스텀 하우스 (Sydney Custom House)
호주의 도서관들은 대부분 대중에게 오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다 쉬거나 책이나 잡지를 보기에 좋습니다. Circular Quay 근처 커스텀 하우스는 책도 책이지만 1층의 잡지와 신문 코너가 좋습니다. 호주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신문과 잡지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분위기도 좋달까요.

런던 대영 도서관 (British Library)
브리티스 라이브러리는 안타깝게도 여행자에게는 출입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영국 거주자 혹은 외국인 중에서도 조사의 목적이나 특별한 허가를 받은 사람에게만 오픈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찾은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많아서였지만) 1층 박물관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본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헤드폰을 끼고 성우가 그것을 읽어주는 것을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자상하고 때론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읽어 줍니다. 

이 도서관은 박물관에 가까운 도서관이어서인지 출입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모든 짐을 맡겨야 하고, 들고 갈 수 있는 문구류도 연필류로 제한되는가 하면, 사진 촬영도 금지고 등등 책을 잘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영 도서관을 제외한 공공 도서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어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에 좋습니다. 가방 검사를 하긴 하는데, 그것은 음식물 반입 때문입니다. 숙소 근처에 있던 켄징턴 공공 도서관에 종종 찾았는데 놀란 것은 그들도 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같이 도서관에 간다는 것입니다. 

파리 국립 도서관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파리 국립 도서관은 미테랑 도서관으로 더 유명합니다. 문화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미테랑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파리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베르시 공원에 들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La Cinematheque Francaise) 구경을 하고 작은 다리만 건너면 국립 도서관입니다. 

이화여대 ECC를 설계해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책을 네 권 세워놓은 형태로 지은 건축물 자체도 멋집니다. 이곳 역시 회원카드가 있어야 열람실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책을 보기에는 무리지만 워낙 건물이 웅장해서 건물 구경만 해도 흥미롭습니다. 카페테리아 정도는 이용할 수 있으니 현지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맛도 있습니다. 파리지앵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은 잘 상상이 안 갔는데 이 곳에 가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득한 것도 의외였습니다.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Jan 20, 2012

[inspiration] 첼시에서 신발만 보기, 그리고 벵시몽(Bensimon)








20110525, Chelsea, London 

여행자는 생각보다 그리 낭만적이지도 자유롭지도 않습니다. 특히 도시 여행자는 더 그렇습니다. 하루 잘 곳, 먹을 것, 상점 폐점 시간, 내일 갈 갤러리 조사, 생존을 위한 현지인 친구 사귀기 등을 하다보면 내가 이 도시에 온 목적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사실 목적이랄 것도 없지만 하루살이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하루를 살다 잠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공백이 생기면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자리를 잡습니다. 커피를 한 잔 사와서 홀짝거리며 카메라 셔터를 기계처럼 눌러댑니다. 하나의 목표물을 정한 후에 말입니다. 이 방법은 전에 모시던 직장 대표님에게 배운 것인데, 신입 마케터 시절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돌며 사람들을 관찰했다고 합니다. 신발이든, 가방이든, 손에 들고 있는 무엇이든 하나만 정해서요.

이 날의 제 목표물은 신발이었습니다. 런던에서도 부자 동네인 첼시의 사치 갤러리 옆 쇼핑가의 벤치에 자리잡고 이 동네 사람들은 주로 어떤 신발을 신나 구경을 했습니다. 힐을 신고 다니는 이는 가뭄에 콩나듯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에 집중을 하면서 우리 문화와 비교도 하고 최근 트렌드에 대한 추측도 하다보면 생각 보다 꽤 생산적인 시간 때우기가 되곤 합니다. 그리고 의외의 수확을 거둘 때가 많습니다.

당시에는 수확을 거둔지도 몰랐는데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다 보니 벵시몽(Bensimon)의 사진이 찍혀 있네요. 아래 보이는 신발이 프랑스의 국민 운동화라는 벵시몽입니다. 벵시몽이 맞는 발음인것 같은데 주로 '벤시몽'으로 알려져 있는 모양입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많이들 신고 있고, 한국에서는 정재형을 비롯한 몇몇 스타들이 신으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컨버스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데 가격이 저렴하고 누구나 신을 수 있는 편한 신발입니다. 또한 컨버스도 그렇듯 이들의 브랜딩 활동이 눈에 띕니다. 역사로 보자면 100년 넘은 컨버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30여년 동안 이들이 성장해온 길을 보면 많은 브랜드가 참고할만 합니다.

이들의 브랜딩 이야기는 후에 이어 나가도록 하고, 오늘은 이들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벵시몽닷컴(www.bensimon.com/en)을 반년 정도만에 들렀는데, 또 바뀌어 있습니다. 이전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는데, 바뀐 메인 페이지도 벵시몽스럽습니다. 뭔가 오밀조밀 귀여운 이미지입니다.

왠지 모르게 프랑스 브랜드들의 홈페이지들은 마음에 듭니다. 이미 소개한 호텔 코스테(Hotel Costes)의 홈페이지처럼 감각적이고 첫 페이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가 하면 벵시몽의 경우 UX도 잘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다음 번에 벵시몽을 자세히 소개할 때는 오른쪽의 메뉴인 BOOK, ART&DESIGN, LIFESTYLE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미리 홈페이지에 들러 제품과 이들의 활동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것입니다.


+ 프랑스 브랜드 둘
1. 호텔코스테 : 홈페이지(www.hotelcostes.com), 관련 포스팅([brand] 파리의 레몬에이드, 코스테 형제(Costes Brothers)의 코스테 월드)
2. 메르시 : 홈페이지(merci-merci.com), 관련 포스팅([brand] 고맙게 돈 쓰게 만드는 영리한 브랜드, 메르시(merci))





Jan 18, 2012

[inspiration] London, The Regent Street Window Project 2011

London, Regent Street 

리젠트 스트릿은 런던의 얼굴인 중심 거리입니다. 벌써 작년이 됐군요. 작년 사진을 뒤적이다가 5월 사진들에서 리젠트 스트릿에 자리잡은 매장들 사진이 유독 많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 혹은 윈도우 디스플레이가 독특한 브랜드의 매장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하느라 길지도 않은 그 거리를 통과하는데 반나절은 걸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물론 처음이 그랬다는 것이고, 이후로도 들를 때마다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특히 아래 사진의 리바이스 매장에서 전설적인 501모델로 매장 입구에 하나의 전시물을 설치해 놓은 것을 보고, '나중에 brand commitment에 관한 글을 쓸 일이 있으면 사례로 써야겠군'하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입니다.

또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매장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지만, 세계지도로 만들어 놓은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보며 '네셔널지오그래피 사람들은 세계 지도를 열어 놓고 일반인이 흔히 가지 못하는 곳에 가서 그 곳의 기록을 남기는 일, 그러니까 지도를 통해서 세상을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이 역시 하나의 작품인 모양이군' 하고 상상해석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얼핏, 그때 보았던 regent street window project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서 조금 전에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이것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상상해석으로 포스팅 하나를 꾸며냈을지도 모릅니다.

2011년 5월은 RIBA(Royal Institute of British Architects)와 리젠트 스트릿 연합(Regent Street Association)이 협업하여 2010년에 이어 두번째 리젠트 스트릿 윈도우 프로젝트(Regent Street Windows Project)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RIBA의 건축가들과 리젠트 스트릿에 자리잡은 브랜드가 손을 잡고 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전시물을 함께 기획 전시한 것입니다. 아티스트들에게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브랜드에게는 신선한 방법으로 자사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입니다.

런던은 도시 정체성을 아트 런던(Art London)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단지 유명 갤러리나 작가들을 모셔오고 홍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아트 런던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이 공부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다른 도시보다 앞서 있습니다. 올림픽 특수가 있는 올해를 대비해서 트레이시 에민과 같은 유명 스타 아티스트와 신인 아티스트를 올림픽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가 하면, 스텔라 맥카트니에게도 올림픽 홍보 동영상 촬영을 맡겼습니다. 동시에 이런 아랫단의 작은 아트 프로젝트들이 계속 자라날 수 있는 토양도 만들어서 '한때의 아트 런던'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아마도 1990년대 말에 뮤지컬 산업을 육성하면서 '문화(창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에서 쌓인 노하우도 꽤 있을 것입니다. (예전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웨스트 엔드에는 새로운 뮤지컬이 올라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기대됩니다. 이번 런던 올림픽도, 그 이후에 런던이 얻게 될 '아트 런던'이라는 도시 정체성의 결과도 말입니다.


National Ge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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