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0, 2011

[brand] 고맙게 돈 쓰게 만드는 영리한 브랜드, 메르시(merci)

http://merci-merci.com/




스토리텔링 전략에 성공한 브랜드라고 한다면 아마도 고객들이 "너 그거 알아?"라며 친구에게 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너 그거 알아?"로 시작하려면 친구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여야 할테고, 기왕이면 깜짝 놀랄만한 그러니까 기존에 없던 이야기면 더 좋습니다. 게다가 반전까지 있다면 최고의 스토리텔링이겠죠. 


제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는 이렇게 스토리텔링에 성공한 파리의 컨셉 스토어 '메르시(Merci)'입니다. 제가 친구에게 말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이제 콜레트(Colette)의 시대는 끝났잖아. 콜레트 덕분에 컨셉 스토어라는 개념이 서울에서도 흔해졌지만, 이제 누가 파리 갔다고 콜레트 구경가겠니? 그런데 그거 알아? 마레에 요즘 괜찮은 컨셉 스토어가 하나 생겼대. 좀 찾기는 어려운데, 가면 이브생로랑이랑 스텔라맥카트니 같은 브랜드들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그 디자이너들이 메르시에만 싸게 공급하나봐. 퐁푸앙 알지? 헐리웃 셀러브리티들의 아이들이 입는다는 프랑스 아동복 있잖아. 그 브랜드 창업자 부부가 퐁푸앙을 팔아버리고 메르시를 런칭했대. 돈은 벌 만큼 벌었다는 건지 메르시에서 나는 수익금 100%를 기부한대. 그들이 퐁푸앙을 경영하면서 마다가스카르 아이들하고 미혼모들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지 알았다나? 그래서 그들이 학교를 다니고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데 쓰여진대. 그래서 이름이 '고마워(merci)'인가봐."


"정말?"


"아니..." 


사실 이름이 '메르시'인 이유는 그들의 프로젝트에 함께해 준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에게 '고맙다'고 말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메르시의 창업 정신에 동참한 많은 브랜드들이 메르시만을 위한 제품을 공급합니다. 물론 시중의 제품과 똑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팔면 상도에 어긋나는 일이니, 특별한 라인을 만드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디자이너들의 특별 라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타 편집 매장처럼 생활 소품부터 옷, 향수, 악세서리 등 없는게 없습니다. 그 중에는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도 있고 이름 모를 아티스트의 작품도 있고, 카렌다쉬 펜 같은 공산품도 있습니다. 


먼저 매장 입구와 안 사진입니다. 

















매장도 매장이지만, 메르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카페입니다. 주소를 들고 찾아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도 카페입니다. 문 사이로 난 두 개의 카페 사이로 들어가거나 오른쪽에 있는 북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매장으로 연결 됩니다.


어떻게 이 많은 중고 서적을 모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들이 빼곡합니다. 물론 불어 책이 대다수지만 사진집이나 그림집은 문제 없으니, 커피나 레몬에이드 한 잔 시켜 놓고 한 숨 돌리며 쉬기에 좋습니다. 물론 사람 구경도 빼 놓을 수 없구요.











실제로도 상당히 멋집니다. 그러나 메르시가 저와 친구들을, 그리고 많은 매체들을 놀라킨건 그들의 멋진 공간 구성(연출) 능력이나 엄청난 양의 중고 예술 서적이나, 카페의 맛있는 레몬에이드나, 혹은 30% 정도나 싼 이브생로랑의 자켓이 아닐 것입니다. 바로 수익금의 100% 기부라는 부분입니다. 


매출의 1%를 기부한다거나 페어 트레이드를 하고 있음을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붙여 놓고 장사를 하는 많은 기업들을 우습게 만드는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정말 단순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마음일까요? 아무리 관대한(generous) 브랜드가 트렌드라지만, 그리고 운영비가 얼마나 드는지는 의문이지만, 이런 극단적으로 관대한 브랜드를 보고 나니 왠지 의심이 듭니다.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기업이라고 말하지는 않는 이들의 속내가 몹시도 궁금하지만, 그래도 내가 쓰는 돈을 가치있게 다시 써 준다니, 덕분에 쇼핑에 대한 죄책감에 대한 핑곗거리를 만들어주니, 참으로 똑똑한 브랜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같아도 파리지앵들에게 사랑받는 향수를 다른 병에 담아서 더 싸게 판다면 메르시에서 그것을 살 것이고, 백화점이나 로드샵에도 있는 에이솝 클렌저를 메르시에서도 판다면 기왕이면 커피 한 잔 하러 갔다가 메르시에서 살 테니까요.

덕분에 메르시는 경쟁이 치열한 파리의 컨셉 스토어 중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베를린에 가면 '클럽'에 가 보라고 하듯, 파리에 가면 '컨셉 스토어'에 가 보라고 합니다. 로컬들의 추천이 아니더라도 최근에 나오는 여행책자들도 그렇습니다. 그 도시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니까요. chic, fashionable, trendy하다는 파리지앵인 만큼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안목에 자부심을 가지고 전 세계에서 자기 취향에 맞는 제품들을 모아 놓은 곳이 컨셉 스토어 입니다. paris concept store로 검색하니, 이렇게 줄줄 나오네요.

Paris – Auguste, 10 Rue St. Sabin, 75011 Paris
Paris – Colette, 213 Rue Saint-Honoré, 75001 Paris
Paris – Hotel Particulier, 15 Rue Léopold Bellan, 75002 Paris
Paris – Le 66, 66 Champ Elysées, 75008 Paris
Paris – L’Eclaireur, 10 Rue Herold, 75001 Paris
Paris – Merci, 111 Boulevard Beaumarchais, 75011 Paris
Paris – Spree, 16 Rue de la Vieuville – 75018 Paris



컨셉 스토어 카테고리에서도, 기업이라는 카테고리에서도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브랜드가 더 궁금해 져서 찾아보니, 이미 패션 비즈에서 인터뷰를 했었네요. 여기 링크가 있습니다.

쇼핑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 까지는 좀 거창한것 같지만, 참 똑똑한 브랜드임은 틀림없습니다. '엄친 브랜드'랄까요. 동시에 또 하나의 엄친 브랜드를 만든 이들이 생각납니다. 호텔 코스테로 유명한 코스테 형제말입니다. 코헨 부부와 코스테 형제, 이 둘이 돈을 버는 방식은 좀 다르지만 전 세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인 건 사실입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파리로 시장 조사를 떠나서 코엔 부부의 컨셉 스토어를 돌고 코스테 형제의 가장 쿨 하다는 카페나 바에 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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