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3, 2011

[brand] 파리의 레몬에이드, 코스테 형제(Costes Brothers)의 코스테 월드



H O T E L  C O S T E S 

요즘에는 파리에 간다고 누가 호텔 코스테(Hotel Costes)의 바나 부다바(Buddha bar)에 가냐지만 그래도 전설이 된 바를 두 눈으로 확인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성지순례하듯 호텔 코스테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의 호텔 코스테는 청담동의 원스인어블루문처럼 이제 더이상 핫하지 않은 중년의 바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만든 코스테 형제(Jean-Louis Costes and Gilbert Costes)는 지금 어딘가에서 다른 무언가로 우릴 놀라킬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다녀와서 이들에 관한 기사 몇 개를 찾아 보고는 '보통이 아닐 것 같은' 이들에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프랑스어로 limonadiers, 즉 lemonade(레몬에이드)를 뜻하는 이 단어는 음료수 외에 '카페 주인'이라는 다른 의미로 통한다고 합니다. 슬랭이라고 하니 약간은 그들을 깔보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파리의 수많은 레몬에이드 중 90년대 등장해서 파리의 카페 문화를 한 번 들었다 놓은 이들이 바로 코스테 형제입니다. 이들이 만든 카페 스타일은 이제 파리의 카페 클리셰가 되었을 정도니까요.

이들은 단지 카페 주인이 아니라 규모로 보나 새로운 시도로 보나 성공의 정도로 보나, 전략가라 할만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자료에 의하면 파리에 그들이 소유하거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카페나 바, 레스토랑이 40여개에 이릅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레스토랑이나 바의 오픈은 여전히 뉴스거리인 것을 보면 적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호텔 코스테, 퐁피두 센터 옥상의 레스토랑 르 조르주(Le Georges), 몽테뉴 거리 가운데에 유명한 카페 라베뉴(L'avenue), 루브르 박물관 안의 카페 말리(Café Marly) 입니다. 저도 찾아보기 전까지는 이 유명한 카페들이 모두 그들의 것인지는 몰랐어서 알고는 꽤 놀랐습니다. 

이들은 비단 파리의 카페 문화만을 바꾼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문화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것도 과언이 아닐텐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음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의 호텔은 몰라도 이 호텔의 전속 DJ인 스테판 뽐뿌냑(Stephane Pompougnac)의 편집 앨범이자 이 호텔의 바에서 틀던 음악을 모아 놓은 앨범인 '호텔 코스테'는 알고 있습니다. 벌써 15번째 앨범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 흐름을 이끈 것이 부다바인지 호텔 코스테인지 모르겠으나, 이들이 자기 바의 이름을 단 앨범을 성공시킨 후에 전 세계적으로 라운지 음악이 유행한 것은 물론이고 많은 브랜드들이 그들의 이름을 단 편집 앨범을 냈습니다. 대부분은 프로모션으로 고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앨범이었지만 호텔 코스테나 부다바는 그 앨범 수익금만해도 엄청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400만 장 이상 팔렸다고 하니까요.


C O S T E S  B R O T H E R S 


코스테 형제는 '브랜드 확장'이라는 이론은 모를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미 벌써 예전부터 브랜드 확장을 실행에 옮겨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호텔 코스테로 만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음악 앨범에, 레스토랑에, 향수에, 꽃 가게에, 심지어 짐 가방에 옮겨 놓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한 이들이라지만, 2000년대 초반 그들이 한창 성공가도를 달릴 때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발견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예상대로 그들은 스스로를 미식가 혹은 커피 애호가, 디자인홀릭이 아니라 '장사꾼'이라 여긴다는 점입니다. 장사꾼이라는 말이 적당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마케팅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파리를 집어 삼킨 형제(The Brothers Who Ate Pari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억에 남은 한 대목은 이런 내용입니다. 


코스테 형제는 굉장한 음식 맛으로 사람들을 놀라킬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장 루이 코스테에 의하면 호텔 코스테 레스토랑의 요리는 (유명한 쉐프나 최신 트렌드의 음식이 아니라) 여성을 위해 디자인 된다. 그의 말처럼 모든 식사는 남성이 여성에게 "셰리, 오늘  저녁식사는 어디에서 하고 싶어?"라는 질문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복잡할 것 없이 단지 여성의 취향을 만족시키면 된다고 말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없는 파리는 다른 이야기를 가진 도시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동생인 질베르 코스테는 자신들이 관여하는 카페나 레스토랑의 운영은 철저히 개인에게 맡기지만 마케팅은 또 다른 문제라고 밝힙니다. 


이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구글을 뒤지다보니, 이들 덕분에 스타가 된 인물이 또 한 명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입니다. 처음 코스테 형제가 그에게 카페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길 때에는 그는 이름없는 디자이너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바라고 하면 그것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었을 정도인데 말입니다.

데이비드 린치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꾸미는 사람들을 보면 뒷조사가 시작되고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또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발견됩니다. 이들의 실타래는 꽤 길고 튼튼해서 풀어도 풀어도 무언가가 계속 따라나옵니다. 데이비드 린치, 코스테 형제 외에도 모노클의 테일러 브륄레, 한국에는 현대카드가 그렇습니다. 더 있을텐데 지금 떠오르질 않네요.





H O T E L C O S T E S . C O M




오늘은 호텔 코스테 홈페이지 첫 화면을 삼십분쯤 보고 있었습니다. 8가지 정도 버전의 화질도 별로인 동영상들입니다. 새로고침을 하면서 보면 랜덤으로 보여지는 영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8가지 버전 중, 몇 가지는 남성분들을 위한 서비스 버전으로 봐도 무색하니 열심히 새로고침을 눌러 보세요. 인간은 누구나 관음증 환자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날 정도로 우리 모두의 관음증을 자극하고 만족시키며, 동시에 자신들이 하는 일과 지향하는 바(스타일, 이미지, 컨셉)를 보여줍니다. 참 감각 좋고, 영리한, 장사 잘하는 형제입니다.








2 comments:

  1. 좋네요. 스스로를 장사꾼이라 인정하는 형제들. 저도 코스테라는 호텔을 앨범을 통해서 알게됐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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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요즘은 좀 뜸하지만 초기에는 일종의 문화충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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