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3, 2012

[brand] 선정적인 미국 옷,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의 정체 1. 2. 3.


매달 하나의 브랜드 이야기로 꾸며지는 <매거진 B>의 이번 호 주인공은 일본의 캠핑 용품 브랜드 스노우 피크(snow peak) 입니다. 1호의 프라이탁, 2호의 뉴밸런스에 이어 스노우피크라니, 역시 다음 호가 기대됩니다. 프라이탁은 이미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소개했을만큼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뉴밸런스는 스티브 잡스의 신발이기도 하지요. 이번 스노우피크는 소문만 익히 듣고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해서 더욱 궁금합니다. 잡지 이야기는 이번 호를 보고 나서 자세히 이어 나가겠습니다. 


제목에서 이미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과 관련된 내용일 것임을 넌지시 이야기 하고는 <매거진 B>로 시작한 이유는 아메리칸어패럴 역시 브랜드 이야기로 한 권의 책은 충분히 만들고도 남을만큼 흥미진진한 브랜드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이 media-friendly는 아닌것 같아 걱정이기는 합니다만, 언젠가 <매거진 B>에서 아메리칸어패럴 이야기를 다뤄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겠지요. 


American Apparel, Paris 
American Apparel, Dublin


그럼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봅니다. 아마도 이 브랜드 역시 프라이탁만큼이나 긴 여정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게 aa로 불리는 두 개의 브랜드가 있습니다. 두 개 모두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하나는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이고 나머지 하나는 홍대의 카페이자 리빙숍 aA디자인뮤지엄입니다.


aA디자인뮤지엄이 오랫동안 준비한 리빙숍을 오픈했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으니, 다녀온 후에 이야기를 풀어 놓는 편이 낫겠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의 경우 대학 때부터 애용한 브랜드입니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티셔츠 브랜드로 시작해서 지금은 바지, 셔츠, 수영복 등 衣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팝니다. 저는 주로 이너웨어나 액세서리를 구입하게 되는데 레깅스든 양말이든 속옷이든 꽤 오랫동안 입게 됩니다. 남자분들의 경우 셔츠 퀄리티를 높게 평가합니다.

가끔 (경제적 여유가 없더라도)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홍대나 명동의 매장에 들릅니다. 새로나온 제품도 보고, 직원들의 스타일도 살피고, 쇼핑온 사람들도 힐끔거려 봅니다. 자사 제품으로 스타일링을 한 무표정한 직원들과 그들처럼 입고 있는 손님들, 공간을 채우고 있는 마네킨과 음악이 '참 아메리칸어패럴스럽'습니다.

혹자는 아메리칸 어패럴스럽다를 '야하다, 변태같다, 퇴폐적이다'라고 말합니다. 아니, 혹자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으로 수정하겠습니다. 실제로 선정성 논란도 많습니다. 그것의 호불호는 갈리지만 섹시함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저는 이 분명함이 좋습니다. '은근히'가 아니라 '대놓고' 섹시하며, 그 컨셉에 충실한 이 브랜드가 저는 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풀오버 광고컷 입니다. 그런데 시선은 내 목을 따듯하게 감싸줄 풀오버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비단 남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래의 광고컷은 란제리 광고니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티셔츠 광고 하나도 결코 기능에만 호소하지 않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의 홈페이지(www.americanapparel.net)에 가면 이들의 퇴폐적(?)인 광고를 맘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민정책이나 노동환경과 관견된 정치적 메시지가 발견되어도 놀라지 마십시오. 저도 그랬지만, 이 브랜드는 하나 하나 알아 갈수록 재미있는 사실들이 눈 앞으로 튀어 올라 깜짝 놀라게 합니다. 아메리칸어패럴 코리아가 적극적인 PR을 하지 않아서일까요? 


여하튼 홈페이지에서 말하는 자사의 아이덴티티 키워드 세 가지가 이 브랜드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Fashionable Basics, Sweatshop Free, Made in USA입니다. 종종 브랜드 아이덴티티(브랜드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성)와 브랜드 이미지(소비자가 생각하는 브랜드 정체성)의 괴리가 있는 브랜드가 있는데, 아메리칸어패럴은 그런 의미에서 그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하나 더, 창업자 도브 차니(Dov Charney)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1. Fashionable Basics

언젠가 온라인에서 '아메리칸어패럴의 옷을 입고 예쁜 엉덩이 컨테스트에 참여하세요'라는 프로모션을 봤습니다. 파리에 있는 동안은 'American Apparel Summer Camp'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세일 파티 광고도 봤습니다. 매장에 와서 술이나 진탕먹고 30% 세일하는 속옷도 사고, 술마신 김에 쇼핑이나 하자는 광고였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매장을 통해서밖에 이 브랜드 소식을 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품과 매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 정도로만 아메리칸어패럴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데,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보니 이 브랜드는 '정체가 뭐야?'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악동같은 브랜드였습니다. 

'패셔너블한 기본 아이템'을 지향하는 아메리칸어패럴은 옷에 로고를 새겨 넣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는 유니클로와 닮았습니다.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번에 하는 의류 제조업체를 이르는 말로, 디자인만 해서 생산은 아웃소싱을 하는 대부분의 의류 업체와 달리 초기 투자 비용은 상당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다. ZARA, H&M 등 대부분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라는 점, 컬러 베리에이션에 강점이 있다는 점, 가격 대비 퀄리티가 좋다는 점도 비슷하군요.

그렇지만 유니클로와 다른 점은 아메리칸어패럴에는 SEXY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입니다. '모두를 위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유니클로라면 아메리칸어패럴은 '패션의 완성은 몸매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만듭니다. 물론 XXL의 옷도 생산되지만, 아메리칸어패럴의 XXL는 타 브랜드의 XL라고 보면 됩니다. 몸에 완전히 피트된 옷을 소화하고 있는 광고 모델들을 봐도 이들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광고 모델 이야기까지만 한다면, 아메리칸어패럴의 광고 모델들은 창업자이자 CEO 도브 차니와 동료들이 길거리 캐스팅을 한 일반인이거나 매장을 찾은 손님 중에 선발된 사람들입니다. 홈페이지에 직접 자기 사진을 보내서 선발되는 모델도 있고, 광고 모델 중 일부는 실제 포르노 모델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은 SEXY의 다른 말을 Fashionable Basic이라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2. Sweatshop Free

Gluten Free, Duty Free, Alcohol Free는 익숙합니다. 그런데 '스웻샵(Sweatshop)이 없다'는 Sweatshop Free는 뭘까요? Sweatshop이란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하여 원가를 낮추고 이익률을 높이는 일부 악덕기업, 특히 의류계에 만연한 노동착취를 비유하는 말입니다. 뜨겁게 돌아가는 기계에 둘러싸여 땀 흘려가며 종일 일하는데 (1990년대 기준) 한 시간에 1달러도 벌지 못하는 의류계 노동자들이 아메리칸어패럴에는 없습니다.

사실 이것이 처음 아메리칸어패럴을 유명하게 만든 슬로건입니다. 도브 차니는 아메리칸어패럴이 성장하던 초기 시절에 작은 예술 잡지에 '노동 착취 없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광고를 실었습니다. 하나 더, '사람들을 골탕먹이는 브랜드를 골탕먹이자'라는 광고도 있었다고 하는데, 원문이 뭐였는지는 검색이 안 됩니다. 

덕분에 아메리칸어패럴의 생산직 직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좋은 의류 생산직'으로 불리며(중국 노동자가 시간당 40 센트를 받을 때, LA의 직원들은 12달러를 받았습니다), 각종 휴가와 건강 관련 혜택, 무료 점심식사와 버스 패스 제공, (대부분 이주 노동자이기에) 무료 영어 강좌, 마사지 테라피, 무료 자전거 대여, 무료 주차 등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 공장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들고 줄을 섰다는 이야기가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 아메리칸어패럴은 1,500명의 불법 체류자를 해고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경영 악화는 가속화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도브 차니는 천사의 탈을 쓴 악덕 기업주였을까요?

3. Made In USA

아메리칸어패럴의 창업자에 관하여 한 때 '한국인'이라는 소문 아닌 소문이 있었습니다. 이 대단한 브랜드의 창업자가 한국계였으면 그렇게 금방 사라질 소문이 아닐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창업자가 아니라 초기 동업자였습니다. 

도브 차니가 LA에 아메리칸어패럴을 세울 당시, LA 대부분의 의류 공장은 한국인들 차지였다고 합니다. 그 중 명품 브랜드를 아웃소싱으로 생산하던 두 명의 한국인(Sam Lim, Sam Kim)이 도브 차니와 파트너가 되어 이 브랜드를 정식 런칭했습니다. 아메리칸어패럴이 상장을 하고 더 큰 회사에 팔리면서 이 둘의 이름은 사라졌지만, 초기 공동 창업자가 한국인이었다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도브 차니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자신의 역사이자, 이 브랜드의 역사를 설명하며 한국인에 대한 기억을 적어 놓았습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자신이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했는데도 자신을 도와주었다며 한국인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한국인들은 단지 '성실함' 때문이 아니라 '정'이라는 한국인의 문화적 소양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입니다.

One of the earliest American Apparel ads highlighted this connection in a fun way
(출처: dovcharney.com)

여하튼, 이 챕터에서는 도브 차니 역시 미국인이 아니었는데 Made in USA를 강조하는 이 브랜드의 의아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다른 기업들이 모두 공장을 중국으로 옮길 때 우리는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에 사는 사람들을 고용해서 생산한다'고 자신을 알린 이 브랜드가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도브 차니는 캐나다인이었습니다. 그 역시 이민자였던 것입니다. 

그는 왜 이민자이면서 Made in USA를 메인 슬로건으로 삼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었을까요? 심지어 이름도 '미국 옷'으로 지어가며 말입니다. 어떤 이는 아메리칸 드림을 파는 브랜드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그럴까요?

4. and "Dov Charney"

Fashionable Basics, Sweatshop Free, Made in USA로 설명되는 이 브랜드에 마지막으로 창업자인 '도브 차니'를 넣은 이유는, 위 각 파트에서 제가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가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 대답을 다 하려면 잠을 못 잘것 같으니, 며칠 뒤로 미룹니다. 그래도 너무 궁금하신 분은 그의 홈페이지에 놀러가 보세요. 위 질문에 대한 대답과 함께 이 흥미진진한 인물의 정신세계, 그리고 무척이나 영리한 경영자의 보이지 않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Dov Charney on the cover of Pig, an Italian fashion magazine
(출처: dovcharney.com) 

공장에서 속옷만 입고 다니며 피팅을 직접하고, 직원 성폭행 관련 고소 건이 (드러난 것만) 이미 네 번째지만 천재 경영자 소리를 듣는 기이한 괴짜가 바로 도브 차니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독한 브랜드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합니다. 그는 이 브랜드의 최대 자산이자 최대 걸림돌이라는 말이 실감이 갑니다.




+ 이후 글 : 선정적인 미국 옷, 아메리칸어패럴의 정체 4. 도브 차니









8 comments:

  1. 지금은 정말 관심없지만 한 때 AA의 티셔츠를 정말 좋아했어요
    아직도 파란색티셔츠는 자주 입습니다
    그리고 AA에 색깔별로 다양한 아대(리스트밴드라고 하는지 얘는 좀 헷갈려요) 가 있잖아요 모델샷보고 저도 반해서 자주색과 노란색을 각각 사서 서로 겹치게하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가끔 웹샵가면 성인광고스럽게..아주 자연스레 클릭을 유도하는 누나들이 있어서 좋기도했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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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엇 절묘한때에 글이 끊겨서... 담편 기대됩니다! 또 보러 올게요 :)
    근데 패션비즈에 실리는 글이에요? 저작권이 갑자기 붙어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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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결! 앞으로는 참고용으로라도 붙여놓기는 하지 말아야겠어. :) 고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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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와 너무 글이 흥미롭네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저도 그 분명함이 참 좋아요. 어메리칸어패럴만의 스타일은 정말 확고하고 그래서 어떤 사람의 옷을 봤을때 저옷은 분명 어메리칸어패럴것일 거다 라고 생각하게 한다니까요! 지극히 미국옷같은 어메리칸어패럴.. 그런데 좀 비싸지않나요? 반바지 샀는데 62000원이나 하다니 학생이라 조금덜덜 떨면서 샀어요 근데 진짜 잘 입고 다니긴 합니다 ㅋ.ㅋ 가격이 조금더 저렴했더라면 맨날 가서 긁을것 같네요, 카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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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손에 돈을 쥐고 특별한 옷사러 나가볼까하면 어김없이 어패럴 옷 하나 사들고 왔는데, 정말 어패럴 특유의 Basic함이 있는거 같아요, 타 SPA브랜드 유니클로와 다르게 +Sexy가 가미되어있죠.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보더라도 그게 확 느껴져요. 유니클로는 정말 기본이지만 어패럴은 거기에 어패럴만의 것을 추가한 거 같아요. 그래서 몇년이 지나도 질리기는 커녕 옷을 사러 나가면 무조건적으로 한번은 들리는 곳이죠. 사실 옷의 Quality면에선//.. 물론 좋은 것도 있지만 간혹 한번빨면 검은프린터의 무늬가 쫙 빠진다던가 보풀이 심하게 나서 그 부분이 지저분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게되는 곳인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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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정말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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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AA의 역사는 오래 되었는데 저는 작년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새틴자켓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몇벌 가지고 있습니다. 사이즈 피팅을 할 때 직원 눈치를 안봐도 된다는 점이 맘에 들었고. 저렴하지 않은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 세일 하길래 냉큼 집어왔습니다. ㅎㅎ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흥미진진하게 글을 쓰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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