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NTIME Brewing Company, London |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마시는 것들 중에서는 라테와 맥주가 그것입니다. 라테에 대해서는 카페 트렌드 이야기를 하며 할만큼 한 것 같으니 오늘은 맥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관련 글 : [culture] 커피의 진화 카페의 진화
맥주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고, 맥주 좋아하기로 유명한 영국에서는 오래된 펍들이 망해간다고 하는데 어쩐 일인지 제 주변에는 맥주 애호가들 뿐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 동안 그 친구들과 맛있는 맥주들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각 도시의 대표 맥주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작은 양조장(brewery)에서 공수해 온 신선하고 풍미가 엄청난 맥주들 혼자 즐겨야 했으니 말입니다.
특히 호주에 머무는 동안 부티크 맥주들에 길들여지고 난 후,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그 도시의 부티크 맥주들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부티크(boutique)'라는 이 단어가 마음에 들어서 부티크 맥주라고 부르는 것일뿐, 특별하게 다른 것은 아닙니다. 개인이 제조하는 하우스 맥주보다는 규모가 크고, 하이네켄이나 칼스버그, 맥스만큼은 아닌 작은 양조장에서 소규모로 생산, 유통하는 맥주들을 말합니다.
이 단어에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최근의 트렌드 키워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검색창에 이 단어를 입력해 보면 개인 숍의 이름에서부터 한 산업군을 아우르는데까지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boutique는 본래 프랑스어로 shop을 의미합니다. 주로 패션 산업에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디자인 의류를 전시 및 판매하는 곳을 일컬어 말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이 단어가 '다소 비싸고 작지만 독립적이고 개성있는'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는 형용사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부티크 호텔'이 유행을 한 이후에 가속이 붙지 않았나 합니다.
맥주 시장에 부티크라는 단어를 끌고 들어온 것은 호주 사람들 같습니다. 호주에 머무는 동안 이 단어에 익숙해 졌고, 검색을 해 보니 boutique beer를 down under(오스트레일리아를 일컫는) beer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다른 영어권에서는 이를 small brewery beer, microbrewery beer, craft beer가 대신합니다. 어쨌든 이 맥주들은 조금 더 비싸고, 더 맛있고, 더 재미있습니다.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판매가가 더 높고, 유통이나 광고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크지 않으니 더 많이 남을테고 자연스레 뛰어드는 사업자도 많아지고 있지 않나 합니다. 이런 부티크 맥주 시장의 활황을 보고 혹자는 맥주 르네상스라고 칭합니다. '영원한 사양산업이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다시금 그 말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 부티크 맥주 시장 관련 기사 : Heady times for boutique beer
요즘은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기업은 꼭 성장해야 할까?' 성장은 끝이 없다는 것이 딜레마지만, 많은 기업들이 다음 해 목표를 '올해 보다 더 많은 매출'로 정하지만 않아도 이 세상의 수많은 문제들이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 월가에서 벌어진 점령 운동(Occupy Wall Street)도 같은 생각의 흐름에서 읽힙니다. 미국에서 상위 1% 자본가들이 벌이는 탐욕에 대한 반대 시위였으니까요. 한국에도 상륙했다는 이 운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사실 신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논쟁은 오래되었고 지금은 그 대안들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있는 시기로 보입니다. 최근 본 기사 중에는 '인디 자본주의(indie Capitalism)'라고 이름 붙여서 정리한 아래 기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 관련기사 : 4 Reasons Why The Future Of Capitalism Is Homegrown, Small Scale, And Independent
같은 맥락에서 보면 부티크 맥주 시장도 이러한 인디 자본주의, 깨어있는 자본주의에서의 기업의 행태이며, 더 작아지고(small, independent) 지역화되고(local) 있는 소비 경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시 부티크 맥주로 돌아가서, 여러모로 부티크 맥주 시장이 커지고 한국에서도 이런 작은 브로어리들이 자리잡길 바라며 멜번, 런던, 코펜하겐 등에서 만난 부티크 맥주 회사들을 소개합니다. 맥주 맛도 모르면서, 라고 말하곤 하는 분들에게 기쁘지만 슬픈 글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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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1. 맥주맛도 모르면서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2. 멜번 편, 스몰 브로어리와 모던펍의 만남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3. 런던 편, 보기 좋은 맥주가 맛도 좋다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4. 코펜하겐 편, 왕실 맥주의 실험작
부티크(boutique) 맥주의 세계 5. 베이루트에 가면
후배 좋아하는 것이 소주 아니었나? ㅎㅎ 난 맥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본 생맥주는 좋아하지. 그중에서도 아사히를 좋아하는데 오끼나와는 오리온이라고 현지 맥주하고 선토리밖에 없두만 ㅠㅠ.. 그래도 이번에 전지훈련 가서 맛있게 마셨네.(딱 2잔까지만 맛있고, 이후는 사께 ~)
ReplyDelete소주는 거의 선배님 뵈었을 때만 마셔요. :) 요즘은 선토리도 맛있던데요!! 아사히 생맥주 마시러 일본 가고 싶은데 방사능이 무서워요. 흑
Delete이거 어디 연재하는 특집 기사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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