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1, 2011

[brand] 이케아(IKEA)가 열심히 사는 법

지난 이케아(IKEA)에 대한 포스팅은 다소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니다보니 글로벌 브랜드 중 이케아만큼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인 브랜드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노력해서 찾지 않더라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브랜드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돈으로 퍼붓는 매체 광고가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려는 시도와 노력의 흔적들이 느껴집니다. 각 나라의 지사에서 낸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이것을 허락하고 관리하는 본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1. 쇼핑하기 싫어하는 아빠와 남자친구를 위한 시드니의 Mänland입니다.


이케아는 쇼핑하는 부모를 위해서 아이를 맡겨두는 공간인 Småland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만큼 엄마의 쇼핑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아빠입니다. 백화점에 가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며 쇼핑간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들을 목격하곤 합니다. 이런 아빠(남자)들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신세계백화점이나 이케아나 같은가 봅니다. 그래서 이케아는 남자들을 위한 놀이터를 임시적으로 운영해 보고 반응이 좋으면 전 매장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랍니다. 두달 전 쯤 기사에서 발견했으니 지금쯤이면 결과가 나왔겠네요.

관련 기사 링크

2. 스톡홀름의 한 쇼핑몰에 있던 낮잠 호텔입니다.

사진: www.springwise.com

베개 라인을 런칭했을 때였을까요? 2008년에 스톡홀름의 한 쇼핑몰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된 낮잠 호텔입니다. 쇼핑에 지친 고객들이 자신의 잠자는 스타일의 베개를 골라서 15분간 낮잠을 자고 갈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아래 동영상 링크를 따라 가 보시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볼 수 있습니다.

관련 유튜브 동영상

3. 코펜하겐에서는 많은 물건을 산 고객을 위해 자전거용 트레일러를 빌려줍니다.

사진: inhabitat.com
자전거가 일상인 코펜하겐에서는 이케아에 갈 때에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트렁크가 없는 자전거 고객을 위해서 덴마크 이케아에서는 산 물건을 편하게 집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트레일러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

4. 이케아 온라인 중고장터도 있었습니다.

이 케아 매장에 가면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사게 됩니다. 덕분에 처치곤란의 제품이 쌓이기도 하고, 얼마 전에 산 의자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디자인으로 다시 살까하는 충동도 생깁니다. 이런 고객을 위해 이케아는 이케아사랑(www.iloveikea.se)이라는 온라인 중고 사이트를 만들었었습니다. 고객들에게 더 쉽게 이케아 제품을 살 이유를 주었던 것이죠. 이 장터가 활성화 되면 중고 거래 때문에 실제 매출이 떨어지기보다, '별로면 중고 장터에 팔지 뭐' 혹은 '쓰다가 팔지 뭐'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기대했을 겁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랐는지 지금은 이 링크의 페이지가 열리지 않네요.


이케아, 참 열심이지 않나요?

[brand]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2. 아크네(Acne)



쿠플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된 계기는 마레 지구에서 스타일 좋은 파리지앵들이 이 브랜드의 백(천으로 된 쇼핑백)을 메고 다니는 것을 몇번 본 이후였습니다. 사실 런던에서도 쿠플스의 매장을 봤었지만 로고 타입이 마음에 안 들어서 매장 안에는 들어갈 생각조차 안 하다가, 파리에 넘어와서야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아크네는 잡지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됐습니다. 디자이너인 친구가 이 잡지에 실린 사진들의 느낌이 너무 괜찮다며 추천을 해 준 것이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 였습니다.

아크네 그룹은 본래 1996년 광고/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프로모션용으로 만든 청바지가 히트를 치며 패션사업으로 진출을 하고 대성공을 이룹니다. 지금은 회사가 점점 커져서 광고회사인 Acne Advertising, 디자인 에이전시 Acne Art Department, 영상 프로덕션 Acne Production, 어린이 장난감 회사 Acne Jr, 아트 매거진 Acne Paper, 패션 브랜드 Acne Fashion & Denim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www.acne.se
shop.acnestudios.com


아크네 그룹의 광고 에이전시들 홈페이지에 가서 지난 광고를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들 스스로 independent and unique라는 형용사로 자신들을 설명하는만큼 북유럽에서 가장 창의적인 집단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장난감도 너무 귀여워서 조카를 위해 하나 사주고 싶은 충동이 일고, 아크네 페이퍼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아트 매거진입니다. 이 중 가장 제 관심을 끈 것은 아크네 페이퍼와 아크네 스튜디오(패션) 입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재미있게도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광고 전문가들이 만든 브랜드임에도 ATL이든 BTL이든 어떤 광고도 하지 않는 것이 전략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택한 방식은 어떤 매체에 어떤 이미지를 노출시킬것인가가 아닙니다. 매체를 고르지 않고 매체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아크네 페이퍼입니다. 하지만 이 잡지 어디에도 아크네의 광고는 없습니다. 단지 평균 이상의 판형에 평균 이상의 두께, 그리고 퀄리티를 앞세운 이 잡지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아크네의 아이덴티티로 가득합니다. 최고의 사진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수준 높은 컬럼니스트의 글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닮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자신들은 옷 장사치 혹은 광고쟁이가 아니라 '창작 집단'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이름을 단 잡지를 발행하곤 하지만 이만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잡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검색해 보니 한국의 몇 서점에도 아크네 페이퍼가 들어와 있군요. 무거워서 사올 생각도 못 했는데 여기에서도 구할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왜 아크네는 북유럽 최고의 광고 에이전시이면서 왜 스스로의 광고는 만들지 않을까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정하면서 창작집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고집하고 있을까요? 

요즘 시대에 가장 쿨한 사람들은 바로 아티스트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 세계 확고하고 스타일까지 좋은 아티스트만큼 매력적으로 보이는 집단이 또 있을까요? 진입장벽이 높으니 흠모할 만한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됩니다. 따라서 아티스트같은 브랜드로 인식된다면 모두가 꿈꾸는 쿨한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아크네처럼 그룹 전체가 자신을 창작집단이라고 정의내리고 그렇게 활동하지 못하더라도 많은 브랜드들이 간접적으로라도 아티스트들과 그 브랜드를 연결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G-Star RAW나 Dunhill의 광고, 그리고 스웨덴의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 진행한 크리에이터스 호텔의 경우에서도 이런 경향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아크네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브랜드는 모노클(monocle)입니다. 모노클은 매체 광고도 꽤 진행하지만 잡지를 광고의 도구로 활용하는 전략이 비슷합니다. 모노클은 아크네와 반대로 (브랜드를 메인에 두고 잡지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잡지를 메인으로 브랜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신을 창작집단으로 알리고 싶어하는 이 두 브랜드는 모두 디자인 에이전시와 잡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모노클과 아크네 페이퍼는 일반 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잡지들과 달리 작고 큰 갤러리나 아트북 전문 서점에서도 발견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스톡홀름에서 magasin3라는 독특한 갤러리의 작은 도서관에서 몇 권 안 되는 잡지들 중 모노클과 아크네 페이퍼가 모두 놓여져 있는 것을 보고, 이건 우연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다른 도시의 많은 아트북 서점이나 갤러리 도서관에서 모노클 혹은 아크네 페이퍼를 봤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의 고리에 꿰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분명 두 브랜드는 잡지가 놓이는 공간을 관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유통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로 아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놓아둠으로써 '모노클, 아크네 = 예술을 좀 아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결국 쿨한 브랜드, 그래서 더 높은 값을 지불할만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가장 돈을 많이 그리고 잘 쓰는 소비자 군 중 하나인 '유사 디자이너 군'을 타겟으로 삼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예뻐서 용서한다"라는 말을 하며 지갑을 여는 소비자군 말입니다. 

+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2. 아크네(Acne)



[brand]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4P(Price, Place, Product, Promotion) 중 가격이나 유통 전략을 무시하고, 제품이나 프로모션으로만 보았을 때 한국에 들여오고 싶은 패션 브랜드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파리(프랑스) 브랜드 쿠플스(Kooples)이고 다른 하나는 스톡홀름(스웨덴) 브랜드 아크네(Acne)입니다. 이 둘은 제품과 브랜드 컨셉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프로모션 전략 중 특히 광고 전략이 멋집니다. 이들이 자신을 알리는 방식만 살펴봐도 얼마나 통합적 브랜딩을 능숙하게 실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쿠플스의 컨셉은 '커플(couple)'입니다. 브랜드의 하나부터 열까지 거의 '커플'이라는 아이디어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브랜드의 광고 모델들입니다. 예상하셨다시피 실제 모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커플들이 프로 모델 뺨치도록 아름다워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커플 맞아? 모델 고용해서 커플이라고 연기시킨 것 아냐?'라는 의심을 살 정도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런 의심을 품고 파리에서 쿠플스 매장의 문이 닳도록 들락거리다 결국 블랙진을 하나 사면서 점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지난번에 여기서 가져간 잡지를 보니까 이 모델들이 실제 커플이라고 써 있던데, 진짜야?"

"나도 진짜 커플들로 알고 있어. 본사에서 그렇게 말해주니까. 그런데 누가 알겠어? 때로는 나도 궁금한걸. 내가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이거야."



믿는 수밖에 없지만, 제 결론은 진짜 커플과 가상의 커플이 적절하게 섞여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 홈페이지(www.thekooples.com)에 가보면, 지금 첫 화면에 이번 시즌의 신상품을 입은 새로운 커플의 스토리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the kooples를 검색하면 지난 시즌에 광고 모델이었던 커플들의 스토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아름다워서 마음에 드는 커플은 초등학교때부터 알아서 9년이나 만났다는 'Jonas & Venus'입니다. 하지만 몇몇은 눈빛이나 자태를 보아하니 고용된 모델같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진짜 커플인지 아닌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구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브랜드의 컨셉은 커플(만남)입니다. 광고 모델이 서로 다른 두 인격체의 만남을 강조하고 있고, 디자인 컨셉도 프랑스와 런던의 만남, 모던과 빈티지의 만남이고, 프로모션 컨셉도 브랜드와 음악의 만남입니다. 때문에, 가짜 커플이라면 이 브랜드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에 거짓을 심어놓은 꼴이 되는 것입니다. 진정성 여부로 심각해지지 않더라도 진짜 커플인지 아닌지는 의미를 떠나 이 브랜드에게 중요합니다. 사실 가십을 즐기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참 영리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거 알아? 그런데 그들 진짤까?"라고 하며 입소문을 만들게 하고, 그럴수록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강해질테니까요.


광고와 광고 모델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유튜브에서 영상 광고들을 찾아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실제 커플들의 1분도 안 되는 인터뷰 영상이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상품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쿠플스를 입을만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인터뷰 내용을 통해서 그들이 어디에서 만났고 어디에서 데이트를 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이는 곧 쿠플스 타겟들의 행동 반경이 됩니다. 또한 영상이 촬영된 거리는 홈페이지에서도 밝혔듯 이 브랜드 정체성의 한 부분입니다. '거기를 지나가다 스쳐 지나갈만한 멋진 커플들이 입는 옷'이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니까요. 


적은 비용(모델료)으로 만든 이 짧은 영상의 임팩트가 강한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나도 이들 커플처럼 멋드러지게 입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뿐만이 아니라, 이들의 대화 속에서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가 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꽉막힌 프랑스 브랜드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한 열린 태도는 모델 선정에서도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와 시드니 출신의 커플, 뉴저지와 베를린 출신의 커플, 그리고 게이 커플들이 불어가 아닌 영어로 인터뷰를 합니다. 


쿠플스의 홈페이지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잡지를 보면 이렇게 파리 안에만 머물지 않고 '파리 밖'으로 나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의 오리지널리티를 런던의 유서깊은 재단사의 거리인 *새빌 로(Savile Row)에서 가져오고,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의 한 명인 알렉산더 맥퀸을 상징하는 해골 문양을 주요 패턴이나 심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그렇습니다. 런던과 파리는 서로를 무시하는 동시에 질투하는 경쟁적인 관계에 주로 있었는데, 쿠플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런던을 끌고 들어와 자신을 프랑스-영국(Franco-British) 스타일이라고 말합니다. 


또 하나 광고를 보고 느낀 것은 파리지앵의 감각입니다. 호텔 코스테(hotel costes) 관련 포스팅에서도 이야기 했듯, 파리 사람들의 감각은 남다릅니다. 이 영상 광고의 촬영 방식을 살피거나 배경음악만 듣고 있어도 '감각 좋은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특히 음악은 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브랜드와 문화의 만남이 이것입니다. 쿠플스는 패션 브랜드 런칭과 동시에 같은 이름의 인디 뮤직 레이블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커플 뮤지션들의 음반 발매를 지원합니다. 아마도 이 영상의 배경음악 역시 이 레이블의 음악일 가능성이 크겠죠. 


광고만 살펴봐도 참 재밌는 브랜드 아닌가요? 실제 모델 커플, 런던과 파리라는 커플, 패션과 음악이라는 커플, 모던과 빈티지라는 커플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컨셉에 충실한 보기 드문 브랜드입니다. 




*새빌로
런던에는 특색있는 거리들이 많은데, 그 중 새빌로는 영국 신사들이 장인들에 의해 한땀 한땀 만들어지는 정장을 맞추러 가는 곳입니다. 이 거리에는 100년도 넘는 전통을 지닌 많은 수트 전문점이 있는데, 유명한 알렉산더 맥퀸은 이 거리의 한 숍에서 견습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현대식 남성복인 영국식 수트는 사실 프랑스에서 건너왔다는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한 영국의 브르조아 계층은 프랑스 지배층의 패션을 흠모했습니다. 그래서 기계화된 방직공장에서 프랑스 귀족들의 의상을 대량생산한 것이 수트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파리 브랜드 쿠플스는 런던의 새빌로에서 오리지널리티를 가져오고, 새빌로의 오리지널리티는 다시 프랑스로 가야 찾을 수 있습니다. 쿠플스는 알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여기 쿠플스와 관련된 좋은 기사를 찾았습니다. 뭔가 다르다 했더니, 어머니도 남다르고, 창업자인 세 형제의 전공도 남달랐습니다. 패션과 마케팅, 그리고 사회학의 만남이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
브랜드 광고, 다르고 싶다면 이들처럼 1. 쿠플스(Kooples)



Nov 14, 2011

"바로 잡습니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동안에 '교정 교열' 업무에 지쳐서입니다. 이 블로그에 이렇게 비문과 오타가 많은 이유에 대한 변명이 말입니다. 먼저 심심한 사과의 말과 함께 도움 요청을 드립니다. 눈에 띄는 오타는 신고해 주세요. 아래 comment를 클릭해서 글을 남겨 주셔도 좋고 이메일도 좋습니다.

수정할 내용이 있어 과거의 포스팅 몇 개를 다시 읽다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들 하는데, 제 글을 다시 보고 있자니 허술한 성격이 그대로 보이네요. 교정 교열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 중 하나지만, 그래도 다 쓴 글은 천천히 다시 읽어 보고 'Publish Post'를 클릭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 벌써 한숨이...

사진은, 포스팅 내용과 관계없이 이 부끄러운 마음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이번 여행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 중 하나를 올립니다. 베를린에서 코펜하겐으로 넘어가는 기차에서 푸딩 카메라가 찍어준 장면인데 귀엽고 상큼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럼 즐거운 한 주 시작하세요. :)

Nov 13, 2011

[culture] 자전거가 대접받는 도시, 코펜하겐


자전거 주차(?)난에 시달리는 코펜하겐
어디로 눈을 돌려도 차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 
레고 매장의 레고로 만든 자전거와 코펜하게너


90, 1994, 1210000, 10, 20...

코펜하겐 사람들의 90%가 자신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덴마크 코미디언인 야콥 호가드(Jacob Haugaard)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자전거도로의 확대를 공약으로 삼은 이후에 코펜하겐의 자전거 도로는 급속도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코펜하겐 사람들은 자전거로 매일 총 1,210,000km를 이동한다.
시 당국은 매 시간 자전거 도로를 늘이고 있고, 이는 20%의 사이클리스트를 증가시키면서, 10%의 자동차 사용량을 줄어들게 하고 있다. 

- visitcopenhagen.com



지금 유럽 대륙은 자전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라는 식상한 표현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그만큼 어느 도시를 가나 자전거가 정책의 중심에, 그리고 트렌드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런던과 파리는 경쟁적으로 공공 자전거 시스템 구축에 열심이고, 베를린과 같은 도시는 본래 자전거가 일상인 도시였습니다. 자전거 중에서도 기어가 없는 심플한 자전거로 유명한 픽시(fixed bike)는 트렌드 리더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고, 이들을 고객으로 노리는 바이크 카페가 여러 도시에서 유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도시를 제치고 가장 자전거가 대접받는 도시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덴마크의 코펜하겐입니다. 암스테르담은 제 경유지에 없었기에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누구나 이렇게 두 도시를 꼽습니다. 

오늘은 사진 정리를 하다 코펜하겐에서 찍은 사진의 3분의 1은 자전거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른 도시와 다른, 이 도시만의 특징적인 것이라 눈에 들어 오는 것들의 대부분이 자전거와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수 자체가 어마어마하고, 자전거를 위한 도시의 배려들이 눈에 띕니다. 비단 자전거 도로의 비율 뿐만 아니라, 만약 거리 공사를 하면 임시 보행자 도로와 함께 임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가 하면, 지하철 입구, 지하철 안, 공원도로, 상점 안 등에 자전거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인지 없는지에 대한 명시가 분명히 되어 있습니다. 이 도시에서 자전거가 일상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상상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안타깝게도 자전거 도시의 피해자는 대중교통인듯 합니다.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인지 버스와 지하철은 무료 와이파이를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버스 레인만큼 넓은 자전거 도로
무료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코펜하겐의 버스와 지하철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전거 스톨
지하철 안의 자전거 주차장

자전거는 석유 석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가 찾아지지 않은 지금, 그리고 지구가 점점 병들어 가고 있는 지금, 그리고 지구의 건강 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몹시 높아진 지금, 이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괜찮은 대안입니다. 그래서 많은 도시들이 정책적으로 자전거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한창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런던과 파리, 브뤼셀과 뮌헨이 자전거 도시로 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하더라도 코펜하겐(그리고 암스테르담)을 따라올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지형적인 이유입니다. 시 당국이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고 자전거 보급에 힘쓴다 하더라도 본래 도로 사정이 좋지 않거나, 언덕이 많은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쉽사리 그것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출근하다 혹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힘을 다 빼버리면 되려 손해니까요. 코펜하겐이 진정한 자전거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도시의 평평한 지형의 영향도 큽니다. 관광객인 저도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를 빌려서 다녔지만, 스톡홀름에서는 일찌감치 포기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주요 스팟을 다니며, 힘들면 앉아 음료수를 홀짝이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과 그들이 타고 있는 자전거를 구경하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자전거를 볼 수 있고, 굳이 시내 중심 쇼핑가에 가지 않아도 짧은 시간에 이 도시에서 유행하는 신발, 가방, 옷 스타일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약속 장소로 이동을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제 기억에는 코펜하겐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가장 세련된 감각을 자랑했던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탄 멋쟁이들을 구경하고만 있어도 시간이 어떻게 가나 모를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바로 위 사진에서처럼 손을 드는 사람들을 보고 저에게 인사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위 사진은 욕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보통은 "안녕"이라고 할 때처럼 손을 올립니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쩔 줄 몰라 했었죠. 그런데 이것은 안전을 위해 우회전을 하겠다는 사인입니다. 코펜하겐 시에서는 "Raise your hand" "Love your brain" "Hold the line" "Ring ring ring"의 네 가지로 도로에서의 안전수칙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방향을 바꿀 때에는 손을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동선을 알리고, 헬맷 쓰기를 권장하고, 반드시 올바른 방향의 자전거 도로에서 타고, 갑작스런 방향 변경이나 경고, 혹은 감사의 의미로 벨을 울려야 합니다. 

도시화가 하나의 메가 트렌드인 지금, 코펜하겐은 (물론 인구가 적은 이유도 있지만) 혼잡통행료를 징수하지 않고도 도심의 교통 혼잡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이 이렇게 대표 자전거 도시의 영광을 안은 것은 위에서 말했듯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책자에서 읽은 이 문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모노클>이 아닐까 합니다. 

"코펜하겐(덴마크)이 미래 도시 경쟁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이 도시의 젊은이들 때문이다.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천부적인 장사꾼인) 덴마크인들은 에코 시티가 장기적으로 그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을 알고 있다. 이 도시의 젊은이들이 자전거와 유기농 농산물에 열광하는 이유다."

지금은 코펜하게너들이 자전거를 대접해 주고 있지만, 수년 후에는 자전거가 이 도시 사람들을 대접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Nov 6, 2011

[brand] 브랜드를 책으로 배웠어요 4. 방 짓는 가구, 이케아(IKEA)

한국에도 이케아(IKEA)가 들어온다 아니다로 시끄럽다 말다 하기를 몇년째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들어온다죠? 아직 찾아보지는 못했는데 누가 들여올 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그리고 가장 슬퍼할 기업 중 하나는 이랜드가 아닐까 합니다. 모던하우스로 시장을 키워놓자마자 공룡이 발걸음을 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또 모르죠, 시장이 더 커져서 함께 즐거워할 지도요.


이케아는 굳이 케이스 스터디로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 알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온라인을 통해서 이미 구매를 해본 사람들도 있을테고, 어학연수나 유학 등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모를리 없습니다. 그래도 간략한 정보를 위해 <이케아 (스웨덴 가구왕국의 상상초월 성공 스토리)>의 북 리뷰를 네이버에서 가져왔습니다.


"2005년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대 부호이자 20세기 최고의 기업가인 '잉바르 캄프라드'. 그는 17세에 설립한 이케아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낸 천부적인 사업가이다. 이케아는 32개국에 202개의 점포, 9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해마다 4억 5만 명이 이케아의 가구를 구매한다. 실용적인 디자인, 합리적인 구매, 제품의 완벽한 물류관리 등으로 세계 전역에서 성공하며 세계의 스타일을 주도하고 있는 이케아.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엄청난 성공으로 이끌었는가?"


이 리뷰가 설명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디자인, 구매(가격), 물류가 이케아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입니다. 디자이너들은 북유럽 감성이 녹아져 있는 색감과 패턴, 그리고 실용적인 디자인에 감탄하고,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조립을 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매장까지 가서 힘들여 사와야 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을 감내하게 할만한 저렴한 가격에 감탄하고, 비즈니스맨들은 이 가격을 가능하게 하는 완벽한 물류 시스템에 감탄합니다. 블루오션, 가치사슬 등 거의 모든 혁신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기에 수많은 경영대학원에서 사례연구로 다뤄졌습니다.


덕분에 경영학 수업 시간에서부터 브랜드 관련 기사를 쓰는 일을 하는 동안까지 월마트, 델 컴퓨터, 아마존 등과 함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브랜드입니다.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많은 정보만 축적되어가다보니 멜번에서 생애 처음 이케아 매장에 방문하면서도 이미 다녀와 본 듯한 착각에 태연했습니다. 




(사진 촬영이 금지였지만, 나쁜 의도는 없으니 최소한의 사진만 업로드합니다.)


매장은 어느 도시에서나 도심에서 꽤 떨어져 있고, 각기 컨셉이 다른 방에 적절한 가구와 소품들이 조화롭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감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맘에 드는 방을 골라 그 방의 모든 제품을 사도 될 만큼 각 방의 컨셉에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품질이 좋지는 않아 몇년 못 쓰고 다시 사야 하겠지만요. 눈에 찍어둔 제품은 코스트코같은 아래 창고에서 픽업을 해서 계산하면 됩니다. 한 번 들어가면 매장을 거의 다 돌고서야 계산대로 나올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져 있고, 나오고 나면 피곤했을 우릴 기다리는 1달러짜리 핫도그와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이케아의 매장 체험기는 책으로 배운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그랬을까요. 상상이 실제로는 이렇게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웠던 것은 스웨덴에서 카우치 서핑으로 만든 친구의 이케아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하나는 이케아와 관련된 스웨덴의 인테리어 문화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에 관한 논란입니다. 


멜번, 런던, 베를린 할 것 없이 젊은 친구들과 집을 함께 쓰거나 유학생의 방을 빌려 쓸 때에는 어김없이 '이케아로 만든 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거의 모든 가구와 소도구, 주방용품이 이케아 제품으로 이뤄진 방에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두 번째 카우치 서핑을 하던 집은 이상하게도 이케아 제품이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왜냐고 물어보자, 굳이 필요가 없기 때문이랍니다. 이케아는 필요없는 물건도 사게하는 곳이라며 요즘 스웨덴에서의 인테리어 열풍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30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아이 교육, 해외로 떠나는 여름 휴가, 그리고 카페 문화에 마치 게임을 하듯 시간과 돈을 쓰는 이들이 자신도 신기하다며 말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서는 이케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집안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철마다 집안 분위기를 바꿀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인테리어 디자인에 열광할 수 있게 하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이케아가 스웨덴의 대표 기업인 것은 말 한 것도 없으니, 이 브랜드의 창업자는 스웨덴에서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많은 스웨덴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존경받는 기업인인지요. "굉장한 부자지만 굉장히 검소하다"라는 예정된 대답 뒤에 이어진 "그런데 그가 나치주의자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은 저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이냐고 몇 번 물어 본 뒤 검색을 해 보니, 그는 독일계 스웨덴인이고 젊은 시절 나치를 후원했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젊은 시절의 치기였다고 인터뷰를 한다지만, 히틀러의 '히'자를 꺼내는 것에도 예민해지는 유럽에서 그런 과거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케아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구글에 ingvar kamprad를 치면 nazi가 함께 자동완성되는 것을 보고는 기분이 묘했습니다. 


현지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서 물을 때 어김없이 이야기하곤 하는 삼성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국의 대표 기업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건희 회장의 탈세 문제나 <삼성을 말하다>와 같은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에 자랑스러워 할 수만은 없어 합니다. 그 친구 역시 제가 이케아에 대해서 물었을 때 같은 감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책으로만 배운 브랜드인 알디도, 버진도, 이케아도 삼성처럼 전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유명 기업이지만 감추고 싶은 혹은 떳떳하지 않은 공공연한 비밀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

[brand] 브랜드를 책으로 배웠어요 3. 리처드 브랜슨의 브랜드 왕국, 버진(Virgin) 그룹

스티브 잡스만큼 인물 자체가 주목을 받는 또 한 명의 경영자로는 버진(Virgin)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스티브 잡스, 영국에는 리처드 브랜슨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덕분에 일을 하는 동안 이 두 인물에 대한 텍스트는 지겹도록 많이 읽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에 별로 손이 가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이렇지만 처음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 동영상이나, 리처드 브랜슨의 자서전을 읽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이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포스에 놀라고 또 놀랐었습니다. 런던에서 현지 친구들을 사귀자마자 물었던 질문이 버진 그룹과 리처드 브랜슨에 관한 것이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도착 전부터 버진 그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career 메뉴를 클릭해서 (가능여부는 고려해 보지도 않고) 지원하고 싶은 업무를 찾고 있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왠지 브랜슨 경을 위해서라면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버진 그룹과 관련된 대화 중 다음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버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버진? 글쎄, 나는 그다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어."
"많은 영국인들이 버진을 좋아하나?"
"음, 그럴꺼야."
"넌 어때?"
"버진은 독점하하려는 것 같아. 안 하는게 없잖아. 모바일, 인터넷, 기차 서비스, 짐도 운영하고, 또 뭐가 있지?"
"레코드, 항공?"
"응, 맞아. 속옷도 만들고, 바디용품도 만들었던 것 같아. 지금은 문 닫았지만 말야."
"속옷도 만든다고? 그건 몰랐어. 버진 아틀란틱은 어때? 고급스럽나?"
"아니, 그렇진 않다고 봐. 버진과 럭셔리는 좀 멀지 않을까? 그 바디용품은 정말 끔찍했고, 내가 십대였을 때를 생각해보면 버진은 naff했어."
"naff가 뭐야?"


naff라는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느라 한참을 보낸 후, 사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속어) 유행에 뒤진, 스타일 없는; 저속한; 쓸모없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애플과 동급으로 (저 혼자) 여기고 있어서인지 다소 충격적인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영국인 발견>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 단어를 또 발견했습니다. 이런것도 세렌디피티로 쳐주나요?


‘Naff’ is a better option, as it is a more ambiguous term, which can mean the same as ‘common’, but can also just mean ‘tacky’ or ‘in bad taste’. It has become a generic, all-purpose expression of disapproval/dislike: teenagers often use ‘naff’ more or less interchangeably with ‘uncool’ and ‘mainstream’, their favourite dire insults.


naff는 이 책에서 영국인의 계급 의식과 관련된 챕터 중,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를 통해서 계급을 간접적으로 알아 챌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naff라는 단어는 상류층이 흔히 쓰는 단어의 의미도 가지고 있고 노동계급이 쓰는 단어의 의미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신분을 숨기거나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한, 그래서 계급 불안에 시달리지 않기 위한 좋은 대안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저에게 중요한 것은 이 단어는 영국인들에게 시대에 뒤쳐지고, 쿨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지독하게 모욕적인 단어라는 것입니다.


이 친구가 전형적인 금발머리 세침떼기 스타일의 젊은 런더너이긴 했지만,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이 단어로 계급을 말했어야 하니 조금 더 가혹하게 표현하기는 했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버진 그룹과 리처드 브랜슨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단어였습니다. 이 대화 이후로 버진에 대한 환상도 많은 부분 사라졌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년 전 조사에 의하면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인물로 영국 여왕 다음으로 리처드 브랜슨이 꼽혔다고 합니다. 그의 브랜드 왕국이 때론 그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들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는 글에서 뿐만 아니라 그의 나라에서도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분명한가 봅니다. 


너무나 슬픈 이야기를 늘어 놓았더니, 버진에 대한 설명할 기운이 없습니다, 라기 보다는 귀찮아집니다. 호주에서 경험한 버진 블루에 대한 옛 글로 대신합니다.  


+ '사라진 이름 버진 블루'




+




[brand] 브랜드를 책으로 배웠어요 2. 저렴하게 경영하라, 알디(ALDI)






(알디(ALDI)는 독일의) 알브레히트 형제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시작한 구멍가게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소매상으로 거듭났다. 이들 형제는 <포브스> 선정, 세계 3위의 부자가 되었고 단순함이라는 경영원칙을 내세우며 오늘날의 성공신화를 창출하였던 것이다. 초저가할인매장 체인인 '알디'의 성공은 기업 성공에 머물지 않고 이른바 '알디화'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일종의 사회적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단순하게 경영하라 (알디 마케팅의 황금률)>의 교보문고 북리뷰에서 카피해 왔습니다. 알디는 몇 마케팅 서적에서 케이스로 간단히 다뤄진 것을 보고 알게 된 후, 알디에서 임원을 지냈던 저자가 쓴 이 책을 읽고 감명, 감복했었습니다. 책만 읽어서는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브랜드가 있을수 없습니다.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하는 완벽한 전략에, 엄청난 매출, 그리고 고객만족으로 이어지는 브랜드로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기사에 참고하기 위해 읽은 책이었지만 굉장히 잘 구성되어 있고, 쉽게 쓰여졌고, 무엇보다 촌철살인에 가까운 문장들이 엄청나게 쏟아지기에 누군가가 경영 사례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늘 꼽는 책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독일에 가면 꼭 방문해보리라 다짐했었습니다. 글로 읽은 전략들이 눈으로 보면 어떨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첫 번째 알디를 발견했습니다. 호주 멜번의 프라한 마켓 옆이었습니다. 이 알디가 그 알디임을 확인하고 친구를 먼저 보낸 후 떨리는 마음으로 매장 안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약간 긴장했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물건과 가격, 인테리어, 직원들, 매장 안의 소비자들을 살피는 동안 뭔가 내가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해외 브랜드'라고 하면 모두 세련되고 멋진 외관에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질 것 같은데, 알디의 첫 느낌은 뭔가 많은 것들이 생략된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선반도, 조명도, 직원도, 굳이 필요 없는 비용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생략되어 있었습니다. 짠돌이 형제의 기업인만큼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싼 가격의 상품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제품의 박스가 선반을 대신하고, 조명도 한톤 어둡고, 음악이나 방송은 있을리 없고, 무표정한 직원들도 몇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전략에 충실한 모습이었겠지만 왠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돌아와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싸지만 잘 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멜번을 떠나 시드니에서도 알디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드니에서 오래 산 친구는 몇몇 제품을 살 때에는 꼭 알디에 간다고 합니다. 그 가격에 그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은 알디 뿐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알디에 대한 결론은 본토인 독일에 가서 내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를린의 한 알디 매장입니다. 모든 제품이 PB 상품이며(제가 찾은 Private label이 아닌 제품은 누텔라가 유일했습니다), 몹시 저렴한 가격과 불필요한 것은 모두 생략한 인테리어는 멜번이나 시드니 매장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이라면 독일 내에서의 평판과 경쟁구도입니다.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독일에서 유학중인 방 주인에게 알디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유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되도록이면 알디 대신 리들(Lidl)에 가라며, 알디에서 사면 안 되는 제품까지 일러주었습니다. 알디는 싸지만 때때로 상하거나 제대로되지 않은 상품들이 놓여져 있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말해준 리들이 바로 알디의 가장 큰 경쟁 상대입니다. 리들 역시 알디만큼 몹시 저렴한 PB상품을 파는 디스카운트 체인 스토어이지만 알디에 비해 인심은 덜 잃은 모양입니다. 베를린이나 알디와 리들이 동시에 진출해 있는 북유럽에서도 알디보다 리들의 매장이 더 눈에 많이 보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멜번의 첫 알디에서 느낀 그 기분이 살아났습니다. smart한 브랜드일 것이라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왠지모르게 depressed 되어 나왔던 날이었습니다. 저녁 찬거리를 사며 활기차야 할 곳에서 왠지 모를 우울함을 느꼈던 것은 단지 조명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하게 경영하라'가 아니라 '저렴하게 경영하라'가 되다보니 '싼' 가격이 우선이 되어 고객들의 안전과 즐거움도 생략시켜버렸나 봅니다. 


물론 이 책이 실제로 쓰여질 당시에는 알디가 독일의 노동자계급의 일상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그것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였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친구만의 경험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설사 그것이 단 한 번이었다 하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품으로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했고, 경쟁사에 의해 시장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brand] 브랜드를 책으로 배웠어요 1. 고객보다 직원, 홀푸드마켓 (Whole Foods Market)

"춤을 글로 배웠어요"라는 통신사 광고 카피가 있었습니다. 재미도 있는데다 공감도 가서인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그 다음날 물로는 풀 수 없는 갈증이 있다"라는 컨디션 헛개수 광고를 보고 웃으며 다시 이 카피를 떠올렸습니다. "춤을 글로 배웠어요."

글로만 배운 것이 비단 춤 뿐일까요. 대표적인 것이 '케이스 스터디'라는 것입니다. 대학 강의 중에도, 실제로 일을 할 때에도 케이스 스터디는 유용하게 쓰입니다. 하지만 케이스 스터디는 배우고 싶은 것만 취사 선택해서 배울 수 있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책이나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된, 한국에 들어와 있지 않은 브랜드를 눈으로 확인하며 케이스 스터디의 한계를 체감했습니다. 

특히 창업자의 자서전을 읽거나, 특정 브랜드의 전설에 가까운 스토리를 알게 되면 그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급격하게 높아져서 환상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 브랜드를 만났을 때, 환상이 깨지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환상이 현실로 내려와 쓸데없는 충성도가 생기기도 합니다. 런던에서 만난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 그랬습니다.








홀푸드는 미국 오스틴 출신의 유기농 슈퍼마켓 브랜드입니다. 북미 지역에 300여개 매장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영국에 매장을 열고 있습니다. 공격적으로 100여개 정도의 매장을 영국에 오픈할 예정이었는데 불황의 여파로 아직 소수의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홀푸드가 유명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들의 기업문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shareholder(주주)보다 stakeholder(주주, 직원, 파트너, 지역 커뮤니티 등의 이해당사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행복해야 기업은 돈을 벌고 고객도 행복하다는 철학이 기본이 되어, 모든 매장에는 미션선언문뿐만 아니라 '상호의존 선언문(Declaration of Interdependence)'이라는 것을 걸어 놓았다고 합니다.

상호의존 선언문의 주 내용을 쓰려고 보니 '서로 돕고 살자'는 뻔한 내용인데, 공동 회장이라는 Walter Robb은 홀푸드의 기업문화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이 세상의 식문화를 바꾸는 것, 그리고 사랑과 존경을 바탕으로 하는 일터를 만드는 것( No. 1, to change the way the world eats, and No. 2, to create a workplace based on love and respect)" 이라고요. 이것도 뻔한가요? 

그렇지만 주주가치 극대화보다 이해당사자 만족 극대화가 먼저인 이 기업은 여러가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충제와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농산물과 유기농 제품을 지역 농장으로부터 꾸준히 대량 구매해서 그 지역 농장과 지역 경제의 안정화를 돕고, 매년 매출액의 5%를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것, 그리고 신규 사원을 채용할 때 관리자가 아닌 팀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인턴십 이후에도 팀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입사가 결정되는 것은 뻔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임원들의 보상은 회사 전체 평균의 19배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합니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 평균이 400배인 것과 비교해 보면 홀푸드의 임원들은 불만을 가질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기업은 Fast Company에서 매년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에 13년째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습니다. 



홀푸드에 대한 소개는 가장 훌륭한 경영 이론가라고 생각하는 게리 하멜(Gary Hamel) 교수의 책이나,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라는 책에서 그나마 잘 되어 있습니다. 게리 하멜 교수의 저서나 <위대한 기업을 넘어...>는 경영이나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강추하는 책입니다. 메모장을 뒤적여 보니 이런 기록이 남아 있네요. 아마도 이 두 책 중 하나에서 옮겨 적어 놓은 것 같은데, 홀푸드에서는 "비밀은 없다"라는 것을 기업 철학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모든 회계장부를 공개한답니다. 그리고 이 브랜드의 창업자를 두고 한 간부는 "그는 관리자가 아니라 무정부주의자다"라고 말 했답니다. 참 재미있는 브랜드 입니다.

유니타스브랜드에서 마지막 마감을 준비하며 케이스로 다룬 브랜드 중 하나였고 워낙 좋게 소개된 자료를 많이 기억하고 있어서, 런던 사우스 켄징턴 역을 지나다 우연히 홀푸드 매장을 발견하고는 버스에서 뛰어내리다시피 해서 매장 구경을 갔던 기억이 납니다. 첫 날에는 테스코나 세인즈버리, M&S와 같은 런던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 스토어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들 감상에 넋을 놓고 다니다 매장 문이 닫힐 때쯤에야 나왔습니다. 덕분에 런던에 있는 동안은 매주 식료품 사치를 하게 됐습니다. 

이 기업의 철학이고 문화고를 떠나서 테스코의 2배 가격임에도 너무나 예쁜 제품 패키지와 디스플레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스톨에는 공급자나 엠디들의 이름과 사진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서 왠지 더 믿음이 갑니다. 2층의 푸드코트도 괜찮고,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날의 행사를 확인하고 가면 저렴한 행사 상품뿐만 아니라 세계 음식 이벤트, 와인과 치즈를 5파운드에 5잔까지 즐길 수 있는 이벤트 등도 즐길 수 있습니다. 로컬들을 위한 음식이나 요가 등의 강좌도 열립니다. 











홀푸드에 몇번 다녀왔다고 이 브랜드를 정말 알았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밖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내부 사정이 더 중요한 브랜드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소비자가 보기에 홀푸드는 런던에서도 부촌인 첼시 근처나 소호와 어울리는 여피족들이나 갈 것 같은 브랜드입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합니다. 아무리 유기농이 대세고, 모든 농작물이 믿을만한 지역 농장에서 온다 하더라도 비싼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실제로 직원들이 행복해하고 성장하며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했으면 좋았겠지만 적어도 원래 가지고 있던 호감이 유지된 몇 안 되는 '책으로 배운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만약 한국에 홀푸드가 들어오면 어떨까요? 아직 한국이 홀푸드의 단독 매장을 소화할만큼 유기농 시장이 크지 않고, 풀무원의 올가가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코스트코와 스타수퍼에 학습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않을까 합니다. 서울과 경기권의 몇 지역에서는 가능성이 있겠네요. 그렇지만 이들의 기업 철학과 문화까지 옮겨 심기에는 아직 한국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요소가 눈에 띕니다. 인사 시스템뿐만 아니라 꾸준히 제품을 공급해줄 로컬 농장 등도 중요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얼마전 신세계에서 들여왔다는 딘앤델루카(Dean & Deluca)의 성공여부가 궁금해집니다. 이 역시 케이스 스터디로 배운 브랜드인데 어떻게 들어 왔을까요. 이번 주에는 신세계 백화점에 가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