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미래를 찾으라구요?"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벤 스틸러가 나오는 코믹물인데, 밤 사이에 박물관의 전시품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이었던 것 같다.
뉴욕 공립 도서관의 100주년 기념 이벤트 중 하나를 다루고 있는 이 기사를 처음 봤을 때, 장난삼아 '도서관도 살아있다'라는 제목을 달아주고 싶었다. 물론 이 제목이 어울릴만한 매체도 있을 것이다. Fast Company가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오늘은 뉴욕 공립 도서관이 문을 연지 100년째 되는 날이라고 한다. 내가 이 행사를 책임지는 디렉터였다면 무얼 기획했을까? (뻔한 기념식 상상 중... 유명인사, 초대장, 케이터링, 책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 의미있는 선물... 그만! 더했다가는 내 손해임이 분명함)
이 도서관의 디렉터는 게임 전문가를 찾았다. 그리고 'Find the Future at NYPL'라는 제목으로 이런 트레일러를 일찌감치 공개했다.
이미 신청을 받았고, 그 중 500명의 선발된 시민들이 오늘밤 도서관에 갇힌 채 100개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해리 포터가 나올 것 같은 도서관에서 밤을 세워 미션을 수행하는데,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우리 팀만의 답은 책으로 발간 되어서 다시 이 도서관의 책장 어딘가에 꽂힌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어드벤처가 따로 없다.
기사를 처음 봤을 때, 아! 하는 감탄사가 터졌었다. 기획자의 놀라운 아이디어 때문이 아니라, 나도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쥐고 도서관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왠지 조명을 평소 때보다 톤다운 시켜놓고, 다른 한 손에 랜턴을 쥐어 준다면, 더 흥미진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텐데!
이 게임은 내일(5월 21일)부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도 공개된다. 100개의 질문이 무엇일지, 어떻게 게임을 구성해 놓았을지 궁금할 뿐이다.
책은 아날로그의 상징일테다. 그러니 서점이나 도서관 운영자들은 이렇게 변해가는 시대가 얼마나 겁이 나고 애가 탈까. 이런 때에 뉴욕 도서관의 이런 행보는 '멋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고루하고 답답해 보이는 도서관에서 스마트폰으로 역사적인 게임을 하니 말이다.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집단 지성' '대중의 지혜' 이런 것들과도 딱 드러맞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않나.
여러 도시의 도서관들을 돌아 보면서,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참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에 감동하곤 한다. 이 뉴욕 도서관 뿐만이 아니라, 유네스코 창의도시 중 '문학의 도시'인 멜번의 State Library나, 정말이지 박물관을 방불케하는 런던의 British Library는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
더 길어지기 전에, 멜번과 런던의 도서관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 게임을 먼저 시작해 봐야겠다. 글을 쓰는 사이에 벌써 21일이 됐다! 난 뉴욕 도서관에서 어떤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까? 두근.
-함께 해 보고 싶으신 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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