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식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도시에 가면 그 도시의 가로수를 유심히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식물학자 지망생의 눈으로 보건데, 호주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유칼립투스 나무, 핀란드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자작나무 입니다. 위의 사진은 유칼립투스 나무 입니다. 검트리(gum tree)로 더 잘 통하는 이 나무는 호주의 오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내 한복판, 골목 골목의 가로수로도 보입니다. 여러 종이 있다는데 나무껍질이 벗겨지는 종이 가장 멋집니다.
아래는 자작자무입니다. 자작나무의 묘는 자작나무 숲 가운데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하얗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들과 귀여운 잎들이 작은 바람도 이겨내지 못하고 서로 부비며 내는 소리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클림트와 실레의 풍경화에 자작나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이 나무가 보기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들어가서 작업을 하기에도 좋았기 때문일 겁니다. 런던의 테이트모던 앞 마당에 작은 자작나무 숲을 만들어 놓은 것 역시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이 나무에 대한 감사의 의미... 라고 하기엔 너무 멀리 나간 것 인정합니다.
지금 핀란드는 가을이라 자작나무도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Tate Modern, London |
우리에게는 자일리톨 덕분에 유명세를 타게 된 자작나무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몇 가지 중 하나입니다. 핀란드에 들어오면서,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정말 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는지 말입니다. 역시나 아니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일리톨을 미국의 껌 회사로 알고 있었습니다. 자일리톨이 핀란드의 자작나무에서 추출되는 원료라는데 그것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핀란드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대신 어느 핀란드 가정집을 가더라도 맛 볼 수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 전통주라며 따라주는 보드카에서, 핀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라며 건네는 초콜렛과 젤리에서, 아침에 출근하며 입에 하나 넣고 가는 것을 너도 하나 먹어보라며 건네는 사탕에서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미아끼(salmiakki)라고 발음하는 이것은 사탕이나 과자, 초콜렛 혹은 보드카의 형태로 핀란드 사람들의 사랑을 뜨겁게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먹으면 입에서 불이 날듯 뜨겁고 짜서 늘 물 한 잔을 옆에 두고 먹곤 했습니다. 실제로 한 브랜드의 살미아끼 사탕의 봉지에는 타오르는 불이 그려져 있습니다.
살미아끼는 사실 핀란드만의 것은 아닙니다. 북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즐겨먹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코펜하겐에서 전통주라며 소개받고 마신 것도 살미아끼로 만든 보드카였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히 나뉘고,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맛이라고 하는데 마치 호주의 베지마이트(vegemite)와 영국의 마마이트(marmite)가 떠오릅니다. 한국에도 그런 맛의 음식이 있다면 무엇일지 생각 중입니다. 김치가 그럴까요?
핀란드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이것은 충치예방 효과는 없지만, 감기 예방 효과는 있다고 합니다. 롯데가 자일리톨이라는 원료에 스토리텔링을 잘 해서 1조 원대 시장을 들었다 놓았는데, 제약회사들이 살미아끼로 감기약 만들면 어떨까요? 핀란드는 식상하니 노르웨이를 끌고 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는 추운 나라니까요. 아니 꼭 제약 회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과 회사에서 감기 예방 과자나 초콜렛을 만드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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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지 않니? 잘 지내고 있어? ^^
ReplyDelete언니, 저 서울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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