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6, 2011

[brand, inspiration] 프라이탁 레퍼런스(Freitag Reference)의 런칭 캠페인




(website: www.freitag-reference.com)


프라이탁이 작년에 런칭한 럭셔리 라인으로 추정되는 프라이탁 레퍼런스 웹페이지의 모습입니다. 프라이탁 홈페이지의 뉴스 메뉴만 천천히 살펴 봐도 이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데, (이 페이지는 마케터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는 페이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레퍼런스 라인 때에는 얼마나 신났을까 상상이 됩니다.


1년이나 지난 프로모션이었지만, 최근 프라이탁 매장에 갔다가 이들이 만든 신문을 보고는 뒷조사를 좀 해봤습니다. 


이 프로모션은 작년 9월 한 달 동안 이루어졌고, 매일 아침 8시에 팀들이 모여 킥오프 미팅을 하면서 그 날의 인터네셔널 신문들을 모아 놓고, 그들이 생각하기에 좋은 기사들을 고릅니다. 아마도 프라이탁이 지향하는 바와 관련된 기사들로 필터링 됐겠죠. 그리고 그 기사를 공유해서 사람들의 코멘트를 받습니다. 점심 때쯤 이 작업이 마무리 되면 5시까지는 데일리 레퍼런스(The Daily Reference)라는 이름으로 프린트 되어서 취리히의 여러 스팟에 뿌려집니다.


재미있는 건 이 신문이 발행되는 방식이 마치 하나의 퍼포먼스같다는 것입니다. 프라이탁 형제의 스튜디오에 9월 한 달간 1800년대 말에 만들어진 인쇄기를 들여다 놓고, (이 인쇄기는 납으로 된 활자판 하나하나를 손으로 옮겨서 문장을 완성한 후에 찍어내야 합니다), 신문 보이가 직접 거리에서 "신문이요"를 외치며 신문을 나눠줍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21세기 스위스에 19세기를 옮겨 놓은듯 말이죠. 


혹자는 오버스럽다고 말할만한 이런 행동들은 어디서 출발할까요? 일 때문에 경영서적을 읽으며 배운 것들이 많은데, 그 중 아직도 제가 늘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피터 드러커가 말한 '5 WHY'입니다. 무엇이든 5번 '왜'를 물어보면 그 본질에 가까워진다고 합니다. 


전 직장의 상사분 중 한 분은 아이 교육법으로도 이 '다섯 번의 왜'를 활용한다고 하십니다. "아빠, 나 저 장난감 사줘"라고 했을 때, "왜 갖고 싶은데?" "이게 왜 좋아보여? 아빠는 별론데" "그 친구는 그걸 왜 샀대?" 이런 식으로 (다그침이 아니라) 대화를 유도하다 보면 아이가 깨닫든 아이에게 설득 당하든 한답니다. 


아무튼 저는 프라이탁 형제와 대화를 할 수 없으니 혼자서 그 이유를 찾아 봤습니다. 첫번째 의문이었던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난 신문 발행 스타일은 하나의 컨셉이었던 것 같습니다. 


"Like hot meets cold, the new FREITAG REFERENCE line is the meltdown of neo and retro: on one hand inspired by horse messengers of the 1800s, on the other hand initiated and endorsed by contemporary journalists." 


1800년대 말을 타고 소식을 전하던 메신저들과 현대 저널리스트들이 만난 것처럼 네오(new)와 레스토 스타일을 믹스하겠다는 이 문장은 제품 컨셉 부분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컨셉은 비단 제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프라이탁 레퍼런스와 관련된 모든 활동에 흐릅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프로모션 도구 중 왜 신문을 골랐을까요? 그것도 출판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고 그들이 직접 100년도 넘은 인쇄기를 스튜디오에 들여놓고 말이죠. 


"Since 1993 FREITAG has been manufacturing riding on wheels. With FREITAG REFERENCE, we turn to those messengers writing on paper. Messenger comes from message; and today the media are the horse that carries him."


메신저백 덕분에 탄생한 그들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메시지는 그 동안에 바퀴달린 무언가에 의해 옮겨졌는데, 이번에는 다른 말(메신저)에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 봅니다. 메신저는 메시지가 있을 때야 비로소 그들의 존재가치가 빛나는 거니까요. 데일리 레퍼런스를 봐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문장은 "The messenger is the messege"였습니다. 


5번까지 가기엔 힘이 드니, 마지막 '왜'와 대답을 찾았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미디어 중에 왜 신문'이었을까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미디어는 TV프로그램, 영화, 웹페이지 등등 많은데 말이죠. 이 대답을 찾고, '역시, 프라이탁!'했습니다. 


"More than 15 years after we started FREITAG, we finally know what we're about: cycles. We cycle to work. We cycle tarps. And we think in cycles. So our newspaper THE DAILY REFERENCE which we edited from 3th through 30th cycles content"


그들은 일을 시작한지 15년 째가 되어서야 자신들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합니다. 그건 바로 '사이클'이랍니다. 단지 재활용품을 활용하는것 뿐만 아니라 그들은 무언가를 계속 다시 돌아가게 연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메신저, 메시지, 자전거, 바퀴, 재활용품, 실과 바늘... 모두 사이클(순환, 재생, 다시)과 관련되어 있지 않나요? 


그래서 데일리 레퍼런스의 컨텐츠도 온전히 생산하는 게 아니라 '재' 생산합니다. 주요 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오려내서 그 기사에 자신들의 생각을 덧붙여서 재 발행하는 것이죠. 신문은 그 종이 자체를 재활용할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사이클'이라는 그들의 존재 이유와 닮아 있습니다. 


어떤가요? 프라이탁 대변인 같은가요? 그렇지만 브랜드를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을 하면서 느낀 건, 이렇게 여러번 "왜"를 물었을 때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브랜드는 몇 안 된다는 겁니다. 만약 제가 왜를 다섯 번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프레스 용 답변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저는 지갑을 열 의향이 있습니다. 프라이탁이나 탐스슈즈, 로모, 그리고 홍대의 더 페이머스 램같은 카페, 제이미 올리버 같은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생각이 명확한 브랜드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 데일리 레퍼런스는 홈페이지에서 pdf 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매장에서 실제 신문을 한 뭉치 얻어 왔는데, 베를린 떠나는 마지막날 기차 시간 앞두고 서둘러 찍느라 제대로 못 보여드려서 아쉽네요.


Main Picture와 그와 관련된 url을 서너개 골라 놓는 것이 주요 포맷
인테리어 소품이 된 베를린 플래그십 스토어의 데일리 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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