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ate, Turner Contemporary |
다행입니다. 매일매일 캘린더에 그 날의 스케줄을 기록해 놓은 덕에 작년의 오늘에는 터너 컨템포러리(Turner Contemporary)에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야말로 발견입니다.
터너 컨템포러리. 뭔가 범상치 않음이 느껴지시나요? 예, 맞습니다. 영국의 국민화가이자 손꼽히는 풍경 화가인 윌리엄 터너의 이름을 딴 갤러리 입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는 터너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갤러리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터너의 작품을 보려거든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으로 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터너는 생전에 터너 컨템포러리가 위치한 마게이트라는 도시를 종종 방문했고, 이곳 해변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곤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따서 갤러리 이름을 짓고, 상징적으로 그의 작품을 한 작품(제가 방문했을 당시) 걸어 놓고 있었습니다.
작년 4월에 오픈했고, 계절마다 전시를 바꾸며, 영국의 갤러리답게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멤버십 혜택이 꽤 괜찮습니다.
단점이라면,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한 시간쯤 가야 도착하는 도시, 마게이트(Margate)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행기나 유로스타 등이 발달하기 전, 대륙과 통하는 대표 항구도시였던 마게이트는 이제, 뭐 하나 내 놓은것 없는 죽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물론, 터너 컨템포러리가 오픈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갤러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죽은 도시에 현대 갤러리를 오픈하며, 국민 화가의 이름을 빌려와 이름을 지은 것. 생김새도 분위기도 뭉뚱한 이 해변 도시에 유명 건축가와 함께 날카로운 외관의 건물을 짓고, 엣지있는 기획전을 벌이고 있는 것. 덕분에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런칭한지 1년도 안 되어 목표의 두배에 가까운 30만 명의 관객을 유치한 것.
게다가 작년에는 여왕을 방문하게 하고, 지금은 트레이시 에민의 기획전을 열고 있는 것.
도대체 누굴까요?
마게이트와 터너 컨템포러리에 관한 글은 밤새라도 쓸 수 있을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마을, 흥미로운 갤러리, 흥미로운 전시, 흥미로운 동행, 그래서 흥미로운 여행이었다는 주제로 장편 소설도 하나 쓸 수 있을 것 같고, 도시 브랜딩 사례연구 논문도 하나 쓸 수 있을 기세입니다. 그러나 아껴두고 싶네요.
런던에 계신 분이라면 브라이튼 해변이나 옥스포드만 다녀오지 마시고, 마게이트에도 한 번 들러보세요. 올드 타운에 새로운 가게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보면 작년보다 더 놀거리가 많아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갤러리 구경을 하고 기차역에서 왔던 길을 따라 걷다보면 숨겨진 아름다운 해변에도 도착할 수 있습니다.
런던에 계신 분들이 새삼 부럽네요. 윔블던, 올림픽, 테이트 모던 데이만 허스트 전, 터너 컨템포러리 트레이시 에민 전, 사우스뱅크 위의 룸 포 런던... 즐기세요!
그나저나, 데미안 허스트 전은 예약해야만 갈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 본래 걷는 속도의 세 배쯤 되는 속도로 걷느라 제대로 된 사진이 많지 않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도시, 아름다운 갤러리 입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고 들르세요. 홈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