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www.anthracitecoffee.com) |
저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무연탄)' 카페. 무한도전에도 나왔다죠? 역시 좋네요. 커피 맛도, 분위기도, 무엇보다 이들의 모토가요. '재활용, 자급자족, 자립' 이랍니다.
카페에 대한 소개는 아래 글로 대신합니다.
+ [복합문화공간7] 폐공장 재활용, 당인리커피공장 ‘앤트러사이트'
브랜드와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수백개가 존재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것이고, 브랜딩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마트에 가서 1+1 행사 때문에 보통 사던 우유를 사지 않고 A 우유를 산다면 A 우유는 저라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아서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겠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늘 B라는 우유를 산다면 그 우유는 브랜딩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랑을 하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 사람이 마냥 좋습니다. 물론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겠지만요. 그래서 브랜드 이론가 중 하나는 '브랜딩은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에 빠뜨리면 나를 선택하게 하려고 굳이 애를 쓰지 않더라도 나를 찾게 된다는 말이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브랜드는 소비자를 사랑에 빠뜨릴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언행일치입니다. 말한대로 행동하는 것이지요. 요즘 사람들은 기업에 대한 불신감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말한 기업의 미션, 철학대로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찍고, 프로모션을 하는 기업에게 쉽게 호감을 보입니다.
또 애플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애플이 Think Different하겠다고 말하고, 그에 따른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찍고 신제품 런칭 쇼를 하고 매장을 만들고 직원들을 훈련시켰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에 열광한 것입니다. 프라이탁도 '재활용'하겠다는 모토 아래에서 제품도 그렇게 만들고 작은 리플렛 하나까지에도 그 정신을 따르게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앤트러사이트는 브랜딩을 잘 해가고 있지 않나 합니다. '재활용, 자급자족, 자립'이라는 모토 아래에서 공간을 만들고, 커피를 볶고, 직원을 채용하고, 수익을 나누고, 또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기사를 읽어 보시면 알 것 같아요. 말한대로 행동하고 있기에 오늘 길이 차가 없다면 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이 북적입니다.
'지행합일' '언행일치'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하고 그것이 완벽하다면 성스러운 인간, 성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수많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업이 있다면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사실 이 카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울에도 와핑 프로젝트(Wapping Project)같은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였습니다. 공간 재활용은 요즘 공간 구성의 유행이기도 합니다. 수력 발전소를 개조해서 카페겸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는 런던의 와핑 프로젝트, 화력발전소였던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 맥주 양조장이었던 베를린의 문화 복합 공간 컬처 브로어리(Kulturbrauerei), 와인 창고가 변신한 파리의 베르시 공원(Bercy village), 자동차 공장을 개조한 파리의 시트로앵 공원(Park Andre Citroen), 원래는 도살장이었던 파리의 라 빌레트(La Villette) 등 해외 사례도 많이 소개되었죠.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단지 기존의 공장 공간을 재활용해서 변신했다는 공간 구성 컨셉에만이 아니라, 이 조직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심이 갔습니다. 와핑 프로젝트의 아류가 아닌 언행일치를 노력하는 곳 같습니다. '철학의 전략화'라는 말과 어울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홍대에 가면 당인리 발전소 근처로 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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