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ert Park in Melbourne |
'윙윙' 소리에 눈이 떠졌습니다. 부실한 창문을 가지고 있는 방에서 창가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잔 탓에 바람이 심하게 부는 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알버트 파크에서 F1이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알버트 파크에서 알마데일이니,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이렇게 소리가 크면 알버트 파크 근처는 어떨까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친구의 친구가 알버트 파크 옆의 아파트에 살아서 그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맛있는 와인과 치즈를 사 가서 파티를 열었지만, 사실 초대된 사람들은 알버트 파크를 내려다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초대한 친구는 그런 친구들의 마음을 알기에 F1 기간 동안에는 알버트 파크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희생 정신을 발휘하여 우리를 초대한 것이었습니다. 소음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정식 경기 시간 아니더라도 연습하는 차량들 때문에 종일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이제 어느 차종의 소음이 가장 큰 지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F1을 유치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라도 경험하고 나니, 누구를 위한 유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도되기로는 이 엄청난 행사를 유치함으로써 수반되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주요 이슈이지만 그로인한 소음에 관한 이야기는 얼마나 될까요. 된다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을까요. 알버트 파크 근처에서는 친구와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는데도 "뭐라고?"를 연발해야 할 만큼의 소음으로 가득합니다. 소음 공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될 정도입니다.
F1 시즌에는 거의 모든 신문이 이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주로 경기 자체에 대한 내용이지만 최근에는 F1에 대한 회의적인 기사도 상당히 눈에 많이 보입니다. 실제로는 경제적인 효과도 크지 않다고 하네요. 득보다 실이 많아지고 있는 시점이다보니 내년에도 계속 이 경기를 멜번에서 유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로 연방 정부 차원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씁씁했습니다. F1이 가져다 주는 효과가 정말 상당해서 우리 지방 정부의 엄청난 노력 끝에 얻은 결과가 아니라, 먼저 이 경기를 유치한 도시들이 이것이 가져다 주는 부정적인 면을 보고 포기한 권리를 우리가 가져온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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