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슐츠) 회장님께,
안녕하세요, 회장님. 스타벅스 코리아를 열심히 취재하고 좋은 브랜드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래서 이 브랜드에 일정 부분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자로서, 리젠트 스트릿에 새롭게 런칭한 서브 브랜드 스타벅스 리저브에 다녀왔습니다.
소감이 궁금하시죠?
제 앞에 줄을 선 모든 사람이 '카페라테, 카푸치노 혹은 아메리카노'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에 핸드드립 커피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저는 고객이었는데도 왠지 민폐를 끼치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사실 핸드드립 커피인지도 모르고 시켰어요. 저는 스타벅스가 아닌 스타벅스 리저브에 왔으니 리저브만의 커피를 마셔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한 점원이 '조금 오래 걸리는데 괜찮아? 오 분쯤 기다려야 할꺼야'라고 말해주긴 했지만 실제로 주문 후 커피를 받기 까지 20분은 걸린 것 같아요. 선반 아래에 있던 드립기들을 꺼내서 세팅하고, 원두를 꺼내서 갈고, 물 온도를 재서 핸드 드립을 하면서도 바리스타는 라테를 만드느라 동료의 일손을 돕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정성스레 내려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면서, 바리스타들이 다른 손님에 비해 5배의 손은 더 가는 이 커피를 시킨 나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답니다.
하 회장님! 고심스러운건 알겠지만, 뭔가 이번 시도는 썩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 기존 스타벅스와 구분되지도 않고, 그렇게 자랑하신 커피도 특별하지 않던걸요. 파트너들도 따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지도 않은 것 같고, 핸드드립에만 집중할 수도 없는 환경이라 회장님이 드신 그 맛을 고객들은 느낄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쩌면 좋을까요?
전 세계의 커피 문화를 바꾸신 분으로서 뭔가 계속 시장을 리딩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가득 하신 것 알아요. 게다가 매출도 급감하고 있으니 얼마나 조급하실까요? 그렇지만 이번 시도는 2%가 아니라 20% 부족해 보여요. 그냥 테스트였는데 뭘 그러느냐라고 하시면 할 말이 없지만, 정말 그렇다고 하시면 실망을 넘어 신뢰의 문제로 넘어갈 것 같아요.
스타벅스에도 세컨드 사이클이 필요할 때인것 같아요. 무엇으로 그 두번째 사이클을 만들 수 있을까요? 꼭 커피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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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워드 슐츠 회장님에게 이메일이라고 쓰고 싶어졌습니다. 스타벅스 리저브에 다녀와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