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0, 2012

[inspiration] 첼시에서 신발만 보기, 그리고 벵시몽(Bensimon)








20110525, Chelsea, London 

여행자는 생각보다 그리 낭만적이지도 자유롭지도 않습니다. 특히 도시 여행자는 더 그렇습니다. 하루 잘 곳, 먹을 것, 상점 폐점 시간, 내일 갈 갤러리 조사, 생존을 위한 현지인 친구 사귀기 등을 하다보면 내가 이 도시에 온 목적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사실 목적이랄 것도 없지만 하루살이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하루를 살다 잠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공백이 생기면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자리를 잡습니다. 커피를 한 잔 사와서 홀짝거리며 카메라 셔터를 기계처럼 눌러댑니다. 하나의 목표물을 정한 후에 말입니다. 이 방법은 전에 모시던 직장 대표님에게 배운 것인데, 신입 마케터 시절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돌며 사람들을 관찰했다고 합니다. 신발이든, 가방이든, 손에 들고 있는 무엇이든 하나만 정해서요.

이 날의 제 목표물은 신발이었습니다. 런던에서도 부자 동네인 첼시의 사치 갤러리 옆 쇼핑가의 벤치에 자리잡고 이 동네 사람들은 주로 어떤 신발을 신나 구경을 했습니다. 힐을 신고 다니는 이는 가뭄에 콩나듯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에 집중을 하면서 우리 문화와 비교도 하고 최근 트렌드에 대한 추측도 하다보면 생각 보다 꽤 생산적인 시간 때우기가 되곤 합니다. 그리고 의외의 수확을 거둘 때가 많습니다.

당시에는 수확을 거둔지도 몰랐는데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다 보니 벵시몽(Bensimon)의 사진이 찍혀 있네요. 아래 보이는 신발이 프랑스의 국민 운동화라는 벵시몽입니다. 벵시몽이 맞는 발음인것 같은데 주로 '벤시몽'으로 알려져 있는 모양입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많이들 신고 있고, 한국에서는 정재형을 비롯한 몇몇 스타들이 신으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컨버스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데 가격이 저렴하고 누구나 신을 수 있는 편한 신발입니다. 또한 컨버스도 그렇듯 이들의 브랜딩 활동이 눈에 띕니다. 역사로 보자면 100년 넘은 컨버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30여년 동안 이들이 성장해온 길을 보면 많은 브랜드가 참고할만 합니다.

이들의 브랜딩 이야기는 후에 이어 나가도록 하고, 오늘은 이들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벵시몽닷컴(www.bensimon.com/en)을 반년 정도만에 들렀는데, 또 바뀌어 있습니다. 이전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는데, 바뀐 메인 페이지도 벵시몽스럽습니다. 뭔가 오밀조밀 귀여운 이미지입니다.

왠지 모르게 프랑스 브랜드들의 홈페이지들은 마음에 듭니다. 이미 소개한 호텔 코스테(Hotel Costes)의 홈페이지처럼 감각적이고 첫 페이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가 하면 벵시몽의 경우 UX도 잘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다음 번에 벵시몽을 자세히 소개할 때는 오른쪽의 메뉴인 BOOK, ART&DESIGN, LIFESTYLE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미리 홈페이지에 들러 제품과 이들의 활동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것입니다.


+ 프랑스 브랜드 둘
1. 호텔코스테 : 홈페이지(www.hotelcostes.com), 관련 포스팅([brand] 파리의 레몬에이드, 코스테 형제(Costes Brothers)의 코스테 월드)
2. 메르시 : 홈페이지(merci-merci.com), 관련 포스팅([brand] 고맙게 돈 쓰게 만드는 영리한 브랜드, 메르시(mer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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