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뒤돌아 보면 늘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놓지만 그 그림대로 걸어온 흔적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는 제 인생에 브랜드라는 단어가 꽤 비중있게 들어오리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반 브랜드주의자 나오미 클레인의 <노 로고(No Logo)>를 텍스트로 읽으며 공부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것이 그것(브랜드)입니다.
'좋은 영화 추천해 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며 살 줄 알았는데, '좋은 브랜드 책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더 많은 지금입니다. 10년 후에는 또 상상도 못할 질문을 받으며 살기를 기대하며, 브랜드/브랜딩 관련 추천 도서 목록 정리해 봅니다.
'브랜드가 대체 뭔데?' 하는 분들께
브랜드에 대한 정의는 너무나 많습니다. '로고는 아니다'에는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이 생명체같은 개념은 무성생식이라도 하듯 커지고 커졌습니다. 지금도 어떤 학자(혹은 전문가라 일컬어지는 브랜드 실무자자)는 또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더이상 데이비드 아커나 알 리스, 케빈 켈러의 책을 뒤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4D 브랜딩>
최근에는 유럽 출신의 작가들이 쓴 브랜드 서적들이 번역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형이상학적이려면 한없이 형이상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서 비즈니스 관점이 중심에 있는 미국의 책들보다 유럽의 책들이 깊이있어 보입니다. 이 책의 저자 토마스 가드는 스웨덴 출신입니다. 스웨덴이 은근히 브랜드 왕국인것 아시죠? 볼보, 아케아, H&M 모두 스웨덴 브랜드입니다. 이 책의 앞 부분은 브랜드의 개념, 뒷 부분은 자신이 정립한 4D 개념에 맞추어서 사례분석을 합니다. 앞 파트는 브랜드에 대한 (최근 경향의) 개념 정립에, 뒷 부분은 실무자들이 활용하기에 좋은 컨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긍정적 알파 컨슈머를 만드는, 유니크 브랜딩>
위의 <4D 브랜딩>이 가장 낫다고 생각하지만, 쉽고 빠르게 브랜드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이 책이 좋습니다. 유명한 강연자답게 (강연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옮겼는지) 한 챕터, 한 챕터가 아주 잘 읽힙니다. 마치 강연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직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대표님들, 다른 부서분들을 설득하기 위한 브랜드 담당자들에게 추천합니다.
<마켓 3.0>
2010년 브랜딩/마케팅 분야에서 최고로 주목 받은 책이 아닐까 합니다. 책의 내용보다는 무려 경영의 구루로 통하는 필립 코틀러가 썼기 때문입니다. 사실 책의 내용은 위의 두 책에서 이미 주장한 바와 중복됩니다. 그렇지만 '브랜드는 영혼이다'와 같은 류의 주장을 '돈을 벌기 위해 마케팅/브랜딩은 유용하다'와 같은 주장을 펼치던 필립 코틀러가 했다는 데에 모두 놀랐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과거를 부정한 것이니까요. 책은 쉽고 마케팅/브랜딩의 최근 경향을 이해하기 좋습니다.
그 외에는 <브랜드 하이재킹> <브랜드 챔피온> <전설이 되는 브랜드 만들기> 정도가 좋습니다.
무엇이든 제대로 공부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라면
단연코 <뉴패러다임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추천합니다.
장 노엘 캐퍼러라는 세계 3대 브랜드 구루 중 한 분의 저서입니다. 요즘 브랜딩의 대세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개념을 최초로 주장하신 분이라 더 주목받고 있는것 같습니다. 여전히 열심히 개정판을 만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3대 구루 중 가장 브랜드에 대해 완전한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의, 그리고 제 전 직장의 취향이 반영된 판단입니다. 그렇지만 브랜드의 개념에서부터 어떻게 유통, 소비자 접점에까지 연결할 것인지에 대하여 아주 두꺼운 책에 열심히 정리해 놓으셨습니다. 무척 교과서스러운데, 실제로 많은 MBA의 교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꼭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경영에 대한 감을 잡고 싶으시다면,
<경영이란 무엇인가>도 명저지만, 게리 하멜만큼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시적인 사례까지 제시하는 학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의 <꿀벌과 게릴라>는 자칫 제목만 보아서는 편견을 갖기 쉽지만, 굉장히 깊이있으며 쉽게 쓰여진 책입니다. 물론 그 이후의 <경영의 미래>도 좋습니다. 경영학도로서 게리 하멜의 생각 자체가 좋은것 같기도 하군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참 훌륭한 책입니다. 입으로만 해도 되는 '기업 경영'에 대해서 누구도 정량적 자료를 가져다 놓고 '이 자료를 봐, 맞잖아'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바로는 짐 콜린스 연구팀을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그의 팀은 6,000여 개의 기업을 5년 동안 조사해서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대한 기업의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물론, 최근 그의 연구 결과가 드러맞지 않았다는 반론들이 많고, 그 역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도 냈지만, 꼭 그 결과대로 내 브랜드에 적용해 보아야지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책임은 분명합니다.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은 위 책과는 관련 없습니다. 원제도 다릅니다. 출판사의 짐 콜린스 효과를 보기 위한 작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렇지만 최근 경영자들에게 충분히 영감을 줄 만한 책입니다.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에서 기업 경영에 대한 고찰을 담았습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들, 번 돈을 좋은데 쓰고 싶은 기업인들에게 추천합니다. 대다수의 경영자들은 이럴 여유 없다며 싫어할 만한 책입니다.
케이스 스터디용을 찾으신다면,
브랜드 관점을 가진 경영자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면, 스티브 잡스나 리처드 브랜슨의 자서전이 좋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은 읽어보지 않은 터라 말하기 어렵지만 읽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을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물론 오역 논란은 차치하고요. 리처드 브랜슨의 경우 <비즈니스 발가벗기기>나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모두 쉽고 재미있고 영감을 받으며 읽을 수 있습니다.
이케아나 알디, 유니클로 관련 책도 케이스 스터디 용으로 좋습니다. 모두 소비재 브랜드이긴 하지만, 하나의 브랜드 풀 스토리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그중 알디의 경영 전략을 담은 <단순하게 경영하라>를 좋아합니다.
한 브랜드에 대해서 10 페이지 내외의 케이스 스터디를 기대한다면 유니타스브랜드가 좋습니다. 물론 그 호의 주제에 맞게 편집되기 때문에 기사 방향이 읽는 이가 원하는 방향과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담고 있지 않나 합니다. 온라인에서 컨텐츠가 제공되지 않으니 홈페이지나 네이버의 책 정보에서 각 호의 목차를 살피며 케이스 스터디 용 브랜드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 20호를 훌쩍 넘겼으니, 케이스 스터디만으로 200개 브랜드는 족히 담고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에 반감을 가진 분들이라면,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한 권이면 됩니다. 브랜드 중독자였다가 '브랜드 화형식'을 계기로 모든 브랜드와 차단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런던의 닐 부어맨 이야기입니다. 왜 사람들이 브랜드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감정적인 이유에서부터, 브랜드에 대한 어원 및 학자들의 정의 인용구도 얻을 수 있고, 우리에게 브랜드 없는 삶이란 어떨지도 보여줍니다. 닐 부어맨이 직접 말이죠. 아주 흥미로운 책입니다.
조금 더 관심 있는 분이라면 나오미 클레인의 <노 로고>를 추천합니다. 반 브랜드주의를 외친, 그리고 실천하고 있는 저자의 아주 오래된 책이고 아주 유명한 책이죠. 아마 한국에서는 절판된 것으로 압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최근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그녀의 후속작이 나왔더군요. 저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읽어보시고 어떤지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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