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3, 2012

[inspiration] Hard to find. Easy to love., 스톡홀름 마가신3 갤러리에서 만난 안드레아 지텔



'찾기는 어려워도 사랑에 빠지긴 쉬울거야'라고 조근조근 말해주는 작은 갤러리. 스웨덴 스톡홀름의 마가신3(Magasin3)의 첫 느낌입니다. 가이드 북에는 잘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로컬들에게 몇 번 추천을 받고 나서 스톡홀름 최북단으로 올라갔습니다. 사실 스톡홀름은 작은 도시라 최북단이라 해도 서울의 노원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홍대에서 종로 정도의 거리라고 보면 될까요.

특히 위 갤러리 소개 책자의 표지 이미지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마가신 갤러리가 저렇게 생겼다는 것인지, 주위 풍광인지, 도대체 뭘까하는 호기심을 가득 안은 채로 도착 했습니다. 기대가 컸는지 갤러리는 컨테이너 박스들이 여기 저기 놓인 부두 근처 커다란 건물 안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의 이미지는 당시 열리고 있던 전시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전시가 지금도 종종 생각나는,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전시 중 하나입니다. 설치 미술은 한 번 스쳐지나가기 마련인데, 안드레아 지텔(Andrea Zittel)이라는 미국 작가의 'Lay of My Land'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 작은 웨건이 품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하나의 인스톨레이션이 아니라 스토리로 기억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서 안드레아 지텔에 대해서 처음 알았지만, 그녀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티스트입니다.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고, 자기만족도 하며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줍니다. 또한 히틀러와 같은 대중 선동가는 아니지만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하나의 movement를 만듭니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방식의 하나로 놓아 둡니다. '아티스트는 선동가요, 예술작품은 프로파간다다'라는 말을 고요하게 실천합니다. 제게 과격한 급진주의는 맞지 않는지 오히려 이런 담담하고 귀여운 선동가들에게 단단히 마음을 빼앗기곤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웨건들은 안드레아 지텔이 하나의 리빙 시스템으로 만든 집이자 작업실 입니다. 컨셉에 맞는 최소한의 생필품을 전시해 두고 있고, 실제로 지텔은 이 웨건을 사막에 놓아두고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이 전시실에 중계되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 관심이 많은 아티스트로 보입니다.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그리고 사막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실험적 대안들을 연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뒷조사를 시작해야겠습니다.

마가신3 갤러리가 마음에 드는 점이 또 있습니다. 재미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1년 회원권이 매우 저렴하고, 작지만 알찬 도서관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다른 갤러리보다 한 발 앞서 있습니다. 'Lay of My Land' 전만 하더라도 저 웨건을 스톡홀름 근처에 전시해 두고 실제로 아티스트들이 살아보게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모양입니다. 스웨덴어로 된 블로그이지만 이 블로그에는 사막의 작업실 웨건에서 생활하는 아티스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곳에서의 생활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긴 모양입니다. 단지 전시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그럼으로 인해서 스톡홀름의 미술계가 다양해지고 활기넘치게 하는 이들의 기획에 절로 흥이나고, 동시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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