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5, 2011

[culture] 핀란드 사람들은 자기 전에도 살미아끼(salmiakki)를 먹는다




다시 태어나면 식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도시에 가면 그 도시의 가로수를 유심히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식물학자 지망생의 눈으로 보건데, 호주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유칼립투스 나무, 핀란드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자작나무 입니다. 위의 사진은 유칼립투스 나무 입니다. 검트리(gum tree)로 더 잘 통하는 이 나무는 호주의 오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내 한복판, 골목 골목의 가로수로도 보입니다. 여러 종이 있다는데 나무껍질이 벗겨지는 종이 가장 멋집니다.

아래는 자작자무입니다. 자작나무의 묘는 자작나무 숲 가운데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하얗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들과 귀여운 잎들이 작은 바람도 이겨내지 못하고 서로 부비며 내는 소리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클림트와 실레의 풍경화에 자작나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이 나무가 보기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들어가서 작업을 하기에도 좋았기 때문일 겁니다. 런던의 테이트모던 앞 마당에 작은 자작나무 숲을 만들어 놓은 것 역시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이 나무에 대한 감사의 의미... 라고 하기엔 너무 멀리 나간 것 인정합니다.

지금 핀란드는 가을이라 자작나무도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Tate Modern, London



우리에게는 자일리톨 덕분에 유명세를 타게 된 자작나무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몇 가지 중 하나입니다. 핀란드에 들어오면서,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정말 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는지 말입니다. 역시나 아니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일리톨을 미국의 껌 회사로 알고 있었습니다. 자일리톨이 핀란드의 자작나무에서 추출되는 원료라는데 그것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핀란드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대신 어느 핀란드 가정집을 가더라도 맛 볼 수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 전통주라며 따라주는 보드카에서, 핀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라며 건네는 초콜렛과 젤리에서, 아침에 출근하며 입에 하나 넣고 가는 것을 너도 하나 먹어보라며 건네는 사탕에서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미아끼(salmiakki)라고 발음하는 이것은 사탕이나 과자, 초콜렛 혹은 보드카의 형태로 핀란드 사람들의 사랑을 뜨겁게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먹으면 입에서 불이 날듯 뜨겁고 짜서 늘 물 한 잔을 옆에 두고 먹곤 했습니다. 실제로 한 브랜드의 살미아끼 사탕의 봉지에는 타오르는 불이 그려져 있습니다.




살미아끼는 사실 핀란드만의 것은 아닙니다. 북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즐겨먹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코펜하겐에서 전통주라며 소개받고 마신 것도 살미아끼로 만든 보드카였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히 나뉘고,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맛이라고 하는데 마치 호주의 베지마이트(vegemite)와 영국의 마마이트(marmite)가 떠오릅니다. 한국에도 그런 맛의 음식이 있다면 무엇일지 생각 중입니다. 김치가 그럴까요?

핀란드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이것은 충치예방 효과는 없지만, 감기 예방 효과는 있다고 합니다. 롯데가 자일리톨이라는 원료에 스토리텔링을 잘 해서 1조 원대 시장을 들었다 놓았는데, 제약회사들이 살미아끼로 감기약 만들면 어떨까요? 핀란드는 식상하니 노르웨이를 끌고 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는 추운 나라니까요. 아니 꼭 제약 회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과 회사에서 감기 예방 과자나 초콜렛을 만드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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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3, 2011

[culture] 핌스 팝업 스토어(Pimms Pop-up Store)







핌스(Pimms) 원액, 레몬에이드, 민트 잎, 오이, 딸기, 오렌지. 이것들이 필요합니다. 이것들을 적절히 섞어서 핌스라 불리는 칵테일 한 잔이면 오늘 강행군으로 빠져나간 원기가 회복될것만 같습니다. 핌스는 런더너들의 홈 파티에 빠지지 않는 여름 칵테일입니다. 레몬에이드 덕에 상큼 달콤하고 민트 잎와 오이 덕에 심심하지 않은 맛이 완성됩니다. 당분과 알콜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고, 민트와 오이의 오묘한 조화로움에 중독되어서 더위에 지친 오후면 꼭 생각이 납니다.

4년 전에 런던과 관련된 모든 여행책자를 읽으며 출장을 준비하면서도 몰랐던 이 녀석을 알게 된 건 이곳에서 알게 된 친구들 덕분입니다. 윔블던에 가게 되었다고 자랑을 하자, 핌스와 스트로베리&크림은 꼭 먹고 돌아오라기에 장장 5시간을 기다려 경기장 입장권을 구한 후 경기장에 들어가자 마자 핌스를 파는 부스를 먼저 찾았습니다. 기분 탓이었는지 아직도 제가 마신 핌스 중 최고는 윔블던에서 마신 그것입니다. 그 다음은 사우스뱅크의 루프탑이구요. 핌스의 맛을 알게 된 이후에는 맥주보다 핌스를 더 많이 마시지 않았나 합니다. 덕분에 런던을 완전히 떠나던 날 공항에서 핌스를 마시느라 파이널 콜이 울리고서 게이트로 달려갔다는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만난 친구가 농담 삼아서 서울에서 성공할만한 아이템이 있으면 가져와서 사업을 하자고 했었는데, 핌스가 제격이 아닐까 합니다. 마음같아서는 내년 GMF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핌스 팝업 스토어를 열고 싶습니다. 팝업 스토어에서 반응이 좋으면, 트럭을 한 대 사야 할까요? 제 머릿속은 이미 주말마다 페스티벌을 찾아 다니는 핌스 트럭을 명물로 만들 방법을 구상 중입니다. 이 맛을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것은 틀림없고 만드는 법도 어렵지 않으니, 결국 시간 싸움이고 가격 싸움이 되겠네요. 저렴하게 핌스를 대량 공급해줄 공급처를 먼저 찾는 것이 관건이군요. 오래 하지는 못해도 반짝 성공은 보장 합니다. 함께하실 분 여기여기 붙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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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이스트 런던의 사회적기업 카페, 크라이시스 스카이라이트 카페(crisis skylight cafe)





S O C I A L  E N T E R P R I S E

'social'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한국에서는 완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 단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순간, 사회주의, 공산주의, 빨갱이...로 이어지는 연상 작용이 일어납니다. 특히 아버지 세대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효력이 남아있는 덕분에 얼마 남지 않은 서울 시장 보궐 선거에서도 한 쪽에서는 다른 쪽에 빨간 딱지를 붙여서 공격하곤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사회적이라는 이름 대신 '소셜'이라고 영어 그대로 부르는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 기업이라 알려지고 있는 Social Enterprise는 '사회적기업'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social이라는 단어는 완전히 받아들이기에는 껄끄럽고 거부하기에는 대세를 거스르는 것같아 마음 편하지 않은 과도기 단어이기 때문이겠죠.

여행을 시작하기 전 최근 한국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도 조사해 보겠다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생각만큼은 하지 못하고, 안 한것 같습니다.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눈에 보이는 것 위주로 자세히 들여다본 여행에서 많이 보이지 않은 것은 그만큼 (서울에서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 한 이유는 제가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려는 노력, 그러니까 관심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L O N D O N   A N D   U K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사회적기업의 활동은 바로 <빅이슈>입니다. 작년에 한국에도 런칭한 노숙자의 자립을 돕기위한 이 잡지는 많은 도시에서 <빅이슈> 혹은 다른 유사 잡지의 형태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빅이슈>의 고향은 런던입니다. 실제로 노숙자 생활을 하던 존 버드(Johe Bird)가 바디샵의 창립자인 아니타 로딕의 남편, 고든 로딕(Gordon Roddick)과 1991년에 공동창업한 이후에 커다란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덕분에 사회적기업의 성공사례로 늘 꼽히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런던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빅이슈> 외에도 많은 사회적기업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려 6만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전체 고용의 5%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국 정부는 30년 전부터 사회적 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는 정부의 역할을 민간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감당하기 버거운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고 손 내밀자 그러겠다는 착한 시민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여 지금 영국은 사회적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에는 북유럽에 가면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사회적기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스웨덴의 한 친구에게 너희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회적 기업이 뭐냐고 물었었습니다. 국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였기에 당연히 대답을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사회적 기업이 뭐야?'라는 대답이 대신했습니다.

북유럽은 사회주의 의식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작은 사회 문제까지도 이미 국가의 손길이 뻗쳐 있습니다. 덕분에 그 틈을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 파고들 기회가 영국이나 미국, 일본이나 한국보다 적습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한 곳이 영국인 이유, 이름만 들으면 동양인이 이끌 것 같은 아쇼카 재단의 창립자가 미국인인 이유만 생각해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C R I S I S  S K Y L I G H T  C A F E







사회적기업의 천국(?) 영국에서 기억에 남는 사회적기업 중 하나는 이스트 런던에 있는 카페, 크라이시스 스카이라이트 카페(Crisis Skylight Cafe)입니다. 교육을 받은 노숙인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카페이고, 카페의 슬로건이 'Homelessness Ends Here'인 것을 알고 찾아갔기 때문에 이 카페의 이름이 마치 '위기 속의 빛 한 줄기'로 자의적 해석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무슨 기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첫 방문에서는 카페의 인테리어가 생각보다 멋지지도 않고 커피 맛이 썩 괜찮지도 않아서 실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홍대에 있던 오요리(Organization Yori)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오요리 역시 한국에 사는 이주 노동자들이 교육을 받아서 직원으로 일하는 사회적기업이자 레스토랑인데, 맛도 좋고 인테리어도 여느 홍대의 카페나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아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 잘못된 기대를 탓해야 했습니다. 오요리는 레스토랑 자체가 그들의 한국 사회 적응뿐만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래야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니까요. 그렇지만 스카이라이트 카페는 물론 수익을 내야 하지만 그에 앞서 노숙인들의 교육장의 의미가 큽니다. 때문에 훌륭한 커피 맛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인테리어의 경우에도 이케아 비즈니스(IKEA Business)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리노베이션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라니 이 공간의 본질이 카페보다 교육장에 가깝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 이케아 역시 흥미로운 브랜드인데, 참 여러가지 활동을 합니다. 그 중 이케아 비즈니스 홈페이지에서는 이 카페가 이케아에 의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이 링크를 클릭.

이 카페를 카페로 알고 찾아갔지만, 사실 이 카페는 크라이시스 그룹이라는 영국의 오래된 노숙인 재활 자선단체의 활동 중 일부였습니다. 카페가 자리한 곳 역시 크라이시스 그룹 본사의 한켠이었구요. <빅이슈> 역시 '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빵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는 의미에서 박수를 받은 사회적기업인데, 크라이시스 그룹의 역사를 살펴보니 <빅이슈>보다 이전에 그야말로 노숙인들의 '자립'을 위해서 애쓴 흔적들이 보입니다. 그들에게 돈을 던져주고 살 집을 마련하고 먹고 살 준비를 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구하고 일자리를 구하고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B R A N D  G E N E R O S I T Y

파리의 편집 매장 메르시를 소개하면서도 잠깐 이야기 했지만, 요즘은 관대한 브랜드가 인기입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은 관대한 브랜드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브랜드)은 소비자를 속여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하는 탐욕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반대로 기업의 존재 자체 혹은 돈을 버는 방식이 관대한(소비자를 위하는, 사회를 위하는) 브랜드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앞으로 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쇼설 미디어의 발달로 비밀은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명성(transparency)'이라는 단어가 최근 경영계의 화두이며, 위키리크스가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또 한 가지는 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적기업들이 기업이라는 영역에 뛰어든 이상, 경영학 원론 첫 시간에 배운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라는 기업의 범위는 확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들은 '사회 가치 극대화'를 위해 존재하는 사회적기업들을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Oct 13, 2011

[brand] 파리의 레몬에이드, 코스테 형제(Costes Brothers)의 코스테 월드



H O T E L  C O S T E S 

요즘에는 파리에 간다고 누가 호텔 코스테(Hotel Costes)의 바나 부다바(Buddha bar)에 가냐지만 그래도 전설이 된 바를 두 눈으로 확인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성지순례하듯 호텔 코스테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의 호텔 코스테는 청담동의 원스인어블루문처럼 이제 더이상 핫하지 않은 중년의 바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만든 코스테 형제(Jean-Louis Costes and Gilbert Costes)는 지금 어딘가에서 다른 무언가로 우릴 놀라킬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다녀와서 이들에 관한 기사 몇 개를 찾아 보고는 '보통이 아닐 것 같은' 이들에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프랑스어로 limonadiers, 즉 lemonade(레몬에이드)를 뜻하는 이 단어는 음료수 외에 '카페 주인'이라는 다른 의미로 통한다고 합니다. 슬랭이라고 하니 약간은 그들을 깔보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파리의 수많은 레몬에이드 중 90년대 등장해서 파리의 카페 문화를 한 번 들었다 놓은 이들이 바로 코스테 형제입니다. 이들이 만든 카페 스타일은 이제 파리의 카페 클리셰가 되었을 정도니까요.

이들은 단지 카페 주인이 아니라 규모로 보나 새로운 시도로 보나 성공의 정도로 보나, 전략가라 할만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자료에 의하면 파리에 그들이 소유하거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카페나 바, 레스토랑이 40여개에 이릅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레스토랑이나 바의 오픈은 여전히 뉴스거리인 것을 보면 적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호텔 코스테, 퐁피두 센터 옥상의 레스토랑 르 조르주(Le Georges), 몽테뉴 거리 가운데에 유명한 카페 라베뉴(L'avenue), 루브르 박물관 안의 카페 말리(Café Marly) 입니다. 저도 찾아보기 전까지는 이 유명한 카페들이 모두 그들의 것인지는 몰랐어서 알고는 꽤 놀랐습니다. 

이들은 비단 파리의 카페 문화만을 바꾼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문화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것도 과언이 아닐텐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음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의 호텔은 몰라도 이 호텔의 전속 DJ인 스테판 뽐뿌냑(Stephane Pompougnac)의 편집 앨범이자 이 호텔의 바에서 틀던 음악을 모아 놓은 앨범인 '호텔 코스테'는 알고 있습니다. 벌써 15번째 앨범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 흐름을 이끈 것이 부다바인지 호텔 코스테인지 모르겠으나, 이들이 자기 바의 이름을 단 앨범을 성공시킨 후에 전 세계적으로 라운지 음악이 유행한 것은 물론이고 많은 브랜드들이 그들의 이름을 단 편집 앨범을 냈습니다. 대부분은 프로모션으로 고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앨범이었지만 호텔 코스테나 부다바는 그 앨범 수익금만해도 엄청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400만 장 이상 팔렸다고 하니까요.


C O S T E S  B R O T H E R S 


코스테 형제는 '브랜드 확장'이라는 이론은 모를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미 벌써 예전부터 브랜드 확장을 실행에 옮겨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호텔 코스테로 만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음악 앨범에, 레스토랑에, 향수에, 꽃 가게에, 심지어 짐 가방에 옮겨 놓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한 이들이라지만, 2000년대 초반 그들이 한창 성공가도를 달릴 때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발견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예상대로 그들은 스스로를 미식가 혹은 커피 애호가, 디자인홀릭이 아니라 '장사꾼'이라 여긴다는 점입니다. 장사꾼이라는 말이 적당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마케팅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파리를 집어 삼킨 형제(The Brothers Who Ate Pari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억에 남은 한 대목은 이런 내용입니다. 


코스테 형제는 굉장한 음식 맛으로 사람들을 놀라킬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장 루이 코스테에 의하면 호텔 코스테 레스토랑의 요리는 (유명한 쉐프나 최신 트렌드의 음식이 아니라) 여성을 위해 디자인 된다. 그의 말처럼 모든 식사는 남성이 여성에게 "셰리, 오늘  저녁식사는 어디에서 하고 싶어?"라는 질문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복잡할 것 없이 단지 여성의 취향을 만족시키면 된다고 말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없는 파리는 다른 이야기를 가진 도시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동생인 질베르 코스테는 자신들이 관여하는 카페나 레스토랑의 운영은 철저히 개인에게 맡기지만 마케팅은 또 다른 문제라고 밝힙니다. 


이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서 구글을 뒤지다보니, 이들 덕분에 스타가 된 인물이 또 한 명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입니다. 처음 코스테 형제가 그에게 카페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길 때에는 그는 이름없는 디자이너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바라고 하면 그것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었을 정도인데 말입니다.

데이비드 린치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꾸미는 사람들을 보면 뒷조사가 시작되고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또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발견됩니다. 이들의 실타래는 꽤 길고 튼튼해서 풀어도 풀어도 무언가가 계속 따라나옵니다. 데이비드 린치, 코스테 형제 외에도 모노클의 테일러 브륄레, 한국에는 현대카드가 그렇습니다. 더 있을텐데 지금 떠오르질 않네요.





H O T E L C O S T E S . C O M




오늘은 호텔 코스테 홈페이지 첫 화면을 삼십분쯤 보고 있었습니다. 8가지 정도 버전의 화질도 별로인 동영상들입니다. 새로고침을 하면서 보면 랜덤으로 보여지는 영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8가지 버전 중, 몇 가지는 남성분들을 위한 서비스 버전으로 봐도 무색하니 열심히 새로고침을 눌러 보세요. 인간은 누구나 관음증 환자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날 정도로 우리 모두의 관음증을 자극하고 만족시키며, 동시에 자신들이 하는 일과 지향하는 바(스타일, 이미지, 컨셉)를 보여줍니다. 참 감각 좋고, 영리한, 장사 잘하는 형제입니다.








Oct 10, 2011

[brand] 고맙게 돈 쓰게 만드는 영리한 브랜드, 메르시(merci)

http://merci-merci.com/




스토리텔링 전략에 성공한 브랜드라고 한다면 아마도 고객들이 "너 그거 알아?"라며 친구에게 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너 그거 알아?"로 시작하려면 친구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여야 할테고, 기왕이면 깜짝 놀랄만한 그러니까 기존에 없던 이야기면 더 좋습니다. 게다가 반전까지 있다면 최고의 스토리텔링이겠죠. 


제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는 이렇게 스토리텔링에 성공한 파리의 컨셉 스토어 '메르시(Merci)'입니다. 제가 친구에게 말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이제 콜레트(Colette)의 시대는 끝났잖아. 콜레트 덕분에 컨셉 스토어라는 개념이 서울에서도 흔해졌지만, 이제 누가 파리 갔다고 콜레트 구경가겠니? 그런데 그거 알아? 마레에 요즘 괜찮은 컨셉 스토어가 하나 생겼대. 좀 찾기는 어려운데, 가면 이브생로랑이랑 스텔라맥카트니 같은 브랜드들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그 디자이너들이 메르시에만 싸게 공급하나봐. 퐁푸앙 알지? 헐리웃 셀러브리티들의 아이들이 입는다는 프랑스 아동복 있잖아. 그 브랜드 창업자 부부가 퐁푸앙을 팔아버리고 메르시를 런칭했대. 돈은 벌 만큼 벌었다는 건지 메르시에서 나는 수익금 100%를 기부한대. 그들이 퐁푸앙을 경영하면서 마다가스카르 아이들하고 미혼모들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는지 알았다나? 그래서 그들이 학교를 다니고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데 쓰여진대. 그래서 이름이 '고마워(merci)'인가봐."


"정말?"


"아니..." 


사실 이름이 '메르시'인 이유는 그들의 프로젝트에 함께해 준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에게 '고맙다'고 말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메르시의 창업 정신에 동참한 많은 브랜드들이 메르시만을 위한 제품을 공급합니다. 물론 시중의 제품과 똑같은 제품을 더 싸게 팔면 상도에 어긋나는 일이니, 특별한 라인을 만드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디자이너들의 특별 라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타 편집 매장처럼 생활 소품부터 옷, 향수, 악세서리 등 없는게 없습니다. 그 중에는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도 있고 이름 모를 아티스트의 작품도 있고, 카렌다쉬 펜 같은 공산품도 있습니다. 


먼저 매장 입구와 안 사진입니다. 

















매장도 매장이지만, 메르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카페입니다. 주소를 들고 찾아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도 카페입니다. 문 사이로 난 두 개의 카페 사이로 들어가거나 오른쪽에 있는 북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매장으로 연결 됩니다.


어떻게 이 많은 중고 서적을 모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들이 빼곡합니다. 물론 불어 책이 대다수지만 사진집이나 그림집은 문제 없으니, 커피나 레몬에이드 한 잔 시켜 놓고 한 숨 돌리며 쉬기에 좋습니다. 물론 사람 구경도 빼 놓을 수 없구요.











실제로도 상당히 멋집니다. 그러나 메르시가 저와 친구들을, 그리고 많은 매체들을 놀라킨건 그들의 멋진 공간 구성(연출) 능력이나 엄청난 양의 중고 예술 서적이나, 카페의 맛있는 레몬에이드나, 혹은 30% 정도나 싼 이브생로랑의 자켓이 아닐 것입니다. 바로 수익금의 100% 기부라는 부분입니다. 


매출의 1%를 기부한다거나 페어 트레이드를 하고 있음을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붙여 놓고 장사를 하는 많은 기업들을 우습게 만드는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정말 단순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마음일까요? 아무리 관대한(generous) 브랜드가 트렌드라지만, 그리고 운영비가 얼마나 드는지는 의문이지만, 이런 극단적으로 관대한 브랜드를 보고 나니 왠지 의심이 듭니다.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기업이라고 말하지는 않는 이들의 속내가 몹시도 궁금하지만, 그래도 내가 쓰는 돈을 가치있게 다시 써 준다니, 덕분에 쇼핑에 대한 죄책감에 대한 핑곗거리를 만들어주니, 참으로 똑똑한 브랜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같아도 파리지앵들에게 사랑받는 향수를 다른 병에 담아서 더 싸게 판다면 메르시에서 그것을 살 것이고, 백화점이나 로드샵에도 있는 에이솝 클렌저를 메르시에서도 판다면 기왕이면 커피 한 잔 하러 갔다가 메르시에서 살 테니까요.

덕분에 메르시는 경쟁이 치열한 파리의 컨셉 스토어 중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베를린에 가면 '클럽'에 가 보라고 하듯, 파리에 가면 '컨셉 스토어'에 가 보라고 합니다. 로컬들의 추천이 아니더라도 최근에 나오는 여행책자들도 그렇습니다. 그 도시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니까요. chic, fashionable, trendy하다는 파리지앵인 만큼 그들 스스로 자신들이 안목에 자부심을 가지고 전 세계에서 자기 취향에 맞는 제품들을 모아 놓은 곳이 컨셉 스토어 입니다. paris concept store로 검색하니, 이렇게 줄줄 나오네요.

Paris – Auguste, 10 Rue St. Sabin, 75011 Paris
Paris – Colette, 213 Rue Saint-Honoré, 75001 Paris
Paris – Hotel Particulier, 15 Rue Léopold Bellan, 75002 Paris
Paris – Le 66, 66 Champ Elysées, 75008 Paris
Paris – L’Eclaireur, 10 Rue Herold, 75001 Paris
Paris – Merci, 111 Boulevard Beaumarchais, 75011 Paris
Paris – Spree, 16 Rue de la Vieuville – 75018 Paris



컨셉 스토어 카테고리에서도, 기업이라는 카테고리에서도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브랜드가 더 궁금해 져서 찾아보니, 이미 패션 비즈에서 인터뷰를 했었네요. 여기 링크가 있습니다.

쇼핑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 까지는 좀 거창한것 같지만, 참 똑똑한 브랜드임은 틀림없습니다. '엄친 브랜드'랄까요. 동시에 또 하나의 엄친 브랜드를 만든 이들이 생각납니다. 호텔 코스테로 유명한 코스테 형제말입니다. 코헨 부부와 코스테 형제, 이 둘이 돈을 버는 방식은 좀 다르지만 전 세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인 건 사실입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파리로 시장 조사를 떠나서 코엔 부부의 컨셉 스토어를 돌고 코스테 형제의 가장 쿨 하다는 카페나 바에 들르니까요. 







[travel] 공짜 잠 자며 여행하기,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하세요




지금 저는 카우치 서퍼(couch surfer)입니다.


남의 집의 쇼파(couch)를 찾아 헤매는 떠돌이 여행자라는 말입니다. 카우치 서핑을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말에 한 여행 책자를 통해서 였습니다. 여행을 떠나오기 직전에 회원가입을 하고, 진정한 카우치 서퍼가 된 지는 이제 한 달도 채 안 됩니다. 서구권의 친구들은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는 것이 흔한 일인데, 우리에게는 덜 알려진것 같습니다. 카우치 서핑이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으니까요. 


+ 또 하나의 공짜 숙소, 스톡홀름의 크리에이터스 인(www.creatorsinn.com)은 자신들의 컨셉을 '카우치 서핑'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스웨덴 여행을 준비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포스팅도 참고하세요. 


카우치 서퍼가 되는 법은 간단합니다.


카우피 서핑(www.couchsurfing.org)이라는 사이트에 가입한 후, 여행 계획에 따라 도착할 도시에 사는 멤버에게 재워 줄 수 있느냐는 요청 메일을 보내고 답신이 오면 그 집에서 서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습니다. 대신 그 친구든 다른 카우치 서퍼가 한국에 여행을 오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일종의 상도로써) 어떤 식으로든 호의를 배푸는 일종의 여행자 커뮤니티입니다. 어떤 친구들은 하나의 프로젝트라고도 말합니다.


비슷한 사이트로 호스피탈리티 클럽(www.hospitalityclub.org)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입할 당시에는 카우치 서핑이 소액의 기부금을 내면 확인된 회원(verified member)으로 인정해 주는 한 단계 더 까다로운 절차가 있어서 카우치 서핑에 가입했습니다. 아무리 공짜라도 얼굴도 모르는 남의 집에 가서 잠을 자거나 잠을 재워주는 것은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보니, 제 신뢰도를 조금 더 높이고 저 또한 그런 확인된 회원들의 집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행 중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카우치 서퍼가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위 사진이 지금 제가 머물고 있는 집 입니다. 운이 좋아서 호텔 수준의 거실을 혼자서 쓰고 있습니다. 대부분 젊은 친구들의 플랏에 매트리스를 하나 깔고 자기 일수였는데 어쩌다 이번에는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단지 공짜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에 카우치 서핑을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로컬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자는 집, 먹는 밥, 출퇴근 모습, 주말 휴식 법 등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 나라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녁 식사로 서로의 전통 요리나 전통 술을 나눠 먹으며  음식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요즘 이 도시에서 유행인 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 듣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언제든 이해가 안 되는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구글에 물어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카우치 서퍼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카우치 서퍼들은 이런 보이지 않는 배려를 CS 정신(Couch Surfer spirit)이라 부릅니다.


프로필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프로필을 성심성의껏 잘 쓰고, 상대의 프로필도 꼼꼼하게 읽으세요. 프로필을 정성스레 쓴 사람은 그만큼 카우치 서핑에 진지한 사람이니 믿을만 하다고 봐도 됩니다. 당연히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구요. 저 역시 처음에는 칸 채우기에 급급했다가 여러 사람들의 프로필을 읽어보고 여러 번의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실제로 만나보면 제 프로필을 보고 '재워줄만 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이 집에서 잘만 하군'이라고 생각한 친구들에게만 메일을 보냈습니다.


요청 메일이 두 번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 10월에 헬싱키 가는데 재워줄래?"라고만 메일을 보낸답니다. 정확한 날짜도 말하지 않고, 자기 소개도 하지 않고요. 저는 덴마크에서 거절 메일을 받거나 답신조차 없던 경우가 허다해서,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왜 그 나라에 가며 왜 너희 집에서 머물고 싶은지 구구절절 썼더니 회신률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덕분에 헬싱키에서는 거의 호스텔이나 호텔의 도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2~3일에 한 번씩 이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헬싱키 시내뿐만 아니라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제는 부천, 오늘은 삼청동, 내일은 분당에서 자는 기분입니다.


공짜는 없습니다.
단지 공짜 숙소만 원한다면 카우치 서핑을 권하지 않습니다. 물론 잠만 자고 가길 원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나중에 아시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그러니까 품앗이 개념의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작은 선물이든 한국식 저녁식사든 무엇이든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애국심과 거리가 먼 저조차도, 제 행동 하나로 이 친구들이 한국 전체를 판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아서 작은 것에도 항상 신경을 쓰게 됩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만드세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만들라고 카우치 서퍼들은 서로에게 조언합니다. 언제든 불안한 느낌이 들면 그곳을 떠나고, 무엇보다 프로필과 레퍼런스를 잘 챙겨 읽고, 그 집에 머물기 전 메일을 여러번 주고 받고 등등, 홈페이지의 가이드 라인도 꼼꼼하게 읽어야 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이 사이트가 유명해지다보니 단지 데이트를 원하는 친구들도 많이 가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성 친구의 집에서 머물게 될 경우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겠죠. 그런데 너무 걱정은 마세요. 제 경우에는 검색 조건을 여성 혹은 커플, 그리고 연령대도 좀 높게 설정해서 검색을 한 덕에 항상 맘씨 좋은 친구들을 만나 왔는데, 스웨덴에서 만난 타이완 친구는 한 명 빼고 모두 이성 친구의 집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물론 만족스럽게요.


좋은 레퍼런스를 쌓으세요.
그냥 여행 중에 만나서 차 한 잔이나, 파티 초대나, 맥주 한 잔을 했더라도 서로에게 레퍼런스를 남겨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일종의 신뢰도 역할을 하는데, 그 친구를 만나고 난 후 긍정적, 부정적 혹은 중립의 참고 멘트를 남깁니다. 이렇게 레퍼런스 기능이 있다보니, 이 사이트가 꽤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내가 실수하면 상대가 나에게 네거티브의 레퍼런스를 남길테니 최대한 예를 갖추게 됩니다. 그래서 프로필 다음으로 많이 읽는 것이 상대의 레퍼런스 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처음입니다. 아무런 레퍼런스가 없을 때에는 상대도 나를 덜 신뢰할테니 카우치 서핑이 어렵습니다. 그러니 초반에는 좋은 레퍼런스를 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영어를 잘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언어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제 경우는 메일에 이미 제 영어가 완벽하지 않음을 말 해 놓고, 부족한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할 만한 준비를 했습니다. 음식이 가장 좋은것 같습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먹으며, 먹은 그릇을 정리하며 꼭 말이 완벽히 통하지 않더라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백설에서 나온 불고기 양념이 전 세계 아시아 마트에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불고기, 샐러드, 계란말이, 약간의 김치가 늘 제 메뉴였는데 늘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호스트가 채식주의자일 경우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비빔밥이 좋다고 합니다.


Stockholm, Asa, Korean food, Bulgogi
Stockholm, Ann and Vilma, Swedish traditional snack, Chocolate ball
Helsinki, Mari, Ordinary dinner, Greek salad and meat pie
Helsinki, Taina, Ordinary breakfast



이 사이트가 언제까지 잘 유지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온 메일에 의하면 이 비영리조직이 어느 큰 회사에 팔린 모양입니다. 창업자인지 새로운 주인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메일이 왔는데, 기존의 CS와 달라질 건 없다고 말합니다. 언제나 사람이 모이면 자본이 탐을 내고, 그렇게 팔려간 것들은 본래 색깔을 잃어 왔습니다. 여기에도 자본이 들어왔으니 곧 무엇 하나라도 변하기 시작할테죠. 그러니 곧 여행갈 계획이 있다면 서둘러 카우치 서핑에 가입하세요. 






[brand] 스웨덴 브랜드 Elvine가 사는 법, 그리고 스톡홀름의 특별한 호텔(Creators Inn)

사진: www.creatorsinn.com


여행이 길어지면 유독 '공짜'에 예민해 집니다. 구글 창에 그 도시 이름과 'free'라는 키워드를 동시 입력하기는 예사입니다. 이 브랜드를 알게 된 것도 한 사이트를 구경하다가, '공짜 호텔'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여기 크리에이터스 인(www.creatorsinn.com)은 Elvine라는 패션 스웨덴 브랜드가 제공하는 호텔 인 호텔입니다. 이 브랜드가 기존 호텔의 방 몇개를 빌려서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그 방을 빌려줍니다. 스칸딕(Scandic hotel)도 그 중 하나의 호텔인데, 이 정도면 별 4~5개 될 것 같습니다. 그 숙박비는 파트너십에 의한 협찬인지 이 브랜드가 대신 지불해 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때의 '고객'이 중요하겠죠. 무엇보다 나도 그 '고객'에 해당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들이 말하기로는 스톡홀름을 방문하는 '크리에이터(creator)'에게 빌려주며, 그 크리에이터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고 말합니다. 또한 외국인일수록 우선순위가 높답니다.  

좀 둘러보니, 자신들을 홍보해 줄 영향력자를 크리에이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시대에 누군들 창작자가 아니겠습니까. 꼭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작곡을 하거나 하지 않아도, 이렇게 블로깅을 하는 것도 하나의 창작활동이니까요. 유명할수록,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뽑힐 확률이 높지 않나 합니다.

아쉽게도 2011년은 쉽니다. 그러니 내년, 2012년에 스톡홀름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이 호텔을 노려보세요. 신청서에 '내가 당신들에게 줄 수 있는 것'만 잘 노출시키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분명 아시아 시장도 노릴테고, 아시아에서 서울은 영향력있는 도시니까요.

이들이 재워주겠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또 앞선 고민이 듭니다. 만약 공짜로 묵고 나서 도리상 홍보 활동을 하려는데 이 브랜드가 별로면 어쩌죠? 그래서 또 홈페이지를 좀 열심히 들여다 봤습니다. 그냥 패션 브랜드군요. 

그런데 참 '열심히'인 브랜드구나 싶습니다. 스웨덴에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있습니다. 북유럽에서는 코펜하겐 패션위크가 가장 유명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패션 회사들은 스웨덴에 더 많지 않을까 합니다. H&M만 해도 스웨덴 회사고, H&M이 다른 이름으로 거느리고 있는 스핀오프 브랜드만 해도 Cheap Monday(진 브랜드), COS(고급 라인)가 있으니까요. 그러니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들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주목받기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이 경쟁에서 살아 남고자, Elvine라는 브랜드는 자신들의 스토리텔링에도 열심입니다. 자신들의 오리진을 찾기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 작은 소도시, 세계 2차 대전 등등 많은 요소들을 끌고 왔습니다. 그런데 뭐 큰 감흥이 없는 걸 보니, 이것 역시 요즘 브랜드들이 커뮤니케이션 트렌드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크리에이터스 인은 조금 신선한 소통 방법인것 같습니다.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살펴보아야겠지만, 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은 충분히 느껴집니다. 요즘 커뮤니케이션 트렌드 중 하나가 아티스트들을 끌어들이는 것인데, 이 트렌드에도 발을 담그고 있네요. 

얼마 전 소개한 리빙 아키텍처도 예약의 우선순위가 아티스트(저널리스트, 포토그래퍼 등) 였습니다. 이들의 활용가치가 높아진 시대라는 말이겠죠. 

아티스트가 되어야겠습니다. 제3의 결론으로 마무리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