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5, 2012

[culture] 태양을 피하지 않는 방법

LSE, London
Metropolitan, London 
Metropolitan, London
Commercial bar, London

이 사람들, 왜 이러는 걸까요? 

런던에서는 길을 걷다가 종종 이런 풍경을 마주하곤 합니다. 한 곳에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 있습니다. 주변은 한적하고 그 곳에서 파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 있기도 하고 바닥에 앉아 있기도 합니다. 런던정경대(LSE) 캠퍼스 안이든, 소호 한 가운데든, 외진 이스트 런던이든, 노팅힐같은 주택지의 골목 안이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곳들은 펍(pub) 입니다. 영국인들이 가장 수다스러워진다는 그곳 말입니다. <영국인 발견>이라는 책의 한 챕터는 영국인들의 펍 문화에 대해 재미있게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영국인에게 펍의 의미, 펍에서 술 사기 룰, 대화의 룰, 단골 손님 문화 등은 관광객이 꿰뚫어 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왜 이들은 펍 안에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나와서, 그것도 자리도 없이 서서 맥주를 마시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먹고 마셔야 대접받는다고 느끼는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영국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날씨' 때문이랍니다. 영국인은 그들 특징의 많은 부분을 날씨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저도 그 외의 답은 못 찾겠습니다. 대화의 시작도 늘 날씨 이야기입니다. <영국인 발견>에서도 아마 초반 챕터에 날씨와 영국인다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비, 으스스한 겨울과 봄 가을, 부족한 일조량 덕분에 이들은 '해 뜬 날'에 열광합니다. 영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프랑스, 독일, 북유럽의 국가들 모두 그렇습니다. 영국 잡지 <모노클>에서 한 도시를 소개할 때 '일 년 중 해 뜬 날'로 그 도시를 설명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여러 도시를 다니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새삼 '환경, 특히 기후'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의무교육과정 중 사회 교과서 첫머리에서 읽은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하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히 여기지만 단지 이 땅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누리고 있는 것들이 상당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래 사진사럼, 날씨 좋은 날이면 공원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이제 더이상 이국적이라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필요에 의한 것이겠죠. 최근 읽은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의 안정을 향한 우리의 열망에 대답하기 위해서 서양의 소비 사회는 지난 50년 동안 일광욕의 개념을 정립해 왔다'

Berlin



5 comments:

  1. 우연히 들렸는데, 사진 글 모두 넘 조아요~
    특히 일광욕 사진 넘 조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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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분도 좋아지고, 힘도 나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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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런던에서 공부하고있는 학생인데 정말 공감가요 ㅋㅋㅋㅋㅋ
    펍밖에서 굳이 서서 술을 마시는 영국인들을 보면서
    도대체 왜...?라고 항상 생각하거든요 ㅋㅋ
    사진도 너무좋고 글쓰신것도 너무 좋네요. 자주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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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참 마지막 베를린사진 뭘로 찍으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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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사합니다.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었어요. 아이폰의 푸딩카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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