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2, 2011

[travel] 새 도시에 도착한 장기 여행자를 위한 몇 가지

Tegel Airport in Berlin


여섯 번째 도시, 베를린에 도착했습니다.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뉴욕과 런던 대신 선택하는 도시라는 이 곳에서 한 달을 머물 예정입니다. 그런데 파리에서 이곳으로 넘어오면서 사전 조사는 커녕,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방법도 검색하지 않고 와 버렸습니다. 방을 빌려주기로 한 친구가 공항에 나오기로 한 덕분이지만, 여행이 길어 질수록 '준비'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네요.


좋게 생각하면 새 도시에 적응하는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해요. 저는 새 도시에 도착하면 먼저 이런 것들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여행 초반에 집중해서 신경을 써 놓으면, 무작정 발품을 팔지 않아도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어요.


1. 인포메이션 센터
가장 먼저 공항 인포메이션에 가서 그 도시의 지도를 얻습니다. 보통은 지도만 주지 않죠. 갖가지 여행 가이드 자료를 함께 받고 나면 든든합니다. 공항에서 숙소 가는 길에 그 자료를 훑어보면 이 도시의 커다란 모양새와 관광지는 대부분 파악 가능합니다. 어디에 관광객이 많고, 어디에 로컬들이 많을지 정도는 구분이 되기도 해요.


+ 멜번에는 페더레이션 스퀘어에 있는, 런던에서는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밀레니엄 브릿지 가는 길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좋습니다.


2.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숙소에 도착하며, 와이파이를 연결하죠. 적어도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과 유럽에서는 무료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이 굉장히 굉장히 드뭅니다. 아무튼 와이파이가 연결되면, 앱스토어에 접속해서 그 도시의 이름으로 어플리케이션을 검색합니다. 지도나 대중교통 맵, 간단한 여행 가이드 등을 받아 놓으면 유용해요.


+ 도시별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한 곳
- 멜번 : 공공 도서관(State Library, City Library), 맥도널드, 마켓레인(Marker Lane)을 비롯한 소수의 카페(패스워드 확인 후 가능)
- 런던 : 스타벅스(스타벅스 카드를 한 번만 사서 등록하면 언제나 무료), 애플스토어(아이폰 유저의 경우)
- 파리 : 맥도널드(로그인 페이지에서 D'accord 클릭 후 사용 가능)
- 베를린 : 스타벅스(로그인 페이지에서 connect 클릭 후 사용 가능), 소니 센터(로그인 페이지에서 두개 박스에 동의 체크 표시 후 사용 가능), 그외 불특정 다수의 지역


3. 트위터 업데이트
시간 여유가 생기면 트위터에 접속합니다. 역시 그 도시의 소식을 알려주는 트위터를 검색해요. 교통 소식, 날씨 소식, 파업 소식, 축제 소식, 맛집 소식, 파티 소식 등을 알려주는 고급 트위터 계정을 다섯 개 정도만 찾아 놓으면, 매일 '오늘 뭐하지!?'를 고민하거나, 일정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당황할 일이 줄어 듭니다. 게다가 이 트위터 계정을 찾다 보면 괜찮은 사이트나 블로그도 자연스레 발견됩니다. 그 사이트들을 북마크해 놓고, 틈틈히 들여다 보는 것도 재밌어요. 하지만 문제는 괜찮은 트위터 계정을 확보해 놓더라도 거리에서 인터넷을 쓸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아침에 나갈 때 업데이트 된 트윗들을 다운 받아 놓고, 나가는 길이나 버스, 지하철 안에서 그것들을 체크합니다.


+ 유용한 사이트


- 멜번 
thethousands.com.au/melbourne/ 월페이퍼 시티 가이드 멜번 편을 담당한, 스완스톤 거리의 유명한 타이 레스토랑 Cookie의 사장이기도 한, Barrie Barton가 이끄는 시티 가이드. 
www.broadsheet.com.au/ 멜번의 트렌드와 문화를 소개하고 이끄는 무가지. 멜번의 새로운 샵들을 발굴해서 알려주는 유용하고 흥미로운 사이트. 


- 런던 
now-here-this.timeout.com/ 너무도 유명한 시티 가이드 시리즈 타임아웃에서 운영하는, 타임아웃보다 빠르고 재미난 사이트. 참고로 런더너들은 타임아웃에 소개되면 '쿨하지 않은'으로 간주한다고 함.
londonist.com/ 잘은 활용하지 않았지만, 타임아웃만큼 많은 정보가 잘 정리된 사이트.


- 더블린 
www.culturefox.ie/ 홍보가 아주 열심히 되고 있는 사이트. 정부 기관의 펀드를 받은 덕분에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는 듯. 카테고리 별로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음. 무료 app도 함께 운영.
www.dnote.info/ 역시나 정부 기관의 도움이 있지만, 개인이 운영을 하고 있는 듯. 컬처폭스보다 Art에 초점이 맞추어진 사이트. 디노트(dnote)에서 만든 관광용 더블린 지도가 매우 유용함. 무료 app도 함께 운영.


- 파리 
www.60by80.com/paris/ 불어가 아닌 영어로 채워지는 파리 관련 사이트는 귀함. 발견한 영어 사이트 중 가장 쿨한 사이트
www.secretsofparis.com/ 사이트 이름에 낚여서 들어가서 디자인에 실망했지만, 정보는 가장 알참.
10daysinparisistheshit.tumblr.com/ 사진 구경만 해도 재미있는, 클럽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핫스팟 정보가 가득한 사이트.



4. 현지 서점/도서관
여행을 하면서 진짜 궁금한 것들은 대부분 책에서 찾게 됩니다. 이를테면, '왜 멜번 사람들은 카페 문화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왜 런던에는 직선 도로가 드물까?'하는 것들이요.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도시의 문화나 역사에 관한 책들을 뒤적이다 보면 그 답들을 만나곤 합니다. 꼭 어떤 책이 아니더라도, 론리 플래닛의 처음 몇 페이지(역사, 문화 등을 다룬)만 읽어도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또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를 보며 이 도시의 사람들이 어디에 열광하는지 상상해 보기도 하고, 월페이퍼 시티 가이드를 보며 이 도시에서 럭셔리 여행을 한다면 어디에 갈 수 있을까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발견한 아주 좋은 책이 있는데, <Free and Dirt-Cheap> 시리즈예요. 한 도시에서 '공짜이거나 더럽게 싼' 모든 것을 모아 놓았어요. 공짜 공연, 강습, 행사나 저렴한 숙소, 맛집 등의 정보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득합니다.


5. 현지 친구 사귀기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인을 친구로 두는 거예요. 궁금한 것들을 바로바로 물어 볼 수 있고, 그들이 그 도시를 즐기는 방법을 엿볼 수도 있으니까요. "네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데려가달라"는 한 마디면 인터넷이나 여행책에서 찾을 수 없는 멋진 곳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친구 사귀기가 쉽지가 않은 게 문제죠. 그렇지만 여행 시작하기 전에 약간의 준비를 하고 마음을 활짝 연 후에 이 사이트, 카우치 서핑(www.couchsurfing.org)을 활용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예요. 




그나저나 저도 시작을 해야 하는데, 영어권 국가를 벗어나고 나니 좀 막막합니다. 그래도 독일은 영어 사이트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프랑스처럼 영어 사이트로 들어가도 첫 페이지만 영어고 결국은 불어 사이트로 넘어가는 일은 드문 것 같네요. 


베를린에서 베를린 리포트 외에 현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영문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독어는 읽을 줄도 모릅니다. 





Aug 19, 2011

[culture] 바캉스의 도시, 8월의 파리와 파리 플라주(paris plages)

51 rue de Bercy, Paris, La Cinematheque Francaise

오늘의 허탕,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요즘 파리는 어딜 가나 50%의 확률이다. 갤러리든, 독특한 샵이든, 서점이든, 카페든, 레스토랑이든 할 것 없이 반은 문을 닫았다. 장 뤽 고다르가 "내가 배워할 모든 것은 시네마테크에서 배웠다"고 했다는, 그 시네마테크가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저기다. 영화학도가 되고 싶던 소녀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누벨바그의 현장에 가 본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는데, 문은 굳게 닫혀 있을 뿐이었다. 아래 보이는 이런 종이 한 장을 문에 걸어 둔 채. 그래도 스페인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했다는 건물 외관은 봤다(로 만족해야 하나?).

10 rue Hérold, Paris, L'eclaireu 
7 rue de Lille, Paris, L7


"언제부터 언제까지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 전부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이지만, 3주는 보통이다. 이게 모두 바캉스 때문이다. 문득 '8월의 파리는 파리지앵들은 모두 바캉스를 떠난 관광객의 도시다'라는 문장을 여행 책자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 떠올리면 뭐하랴, 이미 파리에서 동행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허탕녀'로 낙인 찍힌지 2주 째인걸.


+ 파리에서의 주요 허탕 리스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www.cinematheque.fr/fr/practical-information.html)
: 이런 문화공간을 찾는 이유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카페, 서점, 갤러리, 그리고 사람들을 보기 위해서다. 인기있는 갤러리나 극장, 도서관에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에는 그것을 즐길만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이든 그들을 만족시킬만한 퀼리티가 보장되곤 한다. 멜번 시티 라이브러리 내의 카페 저널(Journal)이나, 런던 바비칸 센터 내의 푸트코드, 더블린의 IFI(Irish Film Institute), 그리고 IMMA(Museum of Modern Art Ireland)의 카페가 생각난다. 그래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카페와 레스토랑, 전시공간과 도서관도 기대를 했으나 9월이 되어서야 직원들이 휴가에서 돌아온단다.
대신, 입구를 등지고 연결된 공원을 따라 가다 보면, 센느강을 건너는 보행자 전용 다리가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면  프랑스 국립 도서관(Bibliotheque national de France, BnF)이 나온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받은 상처는 이 도서관에서 모두 치유됐다. 저렴한 학생 식당과 괜찮은 자판기 커피, 무료 와이파이에, 이화여대 ECC를 설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설계한 건물 안에서의 산책, 그리고 공부하다 말고 나와서 수다떠는 파리지앵 구경까지. 리딩 룸에는 못 들어가지만, 파리에서 더운 날 피서를 즐기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다.


칼 라커펠트의 서점, L7 
: 이제 책은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된 모양이다. 이 서점을 알게 된 것도 H&M에서 발행하는 잡지에서 얼마전 'fashionable read'라는 제목으로 패션 브랜드와 책(서점)과의 관계를 다룬 흥미로운 기사를 본 직후다. 많은 브랜드들이 책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하나 둘 자기 이름을 단 서점에 욕심을 내고 있다. 뉴욕에는 마크 제이콥스의 북마크(Bookmarc)라는 서점이 생겼고, 런던의 루이비통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도 아트북 서점 Maison Librairie가 생겼다. 그리고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파리에도 샤넬의 칼 라커펠트가 자신의 스튜디오에 서점을 열었다. 물론 책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의지는 아닐테지만, 그들이 가진 '결핍'을 책에서 찾는게 또 하나의 트렌드인가 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 (www.henricartierbresson.org/index_en.htm)
: 르 코르뷔지에 재단에서 운영하는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집들에 다녀오고 난 후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몽파르나스 주변에는 이 외에도 사진 갤러리가 여럿 검색 된다. '결정적 순간'을 담은 대 스타의 사후는 고향에서 어떻게 재생산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몽파르나스 주변의 갤러리 탐사의 날을 잡았으나, 허탕.


에클레러 히든 샵 (www.leclaireur.com)
: 며칠 사이에 홈페이지가 리뉴얼 됐다. 직전의 홈페이지 구성이 아주 흥미로웠는데 말이다. 에클레러(L'eclaireur)는 콜레트(Colette)만큼 유명한 파리의 편집 매장이다. 콜레트와 다르게 파리에 여러개 매장이 있는데, 매장마다 컨셉과 목적이 다른 것 같다. 오페라와 레알(Les Halles) 사이 Herold 거리에 숨어 있는 이 매장은 간판도 달려있지 않아서 주소만 보고 찾아가야 했는데 결국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해 미련이 가득하다. 


유럽피안 포토 갤러리 (www.mep-fr.org)
: 카우치 서핑을 통해서 알게 된 파리의 사진작가 친구에게 가장 좋아하는 사진 갤러리를 알려달라고 했다. 생폴 역에서 마레 지구 바로 반대편에 있는 이 갤러리는 무척 괜찮다. 비록 전시는 볼 수 없었지만, 건물의 느낌이나 공간 구성, 리플릿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전시의 수준, 구경하고 나오는 파리 젊은이들의 미모(?)만 봐도 알 수 있다. 매주 수요일 6시 이후에 무료 입장이라고 알고 갔는데, 가보니 아니었으니 확인 후 가면 좋을 것 같다. 


Cafe Breizh (www.breizhcafe.com)
: 마레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쉬다가 옆 자리의 게이 친구들에게 추천 받은 카페. 요즘 유럽에서는 팔라펠과 파르페가 유행인데, 이 카페는 파르페로 유명하다고 한다. 많은 파르페 집 중 이 카페가 유명한 이유는 파르페의 본 고장인 파리에서 '일본식 파르페'를 팔기 때문. 몽생미셸과 일본에도 지점이 있다.


스웨덴 문화원 (www.si.se/English)
: 이곳 역시 마레 지구에 있는 문화 공간. 스웨덴을 알리는 전시와 음악 공연, 영화 상영 등이 수시로 열린다. 함께 운영되는 카페도 괜찮다는 소문이 있는데, 모든 가구가 스웨덴 브랜드 이케아로 꾸며졌다고 한다. 런던 이스트에도 이케아 비즈니스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모든 인테리어가 이케아 가구로 꾸며진 카페(crisis skylight cafe)가 있어서 비교해 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바캉스를 떠났다. 파란 문 앞에서 허망하게 바캉스 알림 글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우이 아니어서 위로가 됐다. 


11 rue Payenne, Paris, closed Swedish Cultural Center

8월에 파리에 머문 덕분에 그곳들의 멋진 대문들만 잔뜩 구경했지만, 그리고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쉬고 있는지도 확인했지만, 또 하나의 커다란 수확이 있다면 '파리 플라주(Paris Plages)'를 경험한 것이다. Plages는 영어로 Beach를 뜻한다. 우리말로 '파리 해변'인 이 여름 행사는 2002년부터 매년 세느강변에서 7월 8월 사이에 열린다.



고등학교 때에 불어반이긴 했지만 "메흐시 보끄, 파흐동, 실부쁠레, 오흐브와, 마담, 므슈" 정도에서 바닥나는 실력이다. 덕분에 거리에서 이 파리 플라주 광고판을 거의 매일 봤음에도 파리 플라주의 존재를 알기 전에는 이 광고판도 이방인인 내게 아름다운 파리의 배경 화면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것이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파리지앵들을 위한 센느 강변의 인공 비치라는 것을 알고는 시테섬 주변에 갈 때에는 파리의 스카이라인(이랄 것도 없지만)을 올려다 보기 보다는 강변을 내려보게 됐다.




2002년 새롭게 당선된 진보 성향의 파리 시장이 처음 계획한 파리 플라주는 대표적인 시민을 위한 정책으로 꼽힌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바캉스를 떠나는 파리에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인공 모래 사장을 만들고, 야자수를 심고, 선 베드를 무료로 빌려주고, 음악 공연 등의 행사도 마련한다. 10년 정도가 지난 이 정책은 인기가 높아 질수록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도심 속 인공 비치의 인기는 베를린,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브뤼셀 등 다른 유럽 도시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기사도 발견된다. 그렇다면 '서울 플라주'는 어떨까?

농담이다. 만약 정말 서울 플라주가 만들어진다면, 상당히 다른 컨셉이 필요할 거다. '도심 속의 인공 비치'라고 하면 무척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그리고 실제로 낭만적이지만, 파리 플라주가 10년의 역사를 향해 가며 규모가 더 커지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이 도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센느강이 역사적으로 파리 시민들의 레저를 담당하지 않았다면, 만약 파리가 일조량이 충분했다면, 그래서 태양을 쫓아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처럼 태양을 피하는 것이 바캉스의 의미였다면, 파리 플라주는 파리지앵들에게 도시의 경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혹은 어떤 이유라도 비난 받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해가 나는 날이면 어디든 누워 태닝을 하고 책을 보는 것이 일인 이 사람들에게 파리 플라주는 집 근처 공원에서도 즐길 수 있는 태양맞이를 센느강변에서 즐기며 해변이 없는 파리에서 해변에 바캉스 온 듯한 기분을 선물한다.



만약 한강에도 인공 비치가 생긴다면, 먼저 많은 파라솔을 먼저 준비해야 할거다. 3일 내내 태워도 빨갛게 변했다가 다시 하얘진다는 이들의 피부와 달리, (그래서 이렇게 종일 태양 아래 누워 있다가 피부암에 걸리나보다), 우리는 몇 시간만 태양에 노출되어 있어도 집에 돌아오면 감자를 붙여서 열을 식여야 하니까.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달라져야 할테지만, 그것들을 나열하는 것보다 무조건 따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도시에서 지내다 보니, 한 도시의 사람들이 그 도시를 즐기는 방법은 모두 다르고 그 방법은 그 도시의 문화와 환경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영국 사람들이 호주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을 '맥주 병을 한 손에 들고 공원에서 바비큐를 하는 모습'이라며 약간은 깔보듯 말하고, 호주 사람들은 영국인을 보고 '평소에는 수줍어 하다가 펍에 가면 욕이나 해대는 John Bull'이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은 호주인에게 바비큐와 영국인에게 펍의 의미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비롯되는 오해인것 같다.

그럼 우리는 서울을 어떻게 즐겨야 하지? 어느 도시보다 (도시의 외관뿐만 아니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의식도) 빠르게 변하는 서울이기에 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머문 도시와 비교해 봤을 때 서울만이 가지고 있는 건 뜬금없게도 '산'이라는 걸 발견했다. (물론 '밤'도 있지만, <Monocle>에서도 서울은 잠자지 않는 도시로 소개하지만, '밤의 문화'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으로 소화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기에 넘어간다.) 등산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서울 사람들, 그리고 근처에 산이 없어서 못할뿐 일부러 산으로 하이킹 가는 호주나 유럽 사람들을 떠올리면 뭔가 서울만의 바캉스 문화를 산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외국 친구들에게 다음 휴가 때는 한국에 놀러 오라고 하면서도, '정말 오면 어디에 데려가지?'를 고민하게 된다. 전국의 탬플 스테이, 지리산 종주 코스, 북한산 올레길, 제주도 올레길... 이것들은 중국이나 일본에 없는 것 같다. 

있나?



Aug 10, 2011

[inspiration] 2012년의 여름휴가 계획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보부셰입니다.
경기도의 무수한 팬션 홈페이지 사진들에 늘 속는 우리로서는 직접 가서 두 눈으로 확일할 때까지 홈페이지의 사진은 믿지 않는 습성이 있죠. 그래서 저 역시 저 위의 사진들이 실제로도 저렇게 아름다울까를 먼저 의심했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이곳에 다녀온 친구에 의하면 '정말' 이랍니다.
매년 이 아름다운 곳에서 디자인 회사 비트라(Vitra)와 파리의 현대 미술관이자 문화 복합 공간인 퐁피두 센터가 함께 인터네셔널 디자인 워크샵(Boisbuchet Summer Workshop)을 엽니다. 이 워크샵의 컨셉은 '휴가와 교육을 동시에'라는 군요. 친구의 참가담을 듣고 나니, 이곳에서라면 정말 알찬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직 휴가가 있을지도 모르는 내년의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는 친구는 내년에는 staff로 신청해서 한 달 간 머무르며 모든 워크샵을 공짜로 듣고, 매일 밤 전 세계의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할 생각이랍니다.
디자인 워크샵인 만큼 대부분 디자인 베이스를 가진 친구들이 많이 오는데, 워크샵 종류에 따라 저처럼 디자인 실무와 먼 사람들도 들을 만한 수업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의 프로그램 중에서 들을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살펴봤는데, 자연에서의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아이디어 수확법도 배우는 이런 워크샵도 재미있을 것 같고, 쉽지는 않겠지만 프라이탁 형제의 수업도 욕심이 납니다.
여기 보부쉐 디자인 워크샵의 또 다른 장점은 강사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내로라할만한 인물들이라는 겁니다. 프라이탁 형제는 물론이고, 이름만 말하면 알만한 유명 사진작가나 건축가들이 같이 수업도 듣고, 수업도 한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휴가 후보지는 여기입니다.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 옥상 끄트머리에 2012년에 완성될 호텔이자 설치미술 작품인 'A ROOM FOR LONDON'입니다. 9월 8일부터 1차 예약을 받는다는데 아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네요.
알랭 드 보통 아시죠?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요. 이 사람의 행보를 보면 참 재미납니다. '런던을 위한 하나의 방' 역시 그가 창립 멤버로 있는 '리빙 아키텍처'의 프로젝트입니다. 주로 런던 근교에 현대 건축물들을 짓더니, 내년에는 올림픽 시즌에 있을 런던 페스티벌의 하나로 런던 안으로 리빙 아키텍처가 들어오나 봅니다.
이 '방'은 알랭 드 보통이 만들고 싶었다는 호텔에 가까워진 호텔 같습니다. 최대 2인이 머물수 있는 이 방에는 작은 도서관도 하나 있다고 하네요. 전 회사에서 퇴사 전 마지막 특집을 준비하면서 알랭 드 보통과 서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는데, 그 인터뷰의 한 대목이 아래와 같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속하지 않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면, 어떤 사업을 하겠나? 그 비즈니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풍요롭고, 아름다우며 무엇보다 지적인 신 개념의 호텔 체인을 시작하고 싶다. 만약 한국에 이 사업을 나와 함께 하고 싶은 동업자가 있다면 alain@alaindebotton.com로 내게 연락해 달라. 
레저 호텔들은 우리의 몸이 원하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점점 깨달아가고 있다. 최고급의 침대 시트, 기능성 욕실,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 스파, 그 지역에서 나는 좋은 음식, 럭셔리 서비스 같이 (몸이 원하는) 최상의 것들은 지금도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의 요구인 ‘영혼’은 보통 무시된 채였다. ‘영혼’이라는 말은 낡은 구식의 단어 같지만 언제나 우리를 환기시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럭셔리 호텔들은 우리의 몸이 원하는 욕망을 한껏 채워주면서 미니골프, 일요신문, DVD 서비스, 지역 관광서비스 이상의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영혼을 위한 호텔’이라는 새로운 호텔을 제안한다.”
'영혼을 위한 호텔'을 말하기 이전에 그는 이미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고민을 해 왔고 그 결과물로 <행복의 건축>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그는 고민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을 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아가서 생각을 삶에 직접 구현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같습니다. 
리빙 아키텍처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하면, 이 사회적 기업은 더 많은 사람이 현대 건축물에서 잠자고 먹고 쉬며 영감을 얻고 더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건축가들에게 이런 의미있는 목적을 설명하고 런던 근교에 터를 찾아서 실험적인 건축물을 짓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저렴한 가격(가장 싸게는 1인당 1박에 20파운드네요. 유스호스텔 8인 도미토리 룸도 20파운드인데 말이죠)에 빌려줍니다. 친구들 혹은 가족들과 주말이나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이요.
A ROOM FOR LONDON 외에도 리빙 아키턱처의 건축물들은 이렇습니다.












그리하야 저의 내년 휴가 계획은, 파리 인-런던 아웃으로 티켓팅을 해서, 파리에서 테제베를 타고 보부쉐로 간 다음 1주일 코스의 워크샵을 듣고, 이지젯을 타고 런던으로 날아가서 사우스뱅크 옥탑 보트 방에서 하룻밤 자고 서울로 오는 겁니다. '꿈의 여름 휴가'는 이렇습니다.

+
보부쉐 인터네셔널 썸머 워크샵 http://www.boisbuchet.org/

Aug 7, 2011

[travel] 루브르 박물관, 그까이꺼 (Le musée du Louvre)







드넓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앞. 
모두 이렇게 "모나리자 봤다"하고서는 오르셰 미술관으로 갑니다. 
저 역시.






a tiny slice of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