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러운 것은 싫은데, 잡지도 좋고 잡지식도 좋고 최근에 읽은 하루키의 <잡문집>도 마음에 듭니다. 어쩌면 '잡스럽다'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싫을뿐 잡스러운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을 하며 어느 도시에 가든 가장 많이 찾은 공간은 카페, 그 다음은 서점입니다. 혼자서 북키시 프로젝트(Bookish Project)라며 각 도시의 아름다운 서점들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쌓아가고 있었는데, 이미 벌써 <유럽의 명문서점>이라는 책이 나와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아차 싶었습니다.
그 중 요즘 자주 생각나는 서점은 베를린의 모토(Motto) 입니다. 예술 서적과 독립 출판물을 전문으로 하며 Schlesische Tor 역에서 크레우츠베르 (Kreuzberg)로 가는 길 초입의 한 호프(Hof, 독일식 건축의 안 뜰)에 둥지를 트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낯선 도시, 낯선 주제의 잡지나 개인이 만들어서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출판한 책들을 한참동안 뒤적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작은 동네 서점이 아니라 생각 전시장이구나. 자기의 생각을 글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표현한 종이 묶음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아이디어입니다. 덕분에 낯설게하기 효과를 주는 제목, 날선 편집 디자인, '나는 달라'라고 외치는 문장과 이미지가 가득한 생각 전시장에서 생각 수집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손과 눈과 뇌의 자극을 즐기며 '서울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되뇌던 날이었습니다.
다행히 돌아와서 보니, 모토와 같은 공간이 서울에도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홍대의 유어마인드나 땡스북스, 더북소사이어티, 이태원의 포스트 포에틱스가 그렇습니다. 아직 모두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곧 모두 돌아보고 오겠습니다.
Motto, Berlin |
창문 왼쪽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재미있네요. ^^
ReplyDelete지나다 우연히 들어왔습니다. 반갑구요.
안녕하세요. 알아봐 주시길 바랐는데, 알아봐 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 재미있죠?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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