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주차(?)난에 시달리는 코펜하겐 |
어디로 눈을 돌려도 차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 |
레고 매장의 레고로 만든 자전거와 코펜하게너 |
90, 1994, 1210000, 10, 20...
덴마크 코미디언인 야콥 호가드(Jacob Haugaard)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자전거도로의 확대를 공약으로 삼은 이후에 코펜하겐의 자전거 도로는 급속도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코펜하겐 사람들은 자전거로 매일 총 1,210,000km를 이동한다.
시 당국은 매 시간 자전거 도로를 늘이고 있고, 이는 20%의 사이클리스트를 증가시키면서, 10%의 자동차 사용량을 줄어들게 하고 있다.
- visitcopenhagen.com
지금 유럽 대륙은 자전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라는 식상한 표현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그만큼 어느 도시를 가나 자전거가 정책의 중심에, 그리고 트렌드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런던과 파리는 경쟁적으로 공공 자전거 시스템 구축에 열심이고, 베를린과 같은 도시는 본래 자전거가 일상인 도시였습니다. 자전거 중에서도 기어가 없는 심플한 자전거로 유명한 픽시(fixed bike)는 트렌드 리더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고, 이들을 고객으로 노리는 바이크 카페가 여러 도시에서 유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도시를 제치고 가장 자전거가 대접받는 도시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덴마크의 코펜하겐입니다. 암스테르담은 제 경유지에 없었기에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누구나 이렇게 두 도시를 꼽습니다.
오늘은 사진 정리를 하다 코펜하겐에서 찍은 사진의 3분의 1은 자전거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른 도시와 다른, 이 도시만의 특징적인 것이라 눈에 들어 오는 것들의 대부분이 자전거와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수 자체가 어마어마하고, 자전거를 위한 도시의 배려들이 눈에 띕니다. 비단 자전거 도로의 비율 뿐만 아니라, 만약 거리 공사를 하면 임시 보행자 도로와 함께 임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가 하면, 지하철 입구, 지하철 안, 공원도로, 상점 안 등에 자전거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인지 없는지에 대한 명시가 분명히 되어 있습니다. 이 도시에서 자전거가 일상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상상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안타깝게도 자전거 도시의 피해자는 대중교통인듯 합니다.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인지 버스와 지하철은 무료 와이파이를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버스 레인만큼 넓은 자전거 도로 |
무료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코펜하겐의 버스와 지하철 |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전거 스톨 |
지하철 안의 자전거 주차장 |
자전거는 석유 석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가 찾아지지 않은 지금, 그리고 지구가 점점 병들어 가고 있는 지금, 그리고 지구의 건강 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몹시 높아진 지금, 이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괜찮은 대안입니다. 그래서 많은 도시들이 정책적으로 자전거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한창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런던과 파리, 브뤼셀과 뮌헨이 자전거 도시로 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하더라도 코펜하겐(그리고 암스테르담)을 따라올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지형적인 이유입니다. 시 당국이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고 자전거 보급에 힘쓴다 하더라도 본래 도로 사정이 좋지 않거나, 언덕이 많은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쉽사리 그것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출근하다 혹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힘을 다 빼버리면 되려 손해니까요. 코펜하겐이 진정한 자전거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도시의 평평한 지형의 영향도 큽니다. 관광객인 저도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를 빌려서 다녔지만, 스톡홀름에서는 일찌감치 포기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주요 스팟을 다니며, 힘들면 앉아 음료수를 홀짝이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과 그들이 타고 있는 자전거를 구경하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자전거를 볼 수 있고, 굳이 시내 중심 쇼핑가에 가지 않아도 짧은 시간에 이 도시에서 유행하는 신발, 가방, 옷 스타일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약속 장소로 이동을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제 기억에는 코펜하겐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가장 세련된 감각을 자랑했던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탄 멋쟁이들을 구경하고만 있어도 시간이 어떻게 가나 모를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바로 위 사진에서처럼 손을 드는 사람들을 보고 저에게 인사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위 사진은 욕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보통은 "안녕"이라고 할 때처럼 손을 올립니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쩔 줄 몰라 했었죠. 그런데 이것은 안전을 위해 우회전을 하겠다는 사인입니다. 코펜하겐 시에서는 "Raise your hand" "Love your brain" "Hold the line" "Ring ring ring"의 네 가지로 도로에서의 안전수칙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방향을 바꿀 때에는 손을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동선을 알리고, 헬맷 쓰기를 권장하고, 반드시 올바른 방향의 자전거 도로에서 타고, 갑작스런 방향 변경이나 경고, 혹은 감사의 의미로 벨을 울려야 합니다.
도시화가 하나의 메가 트렌드인 지금, 코펜하겐은 (물론 인구가 적은 이유도 있지만) 혼잡통행료를 징수하지 않고도 도심의 교통 혼잡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이 이렇게 대표 자전거 도시의 영광을 안은 것은 위에서 말했듯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책자에서 읽은 이 문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모노클>이 아닐까 합니다.
"코펜하겐(덴마크)이 미래 도시 경쟁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이 도시의 젊은이들 때문이다.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천부적인 장사꾼인) 덴마크인들은 에코 시티가 장기적으로 그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을 알고 있다. 이 도시의 젊은이들이 자전거와 유기농 농산물에 열광하는 이유다."
지금은 코펜하게너들이 자전거를 대접해 주고 있지만, 수년 후에는 자전거가 이 도시 사람들을 대접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도 맨날 자전거 타고 다니는 여인네- ^^ 처음에는 차들 사이에 자전거만 달랑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헐벗은 듯 어색했는데, 이젠 정말 거침없이 다닌다. ㅎㅎ 근데 코펜하겐 자전거들은 더 폼나 보이네- +_+ 그리고 아이들 태운 수레가 뒤에 달린 것은 많이 봤지만, 앞에 달린 것은 처음 본다. 신기해~
ReplyDelete북유럽에 관심많아서 혼자 독학하고있는 1인이예요. 검색중 우연히 알게되었는데 모르는 타인에게 코멘트 다는거 드문일인데 댓글까지 달게되네요. 여기 블로그 자주 방문할 것 같아요. 사진도 글도 너무 멋지네요. 제 블로그는 brightsun.egloos.com 이예요. 온라인 상에서라도 종종 뵐수있음 좋겠어요^^
ReplyDelete언니 지금 어느 도시에 있는 거예요? :) 자전거 잘 어울리는데!
ReplyDeletebrightsun님, 반갑습니다. :) 감사해요. 저도 인사드리러 가야겠어요.
코펜하겐의 자전거문화 부럽고 신나요! 저 싸인에 적응되려면 하루죙일 타고 돌아다녀야겠어요ㅋㅋㅋㅋㅋ 저 사진들은 모두 kiinni님이 촬영하신 건가요 @.@
ReplyDelete네, 신납니다 :) 사진도 신나게 열심히 찍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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