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3, 2011

[culture] 영국인, 호주인, 덴마크인, 스웨덴인, 노르웨이인, 그리고 핀란드인 발견



"너희 나라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은 뭐야?" 이 질문은 새로운 문화권에 갔을 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에 좋고 또한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동시에 그 나라의 경쟁관계나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나라의 스테레오 타입도 함께 물어보곤 합니다.

런던에 사는 영국인 친구에게 호주인과 영국인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해서 물었을 때입니다.

"호주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은 뭐야?"
"(조심스럽게) 음... 남자들의 경우엔 시끄럽고, 서핑, 갈색 피부, 그리고 맥주랑 바베큐?"
"그럼 영국은?"
"우리야 늘 날씨에 대한 불만 투성이지. 그리고 줄서기?"

아래의 윔블던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항공 촬영 했다면 얼마나 반듯하고 차분하게 줄을 서는지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영국 사람들은 정말 줄을 잘 섭니다. 스스로도 잘 서는데 윔블던에는 수많은 스튜워드라고 불리는 스탭들이 줄서기를 도우며, 우리로 치면 대기번호를 Queue Card라는 이름으로 나눠주기고 하고, 함께 나눠준 작은 리플릿에는 윔블던에서 줄 서는 법에 대한 페이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영국인들의 줄서기에 대한 열정은 남다릅니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서 필요한, 줄을 섰다는 증거 자료, Queue Card
줄 잘 서는 만큼 기다리기도 잘 하는 영국인들
한 스튜어드, 그리고 밤샘의 흔적
드디어 입장!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유럽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입니다. 핀란드의 한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은 뭐야?"
"알콜릭에 말이 많지 않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 그리고 사우나?"
"그럼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이킹, 빨간머리, 그리고 스키?"
"스웨덴은 어때?"
"스웨덴은 좀 세련됐지. 그리고 거의 모든 남자가 게이야."
"하하하. 그런 마지막 덴마크 사람들은?"
"그들은 언제나 행복해."

우리는 북유럽 전체를 하나의 나라로 보며 바이킹의 후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는 미묘한 차이들로 서로를 구분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바이킹의 후예는 노르웨이인들이랍니다. 지리적으로 보면 핀란드와 아이슬란드까지를 북유럽으로 보지만, 사실 핀란드는 문화적으로 북유럽 3국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언어가 우랄-알타이 어족이어서 스칸디나비안보다는 오히려 중앙아시아나 우리 한국과 그 기원이 같습니다. 심지어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들은 서로의 언어를 말할 줄은 몰라도 들으면 거의 이해할 만큼 비슷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 없습니다. 북유럽 사람들은 거의가 영어를 잘 하니까요. 

언어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들의 서로에 대한 침략의 역사를 살펴보면 또 다른 미묘한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덴마크와 스웨덴 왕국이 나머지 나라를 침략하면서 생긴 역사지만요. 그 중 가장 약국은 핀란드였습니다. 핀란드는 오랫동안 스웨덴의 지배를 받다가 최근에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독립한 지 1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러시아에 대한 감정보다 스웨덴에 대한 감정이 더 안 좋답니다. 그래서 스웨덴 대 핀란드의 아이스하키 경기(아이스하키가 가장 인기 있는 종목)가 있는 날이면 한일전를 방불케 한답니다. 

핀란드는 북유럽에서 유일한 공화국이기도 하고,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여서 굉장히 소박한 분위기입니다. 유일한 공화국이라는 말은 왕족 혹은 귀족이 없기에 계급 사회를 경험할 일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내고도 불만 없이 살아가는 것이겠죠. 덕분에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사회 구조가 만들어 졌습니다. 대부분 급속한 변화는 어딘가를 곪게 만듭니다. 하지만 핀란드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덜 곪은 이유는 (핀란드, 그리고 헬싱키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나라, 도시로 늘 선두에 있고, 대부분의 핀란드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가진 위기의식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가 이런말을 했었습니다. 미국이 얼마간 계속 세계 최고 자리에 있을텐데, 그 이유는 그들 스스로 언제든 자신들은 순식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국과는 참 대조적입니다. 국내 기업 중에 NHN도 그렇다고 하는데 지켜볼 일입니다. 아무튼 핀란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핀란드와 한국의 공통점으로 높은 교육열을 찾아 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 '우리는 가진 것 없는 나라'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핀란드나 우리는 지하자원도 선조들이 남긴 유산도 많지 않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느낀 실망은 우리가 사교육열에 가깝다면 이들은 공교육열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는 저를 또 한 번 놀라게 하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나라에서 특정 학과의 졸업생 비율을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저널리스트로 일 하고 있는 이 친구는 요즘 저널리즘을 전공한 졸업생들이 너무나 많아져서 이 시장의 경쟁이 과도하게 치열한데, 국가에서 졸업생 수를 조절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핀란드가 강력한 디자인 국가가 된 이유 중 하나도 국가 차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며 그 수를 늘이고 그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일할 수 있을 만한 일 자리도 동시에 관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우리도 하겠지만 얼마나 적극적이냐와 단지 졸업생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졸업 이후 취업까지 내다 본 다는 것이 다를 것 같습니다. 

스테레오 타입에서 시작된 대화는 흘러흘러 한국의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물어봤습니다. 

"그럼 너희 핀란드 사람들의 불만은 대체 뭐야?"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이겠지만 술이 비싼 것이랍니다. 술이 너무 비싸서 사람들은 배를 타고 에스토니아 탈린에 가서 보트카를 캐리어 가득 사오곤 한답니다. 밤이 길어 술이라도 마셔야 하는 핀란드의 겨울인데, 술이 너무 비싸니까요. 그래서 핀란드에서 알콜릭은 커다란 사회문제 중 하나입니다. 핀란드 사람들을 그려놓은 카툰에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 이유도 이 때문이었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스칸디나비안들의 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하나 소개해줬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Scandinavian and the World라는 이 사이트는 유럽사람들에게도 꽤 인기가 있나봅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인의 특성을 보여주는 카툰이 연재는데, 저로서는 서너번 읽고 아래 간단한 코멘트 까지 읽고, 때로는 구글의 도움일 받고서야 겨우 웃을 수 있는데, 이들은 후루룩 보고도 깔깔거리곤 합니다. 이들이 보는 미국인은 거만하고 언제나 신을 찾는 오버 액션형 인간, 핀란드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해도 다른 스칸디나비안들이 자신들을 놀린다고 생각하는 소심한 인간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3 comments:

  1. ㅋㅋㅋ 줄서기에 대한 열정. 뭔가 재밌다. 그리고 핀란드와 한국을 비교하는 이야기는 전에도 좀 들어봤던 것 같아. 치열하게 사는 느낌이랄까. 노르웨이에 계시는 분의 이웃블로그를 하나 추천할게.http://koreansk.egloos.com/ 이 분도 북유럽 전반에 대한 이런저런 글들을 많이 쓰시더라구. 그리고 난 너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푸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인류학자에게는 영원한 숙제처럼 읽어야하는 푸코인데. 혹시 시간 될 때 잘 번역된 것으로 하나 골라 읽어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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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고마워요!! 푸코는 한 번도 안 읽어 봐서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하나 추천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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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형설출판사입니다.
    책에 사진을 쓰는 것에 대해 문의드릴게 있어 댓글 남깁니다.

    혹시 댓글 보시면 02-739-8540으로 연락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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