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5, 2011

[culture] 당근 케익과 채식주의자 이야기



참 간사합니다. 서울로 돌아오기 직전, 북유럽에서는 평생 한식만 먹고 살고 싶더니 며칠만에 브라운 브레드에 얹어 먹던 치즈 맛이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당근 케익입니다. 호주에서부터 런던, 독일에서까지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온 날에는 라테 한 잔과 당근 케익 한 조각으로 점심을 해결하던 추억 때문인가 봅니다. 


처음에 당근 케익을 먹고는 채식주의자들의 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유제품 조차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버터 대신 당근을 넣은 것이 당근 케익이라고 얼토당토하지 않은 유추를 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근은 버터가 아니라 설탕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 음식이 귀했던, 그래서 설탕이 엄청나게 비싸던 옛날 옛적 서양에서는 당근이 설탕을 대신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알고 당근을 먹으니 정말 단 맛이 났습니다. 그 전에는 엄마에게 혼 나지 않기 위해서 꿀꺽 삼켜 넘겨버리는 맛없는 야채 중 하나였는데 말입니다. 어쨌거나 그래서 서양 사회에서는 당근으로 케익을 만들어 디저트로 먹곤 했다고 합니다. 


이 음식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 또 다른 이유는 그만큼 채식주의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슈퍼에 가도 레스토랑에 가도 그들을 위한 음식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현지 친구들의 식사 초대를 받을 때에는 채식주의자인지, 어느 정도까지 먹는 채식주의자인지에 관한 질문도 같이 받곤 합니다. 그래서 또 혼자서 몽상 공상을 시도했습니다. 왜이렇게 채식주의자가 많을까요? 지금까지 찾은 답인지도 모르는 답 중 하나는 알러지 때문입니다. 수많은 서양 사람들이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각종 알러지에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알러지를 일으키는 성분의 상당수가 유제품을 비롯한 육식에 있기 때문에 육식을 피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또 다음 공상을 이어갔습니다. 왜이렇게 알러지가 많을까요? 당연히 생활 환경의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카펫 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저만해도 카펫이 깔려 있는 런던 방에서 지내는 동안 없던 비염이 생겨서 고생을 했었으니까요. 이것도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며 견뎠지만 비염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생스러울까를 경험했던 몇주였습니다. 온돌 만세를 외치기도 했었던 기억입니다. 


생각은 생각을 또 낳았습니다. 당근 케익을 먹다가 온돌 생각까지 하고 나서는 갑자기 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코를 푸는 것이 무례한 것이 아닌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알러지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니 콧물이 자주 나는 것은 당연하고 코를 훌쩍이는 것보다 '흥'하고 풀고 나서 '나 이렇게 깨끗하게 병균들을 없애 버렸다'고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주위 사람들에 대한 작은 배려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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