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18, 2012

[culture] Knockin' On Heaven's Door

Beach, near Melbourne


제가 머무는 사무실에는 모든 직원들 자리 앞에 각자가 좋아하는 영화 제목과 함께 자리 주인의 이름을 적어 놓은 작은 푯말이 붙어 있습니다. 제 자리에는 쿠보즈카 요스케가 주연한 영화 <고>가 적혀 있는데, 사실 너무 급하게 고르느라 먼저 생각나는 영화를 적었습니다. 적어 놓고도 내내 '분명 <고>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아닌데, 그럼 뭐지?'라는 자문을 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하루하루를 무언가로든 꾹꾹 채우며 지내다가, 얼마전 작년 한 해 동안 찍은 필름을 현상했습니다. 멜번에서 머무는 동안 근처 해변으로 소풍을 갔던 사진을 넘겨보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독일 영화 <노킹온헤븐스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가 말입니다. 중학교 때 흐린 날 거실에서 친구와 비디오를 빌려다가 봤던 기억입니다. 그후 이 영화는 내내 좋아하는 영화 탑5 안에 들어 왔습니다. 이제서야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아메리칸 뷰티>... 줄줄줄 생각이 나네요.

위 사진에서 날씨만 조금 흐려지면 <노킹온헤븐스도어>의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바다와 꼭 같습니다. 해변에 들어서는 순간, 그 해변을 생각했습니다. 곧 죽음을 맞이해야만 할 두 남자가, (그 중 한 명이 바다를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바다를 향해 떠나는 로드무비인데, 마지막이 저렇게 낮은 풀숲이 사이로 연결된 바다에서의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런 대사도 있죠.

"천국에서는 주제가 하나야, 바다..."

그때 이후로 제게 키 작은 건조하게 생긴 풀이 바닷바람에 흔들이며 파도소리와 함께 '솨아솨아'거리는(?) 해변은 일종의 로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예상치도 않은 멜번의 해변에서 보게 된 것이죠. 열심히 셔터를 눌렀는데, 키작은 풀들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밥 딜런의 노래 제목과도 같습니다. 영화도 노래도 결코 희망적이지 않은데 이 영화와 마지막 장면의 배경음악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이런 영화야말로 힐링 무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마음의 평화 그대로 잠들어야겠습니다. 멜번이 아닌 독일의 바다로 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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