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15, 2011

[inspiration] 이름부터 남다른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의 온라인 사치(Saatchi Online)












분명 갤러리 안에 들어 가기 전에는 햇살이 좋았는데, 나오고 나니 얼굴을 싹 바꿨습니다. 이런 놀라운 날씨를 자랑하는 런던에서 지낸지 두 달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private function이 있어서 쫓겨나야 했던 첼시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 다녀왔습니다. 네, 그 사치가 맞습니다. 유명한 광고회사죠, 사치앤사치(Saatchi and Saatchi)의 창업자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개인적으로 모으던 미술 작품들을 공개하면서 시작된 갤러리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누구도 개인 갤러리라고 생각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혹자는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에 비교하기도 한다던데, 그러기에는 이견이 너무 많겠죠? 어쨌든 YBAs(Young British Artists)를 탄생시킨 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영향력은 무시 못 할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런던에서의 제 친구 역할을 하고 있는 석간 무가지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에 찰스 사치에 대한 기사가 나서 본 적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테이트(Tate) 재단을 퇴물 취급하며, 테이트가 이루지 못한 업적인 '돈' 부분에 있어서 사치 갤러리의 다른 점을 이야기 해 줍니다. 미술 시장에서도 그의 안목은 '예측할 수 없고, 괴상한'으로 통한다고 합니다. 안목만 그런게 아니라 거래 방식도 파격적이라고 합니다. 


그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을까요? 돈일까요, 명예일까요? 혹시나 해서서 위키피디아에 찰스 사치를 검색해 보니, 이라크 바그다드의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났군요. 저 역시 '역시 유태인...'이라고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기사는 찰스 사치와 사치 갤러리의 역사를 다룬 새 책의 홍보용 기사 같지만, 그 중에서 찰스 사치를 ingenious and provocative라고 표현한 부분에 끄덕끄덕 했습니다. 여간 영리하지 않고, 여간 도발적이지 않은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갤러리 구경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곳에서 알게 된 사진작가 분이 사치 갤러리의 온라인 사이트가 재미있다고 한 게 생각나서 들러 봤습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구글에서 하는 '전 세계 미술관 온라인으로 공짜로 관람하기 프로젝트'인 구글 아트 프로젝트의 Contemporary 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먼저 Showdown 메뉴를 클릭해서 지금 현재 활동 중인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에 투표를 했습니다. Showdown은 사치 갤러리의 온라인 토너먼트 이벤트인데, 1등과 2등에게는 각각 $1,000과 $500의 상금과 함께 그 작품을 사치 갤러리에 걸어 준다고 합니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사치 갤러리에 전시가 된다는 것이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소개해 준 작가 분의 작품도 토너먼트 중이라고 해서, 그 분의 사진이 나오면 투표를 하고 그만 두려 했지만 하다 보니 무려 1시간 이상을 클릭만 하고 있었습니다. 최소한 천 번은 넘게 클릭을 했을텐데도 제가 기다리던 작품은 나오지 않은 걸 보니, 어마어마한 수의 아티스트들이 참여를 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상형 월드컵' 식의 A 또는 B 식의 투표가 아니라, 뭔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비주얼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기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많은 작품을 짧은 시간 내에 보고 있다보니 마치 미술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트렌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트렌드를 읽는 방법 중 하나가 갤러리를 방문하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트렌드를 읽는 기술>의 헨릭 베일가드의 주장이 제게는 가장 설득적이었습니다. 아티스트들은 남들보다 '감'이 발달한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 중 특히 비주얼 아티스트들이 다른 아티스트에 비해서 그것을 작품으로 구현해 내는 데 가장 적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갤러리에 가서 미술계의 동향을 살피는 건, 단지 속물근성의 단면이 아니라 이 시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가장 빠르게 포착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겁니다.


실제로 초현실주의든 모더니즘이든 포스트모더니즘이든, 이런 하나의 (거창하게 말하자면) 시대정신들의 가장 앞단을 보면 그곳에는 늘 화가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감이 좋은, 다르게 말하면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느끼는데, 건축가보다는 소설가가, 소설가보다는 화가들이 그것을 빠르게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주장, 설득력 있지 않나요? 캔버스와 물감과 붓만 있으면 되니까요. 생각해보니 이제 더 빠른 건 사진이군요.


꼭 트렌드를 읽겠어, 라는 부담스러운 마음이 아니더라도, 이 사이트에서 사진이나 그림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시간이 참 잘 갑니다. 플리커닷컴에서도 좋은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프로급의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의 경연장이니만큼 수준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Buy/Browse' 메뉴를 클릭해서 사고 싶은 작품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정말 사치로워지고 싶은 온라인 갤러리 입니다.


그나저나, 런던에 있는 동안 YBAs의 트레이시 에민(Tracy Emin) 이야기는 참 많이 들리는데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소식은 찾아보지 않아서인지 들리지 않네요. 데미안 허스트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트레이시 에민이 셀프리지에 에민 인터네셔널 팝업 샵을 열고, 2012년 올림픽 광고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말이죠. 어디 고래 사냥이라도 간 걸까요?





구글 아트 프로젝트 : www.googleartproject.com
사치 온라인 갤러리 : www.saatchion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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