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2, 2011

[culture] 논쟁적 사진작가, 빌 헨슨 (the Bill Henson Controversy)


15 April, Tolarno Gallery in Melbourne


생각보다 세련되고, 생각보다 친절하고, 생각보다 자부심 강한 멜버니언들. 늘 이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사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멜번에서 알게 된 친구, Danica에게 멜번의 문화를 느낄 수 있을 만한 곳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아티스트답게 멜번 시티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갤러리들과 아티스트들의 작업공간으로 날 초대했는데, 그 중 한 갤러리에서 알게 된 빌 헨슨(Bill Henson)이라는 사진 작가의 스토리가 흥미롭다.

사진 이론을 전공하고 있는 이 친구가 데려간 갤러리 중에서 유일하게 위 갤러리에서, 내가 지금 돈이 있다면 이 사진을 사고 싶다,며 시간을 끌었던 기억이 난다. '아름답다'고 느낀 사진 작품들을 보기도 오랫만이었다. 요즘은 '예쁜, 재미있는, 아무렇지 않은척 하는' 사진이 대세니까.

Danica가 말한대로 마치 카라바지오(Caravaggio)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Bill Henson, Paris Opera Project, 1991

행운이 계속 따른 날이었는지 Danica와 갤러리 매니저가 아는 사이였던 덕분에 사진 하나하나마다 열정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열정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런 마음이어서, 너무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아름답다고 빌 헨슨이 누구냐고 유명한 사람이냐며 물어댔다. 신나서 멜번 출신이고, 뉴욕 파리 런던 등에서도 전시회를 했던 작가라고 설명해주는 매니저와 달리, Danica는 갤러리를 나오면서 사실 이 작가는 굉장히 논란이 많은(controversial) 작가라고 덧붙였다.

간단히 설명을 듣고 돌아와서 찾아보니, 얼마 전 그의 작품을 두고 법적 공방까지 갔었고, 말 아끼기로 유명한 호주의 전 수상, 케빈 러드가 '굉장히 혐오스럽다'고 표현했을만큼이었다고 한다.

논란의 중심에는 '예술 vs 포르노'가 있었고, 더 문제가 되는 건 그것이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제로 한 학교에 찾아가 12세 여자 아이와 13세 남자 아이를 '고른?' 뒤, 부모의 허락을 받고 부모가 동석한 가운데 누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지금 구글 이미지에 Bill Henson을 검색해 보시라.)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작가가 파리의 작가였다면, 이런 논란에 중심에 설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만한 유명세를 탈 수 있었을까? 아마도 Danica는 이런 멜번과 호주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Thank you, Danica!

멜번에 있으며 이 도시는 penalty의 도시로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물론 학교에서 선진의식이라는 것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우는 것 같지만, 과연 penalty가 없다면 이 젠틀하고 질서정연한 겉모습이 유지될까?

친구의 학교에 '도강'을 갔다가 놀란 것이,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의 디테일한 법규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날은 음주법 관련 수업이었는데, '라이센스 없는 곳에서 술 팔면 얼마, 바텐더가 취한 것 같아 보이는 손님한테 경고 없이 술 팔면 얼마, 지정된 지역 외에서 술 먹으면 얼마....'를 듣고 있자니, 엄청난 벌금도 벌금이지만 법 만드느라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중에 이곳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 분 역시, 이곳의 사회복지 법규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거의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서 입이 닳도록 설명하더라.

빌 헨슨이름 앞에 늘 'controversial'이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는, 바로 이 '큰 정부'가 유지되기 위한 '규제의 구멍'에서 예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2008년 전시회 오프닝 날, 그의 사진들이 경찰에 의해 압수되고 그는 법정에 섰지만, 결국 풀려난 근거는 '예술이냐 아니냐는 법정에서 다룰만한 소재가 아니다'였다.

이런 아티스트를 규제할 만한 디테일한 규정은 커녕,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에 대처할 만한 정부의 입장도 정리가 안 된 상태였기 때문에, 당황한 큰 정부는 일단 그를 잡아넣고 보았던 것이다. 덕분에 빌 헨슨은 더 유명해지고 말이다.

'예술 vs 포르노'는 아주아주 오래된 논란일테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논란일텐데, 이것으로 뜨거웠다는 호주의 2008년에는, 사실 빌 헨슨보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그리고 미디어들이 더 달떠있었던 것 아닐까.

멜번이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부끄러원 하는 작가, 빌 헨슨. 이런 멜번, 이런 호주.






a tiny slice of Melbo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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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문득 느끼는데 너의 제목이 맘에 들어. 뭐랄까, 너가 관찰하는 하나의 조각이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니 시각이 가지는 겸손함과 귀여움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ㅋㅋ 언니 글주변이 없어서 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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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난 왜 이제 제목 다는데도 부담을 느끼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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